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다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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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 주담대가 소비를 누르는 경로…은행 이자이익은 늘고 소비는 업종별로 갈렸다

경제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높은 구간에 머문 뒤에는 가계의 부담이 단순히 ‘대출 상환이 힘들다’는 차원에 그치지 않는다. 이자비용이 비소비지출로 먼저 빠져나가면 처분가능소득이 줄고, 그 결과 소비 여력이 약해진다. 한국은행과 통계청 자료를 함께 보면 이 압박은 모든 가구에 균등하게 나타난 것이 아니라 변동금리·고부채 가구, 특히 30~40대를 중심으로 더 크게 작동했다. 반면 은행권은 같은 구간에서 순이자이익을 방어하거나 늘렸고, 소비 현장에서도 외식·숙박처럼 버틴 항목이 있어 ‘고금리=전 업종 동반 침체’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이자비용은 소비보다 먼저 빠져나간다


통계청의 2025년 4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가구당 월평균 이자비용은 17만4천원으로 1년 전보다 12.9% 늘었다. 같은 기간 가구당 월평균 비소비지출은 135만4천원으로 13.6% 증가했고, 처분가능소득은 527만1천원으로 3.2% 늘어나는 데 그쳤다. 소비지출은 372만4천원으로 4.7% 증가했지만, 이 흐름만으로 가계 여건이 개선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자비용처럼 의무적으로 나가는 지출이 먼저 커지면 소비 확대는 소득 증가가 아니라 저축 축소나 지출 재배치의 결과일 수 있기 때문이다.

가계동향조사는 이자비용을 소비지출이 아니라 비소비지출로 분류한다. 같은 조사에서 평균소비성향은 2025년 4분기 70.7%로 전년동기보다 1.0%포인트 올랐다. 겉으로는 소비 비중이 높아진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처분가능소득 대비 소비 비율이 높아졌다는 뜻이어서 이자부담이 커질수록 남는 여유자금은 오히려 얇아질 수 있다.


DSR은 신규 차입을 조이고, 기존 차주는 현금흐름 압박을 받는다


대출 규제의 핵심인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은 새 대출이 소득 대비 어느 정도 상환 부담을 만드는지를 제한하는 장치다. 국가법령정보센터에 실린 은행업감독규정상 은행은 총대출액이 1억원을 초과하는 차주에게 가계대출을 취급할 때 DSR 40%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취급해야 한다. 여기에 금융위원회는 2025년 7월 1일부터 3단계 스트레스 DSR을 시행해 사실상 모든 가계대출에 미래 금리상승 위험을 반영하도록 했다. 다만 지방 주담대에는 2026년 12월 31일까지 완화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이 제도는 신규 차입의 속도를 늦추는 데는 효과가 있지만, 이미 높은 금리로 주담대를 안고 있는 차주의 현금흐름을 바로 가볍게 하지는 못한다. 다시 말해 DSR 강화는 ‘앞으로 더 빚내기 어렵게 하는 장치’이고, 고금리 주담대의 소비 압박은 ‘이미 빌린 돈의 이자와 원리금이 매달 빠져나가는 문제’다. 두 현상은 연결돼 있지만, 정책 작동 지점은 다르다.


한국은행이 본 압박의 핵심은 변동금리와 고부채층이다


한국은행은 2024년 2월 핵심이슈 보고서에서 금리상승이 소비에 미치는 효과를 평균치로만 보면 과소평가될 수 있다고 짚었다. 개별 가계의 금리익스포저를 반영해 보면 단기 금융부채가 많은 이른바 ‘금리상승 손해층’의 소비가 더 크게 위축됐고, 30~40대 고부채 보유자를 중심으로 소비 감소폭이 기간간 대체 효과만 볼 때보다 약 20% 더 커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의 주담대는 변동금리 비중이 높은 편이어서 금리 충격이 현금흐름에 빠르게 전가되기 쉽다는 점도 함께 제시됐다.

한국은행은 2025년 11월 보고서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부동산발 가계부채 누증이 민간소비 성장률의 구조적 둔화에 약 0.4%포인트 정도 기여했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보고서는 원리금 부담 저량효과가 유동성 제약 완화 효과를 웃돌고, 대출로 풀린 유동성이 소비보다 비실물 거래에 치우친 점을 배경으로 들었다. 집값 상승이 있었더라도 그것이 곧바로 소비 확대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뜻이다.


은행은 같은 시기 이자이익을 늘렸다


가계 입장에서 빠져나간 이자비용은 금융회사 입장에선 수익의 재원이 된다. KB금융지주는 2025년 연간 순이자이익이 13조7천310억원으로 전년보다 1.9% 증가했다고 밝혔다. 같은 실적 설명에서 원화대출금 잔액은 연말 기준 377조원, 가계대출은 전년말 대비 3.7%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신한금융지주도 2025년 연간 이자이익이 11조6천945억원으로 전년보다 2.6% 늘었고, 당기순이익은 4조9천716억원으로 11.7% 증가했다고 공시했다.

이 수치는 ‘고금리로 은행만 돈을 번다’는 정서적 표현을 그대로 입증하는 것은 아니다. 예대마진만으로 실적이 결정되는 것도 아니고, 충당금·비이자이익·조달비용 같은 변수도 함께 움직인다. 다만 가계의 이자 부담이 커지는 국면에서 대형 금융지주의 순이자이익이 증가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소비를 제약하는 현금유출이 금융권 손익계산서에서는 비교적 견조한 수익으로 포착됐다는 점이 이번 국면의 핵심적인 대비다.


그래도 소비가 모두 꺾인 것은 아니다


반례도 분명하다. 같은 2025년 4분기 통계청 자료를 보면 음식·숙박 지출은 월평균 58만원으로 1년 전보다 6.6% 늘었고, 교통·운송은 18.0% 증가했다. 오락·문화도 1.9% 증가했다. 금리 부담이 커져도 모든 소비가 일률적으로 줄어드는 것은 아니며, 외식·여행·이동처럼 생활방식 변화나 수요 회복의 영향을 받는 항목은 버틸 수 있다는 뜻이다.

기업으로 보면 이 차이는 더 뚜렷해진다. 내구재나 주거 연관 소비처럼 대출 여력과 금리의 영향을 직접 받는 업종은 압박을 크게 받을 수 있지만, 프리미엄 소비나 서비스 소비, 또는 여행·외식처럼 경험재 성격이 강한 업종은 상대적으로 방어력을 보일 수 있다. 고금리 주담대가 기업 실적에 미치는 영향을 볼 때 ‘소비 전체’보다 어떤 소비가 줄고 어떤 소비가 남는지를 나눠 보는 이유다.


그렇다면 국가는 누구를 어떻게 도와야 하나


자료를 종합하면, 고금리 주담대 부담을 이유로 모든 차주를 폭넓게 지원해야 한다는 결론이 바로 나오지는 않는다. 한국은행 분석은 부담이 모든 가계에 똑같이 퍼진 것이 아니라 변동금리·고부채·30~40대 손해층에 더 집중됐음을 보여준다. 동시에 금융당국은 DSR 강화로 신규 차입을 조이는 방향을 유지하고 있다. 이 조합은 ‘전면적 구제’보다 ‘취약 차주에 대한 선별적 완충’이 정책적으로 더 정합적이라는 뜻에 가깝다.

자본시장 독자에게 더 중요한 포인트는 이 부담이 은행 실적에는 우호적일 수 있지만, 소비재·유통·서비스 업종에는 같은 강도로 전달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고금리 주담대의 기업 영향은 한 문장으로 정리되지 않는다. 은행의 이자이익, 가계의 처분가능소득, 업종별 소비 탄력성, 규제에 따른 신규 차입 둔화를 함께 봐야만 실제 기업 이익의 방향이 보인다.

자료: 통계청, 2025년 4/4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2026.2.26.); 금융위원회, 3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방안 확정·발표(2025.5.20.); 금융위원회 금융규제민원, 3단계 스트레스 DSR 행정지도 주요내용(2026.7.1. 기준); 국가법령정보센터, 은행업감독규정 및 주택관련 담보대출 등에 대한 리스크관리기준; 한국은행, 경제전망보고서 핵심이슈 ‘가계별 금리익스포저를 감안한 금리상승의 소비 영향 점검'(2024.2.25.); 한국은행, 경제전망보고서 핵심이슈 ‘부동산發 가계부채 누증이 소비에 미치는 영향'(2025.11.); KB금융그룹, 2025년 경영실적 발표 및 Annual Report 2025; 신한금융그룹, 2025년 경영실적발표(202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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