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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자 민원은 왜 마감공종에 몰리나…건설사 충당부채가 말해주는 아파트 품질비용

경제

하자 없는 아파트가 사실상 존재하기 어려운 이유는 품질이 낮아서만이 아니라, 하자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구간이 구조체보다 세대별 마감과 설비 접점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 하자심사·분쟁조정 제도는 이런 분쟁을 판정하는 공식 통로인데, 실제 현장에서는 창호·도배·수장·가구·타일 같은 마감 공종의 발생 빈도가 높게 나타난다. 공사가 끝난 뒤에야 드러나는 미세한 오시공과 자재 편차, 다단계 하도급 구조에서 생기는 시공 품질의 흔들림이 입주 후 민원으로 번지고, 상장 건설사들은 이를 하자보수충당부채로 미리 비용화한다.

이 비용은 단순한 회계 항목이 아니다. 아파트 분양과 준공이 반복되는 건설사에는 향후 보수비를 얼마나 보수적으로 잡느냐가 이익, 현금흐름, 배당 여력, 신규 투자 여력에 직접 연결된다. 하자심사 건수가 늘고 판정이 엄격해질수록 비용은 손익계산서 바깥의 평판 이슈가 아니라 재무제표 안의 숫자로 들어온다.


하자 민원이 집중되는 곳은 구조체보다 마감공종


국토교통부 산하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 사례집과 관련 연구를 함께 보면, 입주자 민원이 몰리는 축은 대체로 마감공종이다. 하자판정서 9130건을 분석한 연구에서는 하자 발생 빈도 상위 5개 공종이 창호, 도배, 수장, 가구, 타일로 집계됐다. 모두 세대 내부 체감도가 높고, 시공 편차가 작은 오차에도 바로 드러나는 항목들이다.

이 점은 제도 운영 방향과도 맞물린다. 국토교통부가 2024년 12월 공개한 사례집은 2022년 이후 대표 사례 64건을 공종별로 정리했는데, 마감공사부터 창호, 방수, 단열, 급배수, 홈네트워크까지 입주 후 체감형 하자가 집중되는 공종이 별도 장으로 묶여 있다. 국토교통부는 같은 자료에서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가 연간 약 4500건의 사건을 처리한다고 설명했다. 하자가 드문 특수 사건이 아니라 대량 반복되는 생활형 분쟁이라는 뜻이다.

왜 이 구간에 민원이 몰릴까. 철근콘크리트 같은 구조 공정은 설계, 감리, 시험, 강도 기준이 비교적 명확하지만, 마감공정은 공종 수가 많고 작업자와 협력업체가 더 촘촘히 얽힌다. 같은 브랜드 단지라도 세대별로 창호 기밀, 도배 들뜸, 타일 단차, 가구 마감, 설비 연결부 누수처럼 작은 편차가 누적되면 입주자 입장에서는 즉시 불편으로 체감된다. 결국 아파트 품질의 마지막 승부는 구조 안전만이 아니라 공급망 끝단의 시공 정밀도와 검수 체계에서 갈린다.


충당부채는 이미 손익이다…GS건설과 HDC현대산업개발의 숫자


상장 건설사 재무제표를 보면 하자는 미래의 막연한 평판 위험이 아니라 이미 반영된 비용이다. GS건설의 2025년 사업보고서 연결 기준 충당부채 주석에서는 하자보수충당부채가 기초 3840억원대에서 기말 3856억원대로 유지됐다. 같은 보고서에서 2025년 연결 매출은 12조4503억원, 영업이익은 4378억원이었다. 하자보수충당부채 잔액이 연간 영업이익에 근접하는 규모라는 뜻이다.

HDC현대산업개발도 비슷한 구조를 보인다. 2025년 사업보고서 연결 기준에서 하자보수충당부채는 기초 3763억원에서 기말 3533억원으로 줄었지만, 당기 중 실제 사용액만 4489억원에 달했다. 같은 보고서에서 2025년 연결 매출은 4조1470억원, 영업이익은 2486억원이다. 충당부채 잔액이 줄었다고 해서 하자 비용 부담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이미 쌓아둔 충당부채를 실제 보수에 써서 소진했을 가능성을 같이 봐야 한다는 얘기다.

두 회사의 숫자를 비교하면 시사점이 분명하다. 첫째, 하자 관련 비용은 대형사에도 예외가 없는 상시 비용이다. 둘째, 이 비용은 단순히 많이 쌓았느냐보다 얼마나 전입했고 얼마나 사용했는지를 함께 봐야 한다. 셋째, 같은 해 영업이익 규모와 비교하면 하자 관리 실패가 수익성에 미치는 압박이 결코 작지 않다. 건설사 입장에서는 분양 확대보다 사후보수 리스크를 줄이는 편이 이익 방어에 더 직접적일 수 있다.


정책도 ‘사후 보수’에서 ‘공개와 관리’로 이동


정책 방향도 바뀌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2024년 주거종합계획에서 다수·반복 하자 유형의 처리체계 개선과 함께, 하자 판정 시 건설사가 보수계획서와 보수조치 결과를 제출하도록 하는 하자관리 강화를 예고했다. 같은 해 10월 15일에는 공동주택 하자 판정비율 및 건수 상위 20개 건설사 명단을 처음 공개했고, 2025년과 2026년에도 상·하반기 공개를 이어갔다.

이 제도 변화의 핵심은 하자를 더 많이 적발하겠다는 데만 있지 않다. 하자심사 결과가 개별 단지 민원에서 끝나지 않고 건설사 단위의 공시성 정보로 축적되기 시작했다는 점이 중요하다. 판정 건수와 비율이 반복적으로 공개되면, 건설사들은 단기 보수비뿐 아니라 브랜드, 수주 경쟁력, 자금조달 비용까지 함께 관리해야 한다. 하자 문제가 더 이상 고객센터 차원의 사후 서비스로 남기 어려워진 셈이다.


반례도 있다…충당부채가 크다고 곧바로 품질이 나쁘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충당부채 숫자만으로 특정 건설사의 품질을 단정할 수는 없다. 매출 규모와 준공 물량이 크면 절대액이 커질 수 있고, 회계상 더 보수적으로 비용을 먼저 반영하는 회사일수록 잔액이 높게 보일 수 있다. 반대로 충당부채가 작다고 품질이 우수하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보수 인식 시점, 연결과 별도 기준 차이, 준공 시점 분포에 따라 숫자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투자자와 실수요자가 함께 봐야 할 신호는 있다. 첫째는 하자보수충당부채의 절대액보다 전입액과 사용액의 방향이다. 둘째는 하자 판정 공표가 나온 뒤 회사가 품질관리 체계를 어떻게 바꿨는지다. 셋째는 협력업체와 자재 검수, 현장 승인 절차를 어느 수준까지 표준화했는지다. HDC현대산업개발이 품질설명제 I-QMS를 통해 핵심 공정을 단계별 승인 체계로 운영하고, 협력회사 책임자가 정기 품질점검에 공동 참여하도록 한 것은 이런 흐름의 한 사례다. GS건설 역시 품질경영과 협력회사 지원 체계를 별도 운영하고 있다.

결국 ‘믿고 살 수 있는 하자 없는 아파트’가 어려운 이유는 건설이 본질적으로 수많은 공종과 협력사, 자재, 작업자 숙련도가 한 세대 안에서 겹치는 산업이기 때문이다. 다만 그래서 더 중요해진 것도 분명하다. 어떤 공종에서 하자가 반복되는지, 회사가 그 비용을 얼마나 쌓고 실제로 얼마나 쓰는지, 공급망의 마지막 시공 품질을 어떻게 통제하는지를 함께 보면 건설사의 실적과 품질 리스크를 같은 화면에서 읽을 수 있다. 이제 하자 문제는 입주민 불편의 문제가 아니라 건설사의 수익성과 자본배분을 가르는 경영 변수다.

자료: 국토교통부, 2024년 주거종합계획(2024); 국토교통부, 공동주택 하자 판정비율 및 건수 상위 20개 건설사 명단 공개(2024-10-15); 국토교통부, ‘25년 상반기 공동주택 하자 판정 상위 건설사 명단 공개(2025-03-25); 국토교통부, ‘25년 하반기 공동주택 하자 판정 상위 20개 건설사 명단 공개(2025-10-21); 국토교통부, ‘26년 상반기 공동주택 하자 판정 상위 20개 건설사 명단 공개(2026-03-29); 국토교통부, 「하자심사 분쟁조정 사례집」 등재(2024-12-13); GS건설, 제56기 사업보고서(2026-03-18 공시); 에이치디씨현대산업개발, 제8기 사업보고서(2026-03-18 공시); DL이앤씨, 제5기 정기주주총회 소집공고(2025-03-07 공시); HDC현대산업개발, 지속가능경영보고서 2025(2025); 대한건축학회·CODIL 공개자료, 하자판정기준 개선방안 연구(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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