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다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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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전산 교체시장, 눈에 띄는 것은 구축이지만 돈이 남는 곳은 유지보수였다

경제

병원 전산시장은 새 시스템 구축 계약이 가장 크게 보이지만, 실제 기업 실적과 병원 운영 구조를 뜯어보면 수익의 중심은 구축 이후의 운영·유지보수에 더 가깝다. 병원정보시스템은 한 번 깔고 끝나는 설비가 아니라 진료·원무·간호·청구가 매일 돌아가야 하는 운영 인프라이기 때문이다. 특히 상급종합병원이나 대형 의료법인에서는 시스템 교체보다 장애 대응, 업그레이드, 데이터베이스 운영, 모바일 연동, 보안 보완 같은 후속 계약이 길고 촘촘하게 이어지는 구조가 확인된다.

이 점은 의료정보시스템 전문기업의 공시에서 가장 분명하게 드러난다. 이지케어텍이 2026년 2월 제출한 2025사업연도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4월부터 12월까지 누적 매출 528억1600만원 가운데 의료정보시스템 운영 및 유지보수 매출은 325억2300만원으로 61.6%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의료정보시스템 개발 및 판매는 170억5100만원, 비중은 32.3%였다. 전기인 2024사업연도에도 운영 및 유지보수 비중은 54.4%로 개발 및 판매 38.1%보다 높았다. 새 병원 프로젝트가 이어지는 시기에도 구축보다 유지보수 매출이 더 두껍게 잡힌 셈이다.


대형 구축사업이 있어도 매출 무게중심은 유지보수로 기운다


더 눈에 띄는 대목은 이지케어텍이 같은 보고서에서 굵직한 구축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 중이라고 밝힌 점이다. 차세대보훈병원 정보시스템 구축, 국립소방병원 통합의료정보시스템 구축,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차세대 의료정보시스템 구축이 주요 계약으로 올라와 있다. 2025년 12월 말 기준 관련 공사계약 잔액도 241억8988만원으로 적지 않다. 그런데도 같은 기간 손익계산서에서 운영 및 유지보수 매출이 개발 및 판매를 크게 앞섰다.

이는 병원 전산 교체시장에서 단발성 구축 수주와 별개로, 이미 깔린 시스템을 안정적으로 굴리는 계약이 실적의 바닥을 만든다는 뜻에 가깝다. 병원 입장에서도 전산 교체는 몇 년에 한 번 있는 사건이지만, 유지보수는 매일 필요한 운영비다. 구축이 헤드라인을 만들고 유지보수가 현금을 만든다는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원가 구조도 이 특성을 뒷받침한다. 이지케어텍은 같은 보고서에서 매출원가 중 인건비 비중이 61.5%, 외주용역비 비중이 26.2%라고 밝혔다. 둘을 합치면 87.8%다. 병원정보시스템 사업의 핵심이 서버 판매보다 사람을 붙여 운영하고 고치고 연결하는 데 있다는 뜻이다. 유지보수 계약을 확보한 업체가 병원 안쪽 업무 흐름과 시스템 구조를 계속 쥐게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병원 공개자료를 보면 ‘교체 이후’ 계약망이 더 길다


병원 쪽 자료를 봐도 상황은 비슷하다. 서울대학교병원이 공개한 개인정보 처리 재위탁 내역에는 이지케어텍을 통한 HIS 서비스 유지보수, 그룹웨어 및 메일 운영, 사용자장비 지원, HIS DB 운영, 모바일 앱 운영 및 유지보수 등이 정보기획팀 업무로 연결돼 있다. 서울대학교어린이병원 공개자료에는 이지케어텍의 종합의료정보시스템 종합관리 용역, 인피니트헬스케어의 PACS 시스템 운영·유지보수가 각각 위탁계약 종료 시까지 이어지는 것으로 적혀 있다.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자료는 더 직접적이다. CMC 정보시스템 통합 유지보수, 모바일 서비스 유지보수, 차세대 그룹웨어 통합시스템 유지보수, 의료 ISAC 관제 장비 유지보수, IT 서비스 운영 및 SLA 협약, CDW 시스템 운영 등이 다수 재위탁·위탁 형태로 공개돼 있는데, 여러 항목에 ‘매년 자동 연장’이 붙어 있다. 병원정보시스템 계약의 본질이 신규 구축보다 운영 연속성 확보에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런 구조에서는 시스템 교체가 곧바로 업체 교체를 뜻하지도 않는다. 병원 전산은 진료기록, 처방, 수납, 검사, 영상, 청구, 모바일 앱, 보안 체계가 얽혀 있어 한 부분을 바꾸면 연계 업무 전체를 다시 손봐야 한다. 그래서 구축사가 이후 유지보수까지 가져가는 경우가 많고, 반대로 유지보수 네트워크를 오래 붙들고 있는 업체가 다음 교체사업에서도 유리한 출발점을 갖게 된다.


공공 조달 기준도 유지보수를 ‘개발비의 연간 비율’로 본다


공공부문 소프트웨어 조달 기준 역시 유지보수를 부수 계약으로 보지 않는다. 국가법령정보센터에 등재된 소프트웨어사업 대가 기준은 연간 용역 유지보수 대가를 유지보수 계약 시점의 소프트웨어 개발비 산정가의 10%에서 15% 범위에서 산정하도록 제시한다. 병원정보시스템처럼 한 번 구축한 뒤 장기간 운영하는 사업에서는 이 비율이 해마다 누적되기 때문에, 초기 구축 매출보다 유지보수 계약의 장기 가치가 더 중요해질 수 있다.

물론 이 비율만으로 개별 병원 계약금액을 단정할 수는 없다. 실제 계약은 기능 추가, 보안 요구, 상용 소프트웨어 사용료, 클라우드 전환 여부, 24시간 장애 대응 범위에 따라 달라진다. 다만 제도 자체가 유지보수를 별도 비용 항목으로 꾸준히 인정하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모든 기업이 같은 구조는 아니다


다만 의료정보시스템 기업 전부를 같은 잣대로 볼 수는 없다. 비트컴퓨터의 2026년 1분기 보고서를 보면 의료정보사업은 ‘통합의료정보시스템 개발 및 IT장비판매’로 묶여 공시된다. 같은 보고서에서 의료정보사업 매출은 79억2175만원으로 잡히지만, 유지보수만 따로 떼어 공시하지는 않는다. 병원 전산사업이라 해도 어떤 회사는 운영형 매출이 두드러지고, 어떤 회사는 개발·장비 판매와 한데 묶인 구조를 갖고 있다는 뜻이다.

인피니트헬스케어도 마찬가지다. 2025년 1분기 보고서에서 회사는 주요 사업을 PACS 및 소프트웨어 제조판매와 유지보수로 함께 설명한다. 같은 기간 매출 구성은 용역 152억1125만원, 제품 45억772만원, 상품 46억7300만원으로 나뉘어 있다. 서비스 비중이 크지만, 의료정보시스템 시장 전체가 이지케어텍처럼 유지보수 중심이라고 일반화하기는 어렵다는 반례다.

결국 병원 전산 교체시장을 볼 때는 단순한 구축 수주 건수보다 그 뒤에 붙는 운영·유지보수 계약의 길이와 범위를 함께 봐야 한다. 기업 공시에서는 매출 항목이 어떻게 나뉘는지, 병원 공개자료에서는 유지보수와 운영 계약이 얼마나 반복되는지, 조달 기준에서는 유지보수 대가가 어떤 방식으로 산정되는지를 같이 확인해야 실제 사업 구조가 보인다. 병원 전산시장은 새로 깔리는 순간보다, 깔린 뒤 누가 얼마나 오래 책임지는지에서 기업별 차이가 더 크게 벌어지는 시장에 가깝다.

자료: 이지케어텍, 분기보고서(2025.04~2025.12, 2026.02.13 제출); 비트컴퓨터, 분기보고서(2026.03.31 기준, 2026.05.15 제출); 인피니트헬스케어, 분기보고서(2025.03.31 기준, 2025.05.14 제출); 서울대학교병원, 개인정보 처리 재위탁(2026.10.23 열람); 서울대학교어린이병원, 개인정보 처리 위탁(2026.10.23 열람);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개인정보처리방침(2026.10.23 열람);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소프트웨어사업 대가의 기준(열람 2026.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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