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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도입 뒤 업무시간은 줄었지만, 인건비 절감은 별도였다…기업 사례로 본 비용 절감의 조건

경제

기업들이 사내 AI 도입 효과를 설명할 때 가장 자주 내세우는 수치는 업무시간 단축이다. 실제로 공식 사례를 보면 회의록 작성, 계약서 검토, 문서 초안 작성처럼 반복적이고 평가 기준이 비교적 분명한 업무에서 시간 절감 수치가 확인된다. 그러나 그 수치가 곧바로 인건비 절감이나 손익 개선으로 이어졌는지는 별개의 문제였다. 확인 가능한 공식 자료를 대조해보면, 기업들은 대체로 ‘몇 시간이 줄었는지’는 말하지만, 감사보고서나 연차보고서에서 그 결과를 ‘실제 인건비 절감’으로 분리해 보여주는 경우는 드물었다.


기업이 공개한 절감 수치는 주로 시간과 품질 개선에 집중됐다


영국 자산관리사 퀼터는 마이크로소프트 고객사례에서 투자관리 인력이 고객 미팅 후 기록을 정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줄였다고 밝혔다. 회사 설명에 따르면 투자매니저 174명이 평균 100회의 미팅을 처리하는 조건에서 회의당 45분을 아낄 수 있으며, 이를 합산하면 월 1만3000시간 이상을 고객 응대에 다시 투입할 수 있다고 봤다. 같은 사례에서 투자 코멘터리 작성도 기존에는 며칠이 걸리던 작업이 시험적으로는 1시간 안팎까지 줄었다고 설명했다.

보다 보수적인 사례도 있다. 보다폰은 300명을 대상으로 한 초기 시험 뒤 법무 부서 이용자의 계약서 검토 업무에서 1인당 주당 4시간 절감 효과가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이후 대상 범위를 6만8000명까지 확대하겠다고 했지만, 공개된 수치는 어디까지나 특정 부서와 초기 이용 경험에 근거한 것이다. 전사 평균 생산성이나 재무성과로 일반화하기에는 범위가 좁다.

제조업 사례에서는 시간 외의 품질 지표가 함께 제시됐다. 코러는 5000명 규모의 도입 과정에서 주당 2~5시간 절감과 함께 깃허브 코파일럿 사용 뒤 코드 릴리스가 25% 개선되고 오류 결함률이 75% 줄었다고 밝혔다. 같은 AI라도 회의 정리나 계약서 검토처럼 사무직 반복업무에선 시간 절감 수치가 먼저 나오고, 소프트웨어 개발처럼 결과물 검증이 가능한 영역에선 품질 지표가 함께 제시되는 차이가 확인된다.


시간 절감이 바로 비용 절감이 아닌 이유


문제는 이 수치의 성격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관리자 문서에서 ‘assisted hours’를 직접적인 시간 절감, 생산성 향상, 사업 성과, 실현된 가치의 측정치가 아니라 방향을 보여주는 추정치라고 적시하고 있다. 기업 사례에 등장하는 절감 시간도 대개 이런 성격의 내부 추정이나 사용자 보고값에 가깝다. 같은 1시간 절감이라도 그 시간이 실제 인력 감축, 외주 축소, 추가 매출 창출로 연결되지 않으면 회계상 비용 절감으로 잡히지 않는다.

한국은행 자료도 비슷한 한계를 보여준다. 한국은행은 국내 조사에서 생성형 AI 사용이 평균적으로 주당 1.5시간의 노동시간 감소 효과를 보였다고 분석했지만, 동시에 이용자의 54.1%는 노동시간 감소가 없다고 응답했다고 설명했다. 시간 절감 효과가 나타나더라도 그것이 모든 직무에 고르게 발생하는 것은 아니고, 절감된 시간을 실제 생산활동으로 다시 배치했는지에 따라 실현 생산성은 달라진다는 뜻이다.


연차보고서로 보면 인건비는 AI 효과만 따로 떨어지지 않았다


감사나 공시 성격의 재무자료로 넘어가면 더 분명해진다. 퀼터의 2025 연차보고서에서는 직원 관련 비용이 전년 3억1200만파운드에서 3억3300만파운드로 늘었고, 월평균 직원 수도 2989명에서 3147명으로 증가했다. 같은 시기에 회사는 AI를 통한 시간 절감 사례를 공개했지만, 그 절감이 총인건비 감소로 이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적어도 공시 문서만 놓고 보면 절감된 시간은 인력 축소보다 고객 응대 확대나 다른 업무 재배치에 쓰였을 가능성이 더 크다.

보다폰도 단순하지 않다. 2025 연차보고서상 총 직원 수는 9만6282명에서 9만2834명으로 줄었고 직원 관련 비용도 62억4600만유로에서 55억2200만유로로 감소했다. 그러나 이 수치를 코파일럿 도입 효과로 바로 읽기는 어렵다. 통신사는 구조조정,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 지역별 인력 재편 같은 변수가 크기 때문에, 특정 AI 도구의 도입만으로 인건비 변동을 설명하기 힘들다. 결국 ‘AI 덕분에 비용이 줄었다’는 판단에는 도입 전후 같은 조직, 같은 업무, 같은 물량을 맞춘 비교가 필요하다.


투자자가 확인해야 할 것은 절감 시간보다 비교 조건이다


현재까지 공식 자료를 종합하면, 사내 AI의 즉각적 효과는 업무시간 단축과 문서 품질 개선에서 먼저 관측된다. 반면 실제 인건비 절감은 채용 계획, 조직 개편, 외주 축소, 매출 증가 같은 다른 변수와 분리해 입증하기 어렵다. 따라서 투자자나 산업 분석 독자가 볼 핵심은 절감 시간이 아니라 비교 조건이다. 어떤 부서에서, 어떤 업무를, 어떤 기준으로 측정했는지, 그리고 절감된 시간이 실제 비용 절감으로 이어졌는지까지 확인되지 않으면 기업의 AI 도입 성과를 손익 개선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자료: Microsoft, Quilter achieves fastest-ever tech ROI with Microsoft 365 Copilot(2025-05-15); Microsoft, Time savings and an enhanced employee experience at Vodafone through its use of Microsoft 365 Copilot(2024-12-03); Microsoft, KOHLER achieves 98% Microsoft 365 Copilot adoption with a bold strategy for change(2026-08-10); Microsoft Learn, Copilot Cowork usage – Microsoft 365 admin(2026-09-22 확인); Bank of Korea, Rapid Adoption of Artificial Intelligence and Its Productivity Effects: The Case of Korea(2025-11-14); Bank of Korea, AI in Everyday Life: How Workers Use AI(2025-12-19); Quilter plc, Annual Report 2025(2026); Vodafone Group Plc, Annual Report 2025(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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