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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4일제, 언제 가능할까…기업 손익은 결국 생산성·인건비·채용에서 갈린다

경제

주4일제를 한국 기업이 언제쯤 도입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2026년 10월 22일 현재 확인되는 공식 답은 분명하다. 법정 주4일제 시행일은 정해져 있지 않고, 현행 제도는 주 40시간제와 연장근로 한도를 유지한 채 주4.5일제 같은 실노동시간 단축을 지원하는 단계에 머물러 있다. 그래서 기업 현장에서 먼저 벌어지는 일은 ‘전면 주4일제’보다 ‘임금은 유지하고 시간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느냐’는 계산이다.

이 계산은 세 갈래로 나뉜다. 첫째는 줄어든 시간을 시간당 생산성 상승으로 메울 수 있는지, 둘째는 임금 삭감 없이 단축할 때 인건비가 영업이익을 얼마나 잠식하는지, 셋째는 부족해진 노동시간을 신규 채용·교대 재편·자동화 투자 가운데 무엇으로 메울지다. 같은 주4일제라도 업종별 손익 충격이 크게 갈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법은 아직 주4일제가 아니라 주 40시간제, 정책은 주4.5일제 지원 단계


국가법령정보센터에 따르면 현행 근로기준법의 법정근로시간은 1주 40시간이고, 연장근로 한도는 통상 1주 12시간 체계다. 다시 말해 지금 당장 법이 일괄적으로 근무일을 4일로 바꾸는 단계는 아니다.

고용노동부 정책과 2026년 업무계획을 보면 정부가 현재 제도적으로 밀고 있는 것은 법정 주4일제가 아니라 ‘워라밸+4.5 프로젝트’다. 노사 합의로 임금 감소 없이 주4.5일제 등 실노동시간을 단축하는 기업을 지원하는 방식이며, 2026년에는 주4.5일제 도입지원 시범사업 예산 324억 원과 관련 입법 추진 계획이 제시돼 있다. 시민이 묻는 ‘언제 주4일제가 오느냐’에 대한 가장 현실적인 답이 당분간은 ‘전면 도입보다 4.5일제 실험이 먼저’인 이유다.


첫 번째 갈림길은 시간당 생산성이다


근로시간 단축이 곧바로 손익 악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회의·보고·대기시간을 줄이고, 자동화와 디지털 도구를 붙여 같은 산출을 더 짧은 시간 안에 낼 수 있다면 총노동시간 감소를 상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업무량과 서비스시간, 생산라인 가동시간이 그대로인데 노동시간만 줄면 기업은 남는 일을 다른 방식으로 메워야 한다.

고용노동통계조사에 따르면 상용 1인 이상 사업체 기준 전체 근로자의 연간 월평균 근로시간은 2020년 160.6시간에서 2025년 153.8시간으로 낮아졌다. 노동시간 자체는 줄어드는 추세지만, 그 감소분이 곧바로 주4일제로 연결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실제로 기업 손익에 중요한 것은 총시간 감소폭보다 그 시간 감소를 시간당 생산성 상승이 따라잡는지 여부다.

이 점에서 지식집약 업종과 현장운영 업종의 조건은 다르다. 소프트웨어·플랫폼·일부 전문서비스는 업무 재설계와 비동기 협업으로 시간당 산출을 끌어올릴 여지가 비교적 크다. 반면 제조 라인, 유통 매장, 호텔·항공·물류처럼 고객 응대나 설비 가동시간이 매출과 직결되는 업종은 시간을 줄이면 교대 확충이나 운영시간 축소가 곧바로 따라붙는다.


두 번째 갈림길은 인건비가 영업이익을 얼마나 잠식하느냐다


주4일제가 손익에 미치는 충격을 보려면 ‘인건비 총액이 영업이익에 비해 얼마나 무거운가’를 먼저 봐야 한다. 최근 연차 공시 기준으로 삼성전자는 2024년 인건비가 40조5000억 원, 영업이익이 32조7000억 원이었다. 같은 해 네이버는 급여·종업원급여·주식보상비용을 합친 인적 보상 관련 비용이 약 7894억 원, 영업이익이 1조9793억 원이었다.

이 수치만 놓고 보면 삼성전자의 2024년 인건비는 영업이익의 약 124% 수준이고, 네이버의 인적 보상 비용은 영업이익의 약 40% 수준이다. 물론 이는 업황과 회계구성의 차이가 반영된 값이어서 어느 회사가 더 비효율적이라는 뜻은 아니다. 다만 영업이익 대비 인건비 부담이 큰 해에는 노동시간 단축이 같은 폭으로 들어와도 이익 훼손이 더 크게 보인다는 점은 분명하다.

가령 임금을 유지한 채 근로시간을 10% 줄였는데 생산성 개선 없이 부족한 시간을 모두 추가 인력이나 대체노동으로 메운다고 가정하면, 필요한 인건비 증가는 단순 비례가 아니라 약 11.1%가 된다. 이 가정 아래 삼성전자는 약 4조5000억 원, 네이버는 약 877억 원의 인건비 부담이 추가된다. 주4일제처럼 시간을 20% 줄이면 필요한 대체노동은 25%로 커져 삼성전자는 약 10조1250억 원, 네이버는 약 1974억 원 수준까지 계산된다.

이 수치는 실제 도입 비용이 아니라 ‘생산성 개선이 없고 서비스 수준도 그대로 유지할 때’의 기계적 민감도다. 하지만 기업이 왜 주4일제보다 주4.5일제부터 시험하려 하는지, 왜 어떤 기업은 임금 유지형 단축근무를 복지보다 생산성 프로젝트로 접근하는지가 여기서 드러난다. 시간을 줄이는 것만으로는 손익 계산이 맞지 않기 때문이다.


세 번째 갈림길은 채용이냐, 자동화냐, 서비스 재설계냐이다


근로시간이 줄면 기업은 결국 세 가지 가운데 하나를 고르게 된다. 사람을 더 뽑거나, 자동화·AI·설비투자로 빈 시간을 메우거나, 아예 영업시간·납기·서비스 수준을 다시 짜는 방식이다. 이 선택은 손익계산서뿐 아니라 투자계획과 채용시장에도 동시에 영향을 준다.

문제는 채용이 항상 쉬운 해법이 아니라는 점이다. 고용노동통계조사에서 2026년 상반기 사업체 인력부족률은 전규모 기준 2.4%, 300인 이상은 1.4%로 집계됐다. 겉으로는 예전보다 부족률이 다소 낮아졌지만, 숙련도가 필요한 직무에서 필요한 시간만큼 사람을 바로 채우기는 여전히 쉽지 않다. 그래서 주4일제의 실제 비용은 단순 임금 증가분에 그치지 않고 채용비, 교육비, 초기 생산성 저하, 설비투자까지 묶여 나타난다.

네이버처럼 비교적 적은 인원으로 고부가가치를 내는 디지털 기업은 자동화와 업무 압축을 통해 시간을 줄일 여지가 크다. 2024년 말 기준 네이버 임직원 수는 4611명으로, 1인당 인적 보상 관련 비용은 약 1억7100만 원 수준이다. 이런 구조에선 무조건 인력을 대거 늘리기보다 AI 도구, 코드 자동화, 회의 축소, 조직 재설계가 먼저 손익 방어 수단이 된다.

삼성전자는 2024년 말 임직원 수가 26만2647명으로 훨씬 크고, 인건비는 40조5000억 원이었다. 1인당 인건비로 환산하면 약 1억5400만 원 수준이다. 대규모 제조기업은 일부 사무직부터 시간을 줄이는 선택적 도입은 가능하지만, 생산라인과 연구개발, 글로벌 공급망 운영까지 한 번에 4일제로 옮기려면 교대제 재설계와 설비 가동률 문제를 함께 풀어야 한다. 이 경우 단순 채용보다 자동화 투자와 공정 전환이 병행되지 않으면 영업이익 방어가 어렵다.


주4일제가 먼저 가능한 곳과 늦어질 곳


현재까지 확인되는 제도와 기업 수치를 종합하면, 한국에서 주4일제는 한 날짜에 모든 업종으로 동시에 오는 제도라기보다 업종별로 순차 도입될 가능성이 크다. 법정 주4일제의 전국 시행 시점을 지금 단정할 근거는 없지만, 기업 현장에서는 이미 주4.5일제와 선택적 단축근무가 시험대에 올라 있다.

먼저 움직일 곳은 시간당 생산성을 끌어올리기 쉬운 디지털·연구·전문직 중심 조직일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오프라인 서비스, 교대근무, 라인가동 비중이 큰 업종은 생산성 상승이나 자동화 투자 없이 임금 유지형 주4일제를 도입하기 어렵다. 결국 시민이 묻는 ‘언제 가능하냐’는 질문은 법 개정 시점 하나로 답하기보다, 어떤 업종이 생산성·인건비·채용의 세 갈래 계산을 먼저 통과하느냐로 바꿔 읽는 편이 더 현실적이다.

자료: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근로기준법(2026.10.8. 시행); 고용노동부, 워라밸일자리 장려금(워라밸+4.5 프로젝트) 정책안내; 고용노동부, 2026년 고용노동부 업무계획(2025.12.29.); 고용노동통계조사, 사업체노동력조사 주요지표(2026년 10월 확인); 삼성전자, Samsung Electronics Sustainability Report 2025; NAVER, 2024 NAVER Integrated Report; NAVER, 2024년 NAVER 연결감사보고서; NAVER, 2024년 4분기 실적발표(202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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