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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공정거래 수익 환수, 왜 ‘부당이득 계산’에서 멈추나…제조·유통 기업에 남는 비용의 차이

경제

불공정거래 수익 환수를 강화하자는 요구는 커졌지만, 기업 현장에서 실제로 먼저 작동하는 장치는 여전히 ‘불법이득 몰수’보다 ‘과징금’인 경우가 많다. 자본시장 분야에서는 2024년 1월 19일부터 부당이득 산정방식과 과징금 제도가 함께 정비됐지만, 제조·유통 업종에서 빈번한 담합·부당지원 사건은 지금도 관련매출액을 기준으로 한 공정거래법상 과징금이 중심이다. 같은 ‘환수 강화’라는 구호 아래 있어도, 어느 법이 적용되는지에 따라 기업 손익과 투자 여력에 미치는 경로가 달라진다는 뜻이다.

이 차이는 숫자보다 산식에서 먼저 드러난다. 금융위원회는 자본시장 불공정거래에 대해 부당이득액을 총수입에서 총비용을 뺀 금액으로 법제화했고, 그 부당이득의 최대 2배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꿨다. 반면 공정거래위원회가 설명하는 담합 사건의 핵심 금전제재는 관련매출액의 일정 비율을 적용하는 과징금이다. 불법으로 얼마를 남겼는지를 곧바로 환수하는 구조라기보다, 위반행위와 연결된 매출 규모를 중심으로 제재하는 구조에 가깝다.


자본시장법은 ‘이익 계산식’까지 넣었지만, 첫 과징금은 2025년에 나왔다


자본시장법 개정의 핵심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부당이득액을 법령상 산식으로 명확히 적어 수사와 재판 단계의 다툼을 줄이려 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형사판결을 기다리지 않고도 과징금을 통해 환수 속도를 높이려 한 점이다. 여기에 자본시장법은 위반행위로 취득한 재산의 몰수·추징 규정도 두고 있다.

다만 제도 도입과 실제 집행 사이에는 시차가 있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자본시장 3대 불공정거래에 대한 과징금 제도는 2024년 1월 19일 시행됐지만, 첫 과징금 부과는 2025년 9월 18일 증권선물위원회 의결로 나왔다. 이 사건에서 내부자는 자기주식 취득 결정이라는 미공개 중요정보를 이용해 약 2430만원의 부당이득을 취득한 것으로 판단됐고, 과징금은 법정 최대 수준인 4860만원으로 정해졌다. 제도는 강해졌지만, 실제 환수까지는 조사와 검찰 협의, 부당이득 산정이라는 절차가 여전히 시간을 필요로 한다는 점이 확인된 셈이다.


제조·유통 기업은 왜 ‘몰수’보다 ‘과징금 비용’이 먼저 보이나


제조·유통 업종에서는 이 간극이 더 크게 보인다. 공정위는 육계 신선육 제조·판매 16개사의 담합 사건에 대해 과징금 총 1758억2300만원을 부과하고, 일부 회사를 고발했다. 또 삼계 신선육 가격·출고량 담합 사건에서는 7개 사업자에 과징금 총 251억3900만원을 부과하고 하림과 올품 등을 고발했다. 이들 사건은 위법성 판단과 제재 규모가 모두 컸지만, 제재의 출발점은 ‘얼마를 남겼는가’보다 ‘어떤 관련매출에 어느 정도 책임을 물을 것인가’에 놓여 있다.

이 구조는 기업별 체력 차이를 다르게 드러낸다. 하림의 2025년 매출은 1조4399억9500만원, 영업이익은 476억8100만원이었다. 같은 해 마니커의 연결 매출은 3688억9100만원, 영업이익은 20억1100만원에 그쳤다. 같은 업종 안에서도 영업이익 규모가 크게 다르기 때문에, 매출 연동형 제재는 상대적으로 이익 여력이 작은 회사에 더 직접적인 압박이 될 수 있다.

이 대목이 바로 ‘불법이득 산정·추징의 실질적 기업 영향’이 갈리는 지점이다. 담합으로 얻은 초과이익을 순이익 수준에서 정밀하게 특정해 곧바로 몰수·추징하기는 쉽지 않지만, 관련매출액 기준 과징금은 비교적 빨리 금액화할 수 있다. 그 결과 기업 입장에서는 불법수익의 완전 환수보다 과징금 납부, 소송 비용, 차입 조건 악화, 투자 보수화가 먼저 재무제표와 경영 판단에 반영되는 경우가 많다.


반례도 있다…불공정거래의 기업 충격이 항상 ‘현금 유출’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직접적인 환수액이 작아도 시장 신뢰 훼손이 더 큰 비용이 되는 사례도 있다. 카카오는 2025년 연결 매출 8조991억원, 영업이익 7320억원을 기록했다. 숫자만 보면 중소형 제조사보다 과징금 흡수력이 크지만, 대형 상장사는 자본시장 사건이 발생할 경우 자금조달 비용, 지배구조 할인, 신규 투자자 유치 차질 같은 비계량 비용이 더 크게 붙을 수 있다. 환수 강화가 곧바로 손익계산서 한 줄로만 읽히지 않는 이유다.

따라서 ‘경제사범의 범죄수익을 더 세게 환수하자’는 주장만으로는 기업 영향을 가늠하기 어렵다. 자본시장처럼 부당이득 산식과 몰수·추징 규정이 촘촘한 분야는 집행 속도와 입증력이 관건이고, 제조·유통처럼 담합과 부당지원이 잦은 분야는 관련매출액 기준 과징금이 실제 비용의 본류가 된다. 정책의 쟁점은 환수 의지를 선언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어떤 법률 아래서, 어떤 산식으로, 어느 시점에 비용이 확정되는지까지 내려와야 기업의 수익성·투자·배당에 미치는 영향을 제대로 읽을 수 있다.

남는 과제도 분명하다. 공정거래법 위반 중 일부 중대 범죄는 부패재산 몰수·회복 특례의 대상이 될 수 있지만, 일상적인 기업 제재의 현장에서는 여전히 행정 과징금이 전면에 서 있다. 결국 환수의 사각지대를 줄이려면 ‘불법이득 계산의 정밀화’와 ‘집행까지 걸리는 시간 단축’을 함께 다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제도는 강해졌는데, 기업에는 벌금성 비용만 남고 실제 이익 환수는 늦어지는 간극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자료: 금융위원회,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 불공정거래에 대한 처벌이 대폭 강화됩니다(2024.01.18); 금융위원회, 자본시장 3대 불공정거래행위자에 대한 ‘1호 과징금’ 부과(2025.09.23); 국가법령정보센터,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2025.09.16 일부개정, 2026.03.17 시행); 공정거래위원회, 부당한 공동행위 금지 안내; 공정거래위원회, 육계 신선육 제조·판매사업자의 부당한 공동행위에 대한 건(2022.03.25); 공정거래위원회, 삼계 신선육 제조·판매사업자의 부당한 공동행위에 대한 건(2021.10.08); 국가법령정보센터, 부패재산의 몰수 및 회복에 관한 특례법; 하림, 재무정보(2026년 현재 공시된 2025년 실적); 마니커, 재무정보(2026년 현재 공시된 2025년 실적); 카카오, 2025년 역대 최대 실적 기록(2026.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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