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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식 벤처 생태계의 차이점…민간 VC·기술이전·엑시트가 한 사슬로 움직인다

경제

청년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연구개발 중심 국가를 말할 때 이스라엘이 자주 거론되지만, 핵심은 연구개발비 규모 자체보다 연구실의 기술이 민간자본을 만나 기업으로 넘어가고, 다시 인수합병이나 재상장을 통해 자본과 인력이 재순환하는 구조에 있다. 이스라엘의 최근 자료를 보면 현지 벤처캐피털의 자금조달은 2022년 정점 대비 크게 줄었는데도 엑시트 시장은 오히려 회복세를 보였다. 돈이 일시적으로 줄어도 기술이전과 회수 경로가 살아 있으면 생태계가 완전히 멈추지 않는다는 뜻이다.

반대로 말하면 한국이 배워야 할 지점도 단순한 모태펀드 확대가 아니다. 민간 VC가 초기 위험을 감수할 유인, 대학과 병원이 기술을 특허 건수보다 사업화 성과 중심으로 넘기는 구조, 상장만이 아니라 M&A와 세컨더리 거래로도 회수할 수 있는 시장이 함께 작동해야 한다. 이 세 고리가 이어질 때 연구개발은 기업 실적과 고용으로 연결된다.


이스라엘은 자금이 줄어도 엑시트가 자본을 다시 돌린다


이스라엘 혁신청의 2025년 하이테크 보고서는 이중적인 장면을 보여준다. 현지 VC의 펀드 조성 여건은 2022년 고점 대비 크게 위축됐지만, 2024년 이후 엑시트 규모는 다시 커졌고 2025년에는 사상 최대 수준이 가능하다고 봤다. 2025년 3월 구글의 위즈 인수 발표는 이런 구조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건이었다.

이 차이는 기업 현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초기 자금조달이 경색돼도 대형 인수합병이 열려 있으면 창업자와 초기 투자자, 핵심 인력은 회수한 자본과 경험을 다시 새 회사나 새 펀드로 옮길 수 있다. 이스라엘의 벤처 생태계가 강한 이유를 단순히 ‘창업 친화적 문화’로 설명하기 어려운 이유다. 회수시장이 살아 있으면 벤처투자는 단발성 보조금이 아니라 반복 가능한 자산군이 된다.


기술이전은 대학 부속 기능이 아니라 별도 사업조직으로 굴린다


이스라엘의 또 다른 차이는 기술이전 조직이 연구행정의 부속 부서가 아니라 사업화 전담 회사에 가깝게 움직인다는 점이다. 히브리대의 기술이전 회사인 이숨은 특허와 라이선스, 포트폴리오 기업을 장기간 누적 관리하는 구조를 공개하고 있고, 텔아비브대의 라못 역시 스핀오프 설립과 기존 기업 대상 라이선싱을 병행하는 상업화 조직으로 운영된다. 라못은 1999년 이후 130개가 넘는 스핀오프를 배출했다고 밝히고 있다.

중요한 것은 기술이전의 성과지표다. 이스라엘 혁신청과 기술이전 네트워크가 낸 라이선싱 가이드는 계약 조건이 시장 진입 가능성과 스타트업의 상업적 성공에 장기 영향을 준다고 전제한다. 즉 특허를 몇 건 냈는지가 아니라 어떤 조건으로 누구에게 넘기고, 후속 투자와 개발 단계를 어떻게 연결하느냐가 성패를 가른다는 뜻이다. 대학 연구실에서 나온 기술이 곧바로 기업 매출이 되는 것이 아니라, 번역연구와 특허전략, 라이선스 조건, 후속 투자 유치가 한 묶음으로 설계된다.


모빌아이 사례…대형 엑시트가 국내 R&D 고용을 비우지 않은 경우


기업 차원에서 보면 모빌아이는 이스라엘식 구조의 대표 사례다. 모빌아이는 히브리대의 아문논 샤슈아 교수가 자신의 학문 연구를 바탕으로 1999년 세운 회사다. 이 회사는 2017년 인텔에 153억달러에 인수된 뒤 2022년 다시 상장했고, 2025년에도 본거지를 예루살렘에 둔 채 사업을 키웠다.

모빌아이의 2025년 실적은 엑시트가 곧바로 산업 공백을 뜻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회사는 2025년 매출 18억9400만달러, 영업활동 현금흐름 6억200만달러를 기록했다. 같은 해 말 기준 직원은 약 4200명이고, 이 가운데 약 3900명이 이스라엘에서 근무했다. 인수 뒤에도 연구개발과 핵심 인력이 현지에 남아 후속 고용과 협력사를 붙이는 형태라면, 대형 M&A는 생태계 유출이 아니라 재투자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 사례가 한국에 주는 시사점은 분명하다. 벤처기업 회수를 IPO 하나로만 좁게 보면 대형 기술기업으로 가는 경로가 제한된다. 반면 전략적 매수자가 연구개발 조직과 본국 인력을 유지한 채 사업을 확장하면, 창업자와 투자자만 돈을 버는 구조가 아니라 지역 고용과 후속 창업까지 이어질 수 있다.


알파타우 사례…기술이전과 상장이 곧바로 일자리·수익을 보장하진 않는다


반례도 있다. 텔아비브대 라못의 스핀오프로 소개되는 알파타우 메디컬은 나스닥 상장사이지만, 기술이전과 상장만으로는 사업 성공이 자동으로 따라오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 회사의 2025년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아직 제품 매출을 내지 못했고, 2025년 순손실은 4263만달러였다. 현금성 자산과 단기예치금 등을 합친 자금은 7690만달러 수준이었지만, 임상과 인허가를 거치는 바이오·메드테크 특성상 지속적인 후속 자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사례는 ‘이스라엘식 생태계=모든 기술이전의 성공’이라는 단순화가 틀렸다는 점을 보여준다. 기술이전은 시작점일 뿐이고, 규제 산업에서는 매출 발생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청년 일자리 관점에서도 연구집약형 스타트업은 초기에 고임금 소수 인력 중심으로 움직이는 경우가 많아, 단기적으로 대규모 고용을 만들지 못할 수 있다. 결국 일자리를 늘리려면 기술창업 숫자보다 후속 생산, 영업, 임상, 서비스 조직까지 국내에 붙는 스케일업 구조가 더 중요하다.


한국은 돈보다 회수와 사업화 설계가 더 약한 단계


한국의 자금 사정이 절대적으로 뒤처진다고만 보기도 어렵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2025년 국내 신규 벤처투자는 13조6244억원으로 전년보다 14% 늘었고, 신규 벤처펀드 결성도 14조2669억원으로 34.1% 증가했다. 전체 펀드 결성액의 80%를 민간 출자금이 차지했다는 점만 보면 민간자본의 규모 자체는 이미 작지 않다.

그런데 정부가 2026년 들어 M&A 활성화 지원사업을 확대하고, 모태펀드 출자계획에 M&A·세컨더리 전용 펀드를 별도로 넣은 것은 한국 생태계의 약점이 아직 회수시장에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올해 사업에는 가치평가 비용 지원에 더해 실사비와 PMI 컨설팅 지원까지 새로 들어갔다. 이는 한국이 아직 창업기업의 매각과 통합을 민간 시장의 일상적 거래로 만들기보다 정책지원으로 보완하는 단계에 가깝다는 뜻이다.

기술이전도 비슷하다. 한국은 대학과 공공연구기관의 기술이전 제도를 이미 갖추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특허 확보와 과제 관리가 사업화보다 앞서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스라엘식 모델의 핵심은 기술이전 조직이 연구자의 성과 관리 창구가 아니라, 민간 투자자와 창업팀이 들어와도 계약이 돌아가도록 표준화된 거래 상대가 된다는 점이다. 결국 한국이 필요한 것은 기술이전 조직의 숫자보다 계약 설계와 후속 투자 연결 능력이다.


청년 일자리를 늘리려면 ‘창업 장려’보다 세 고리를 동시에 바꿔야


이스라엘식 벤처 생태계의 차이를 한 문장으로 줄이면 민간 VC, 기술이전, 엑시트가 각각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한 사슬로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VC는 초기 위험을 감수할 수 있어야 하고, 대학의 기술이전 조직은 특허 보관자가 아니라 거래 설계자가 돼야 하며, 회수시장은 IPO 외에 M&A와 세컨더리 거래까지 열려 있어야 한다. 이 셋 중 하나라도 약하면 연구개발은 기업가치나 고용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다만 이스라엘 모델을 그대로 복제한다고 청년 일자리가 자동으로 늘어나는 것도 아니다. 이스라엘의 강점은 고급 기술인력과 글로벌 자본의 연결에 있고, 그만큼 일자리도 연구개발 편중이 강하다. 한국이 참고해야 할 지점은 ‘스타트업을 많이 만들자’는 구호가 아니라, 기술이전 계약의 질, 민간 GP의 위험 인수 능력, M&A 이후에도 국내에 남는 연구개발·사업 조직의 규모를 함께 키우는 방향이다. 그래야 벤처 생태계가 기업 실적과 비용 구조, 장기 투자, 그리고 실제 청년 고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

자료: Israel Innovation Authority, Annual Report The State of High-Tech 2025(2025); Israel Innovation Authority, Startup Fund program and legal provisions(2024); Israel Innovation Authority, Licensing Playbook 2024(2024); Yissum, About Us and Annual Report page(확인일 2026-10-22); Ramot, About Ramot·Our Startups(확인일 2026-10-22); Mobileye Global Inc., Annual Report on Form 10-K for fiscal year ended December 27, 2025(2026-02-13 filing); Mobileye Global Inc., Full-Year 2025 Results(2026-01-22); Alpha Tau Medical Ltd., Annual Report on Form 20-F for fiscal year ended December 31, 2025(2026-03-09 filing); 중소벤처기업부, 2025년 벤처투자 역대 두 번째 실적 유니콘기업 27개사 등 제3벤처붐 본격 시작(2026-02-13); 중소벤처기업부, 2026년도 M&A 활성화 지원사업 공고(2026-03-13); 중소벤처기업부, 모태펀드 2026년 1차 정시 출자공고(2026-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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