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비타민 원료도 가격이 다른 이유…공시로 본 건기식 제조사와 판매사의 비용 구조
건강기능식품 가격이 비싼지, 같은 비타민 원료를 썼는데 왜 가격 차이가 큰지 따지려면 원료값만 봐서는 부족하다. 2025사업연도 공시를 대조해보면 건강기능식품 상장사 사이에서도 비용이 쌓이는 위치가 크게 갈린다. 제조를 맡는 ODM·OEM 기업은 매출 대비 광고비 비중이 낮은 편이지만, 브랜드를 앞세워 직접 파는 유통·판매 기업은 광고선전비와 판매수수료가 손익의 중심에 올라온다.
이 차이는 법 체계에도 반영돼 있다. 건강기능식품 관련 법령은 제조업과 판매업을 구분하고, 시행령은 전문제조업자에게 의뢰해 자신의 상표로 유통·판매하는 영업을 별도 범주로 둔다. 소비자가 보는 최종 판매가는 제조원가만이 아니라 누가 기획하고, 누가 생산하고, 누가 광고하고, 어떤 채널에서 파는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뜻이다.
제조 중심 기업의 공시, 광고비보다 생산·영업 효율이 먼저 보인다
콜마비앤에이치 사업보고서를 보면 회사는 천연물 소재를 사업화해 건강기능식품과 화장품을 ODM·OEM 방식으로 생산·판매한다고 밝혔다. 2025년 연결 매출은 5748억8500만원이었고, 이 가운데 건강기능식품이 3166억500만원으로 55.1%, 화장품이 2395억6200만원으로 41.7%를 차지했다. 같은 보고서의 판매비와관리비 주석에서 광고선전비는 15억4106만원, 판매비와관리비 합계는 563억9447만원으로 나타났다.
단순 계산하면 콜마비앤에이치의 광고선전비는 연결 매출의 약 0.27%, 판매비와관리비는 약 9.8% 수준이다. 건강기능식품만 따로 떼어 광고비를 배분한 수치는 아니어서 제품별 원가를 직접 말해주지는 않지만, 적어도 회사 전체 손익 구조상 대규모 소비자 광고가 핵심 비용인 사업 모델은 아니라는 점은 확인된다. 제조를 맡는 기업일수록 원료조달, 생산수율, 가동률, 거래처 구성 같은 요소가 더 큰 변수라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노바렉스도 비슷한 축에 있다. 노바렉스는 분기보고서에서 상품 기획부터 개발, 생산, 품질관리, 출하까지 전 과정을 제공하는 ODM 방식과 고객사 요구에 따라 생산·납품하는 OEM 방식을 구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25년 연결 매출은 4042억5979만원, 판매비와관리비는 270억4428만원으로 공시됐다. 매출 대비 비중은 약 6.7%다.
노바렉스 공시만으로는 이번 열람 범위에서 광고선전비 세부 항목을 별도로 확인하지 못했다. 다만 총판매관리비 비중 자체는 콜마비앤에이치보다도 낮다. 같은 ODM·OEM 계열 안에서도 거래 구조와 제품 포트폴리오, 해외 비중, 자회사 포함 범위에 따라 비용률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은 남는다.
반례는 판매사에서 나온다…광고선전비와 판매수수료가 원료값보다 더 크다
가격 차이를 가장 분명하게 보여주는 반례는 제조사가 아니라 판매사 쪽에서 나온다. 에이치피오 재무제표는 건강기능식품 판매업을 중심에 둔 구조를 보여준다. 회사는 사업 현황에서 건강기능식품 판매업이 일정 시설 요건을 갖추고 신고를 통해 가능한 업종이라고 설명했고, 세부 사업 구분도 건강기능식품과 주니어라이프의 유통·판매, 즉 B2C로 제시했다.
에이치피오 별도 재무제표 기준 2025년 매출은 1105억2243만원, 판매비와관리비는 601억1954만원이었다. 같은 주석에서 광고선전비는 204억2292만원, 판매촉진비는 14억8586만원, 방송·판매수수료는 338억6254만원으로 집계됐다. 광고선전비만 매출의 약 18.5%, 방송·판매수수료는 약 30.6%에 이른다. 여기에 판매촉진비까지 더하면 원료 자체보다 소비자 접점 확보 비용이 손익에서 훨씬 큰 자리를 차지한다는 그림이 나온다.
이 회사의 비용 성격별 분류에는 외주가공비 439억9360만원도 잡혀 있다. 즉 제조를 모두 직접 안고 가는 구조가 아니라, 외부 생산과 브랜드·유통·마케팅을 결합한 판매사 모델로 읽힌다. 소비자가 약국, 온라인몰, 홈쇼핑, 자사몰에서 접하는 제품 가격에는 원료비 외에도 광고 집행, 방송 수수료, 채널 마진, 반품·프로모션 비용이 함께 얹힌다는 점을 공시가 보여주는 셈이다.
같은 원료라고 같은 가격이 아닌 이유
이런 공시를 종합하면 ‘같은 비타민 원료를 썼는데 왜 비싸냐’는 질문에 대한 1차 답은 비교 단위가 다르다는 것이다. 원료가 같아도 함량, 배합, 제형, 포장 단위, 생산 규모, 판로, 반품 조건, 브랜드 투자 수준이 다르면 가격은 달라질 수 있다. 특히 제조사 공장 출고가격과 최종 소비자가격 사이에는 유통전문판매업자와 유통채널의 비용이 별도로 붙는다.
또 하나는 기업 단위 공시와 제품 단위 원가의 간격이다. 콜마비앤에이치처럼 건강기능식품 외에 화장품 비중이 큰 기업은 회사 전체 판매관리비율이 곧 특정 영양제 한 병의 마진 구조를 뜻하지 않는다. 노바렉스 역시 연결 기준 수치에는 자회사 범위와 사업 믹스가 함께 반영된다. 에이치피오는 별도 기준에서 판매비 성격이 뚜렷하지만, 이 역시 모든 제품에 동일한 광고 강도가 적용된다는 뜻은 아니다.
결국 공시만으로 개별 제품의 ‘적정 가격’을 단정할 수는 없다. 그 판단에는 제품별 원료명과 실제 함량, 섭취량, 인체적용 근거 수준, 유통채널 수수료, 할인 빈도, 반품률 같은 추가 자료가 필요하다. 다만 2025년 공시가 분명히 보여주는 것은 건기식 가격을 설명하는 핵심 변수가 원료값 하나가 아니라는 점이다. 제조사 중심 기업과 브랜드 판매사 사이에서는 광고선전비와 판매수수료의 무게가 아예 다른 수준으로 나타난다.
자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콜마비앤에이치 사업보고서(2026-03-17);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노바렉스 사업보고서(2026-03-19);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에이치피오 재무제표(2026-03-16 공시); 국가법령정보센터,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 및 같은 법 시행령(2026-10-23 기준); 식품의약품안전처, 2024년 식품 등의 생산실적 통계(20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