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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산물값의 ‘중간 몫’은 어디서 커지나…상장 식자재기업 실적이 보여준 유통비용의 실체

경제

농산물 가격이 산지보다 소비지에서 크게 뛰는 이유를 단순히 ‘중간상 마진’으로만 설명하기는 어렵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정리 기준으로 2023년 농축산물 유통비용률은 49.2%였고, 이 가운데 소매 단계가 25.2%로 가장 컸다. 도매 단계는 14.5%, 출하 단계는 9.5%였다. 같은 자료에서 이윤 비중은 14.6%로 제시됐다. 소비자가 체감하는 가격 격차의 상당 부분이 유통주체의 순마진만이 아니라 점포 운영, 인건비, 운송, 포장, 선별, 저온관리 같은 비용에서 발생한다는 뜻이다.

이 구조를 기업 실적으로 옮겨 보면 더 분명해진다. 상장 식자재 유통기업들은 대체로 매출 규모는 크지만 영업이익률은 높지 않다. CJ프레시웨이의 2025년 매출은 3조4811억원, 영업이익은 1017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이 2.9%였다. 현대그린푸드의 2025년 연결 매출은 2조3296억원, 영업이익은 1068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은 약 4.6%였다. 농산물과 신선식품을 포함한 식자재 유통업이 대체로 박한 마진 위에 물류 효율과 운영 통제로 수익을 만드는 업종이라는 점이 숫자로 확인된다.


‘중간 마진’보다 큰 것은 소매·물류 비용


유통단계가 많아 보인다고 해서 그 사이 이익이 차곡차곡 쌓인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공식 분석에서 소비자가격과 생산자수취가격의 차이 가운데 가장 큰 몫이 소매 단계 비용으로 나타난 것은, 최종 판매 현장에서 발생하는 진열·소분·인력·임차·폐기 위험이 크다는 뜻에 가깝다. 특히 신선 농산물은 규격 차이와 짧은 보관기간 때문에 공산품처럼 재고를 길게 쌓아 두기 어렵고, 판매 속도가 늦어질수록 손실이 비용으로 돌아오기 쉽다.

이 때문에 유통 효율화의 핵심은 ‘누가 얼마를 떼어가느냐’만이 아니라, 같은 상품을 더 적은 단계와 더 낮은 손실로 움직일 수 있느냐에 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2025년 9월 발표한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 방안도 이 지점을 겨냥했다. 정부는 온라인도매시장 거래 규모를 당시 도매유통의 6% 수준에서 2030년 5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오프라인 도매시장 안의 경쟁 촉진과 산지-소비지 직배송 확대를 함께 추진하는 이유도 단계 축소와 비용 절감에 있다.


CJ프레시웨이, 낮은 유통 마진을 물류망과 온라인 확장으로 방어


CJ프레시웨이 자료를 보면 식자재 유통업의 수익 구조는 더 선명하다. 회사의 2025년 1분기 IR 자료에서 식자재 유통 부문 영업이익률은 0.5%로 제시됐다. 같은 시기 급식사업 영업이익률 2.4%보다 낮다. 원물과 범용 식자재를 대량으로 돌리는 유통 사업만으로는 높은 수익성을 내기 어렵고, 고객군 확대와 통합배송, 상품 구색 확대, 온라인 채널 성장으로 회전율을 높여야 이익이 남는 구조라는 의미다.

회사는 2025년 기준 대규모 광역 물류센터 7곳과 프레시원 19곳을 포함한 전국 유통망을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간 현금흐름표에서는 2025년 투자활동 현금흐름이 마이너스 345억원으로 나타났다. 식자재 유통에서 기업가치에 영향을 주는 핵심은 가격 전가력보다 물류망 운영 효율, 입고센터 단일화, 통합배송 같은 공급망 관리 능력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농산물 가격이 흔들릴 때 이 회사가 곧바로 큰 폭의 초과이익을 얻기보다, 비용을 얼마나 흡수하고 회전율을 유지하느냐가 실적을 가르는 셈이다.


현대그린푸드, 더 높은 이익률이 말해주는 사업 믹스의 차이


현대그린푸드는 같은 식품 유통군에 속하지만 숫자가 조금 다르다. 2025년 연결 기준 매출 2조3296억원, 영업이익 1068억원으로 CJ프레시웨이보다 높은 이익률을 기록했다. 다만 이를 곧바로 ‘농산물 유통 마진이 높다’는 뜻으로 읽기는 어렵다. 현대그린푸드는 식자재 유통뿐 아니라 급식, 리테일, 건강식 등 복합 사업 구조를 갖고 있어, 수익성은 사업 포트폴리오의 영향도 함께 받는다.

오히려 재무상태표는 신선식품 유통기업의 운영 부담을 보여준다. 현대그린푸드의 2025년 말 연결 재고자산은 823억원으로 1년 전 746억원보다 늘었고, 단기차입금 및 유동성장기부채는 208억원으로 전년 말 60억원 안팎보다 증가했다. 재고와 운전자본 부담이 커질수록 신선식품 유통기업은 가격 인상만으로 대응하기보다 구매 조건, 재고 회전, 폐기 최소화, 계약 구조 조정으로 버텨야 한다. 결국 소비자가격과 산지가격의 차이를 기업이 모두 이익으로 가져가는 구조가 아니라는 점이 여기서도 확인된다.


정책의 승부처는 단계 축소가 아니라 비용 구조를 얼마나 바꾸느냐


정부가 온라인도매시장과 도매시장 제도개편을 함께 밀어붙이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온라인도매시장은 2025년 거래액 1조2365억원을 기록했고, 오프라인 도매시장 대비 유통비용률이 11.1%포인트 낮고 농가수취금액은 5.1% 높은 효과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2026년 2월에는 도매법인 경쟁 촉진을 위한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 개정이 완료됐고, 같은 해 3월에는 농수산물 온라인 도매거래 촉진에 관한 법률이 제정됐다.

다만 기업과 투자자 관점에서 더 중요한 것은 제도 발표 자체보다 실제 비용 구조가 얼마나 바뀌느냐다. 유통단계가 줄어도 저온물류, 공동선별, 소포장, 라스트마일 배송 같은 비용이 다른 곳에서 커지면 소비자가격 인하 폭은 제한될 수 있다. 반대로 산지 직거래와 통합물류가 자리 잡으면 농가 수취와 소비자 가격 사이의 간극은 줄어들 수 있다. 현재 공개된 기업 실적을 종합하면 우리 농산물 유통이 완전히 비효율적이라고 단정하기보다, 비용의 중심이 어디에 있는지 더 세밀하게 봐야 한다는 쪽이 사실에 가깝다. 적어도 상장 식자재 기업들의 숫자는 ‘중간 단계의 과도한 폭리’보다 ‘낮은 마진 속 물류 효율 경쟁’에 더 가까운 산업 구조를 보여주고 있다.

자료: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공영도매시장과 온라인 유통의 현황과 과제(2026.1.16); 농림축산식품부,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 방안(2025.9.15); 농림축산식품부, 농수산물 온라인도매시장 거래액 2천억 원 돌파!(2025.3.4); 농림축산식품부, 2026년 5월 28일 보도자료; CJ프레시웨이, 재무정보-연간 실적(2025년 12월 기준); CJ프레시웨이, 2025년 1분기 IR 자료(2025.5.9); 현대그린푸드, 재무정보-연결 손익계산서·재무상태표(2025년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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