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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 부채는 결국 누가 떠안나…한전·가스공사 재무제표가 보여준 부담의 순서

경제

공기업 부채를 곧바로 ‘세금으로 메운다’고 단정하면 실제 부담 구조를 놓치기 쉽다. 한국전력과 한국가스공사의 최근 재무제표를 보면 손실과 투자 부담은 먼저 회사의 차입 확대와 이자비용, 배당 여력 축소, 요금 조정 지연에 따른 미수금 누적으로 나타난다. 그 다음 단계에서야 전기·가스요금 조정, 공기업채 시장 부담, 일부 투자 우선순위 재편 같은 형태로 기업과 소비자에게 번진다.

두 회사 모두 시장형 공기업이지만 부채가 쌓이는 이유는 같지 않다. 한전은 원가에 못 미치는 요금과 전력망 투자 부담이 동시에 작동하는 구조에 가깝고, 가스공사는 민수용 요금을 충분히 올리지 못한 결과가 ‘미수금’으로 장부에 남는 구조가 더 두드러진다. 공기업 부채를 방만경영 한 단어로 설명하기 어려운 이유다.


한전 부채는 이미 요금과 채권시장의 문제로 번졌다


한국전력의 연결 기준 부채총계는 2024년 말 205조4450억원에서 2025년 말 205조6045억원, 2026년 1분기 206조3779억원으로 더 늘었다. 같은 기간 연결 영업이익은 2024년 8조3647억원, 2025년 13조4906억원으로 흑자 전환과 확대가 나타났지만, 부채 규모 자체는 빠르게 줄지 않았다. 연료 가격 안정과 판매단가 개선으로 손익은 회복돼도 누적된 차입 부담까지 단기간에 해소되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여기서 핵심은 부채의 용처다. 한전은 전기를 싸게 팔아 생긴 손실을 메우는 동시에 송배전망 확충에도 자금을 넣어야 한다. 한전이 올해 초 공개한 자료에서도 매년 10조원 이상의 전력망 투자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데이터센터와 전기화 수요, 재생에너지 연계 수요가 커지는 상황에서 이 투자를 늦추기 어렵기 때문에, 요금 규제가 강할수록 차입 의존이 커지는 구조가 이어진다.

법도 이를 반영해 한전의 사채 발행 한도를 2027년 12월 31일까지 한시적으로 자본금과 적립금 합계의 5배, 긴급한 경우 6배까지 허용하고 있다. 이는 공기업 부채 부담이 이미 ‘잠재적’ 문제가 아니라 채권 발행을 통해 현재의 자금조달 이슈가 됐다는 뜻에 가깝다. 결국 한전 부채의 1차 부담자는 국민 일반이 아니라 먼저 채권시장, 한전의 재무비용, 그리고 요금 정상화를 기다리는 산업용·일반용 전력 수요자다.

반대로 말하면 반례도 있다. 한전 사례는 공기업 부채가 모두 비효율의 결과라는 주장과 맞지 않는다. 부채의 한 축은 요금 규제이고 다른 한 축은 전력망 같은 필수 인프라 투자다. 흑자로 돌아선 뒤에도 부채가 높게 남는 이유가 단순 비용 통제 실패가 아니라는 점은 기업 독자들이 구분해 볼 필요가 있다.


가스공사 부채는 ‘요금 미반영분’이 장부에 남는 구조가 더 직접적이다


한국가스공사는 한전보다 더 노골적으로 요금 규제의 흔적이 재무제표에 남는다. 가스공사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민수용 원료비 미수금은 2021년 말 1조7656억원에서 2022년 8조5856억원, 2023년 13조110억원, 2024년 14조476억원으로 불어났고 2025년 말에도 13조8649억원에 달했다. 요금에 바로 반영하지 못한 원가가 사실상 장기 외상처럼 쌓인 셈이다.

이 미수금은 장부상 숫자에 그치지 않는다. 가스공사는 같은 자료에서 2025년 미수금 관련 금융비용 발생액을 4799억원으로 제시했다. 원가를 늦게 회수할수록 이자비용이 따라붙고, 그 비용은 다시 향후 요금이나 회사의 이익 체력을 잠식한다. 가스공사 부채를 누가 떠안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도 여기서 갈린다. 당장은 공사 재무구조와 주주수익성이 먼저 훼손되고, 나중에야 요금 인상이나 회수정산의 형태로 소비자 부담이 이동한다.

다만 가스공사 역시 ‘부채가 커졌으니 사업이 곧 흔들린다’고 단정할 단계는 아니다. 가스공사는 2025년 연간 실적 발표에서 부채비율이 400% 아래로 내려왔다고 밝혔고, 2025년 상반기 공시에서는 연결 기준 영업이익 1조2386억원과 부채비율 363%를 제시했다. 또 발전사 11곳을 상대로 연간 372만톤 규모의 개별요금제 수요를 확보했다고 밝히는 등 민수용 규제 영역 밖에서 수익 기반을 넓히려는 움직임도 보였다. 요금 규제로 생긴 재무 부담이 전 사업영역의 동일한 부실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이 점은 독자 질문의 반례이기도 하다. 공기업 부채가 커져도 수익성이 높은 해외사업이나 개별요금제, 설비 이용률 개선 같은 사업 포트폴리오가 있으면 일부 충격은 흡수된다. 결국 기업가치에 중요한 것은 부채 총액 하나보다, 그 부채가 규제정책의 산물인지 영업 경쟁력 약화의 결과인지, 그리고 회수 경로가 열려 있는지 여부다.


결국 부담은 세금보다 요금, 금리, 투자우선순위로 이동한다


한전과 가스공사를 함께 놓고 보면 공기업 부채의 실질적 기업 영향은 세 갈래로 정리된다. 첫째, 조달비용 상승이다. 사채 발행이 늘고 차입 구조가 길어질수록 이자비용이 커져 같은 영업이익을 내도 주주가치와 재투자 여력이 줄어든다. 둘째, 요금 정상화 압력이다. 전기요금의 연료비조정단가와 도시가스 원료비 연동제는 원가를 늦게라도 회수하도록 설계돼 있어, 동결이 길수록 뒤늦은 조정 압력이 더 커진다.

셋째는 투자 배분의 왜곡 가능성이다. 한전은 전력망 투자를 미루기 어렵고, 가스공사도 안정 공급을 위한 도입·배관 투자를 줄이기 어렵다. 이렇게 필수 투자가 고정돼 있으면 다른 영역의 비용 절감이나 자산 매각 압박이 커진다. 상장 협력사나 장비업체 입장에서는 공기업의 투자 총량이 유지되느냐가 중요하지만, 발주 시기와 재원조달 조건은 더 보수적으로 바뀔 수 있다.

따라서 ‘공기업 부채는 결국 국민이 떠안는다’는 표현은 절반만 맞다. 더 정확히는 채권 투자자와 주주가 먼저 위험을 가격에 반영하고, 소비자와 산업용 수요자가 뒤늦게 요금으로 나눠 부담하며, 마지막으로도 해소되지 않을 때에야 재정 논의가 따라붙는다. 최근 한전과 가스공사의 숫자는 공기업 부채가 이미 시장과 산업 비용 구조 안으로 들어와 있음을 보여준다. 문제의 핵심은 방만경영이라는 도덕적 비난보다, 원가 회수 규칙과 필수 인프라 투자 사이의 충돌을 어떻게 줄일 것인가에 더 가깝다.

자료: 한국전력공사, 연결 재무상태표(2026년 1분기), 연결 손익계산서(2026년 1분기), 2026년 3분기 연료비조정단가 산정내역(2026); 국가법령정보센터, 한국전력공사법 전체 제정·개정이유(확인일 2026-10-22); 한국가스공사, 2025년 연간 영업실적 발표자료(2026-02-26); 한국가스공사, 2025년 상반기 영업실적 공시 보도자료(2025-08-08); 한국가스공사, 천연가스 요금(원료비) 및 도시가스용 천연가스 도매요금(확인일 2026-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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