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진료 플랫폼, 같은 시장 다른 손익…법 시행 전까지는 ‘시범사업 규칙’이 더 직접적이다
국내 비대면진료 시장은 2026년 10월 23일 현재 이미 제도화가 끝난 영역으로 보기 어렵다. 의료법 개정으로 비대면진료와 중개업자 관리 조항이 새로 들어갔지만, 이 개정법의 시행일은 2026년 12월 24일이다. 지금 시장을 실제로 움직이는 기준은 여전히 보건복지부의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지침과 그동안의 보완방안이다.
이 점은 기업 비교에서 더 분명해진다. 같은 원격의료 또는 디지털헬스케어 범주로 묶이더라도, 소비자용 플랫폼을 앞세운 회사와 병·의원용 솔루션 중심 회사의 수익구조는 다르다. 케어랩스는 굿닥을 자회사로 둔 플랫폼 기업이지만 2025년 연결 기준 매출 816억9424만원, 영업손실 28억7694만원을 기록했다. 반면 유비케어는 병·의원 EMR인 ‘의사랑’을 중심으로 한 의료정보화 사업을 주력으로 내세우며 2024년 연결 기준 매출 1197억232만원, 영업이익 51억6263만원을 냈다. ‘비대면진료 관련주’라는 한 묶음만으로는 비용 구조와 이익 체력을 설명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새 법은 통과됐지만, 2026년 12월 24일까지는 시행 전
국가법령정보센터에 올라온 2025년 12월 23일 개정 의료법은 비대면진료를 별도 조문으로 두고, 원칙적으로 대면진료를 유지하되 일정 요건에서만 비대면진료를 허용하도록 설계했다. 의원급 원칙, 병원급 예외, 전자처방전 전달, 중개업자 신고와 인증, 통계 보고 의무, 개인정보 판매 금지 같은 내용도 이 개정안에 담겼다. 다만 부칙은 공포 후 1년 시행으로 정해져 있어 실제 적용 시점은 2026년 12월 24일이다.
따라서 현재 기업들이 당장 맞닥뜨리는 규제 부담은 새 법의 최종 형태보다 시범사업 운영기준에 더 가깝다. 보건복지부는 2024년 10월 20일 의사 집단행동에 따른 한시적 전면 허용을 중단하고, 비대면진료 비율 30% 제한과 의원급 원칙을 다시 우선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그보다 앞선 2023년 12월 보완방안에서는 6개월 이내 대면진료 이력이 있는 환자 기준, 휴일·야간 초진 허용, 취약지 범위 확대 등을 제시했다. 플랫폼 입장에서는 서비스 수요가 정책 완화 때 급증했다가 다시 제한을 받는 구조가 반복될 수 있다는 뜻이다.
중개 플랫폼 규제의 핵심은 ‘환자 유인 대가’와 데이터 활용 제한
이번 개정 의료법에서 가장 직접적인 플랫폼 규제는 중개업자 조항이다. 법은 비대면진료 중개업자가 의료인의 의료적 판단에 개입하거나, 의료서비스와 의약품 오남용을 조장하거나, 환자나 처방전 소개의 대가로 의료기관이나 약국으로부터 금전·편익을 받는 행위를 금지했다. 특정 의료기관이나 약국 선택을 유도하는 행위도 제한했고, 취득한 개인정보를 영리 목적으로 제3자에게 제공하거나 판매하는 것도 막았다.
이 조항이 시행되면 플랫폼 수익모델의 경계는 더 분명해질 가능성이 크다. 단순 시스템 사용료나 솔루션 공급 대금인지, 환자 송객에 연동된 사실상 중개수수료인지가 더 민감한 문제가 된다. 다만 2026년 10월 현재 이 조항은 아직 시행 전이어서, 당장 기업 실적에서 규제비용이 얼마인지 수치로 분리해 읽기는 어렵다. 현재 단계에서 확인 가능한 것은 플랫폼이 장래에 신고·인증·보고 체계까지 감수해야 한다는 점, 그리고 환자 유인성 정산은 제도화 뒤 더 좁아질 수 있다는 점 정도다.
케어랩스: 소비자 플랫폼을 보유했지만 손익은 아직 적자
케어랩스는 공식 홈페이지에서 굿닥을 병원 접수·예약 서비스를 바탕으로 의료 시장의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는 자회사로 소개한다. 회사 연혁에는 2020년 굿닥 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해 별도 회사를 설립한 사실도 남아 있다. 이는 굿닥이 단순 부가 서비스가 아니라 별도 사업단위로 관리돼 왔다는 뜻이다.
하지만 플랫폼 보유가 곧바로 이익으로 이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케어랩스의 재무정보에 따르면 연결 기준 매출은 2023년 818억2746만원, 2024년 831억8739만원, 2025년 816억9424만원으로 큰 폭의 외형 성장은 없었고, 영업손익은 같은 기간 각각 115억9882만원 적자, 44억6229만원 적자, 28억7694만원 적자였다. 적자 폭은 줄었지만 흑자 전환은 아직 확인되지 않는다.
이 수치는 비대면진료 플랫폼 성장이라는 표현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반례다. 예약·접수·의료정보 탐색 같은 소비자 접점이 늘어도, 의료인 확보비나 마케팅비, 서비스 운영비, 규제 대응비가 동시에 불어나면 플랫폼 확장이 곧 이익 확대로 연결되지 않을 수 있다. 특히 비대면진료처럼 제도 조건에 따라 이용량이 흔들리는 분야에서는 네트워크 효과만으로 수익성을 단정하기 어렵다.
유비케어: 비대면진료보다 EMR·병원 솔루션 쪽이 실적의 중심
유비케어의 공식 사업 소개는 방향이 다르다. 회사는 시장점유율 1위 병·의원 EMR인 ‘의사랑’을 중심으로 의료환경 전반을 정보화하는 병·의원 경영 통합 솔루션 기업이라고 설명한다. 비대면진료 자체를 전면에 내세우기보다, 병·의원 내부 업무와 진료정보 관리 인프라를 파는 사업 구조에 가깝다.
실적도 이런 구조를 반영한다. 유비케어 2024년 연결 감사보고서 검색 결과에 따르면 연결 기준 매출은 1197억232만원, 영업이익은 51억6263만원이다. 2023년 별도 감사보고서 검색 결과에서도 매출 1197억232만원, 영업이익 42억7670만원이 확인된다. 같은 디지털헬스케어 범주 안에 있어도, 환자 유입을 매개하는 플랫폼보다 병·의원에 직접 소프트웨어와 운영 체계를 공급하는 모델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 역시 중요한 반례다. 원격의료 관련 기업이라고 해서 모두 비슷한 규제와 같은 원가구조를 지는 것은 아니다. 유비케어처럼 병원용 시스템을 파는 회사는 중개수수료 규제의 직접 충격이 상대적으로 작을 수 있지만, 반대로 비대면진료 이용 급증의 수혜도 소비자 플랫폼만큼 즉각적이지 않을 수 있다.
투자 판단의 쟁점은 ‘비대면진료 성장’보다 정산 방식과 비용 귀속
결국 독립적으로 확인되는 쟁점은 세 가지다. 첫째, 2026년 10월 현재 비대면진료 시장은 아직 시범사업 규칙과 향후 시행될 법 사이의 과도기에 있다. 둘째, 같은 시장 참여자라도 소비자 플랫폼형과 병원 솔루션형은 매출 인식 방식과 비용 구조가 다르다. 셋째, 앞으로는 환자 소개 대가나 특정 의료기관 유도처럼 중개행위로 해석될 수 있는 정산 구조가 더 큰 규제 리스크가 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기업 공시를 볼 때는 ‘비대면진료’라는 문구 자체보다 실제 매출이 어디서 발생하는지, 마케팅비와 인건비가 어느 사업부에 귀속되는지, 의료기관과의 거래가 광고·솔루션 사용료인지 환자 유입 연동 대가인지부터 따져봐야 한다. 이번에 확인된 자료만으로는 각 회사의 개별 계약단가나 병·의원별 정산률까지 읽어내기 어렵다. 다만 적어도 현재 단계에서는 온라인 건강상담 플랫폼의 성장 서사보다, 법 시행 전후에 어떤 수익모델이 살아남을지 가르는 정산 구조의 차이가 더 중요해졌다고 볼 수 있다.
자료: 국가법령정보센터, 의료법 일부개정법률(법률 제21238호, 2025.12.23. 공포); 보건복지부,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17차 회의 개최(2025.10.19.); 보건복지부,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보완방안 시행(2023.12.1.); 케어랩스, 자회사 소개·연혁·재무정보(2026년 10월 확인); 유비케어, 사업 소개(의사랑) 및 2024년 연결 감사보고서·2023년 별도 감사보고서 검색 노출 자료(2026년 10월 확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