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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연장 논의, 기업 인건비와 청년채용의 실제 쟁점은…공시가 보여주는 것과 안 보이는 것

경제

정년연장이나 계속고용을 둘러싼 논의는 대개 세 문장을 한꺼번에 묶는다. 고령 근로자를 더 오래 쓰면 기업 인건비가 늘고, 이를 줄이기 위해 임금피크제가 필요하며, 그 결과 청년 채용이 줄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2026년 10월 23일 기준으로 확인되는 법령, 공식 통계, 기업 공개자료를 대조하면 이 세 문제는 같은 축에서 자동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법은 이미 정년 60세 이상을 의무화하고 있지만, 기업별 대응은 정년 후 계속근무, 임금체계 조정, 퇴직 전 전직지원, 내부 인력 재배치 등으로 갈라져 있고, 청년채용에 미치는 영향도 공개자료만으로는 일률적으로 입증되지 않는다.

핵심은 기업의 추가 인건비가 얼마인지, 그 비용이 어떤 방식으로 흡수되는지, 신규채용이 실제로 대체되는지가 회사마다 다르다는 점이다. 현재 공시와 지속가능경영보고서만으로는 이 차이를 일부만 확인할 수 있다. 투자자나 구직자가 체감하는 쟁점은 크지만, 정작 기업이 공개하는 숫자는 평균급여나 전체 직원 수 수준에 머무는 경우가 많아 정년연장 비용과 청년채용 효과를 직접 연결하기는 쉽지 않다.


법은 60세 정년을 요구하지만, 이후 고용 방식은 하나가 아니다


현행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은 사업주가 근로자의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다만 이 규정이 곧바로 60세 이후 계속고용 의무까지 같은 방식으로 정한 것은 아니다. 실제 현장에서는 정년 연장, 정년 폐지, 정년 후 재고용이 서로 다른 제도로 운영된다.

고용노동부의 2026년 고령자 계속고용장려금 안내와 관련 규정을 보면 정부도 이 차이를 전제로 제도를 설계하고 있다. 계속고용제도는 정년을 연장하거나 없애는 방식만이 아니라, 정년은 유지하되 정년에 도달한 근로자를 계속 고용하거나 재고용하는 방식까지 포함한다. 또 지원요건에는 기존 정년제 운영, 일정 기간 이상 근속, 계속고용 전후의 고용조정 제한 같은 조건이 붙는다. 계속고용이 청년이나 기존 인력 감축의 우회수단이 되지 않도록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둔 구조다.

이 지점에서 첫 번째 오해가 갈린다. 정년 논의는 한 제도를 밀어붙이는 문제가 아니라, 어떤 직무에서 누구를 어떤 조건으로 더 오래 일하게 할 것인지의 문제다. 생산직 중심 사업장, 연구개발 중심 사업장, 사무직 중심 사업장은 숙련의 가치와 인건비 구조가 다르기 때문에 같은 연령정책을 적용해도 비용 부담과 채용 효과가 같을 수 없다.


통계가 보여주는 현실…고령층은 더 오래 일하길 원하지만, 주된 일자리 퇴장은 더 이르다


통계청의 2025년 5월 경제활동인구조사 고령층 부가조사 결과는 제도 논의의 배경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55~79세 고령층 인구는 1644만7000명, 이 가운데 취업자는 978만명, 고용률은 59.5%였다. 장래에도 일하기를 원하는 사람의 비율은 69.4%였고, 희망 근로 연령은 평균 73.4세였다.

반면 같은 조사에서 취업 경험자가 가장 오래 근무한 일자리를 그만둘 당시 평균 연령은 52.9세로 나타났다. 지금도 가장 오래 근무한 일자리에서 계속 일하는 사람의 비율은 30.1%였고, 이들의 현재 평균 연령은 62.6세였다. 오래 일하고 싶다는 희망과 실제 주된 일자리에서 밀려나는 시점 사이에 큰 간극이 있다는 뜻이다.

통계청의 2025 고령자 통계도 구조 변화를 확인시킨다. 2025년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전체 인구의 20.3%로 집계됐고, 2036년에는 30%를 넘길 것으로 전망됐다. 기업 입장에서는 숙련 인력을 더 오래 활용할 제도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환경이 이미 시작된 셈이다. 그러나 같은 사실은 반대로 연공형 임금체계를 유지한 채 근속만 길어질 경우 인건비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임금피크제는 자동 해법이 아니다…대법원은 ‘합리적 이유’와 대가조치를 함께 본다


기업이 정년연장 비용을 흡수하는 대표적 방식으로 거론되는 임금피크제도 법적으로는 단순하지 않다. 대법원은 2022년 5월 정년을 유지한 채 일정 연령 이상 근로자의 임금을 깎는 형태의 임금피크제가 언제나 유효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도입 목적의 타당성, 근로자가 입는 불이익의 정도, 임금 삭감에 상응하는 조치의 존재와 적정성, 감액 재원이 본래 목적에 실제로 사용됐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했다.

이 판결은 기업 재무와 인사전략에 두 가지 의미를 남겼다. 첫째, 정년을 늘리거나 계속고용을 도입하더라도 임금체계 조정이 자동 승인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둘째, 임금피크제로 절감한 재원이 청년채용이나 직무전환, 교육훈련 같은 목적에 실제로 연결되지 않으면 제도 정당성이 약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즉 기업에는 인건비 절감 수단만이 아니라 소송과 노사갈등 리스크도 함께 생긴다. 투자자 관점에서 보면 정년연장 자체보다 더 중요한 변수는 임금체계가 직무·성과형으로 얼마나 바뀌어 있는지, 고령인력 활용이 생산성 재배치와 연결되는지, 관련 제도가 노사합의와 사후 검증을 견딜 수 있는지다.


기업별 공개사례는 이미 갈린다…계속근무 트랙도 있고, 퇴직 전 전환지원 중심도 있다


기업 공개자료를 보면 같은 대기업이라도 대응은 다르다. 삼성전자는 2023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서 2022년에 우수한 직원이 정년 이후에도 계속 근무할 수 있도록 하는 ‘삼성형 시니어 트랙’을 신설했다고 밝혔다. 동시에 해당 보고서는 기술·노하우 전수를 위한 내부 인력 운영과 직무전환 제도를 병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3년간 3223명이 잡 포스팅을 통해 희망 직무로 이동했고, 2022년 경력개발센터를 통한 재취업 지원은 8246건, 실제 재취업은 7286건으로 집계됐다.

이 사례는 고령 인력을 남기는 방식이 단순한 고용 유지가 아니라 기술 이전과 직무 재배치와 결합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같은 보고서에는 2022년 전체 퇴직률 12.9%, 국내 신규채용 여성비율 27.9%도 함께 제시돼 있다. 다만 공개된 항목만으로는 시니어 트랙 운영이 신규채용 규모를 줄였는지, 또는 숙련 유지 효과가 더 컸는지까지는 판단할 수 없다.

현대자동차의 공개자료는 다른 방향을 보여준다. 2025년 지속가능성 보고서에는 정년퇴직 전후를 겨냥한 미래설계 프로그램이 비교적 상세히 제시돼 있다. 만 58세, 59세, 60세 직원과 관리자급을 대상으로 재취업, 귀농귀촌, 창업, 재무관리, 전직 준비를 지원하는 교육·컨설팅을 운영했고, 과정별 수료 인원도 공개했다. 그러나 이 자료는 정년 이후 계속근무 자체보다 퇴직 전환 지원의 성격이 강하다.

같은 고령화 대응이라도 한 기업은 정년 이후 숙련 유지 트랙을 만들고, 다른 기업은 퇴직 이후 이행 지원에 무게를 둔 셈이다. 이 차이는 업종 특성, 공정의 숙련 축적 정도, 노사관계, 인력구성에 따라 비용과 효과가 다르게 계산된 결과로 볼 수 있다.


청년채용을 줄였는지 묻는다면, 공시만으로는 아직 답이 부족하다


정년연장 논쟁에서 가장 자주 등장하는 문장은 ‘고령자 고용이 늘면 청년채용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를 기업 단위로 검증하려면 적어도 연령대별 인건비, 직군별 인원 변동, 자연감소 인원, 신규채용 규모, 외주화 여부, 생산성 지표가 함께 필요하다. 현재 사업보고서와 지속가능경영보고서로는 이 전부를 일관되게 확인하기 어렵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의 사업보고서 안내에 따르면 기업은 사업보고서에 임원 및 직원에 관한 사항을 기재해야 한다. 실제로 투자자는 직원 수, 평균급여, 보수 상위자, 일부 보상체계는 확인할 수 있다. 다만 정년연장이나 계속고용에 따라 추가로 발생한 인건비가 얼마인지, 그 비용이 신규채용 축소 때문인지, 자동화 투자 확대 때문인지, 또는 다른 비용 절감과 맞바꾼 것인지는 별도 주석이 없으면 읽어내기 어렵다.

이 때문에 청년채용 위축을 단정하는 주장도, 반대로 전혀 영향이 없다고 말하는 주장도 현재 공개자료만으로는 과도하다. 설비자동화가 빠른 업종과 사람의 숙련이 생산성에 직접 연결되는 업종은 같은 계속고용 제도를 도입해도 신규채용 조정 방식이 다를 가능성이 크다. 정년연장 효과를 따질 때는 경제 전체 평균보다 개별 기업의 사업 구조와 직무별 인력 수요를 먼저 봐야 하는 이유다.


투자자가 봐야 할 위험은 ‘정년연장’ 자체보다 인력 구조 전환의 설계다


기업 재무 측면에서 진짜 변수는 정년연장 그 자체보다 세 가지다. 첫째, 연공급 비중이 높은지 여부다. 고연차일수록 임금이 가파르게 오르는 구조라면 정년이 길어질수록 고정비 부담이 커질 수 있다. 둘째, 숙련 인력을 남기는 대신 어떤 직무를 줄이고 어떤 직무를 새로 채우는지다. 셋째, 임금체계 개편과 계속고용 제도가 법적·노사관계 리스크를 감당할 수 있는 형태인지다.

반대로 숙련 손실 비용이 큰 산업에서는 조기 퇴직이 더 비쌀 수도 있다. 숙련 기술자나 공정 운영 인력이 빠져나간 뒤 외부 채용과 재교육 비용이 커지면, 정년 후 제한적 재고용이 오히려 비용 통제 수단이 될 수 있다. 삼성전자처럼 기술 전수와 내부 이동을 결합하는 모델이 등장하는 배경도 여기에 가깝다.

결국 계속고용, 임금피크제, 신규채용은 하나의 정답으로 연결되는 패키지가 아니다. 공식 자료로 확인되는 사실은 기업마다 해법이 다르고, 공개된 숫자만으로 청년 일자리 감소를 일반화할 근거는 아직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다. 앞으로 정년연장 논의가 본격화될수록 필요한 것은 찬반 구호보다 업종별 공시의 세분화와 연령·직무별 인력 구조의 투명한 공개다.

자료: 국가법령정보센터,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2022.6.10 시행); 국가법령정보센터, 고령자 고용안정지원금 지급 규정(2026년 확인본); 고용노동부, 2026년 고령자 계속고용장려금 가이드북 게시(2026.2.25); 통계청, 2025년 5월 경제활동인구조사 고령층 부가조사 결과(2025); 통계청, 2025 고령자 통계(2025); 대법원, 2017다292343 판결 및 판례속보(2022.5.26); 삼성전자, 삼성전자 지속가능경영보고서 2023; 현대자동차, 2025 현대자동차 지속가능성 보고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기업공시 길라잡이 사업보고서 안내(2026년 확인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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