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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지원 AI 데이터, 민간사업에 바로 못 쓴다…라이선스·가명정보가 가르는 활용 범위

경제

국가나 공공이 구축한 AI 학습용 데이터가 곧바로 민간 기업의 사업 자산이 되는 것은 아니다. 2026년 10월 23일 기준으로 국내 공공데이터와 정부 지원 AI 데이터의 이용 조건을 확인해 보면, 같은 공공 영역의 데이터라도 상업적 이용 가능 여부, 2차 가공 허용 범위, 국외 반출 조건, 개인정보 재식별 금지 의무가 서로 다르게 붙어 있다. 기업이 확인해야 하는 쟁점은 데이터의 공공성 자체보다, 개별 데이터셋에 붙은 저작권·계약·개인정보 조건이 무엇이냐는 점에 더 가깝다.

이 차이는 정책 취지와 실제 사업 활용 사이의 간극을 만든다. 공공데이터법은 공공데이터의 제공과 이용 활성화를 목적으로 두고 있지만,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으면 그 규정이 우선한다. 실제 현장에서는 공공데이터 포털의 개별 이용허락, AI 허브의 별도 이용정책, 개인정보 보호법상 가명정보 규정이 함께 적용되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공공 데이터이므로 자유 이용 가능하다’는 단순한 판단이 통하지 않는다.


같은 공공데이터포털 안에서도 이용 범위는 제각각


공공데이터포털에 올라온 데이터라고 해서 이용조건이 동일한 것은 아니다. 실제 공개 페이지를 보면 한국관광공사의 관광정보 서비스나 소방청의 일부 통계 파일은 이용허락범위 제한이 없다고 표시돼 있다. 반면 금융위원회를 통해 개방된 한국예탁결제원 연계 데이터는 공공누리 2유형으로, 출처 표시는 가능하지만 상업적 이용은 금지돼 있고, 상업적으로 쓰려면 원천 보유기관과 별도 정보이용계약을 맺어야 한다.

제한은 더 강해질 수도 있다. 한국거래소 연계 증권표준코드 데이터는 공공누리 4유형으로 표시돼 있어 상업적 이용금지와 변경금지가 함께 붙는다. 이 경우 단순 재배포는 물론이고, 사업 목적 활용 자체가 유료 구매나 별도 이용조건 검토로 넘어간다. 같은 금융 공공데이터라도 어떤 항목은 비영리만 허용하고, 어떤 항목은 2차 가공까지 막는 식으로 차이가 나기 때문에, 기업은 포털 단위가 아니라 데이터셋 단위로 법적 상태를 읽어야 한다.

이 차이는 반례도 분명하다. 공공저작물 1유형은 출처 표시만 하면 영리·비영리 이용과 2차 변형이 가능한 사례가 존재한다. 하지만 동일한 공공 시스템 안에 2유형과 4유형이 함께 존재하므로, 한 번 확보한 내부 검토 기준을 다른 데이터셋에 그대로 적용하는 방식은 위험하다.


AI 허브도 ‘정부 지원 데이터=무제한 상업 이용’은 아니다


정부 지원 AI 학습용 데이터의 대표 창구인 AI 허브 역시 조건이 단순하지 않다. AI 허브 이용정책에는 데이터와 응용모델, 저작도구 등에 대한 권리가 수행기관과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에 있다고 적시돼 있다. 데이터 이용자는 사업 결과임을 밝혀야 하고, 2차적 저작물에도 같은 표시 의무가 붙는다.

사업 활용과 관련해선 허용과 제한이 동시에 존재한다. AI 허브 FAQ는 데이터를 학습에 활용해 개발한 AI 모델·서비스·연구 결과물은 영리·비영리 목적으로 활용하거나 판매·배포할 수 있다고 안내한다. 그러나 원본 데이터 자체의 외부 공개·공유·재배포는 허용되지 않고, 단순 편집·수정본을 제3자에게 넘기는 것도 제한된다. 모델은 팔 수 있어도 데이터 원본을 다시 유통할 수는 없다는 뜻이다.

국외 이전 조건도 별도로 남아 있다. AI 허브 이용정책상 국외 소재 법인·단체·개인이 데이터를 이용하려면 별도 합의가 필요하고, 데이터의 국외 반출에도 별도 합의가 필요하다. 국내 기업이라도 해외 클라우드 학습, 외국 계열사 공동개발, 국외 법인 대상 서비스 제공 구조가 얽히면 단순 다운로드 단계에서 끝나지 않는다.

더 중요한 점은 AI 허브 내부에서도 데이터별 조건 차이가 확인된다는 점이다. 같은 사이트의 KETI 지능정보 플래그십 R&D 데이터는 연구용도로만 사용 가능하며, 상업용 사용에는 별도 계약이 필요하다고 명시돼 있다. 정부 지원으로 구축된 AI 데이터라도 모두 같은 사업화 권한을 주는 구조가 아니라는 점이 여기서 드러난다.


개인정보는 ‘비식별’이라는 표현만으로 넘길 수 없다


저작권이나 이용허락보다 더 까다로운 축은 개인정보다. 개인정보 보호법은 가명정보를 원래 상태로 복원하기 위한 추가정보 없이는 특정 개인을 알아볼 수 없는 정보로 정의하고, 통계작성·과학적 연구·공익적 기록보존 목적이라면 정보주체 동의 없이 처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가명정보 처리 가이드라인에서 과학적 연구 범위에 기술 개발과 실증, 응용연구, 민간 투자 연구 등이 포함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여기서도 허용 범위는 무제한이 아니다. 법은 가명정보 처리자에게 재식별 목적 처리를 금지하고, 복원에 필요한 추가정보를 분리 보관하는 안전조치를 요구한다. 서로 다른 개인정보처리자 사이의 가명정보 결합 역시 원칙적으로 지정 전문기관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기업이 여러 출처의 공공·민간 데이터를 묶어 고도화 모델을 만들려 할 때 가장 먼저 부딪히는 장벽이 이 지점이다.

실무상 함의도 작지 않다. AI 허브는 의료 등 민감정보를 다루는 안심존 데이터의 경우 원본 이미지나 원본을 유추할 수 있는 형태의 이미지 삽입도 허용되지 않는다고 안내한다. 데이터셋을 받았다고 해서 내부 검토 없이 시연 화면, 논문, 마케팅 자료, 고객 제안서에 그대로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기업이 실제로 점검해야 할 것은 세 가지다


민간 기업의 활용 가능성을 가르는 기준은 결국 세 층위로 정리된다. 첫째, 해당 데이터가 공공누리 몇 유형인지, 또는 별도 계약형 데이터인지다. 둘째, 원본 재배포가 가능한지, 학습 결과물만 사업화 가능한지다. 셋째, 개인정보가 포함되거나 가명처리된 경우 허용 목적, 결합 절차, 국외 이전, 재식별 방지 의무를 충족하는지다.

이 세 조건은 비용 구조에도 직접 연결된다. 겉으로는 무상 공개 데이터처럼 보여도 실제 사업 단계에선 별도 정보이용계약, 국외 반출 협의, 보안 통제, 접근기록 관리, 파기 의무, 반출 심사 같은 추가 절차가 붙을 수 있다. 반대로 저작권 제한이 비교적 약한 데이터라도 개인정보 위험이 높으면 사업 전환 속도는 느려질 수 있다.

결국 국책 또는 공공 연구 인프라를 늘려 민간기업을 지원하더라도, 제도 설계의 핵심은 단순 공급량 확대가 아니다. 민간이 사업에 쓸 수 있는 데이터와 연구·검증 단계까지만 허용되는 데이터를 명확히 구분하고, 라이선스 문구와 개인정보 처리 기준을 데이터셋 단위로 표준화해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지금처럼 같은 공공 시스템 안에서도 이용허락 조건이 갈리고, 국외 이전과 재배포 제한이 중첩되는 구조에서는 데이터가 많아져도 실제 사업화 속도는 데이터별 법률 검토 능력에 의해 좌우될 가능성이 크다.

자료: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공공데이터의 제공 및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2026.2.27. 타법개정 시행본);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개인정보 보호법 제2조·제28조의2~제28조의5 관련 조문정보(2026년 시행본); 개인정보보호위원회, 가명정보 처리 가이드라인 안내 페이지(2026.3. 기준); 공공데이터포털, 한국관광공사_독어 관광정보서비스_GW 데이터셋 페이지(2026.2.26. 수정); 공공데이터포털, 금융위원회_주식등록예탁가능정보 데이터셋 페이지(2026.6.5. 수정); 공공데이터포털, 금융위원회_증권표준코드 데이터셋 페이지(2026.9.23. 수정); AI 허브, 데이터 이용정책 페이지(2026년 10월 열람); AI 허브, FAQ 데이터 이용·상업적 활용 안내 페이지(2026년 10월 열람); 공공누리, 공공저작물 1유형 이용안내 페이지(열람본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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