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유통 줄이면 물가가 내려갈까…직거래 플랫폼의 물류비를 다시 따져보니
중간유통을 줄이면 소비자 가격이 바로 내려갈 것이라는 기대는 절반만 맞다. 도매 마진이 줄어드는 것은 사실이지만, 제조사나 플랫폼이 그 자리를 대신하면 창고 운영, 포장, 배송, 반품, 고객획득 비용이 새로 붙는다. 실제 기업 실적을 보면 직거래 확대가 곧바로 가격 인하로 이어졌다기보다, 유통마진의 일부가 물류·마케팅·플랫폼 운영비로 이동한 경우가 더 많았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4년 연간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242조897억원으로 전년보다 5.8% 늘었다. 2025년 6월 온라인쇼핑 거래액도 21조8977억원으로 1년 전보다 1.8% 증가했다. 음식서비스와 음·식료품, 농축수산물 거래가 늘어난 것은 소비자가 이미 오프라인 중간단계를 줄인 구매 방식에 익숙해졌다는 뜻이지만, 거래가 온라인으로 옮겨간다고 해서 총비용이 자동으로 줄었다는 의미는 아니다.
도매를 빼도 남는 비용, 누가 떠안느냐가 가격을 가른다
직거래의 핵심은 중간상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중간상이 맡던 기능을 누가 어떤 비용으로 수행하느냐다. 도매상은 재고 보유, 소량 분할, 지역 배송, 미수금 관리 같은 기능을 맡아 왔다. 제조사가 자체몰이나 플랫폼 직판으로 전환하면 이 기능을 내부화해야 하고, 그 결과 비용 항목은 사라지기보다 다른 계정으로 옮겨간다.
이 점은 LG생활건강 실적에서 비교적 선명하게 드러난다. 회사의 2024년 2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1조7600억원, 매출원가는 8170억원, 판매관리비는 7840억원, 영업이익은 1590억원이었다. 원가와 별도로 붙는 판매관리비가 매출원가에 거의 근접했다는 뜻이다. 같은 자료에서 뷰티 부문은 국내 온라인과 H&B 채널이 성장했다고 설명했지만, 채널 전환만으로 비용 구조가 가벼워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온라인이 커질수록 프로모션, 고객 데이터 마케팅, 소량 다빈도 배송, 반품 대응이 함께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아모레퍼시픽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의 2025년 연결 매출은 4조6232억원, 영업이익은 3680억원이었다. 이어 2026년 2분기에는 온라인과 MBS 채널이 핵심 성장축으로 지목됐고, 주력 계열사 아모레퍼시픽은 주요 플랫폼 기획전과 아모레몰 캠페인에 힘입어 국내 온라인 매출이 두 자릿수 성장했다고 밝혔다. 다만 회사가 강조한 것도 단순한 유통단계 축소가 아니라 플랫폼 프로모션, 자사몰 캠페인, 해외 크로스보더 확대였다. 소비자 가격을 낮추는 대신 브랜드가 물류와 광고를 더 직접 부담하며 성장을 산 구조에 가깝다.
플랫폼은 싸게 파는 대신 물류를 안으로 끌어안는다
직거래 플랫폼의 대표 사례인 쿠팡은 중간유통 축소의 효과와 비용을 함께 보여준다. 쿠팡의 2026년 2분기 상품커머스 부문 매출은 74억달러였고, 매출총이익률은 30.5%, 조정 EBITDA 마진은 5.1%였다. 쿠팡은 자동화된 풀필먼트와 물류망 확장을 성장의 기반으로 설명하고 있다. 미국 판매자 사례에서도 판매자는 상품을 쿠팡 풀필먼트센터로 보내고, 이후 보관·피킹·포장·국제배송은 쿠팡이 맡는 구조라고 공개했다.
이 모델의 장점은 분명하다. 주문량이 충분하면 도매와 소매의 분절된 단계보다 재고회전과 배송속도를 더 정교하게 관리할 수 있다. 그러나 그 효율은 플랫폼이 직접 떠안은 대규모 고정비 위에서 나온다. 물류센터, 자동화 설비, 라스트마일 네트워크, 무료배송과 반품 정책은 모두 비용이다. 중간상을 줄였더니 값이 싸졌다기보다, 중간 기능을 플랫폼이 대규모 설비와 데이터로 대체했기 때문에 일부 품목에서 가격 경쟁력이 생겼다고 보는 편이 맞다.
언제는 싸지고, 언제는 오히려 비싸질까
직거래가 실제로 가격을 낮추기 쉬운 품목은 수요가 반복적이고, 규격이 표준화돼 있으며, 반품률이 낮고, 묶음 배송이 가능한 상품이다. 생활용품이나 일부 가공식품처럼 주문 예측이 쉬운 품목은 도매 마진을 줄인 효과가 물류 효율로 이어질 여지가 있다. 반대로 신선식품, 저온배송 품목, 파손 위험이 큰 상품, 반품이 잦은 패션·뷰티 일부 품목은 중간유통을 줄여도 총비용이 쉽게 내려가지 않는다.
특히 온라인에서는 반품과 고객획득 비용이 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화면상 상품가격이 내려가도 무료배송 기준을 맞추기 위한 묶음판매, 멤버십 비용, 광고비, 반품비가 다른 형태로 붙을 수 있다. 제조사 직판이 도매보다 항상 효율적이라는 명제는 그래서 성립하지 않는다. 대량 주문을 안정적으로 흡수하지 못하면 오히려 도매망을 활용할 때보다 단위당 물류비가 높아질 수 있다.
정책도 가격보다 총금액 공개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
정책 방향도 중간유통 축소 자체보다 소비자가 실제 부담하는 총금액을 더 투명하게 보여주는 쪽에 가깝다. 전자상거래법과 시행규칙 개정에 따라 2026년 7월 21일부터는 사이버몰 첫 화면에서 소비자가 반드시 내야 하는 총금액을 표시·광고해야 하고, 총금액을 바로 표시할 수 없으면 제외된 비용 항목과 그 사유를 알려야 한다. 배송비나 필수 수수료를 뒤로 숨겨 체감가격을 낮춰 보이게 하는 방식이 예전보다 어려워진 셈이다.
이 변화는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소비자 입장에서 확인해야 할 것은 ‘중간상이 있느냐’보다 ‘최종 결제 총액이 얼마냐’다. 기업 입장에서도 직거래 확대의 성패는 유통단계 축소 그 자체보다, 물류·반품·마케팅을 포함한 총비용을 얼마나 낮출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직거래는 만능 해법이 아니라, 규모와 품목 특성이 맞을 때만 소비자 가격 인하로 이어지는 선택지에 가깝다.
자료: 통계청, 2024년 연간 온라인쇼핑동향(2025.02.04); 통계청, 2025년 6월 온라인쇼핑동향 및 2/4분기 온라인 해외 직접 판매 및 구매 동향(2025.08.01); 국가법령정보센터,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제11조의4(2026.07.21 시행); LG생활건강, 2Q 2024 Results(2024.07.25); 아모레퍼시픽그룹, 2025년 경영실적 발표(2026.02.06); 아모레퍼시픽그룹, 2026년 2분기 경영 성과(2026.07.31); Coupang, Results for Second Quarter 2026(2026.08.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