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기능식품 가격, 원료보다 유통비가 더 좌우하나…상장사 공시로 본 광고·수수료와 R&D의 차이
건강기능식품 가격이 적정한지 따지려면 원료값만 볼 일이 아니다. 2025년 상장사 사업보고서를 비교하면 같은 건강기능식품 업종 안에서도 가격을 밀어 올리는 비용의 중심이 크게 갈렸다. 제조·ODM 비중이 큰 회사는 연구개발과 생산설비 성격의 비용이 상대적으로 두드러졌고, 브랜드 유통 중심 회사는 광고·판매수수료·판매촉진비가 연구개발비를 훨씬 웃돌았다. 소비자가 매장에서 보는 높은 가격이 곧 더 강한 효능이나 더 많은 연구개발을 뜻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대표적으로 콜마비앤에이치는 2025년 연결 매출 5748억8500만원, 영업이익 266억4600만원을 기록했다. 이 회사 공시에 따르면 같은 해 연구개발비용 합계는 104억7695만원이었다. 반면 연결 판매비와관리비 가운데 광고선전비는 15억4100만원, 지급수수료는 102억2200만원으로 집계됐다. 공시 항목 기준으로 보면 광고선전비와 지급수수료를 합친 금액이 약 117억6300만원으로 연구개발비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건강기능식품 제조업을 주력으로 하는 회사에서 가격을 설명하는 축이 단순 광고보다 연구개발과 제조역량, 고객사 대응 능력에 더 가깝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브랜드 회사는 판매수수료가 연구개발비를 크게 넘기도
반대로 소비자 접점이 넓은 브랜드·유통형 사업모델에서는 그림이 달라졌다. 뉴트리는 2025년 연결 매출 1010억7000만원에 영업손실 22억8600만원을 냈다. 이 회사 연결 기준 연구개발비용 합계는 27억7174만원, 연구개발비의 연결매출 대비 비율은 2.74%였다. 그런데 같은 기간 광고선전비는 118억4559만원, 판매수수료는 249억8194만원, 판매촉진비는 138억77만원으로 집계됐다. 이 세 항목을 합치면 506억2830만원으로 연구개발비의 18배를 넘고, 연결 매출의 절반 수준이다.
이 차이는 건강기능식품 가격이 ‘기능성 원료의 과학성’ 하나로만 정해지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홈쇼핑, 온라인 광고, 판촉, 수수료가 많이 붙는 구조에서는 소비자가 내는 가격에 유통 단계 비용이 크게 반영될 수 있다. 반대로 ODM·원료형 회사는 연구개발과 제조공정 투자가 더 큰 비중을 차지하더라도 최종 소비자가격은 거래처의 브랜드 전략과 유통채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같은 제품군이라도 어느 회사가 어떤 방식으로 팔고 있는지에 따라 가격 해석이 달라져야 한다는 뜻이다.
비싼 제품이 더 잘 듣는다는 보장은 없다
효과 판단도 가격과 분리해서 봐야 한다. 현행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은 질병 예방·치료 효능으로 오인될 우려가 있는 광고, 의약품으로 오인될 우려가 있는 광고, 건강기능식품이 아닌 제품을 건강기능식품처럼 보이게 하는 광고 등을 금지한다. 또 법 제10조와 시행규칙에 따라 건강기능식품 광고는 원칙적으로 자율심의기구의 사전 심의를 받아야 한다. 결국 소비자가 광고에서 접하는 문구는 법과 심의의 범위 안에서 제한되며, 가격이 높다고 해서 법적으로 인정된 기능성 범위를 넘어서는 효능을 주장할 수는 없다.
물론 연구개발이 가격과 무관하다는 뜻도 아니다. 개별인정형 원료를 확보하거나 새 제형을 개발하는 회사는 인체적용시험, 안정성 자료, 공정 개발에 비용이 들어간다. 실제로 콜마비앤에이치는 연구개발비로 100억원 넘게 썼고, 뉴트리도 연구개발비가 전년보다 늘었다. 다만 최종 제품 가격에서 연구개발비가 얼마나 반영되는지는 사업모델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고가 제품이라고 해서 연구개발 집약형이라고 단정할 수 없고, 반대로 연구개발 투자가 큰 회사라고 해서 소비자 가격이 반드시 높아지는 것도 아니다.
투자자나 소비자가 건기식 가격의 적정성을 보려면 최소한 세 가지를 따져야 한다. 첫째, 회사가 제조 중심인지 브랜드 유통 중심인지다. 둘째, 판매비와관리비 안에서 광고선전비·판매수수료·판매촉진비가 차지하는 몫이다. 셋째, 연구개발비가 원료·제형·임상 근거 축적에 실제로 연결되는지다. 건강기능식품 시장에서는 원료비보다 유통비가 가격을 더 크게 좌우하는 사례가 분명 존재하지만, 모든 회사가 그런 것은 아니다. 결국 가격의 적정성은 제품 설명서보다 공시의 비용 구조에서 더 선명하게 드러난다.
자료: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 등의 표시ㆍ광고에 관한 법률(시행 2026년);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제10조(시행 2026년); 콜마비앤에이치, 사업보고서(2026-03-17); 뉴트리, 사업보고서 및 감사보고서(2026-03-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