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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 숙련자를 다시 쓰면 기업에 남는 것…KT·포스코가 택한 건 ‘정년연장’보다 재고용이었다

경제

퇴직한 숙련 인력을 다시 쓰는 제도를 만드는 일은 법적으로 불가능해서가 아니라, 어떤 기업에선 생산성으로 남고 어떤 기업에선 비용으로 돌아오는지를 가려내는 일이 더 어렵다. 한국에선 이미 법으로 정년 60세 이상이 의무화돼 있고, 중소·중견기업에는 계속고용 장려금도 있다. 다만 실제 현장에선 일률적인 정년연장보다 직무와 숙련을 가려 다시 쓰는 재고용이 더 많이 거론된다. 공시와 기업 공식 자료를 대조하면, 기업이 다시 고용하는 이유는 단순한 복지가 아니라 기술 전수, 현장 공백 축소, 교육기간 단축 같은 생산성 보전 효과에 더 가깝다.


제도는 이미 있다…하지만 지원 대상은 넓지 않다


현행 고령자고용법은 사업주가 근로자의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다만 60세 이후를 어떻게 운영할지는 별도 문제다. 고용노동부의 2026년 고령자 계속고용장려금 안내에 따르면, 정년을 운영하던 우선지원대상기업 또는 중견기업이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에 정년 연장, 정년 폐지, 재고용 가운데 하나를 도입하면 근로자 1명당 분기 90만원을 최대 3년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문제는 이 장려금이 대기업의 인력 전략과는 거리가 있다는 점이다. 지원 대상은 기본적으로 중소·중견기업이고, 재고용 방식도 원칙적으로는 정년 뒤 계속 일하기를 희망하는 근로자 전원을 대상으로 해야 한다. 반면 대기업 현장에선 특정 공정, 네트워크 운용, 설비 보전처럼 숙련 격차가 큰 직무를 중심으로 선별 재고용 수요가 더 크다. 같은 재고용이라도 정부 지원제도와 기업이 실제로 운영하는 방식이 일치하지 않는 이유다.

법은 한편으로 비용 조정의 통로도 열어뒀다. 정년퇴직자를 다시 고용할 때는 당사자 합의에 따라 퇴직금과 연차 산정에서 종전 근속기간을 제외할 수 있고, 임금도 이전과 다르게 정할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선 숙련은 남기되 연공급 구조를 그대로 끌고 가지 않을 여지가 있다는 뜻이다. 계속고용의 실질 채산성은 이 임금 재설계가 가능한지, 그리고 그만한 숙련 병목이 있는지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포스코가 다시 채용하는 이유…‘사람 수’보다 ‘기술 공백’ 때문이다


포스코는 공식 ESG 자료에서 생산기술직군 정년퇴직 인원의 70% 수준을 다시 고용하는 재채용 제도를 운영한다고 밝혔다. 회사가 제시한 이유도 분명하다. 선배 직원의 전문성을 활용해 후배에게 기술과 노하우를 전수하고, 저근속 직원의 성장을 돕고, 기술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는 설명이다. 단순히 고령 친화 정책을 내세운 것이 아니라 생산현장의 숙련 이전을 인력 운영의 목표로 적시한 셈이다.

포스코는 같은 자료에서 2025년 직원 수를 1만7578명으로 제시했다. 정년퇴직 인원은 2023년 519명, 2024년 559명, 2025년 751명으로 늘었다. 퇴직 규모가 커질수록 숙련 전수의 공백도 커진다는 뜻이다. 이런 구조에선 정년퇴직자를 한꺼번에 내보낸 뒤 신입을 충원하는 방식보다, 일정 비율을 재고용해 공정·설비·안전 노하우를 넘기게 하는 편이 생산 차질 비용을 줄일 가능성이 높다.

포스코는 재고용만으로 이 문제를 풀지 않는다. 2014년 설립한 포스코기술대학을 통해 2025년까지 누적 435명의 학위 수료자를 배출했고, 현장 핵심인력을 대상으로 주 2일 수업·주 3일 근무 방식의 장기 교육도 병행하고 있다. 즉 재고용이 독립된 복지 제도가 아니라, 장기 교육과 현장 전수를 잇는 완충장치로 쓰이고 있는 것이다. 숙련 퇴직자를 다시 쓰는 제도의 경제적 가치는 여기서 나온다. 채용 1건을 늘리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기존 설비와 공정이 기대한 성능을 유지하도록 시간을 사는 데 있다.

다만 이 모델이 모든 기업에 곧바로 적용되지는 않는다. 포스코처럼 제철 공정의 연속성이 강하고, 현장 숙련이 안전과 수율에 직결되는 업종에선 재고용의 편익이 크다. 반대로 직무 표준화가 높고 숙련의 개인 의존도가 낮은 업종이라면 같은 방식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KT의 선택은 ‘시니어컨설턴트’…정년연장보다 지식 보존에 가깝다


KT도 비슷한 방향을 택했다. KT는 2018년부터 시니어컨설턴트 제도를 운영하며, 직무 전문성이 우수한 정년퇴직 예정자를 대상으로 퇴직 후 최대 2년까지 다시 고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성과가 탁월한 경우 연장도 가능하다. 2024년 ESG 보고서 기준으로 지금까지 선발된 시니어컨설턴트는 629명이다. 회사는 이들이 증명된 전문성과 노하우를 후배에게 계승하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한다.

통신업에서 숙련 퇴직자의 가치는 제철소와 형태가 다르다. 제철 공정이 물리적 설비와 안전에 맞물린 숙련이라면, 통신사는 네트워크 운영, 기업영업, 시스템 전환, 현장 장애 대응 같은 암묵지를 얼마나 조직 안에 남기느냐가 핵심이다. KT가 시니어컨설턴트를 일반적인 정년연장 대신 별도 제도로 운영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필요한 전문영역에 한해 지식을 묶어 두려는 성격이 강하다.

KT는 2025년 별도 기준 영업수익 19조3240억원, 영업이익 1조3050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해 6월 말 별도 기준 직원 수는 1만4512명이다. 이 수치만으로 재고용의 손익을 단정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KT가 숙련 퇴직자의 재고용을 비용 절감형 단기계약이 아니라 전문성 유지 장치로 공시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특히 통신업처럼 설비 투자 이후 운영 안정성과 고객 대응 품질이 장기 수익성에 영향을 미치는 업종에선, 숙련 이탈로 인한 시행착오 비용을 줄이는 효과가 더 중요할 수 있다.


반례도 뚜렷하다…임금체계 손대지 않으면 생산성보다 비용이 앞선다


계속고용이 언제나 기업에 이익이 되는 것은 아니다. 한국경제인협회가 종업원 300인 이상 기업 인사노무 담당자를 조사한 결과를 보면, 기업들이 퇴직 후 재고용 방식을 선호한 이유는 고용 유연성 확보, 일정 기준에 맞는 인력만 계속고용 가능, 생산성에 연계한 임금 조정 가능성 등이었다. 반대로 고령 인력 계속고용의 애로사항으로는 높은 인건비 부담이 가장 많이 지목됐다. 숙련의 가치보다 연공형 임금부담이 더 빨리 불어나면 재고용은 생산성 정책이 아니라 비용 상승 요인이 된다.

이 때문에 기업에 남는 것이 무엇인지는 제도 명칭보다 설계에 달려 있다. 첫째, 숙련의 손실이 실제로 큰 직무인지가 확인돼야 한다. 둘째, 재고용 인력이 후배 양성이나 핵심 공정 유지처럼 측정 가능한 역할을 맡아야 한다. 셋째, 임금과 근로조건을 기존 정규직 체계와 분리해 다시 설계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세 조건이 빠지면 계속고용은 인건비만 늘리고 생산성 효과는 불분명한 제도가 되기 쉽다.

결국 퇴직한 노인의 경험을 활용하는 제도를 만드는 일 자체는 이미 가능하다. 어려운 것은 제도를 만드는 일이 아니라, 어떤 숙련이 기업 실적에 실제로 남는 자산인지 구분하는 일이다. 포스코와 KT의 공통점은 고령 인력을 광범위하게 붙잡아 둔 데 있지 않다. 꼭 필요한 숙련을 골라 남기고, 그 숙련이 후배 교육과 현장 안정으로 이어지게 설계했다는 데 있다. 숙련 퇴직자를 다시 고용할 때 기업에 남는 것은 단순한 인력 1명이 아니라, 공정과 서비스가 흔들리지 않도록 붙들어 두는 시간과 시행착오의 감소다.

자료: 고용노동부, 2026년 고령자 계속고용장려금 가이드북(2026.02.25); 고용24, 고령자 계속고용장려금 제도안내(확인일 2026.10.22); 국가법령정보센터,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 제19조 및 제21조의2(확인일 2026.10.22); 포스코 ESG, 인재경영·조직문화 및 사회 데이터(확인일 2026.10.22); 포스코 ESG, 매출 및 생산정보(확인일 2026.10.22); KT, ESG REPORT 2024 및 2025 기업가치 제고 계획·2025 사업보고서 관련 공시(확인일 2026.10.22); 한국경제인협회, 고령자 고용정책에 관한 기업인식 조사(2024.11.05); 한국경제인협회, 저출산·고령화에 대한 기업 인식조사(2024.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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