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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보조금이 줄어도 매출은 늘었다…상장사 두 곳이 보여준 ‘졸업 성적표’

경제

정부 지원사업을 졸업한 기업이 실제로 경쟁력을 갖췄는지는 공모 선정 건수보다 지원이 줄어든 뒤의 매출, 이익, 현금흐름에서 더 분명하게 드러난다. 상장사 공시를 기준으로 최근 사례를 추적해보면, 보조금 축소 자체가 곧바로 매출 둔화로 이어진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지원이 빠진 자리를 민간 매출이 메우지 못하면 성과는 쉽게 흔들리고, 반대로 제품과 고객을 확보한 기업은 보조금 비중이 낮아져도 외형을 키웠다.

이번 비교 대상은 정부 연구개발비가 재무제표에 비교적 분명하게 드러나는 유엔젤과 자비스다. 두 회사 모두 국책과제나 정부 연구개발 지원을 받았지만, 실적에 나타난 모습은 단순한 ‘지원 수혜 기업’과는 달랐다. 핵심은 보조금의 절대 규모보다 보조금이 전체 비용과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 그리고 지원 이후 어떤 사업이 실제 매출로 연결됐는지였다.


보조금은 매출이 아니라 비용을 덜어주는 장치였다


국가 연구개발비는 통상 기업의 매출로 바로 잡히지 않는다. 기업들은 과제 협약에 따라 지급받은 자금을 연구개발비, 인건비, 설비 취득비 등에 쓰고, 회계상으로는 관련 비용을 상계하거나 자산 취득가액에서 차감하는 방식으로 반영한다. 현재 국가연구개발사업은 국가연구개발혁신법 체계와 하위 기준에 따라 집행·정산되며, 연구개발기관은 사용 내역 보고와 정산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구조는 투자 판단에도 중요하다. 보조금이 커 보여도 그것만으로 제품 수요가 생기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지원이 끝난 뒤 실적이 유지되는지 보려면 보조금 잔액이 줄어드는 국면에서 매출과 이익이 함께 버티는지, 또는 지원이 끊긴 뒤 손상차손이나 적자 확대로 이어지는지를 봐야 한다.


유엔젤, 보조금 비중은 낮아졌지만 매출은 더 빨리 늘었다


유엔젤의 2024년 사업보고서를 보면 정부보조금 비용 상계액은 2023년 21억6474만원에서 2024년 12억370만원으로 줄었다. 같은 기간 연결 매출은 366억3903만원에서 530억4591만원으로 늘었다. 단순 계산하면 보조금 상계액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5.9%에서 2.3% 수준으로 낮아졌다.

중요한 점은 매출 증가의 축이 보조금 자체가 아니라 사업 확장에 있었다는 점이다. 유엔젤은 2024년 사업보고서에서 지능망네트워크, 스마트러닝, 글로벌데이터 사업 매출이 모두 늘었다고 밝혔다. 특히 글로벌데이터 사업 매출이 전년보다 크게 커지면서 전체 외형 확대를 이끌었다. 정부 지원의 완충 효과는 줄었지만, 민간 판매와 서비스 매출이 그보다 빠르게 증가한 셈이다.

다만 이를 곧바로 ‘완전한 자립’으로 읽기는 어렵다. 같은 보고서에서 2024년 순이익은 7억5437만원으로 전년보다 크게 줄었다. 전년도에는 자산 처분이익 등 일회성 요인이 실적에 반영돼 있었기 때문이다. 유엔젤 사례는 보조금 의존도 하락과 매출 확대가 동시에 가능하다는 점은 보여주지만, 수익성의 질까지 확인하려면 영업 외 변수와 사업별 마진을 더 봐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자비스, 신규 보조금 없이도 매출 31% 증가


자비스는 더 직접적인 사례다. 2024년 사업보고서에서 회사는 정부보조금 수령액이 없었다고 밝혔다. 정부보조금 잔액은 2023년 말 22억4437만원에서 2024년 말 13억299만원으로 줄었고, 일부 개발비 관련 보조금은 무형자산 상각과 손상차손 상계에 반영됐다.

그런데 같은 해 자비스의 매출은 376억1000만원으로 전년보다 31.02% 늘었고, 영업이익은 12억원, 당기순이익은 11억9000만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회사는 배터리 검사장비와 식품 이물 검사장비 매출 증가를 주요 원인으로 설명했다. 지원금 유입이 새로 없었던 해에도 실제 판매가 늘면서 실적이 개선된 것이다.

물론 이 사례에도 경고등은 있다. 자비스는 정부보조금이 얹혀 있던 일부 개발비에서 미래 경제적 효익이 낮다고 판단한 자산을 제거했고, 그 과정에서 보조금도 함께 줄었다. 즉 지원 종료 이후 성과가 자동으로 이어진 것이 아니라, 팔리는 제품군이 따로 있었기 때문에 전체 실적이 버틴 것이다. 보조금이 붙은 모든 연구개발 자산이 사업화에 성공한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투자자가 봐야 할 것은 ‘수혜 여부’가 아니라 대체 매출의 존재


두 사례를 함께 보면 정부 지원사업의 졸업 성과를 판단하는 기준은 비교적 분명해진다. 첫째, 보조금 축소 뒤에도 고객이 돈을 내고 사는 제품·서비스 매출이 늘어났는지 봐야 한다. 둘째, 보조금이 줄어든 자리를 자산 처분이익이나 회계상 평가이익이 대신 메운 것은 아닌지 구분해야 한다. 셋째, 지원금이 붙은 개발비가 실제로 남아 있는 자산인지, 손상차손으로 정리됐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이 기준으로 보면 정부 보조금은 경쟁력의 대체물이 아니라 시간과 비용을 벌어주는 장치에 가깝다. 유엔젤은 보조금 비중이 낮아지는 동안 글로벌데이터와 스마트러닝 매출을 키웠고, 자비스는 신규 보조금 없이도 배터리·식품 검사장비 판매를 늘렸다. 반대로 연구개발 자산 손상이나 일회성 이익 의존이 큰 기업이라면 지원 종료 뒤 실적의 내구성이 약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국가예산의 효율성을 따지는 질문도 같은 결론으로 돌아온다. 지원사업의 성과는 선정 직후가 아니라 보조금이 줄어든 뒤에 민간 매출, 영업이익, 추가 투자로 이어졌는지에서 평가해야 한다. 상장사 공시 기준으로 보면 최소한 일부 기업은 ‘보조금 종료=경쟁력 약화’ 공식을 깨고 있었지만, 모든 과제가 사업화에 성공한 것은 아니었다. 예산의 효율을 높이려면 더 많은 신규 선정보다 졸업 후 2~3년의 매출 구조와 손상 여부를 추적하는 사후평가가 더 중요하다는 뜻이다.

자료: 국가법령정보센터, 국가연구개발혁신법 시행령; 국가법령정보센터, 국가연구개발사업 연구개발비 사용 기준; 한국거래소 KIND, 유엔젤 사업보고서(2025.03.28); 한국거래소 KIND, 주식회사 자비스 사업보고서(2025.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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