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숙련인력 이직은 여전히 제한적…중소 제조업 채용난·인건비에 미치는 영향은
외국인 인력 문호가 넓어지고 있어도 중소 제조업의 채용난과 인건비 부담이 곧바로 풀린다고 보기는 어렵다. 2026년 고용허가제(E-9) 도입 쿼터는 8만명으로 정해졌고 이 가운데 제조업 몫만 5만명이다. 비수도권 제조업체의 추가 고용 한도도 높아졌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체류자격별 이직 규정과 사업장 변경 제한, 사업주가 부담해야 하는 보험·행정비용이 함께 작동한다. 숫자만 늘린다고 자유로운 노동이동이 생기는 구조는 아니라는 뜻이다.
핵심은 외국인 근로자를 하나의 집단으로 묶어 보면 규정이 달라진다는 점이다. 비전문취업(E-9)은 원칙적으로 처음 허가된 사업장에서 일하는 제도이고, 숙련기능인력(E-7-4)은 장기체류로 가는 통로지만 추천 기업과의 계속 근무 요건이 강하다. 같은 제조업 현장이라도 어떤 비자로 들어왔는지에 따라 이직 가능성, 기업의 채용 안정성, 임금협상 여지가 달라진다.
E-9은 확대됐지만, 사업장 변경은 여전히 예외 규정 중심
현행 외국인고용법상 E-9 외국인 근로자는 일정한 사유가 있을 때만 다른 사업장으로 옮길 수 있다. 사용자의 정당한 계약해지, 휴업·폐업, 고용허가 취소, 임금체불이나 폭행 같은 부당처우, 상해 등 법령과 고시에 정한 경우가 대표적이다. 사업장 변경을 신청한 뒤 3개월 안에 근무처 변경허가를 받지 못하거나, 계약 종료 뒤 1개월 안에 변경 신청을 하지 않으면 출국 대상이 된다.
횟수 제한도 남아 있다. 초기 취업활동 기간에는 원칙적으로 3회, 연장된 기간에는 2회를 넘길 수 없다. 다만 휴업·폐업이나 부당처우처럼 근로자 책임이 아닌 사유로 바뀐 경우는 이 횟수에 산입되지 않는다. 정부가 외국인력 도입 규모를 늘려도 기업이 체감하는 것은 ‘언제든 자유롭게 옮길 수 있는 노동시장’이 아니라, 제한된 이동을 전제로 한 공급 확대에 가깝다.
이 구조는 기업마다 다르게 작동한다. 숙소와 작업환경, 임금체불 여부, 지역 접근성이 상대적으로 나은 사업장은 제한된 이동 규정 아래서도 인력을 붙잡기 쉽다. 반대로 같은 제조업 안에서도 근로조건이 열악한 사업장은 제도상 이직 제한이 있어도 예외 사유가 발생하는 순간 인력 유출 위험이 커진다. 이 때문에 ‘이직 제한’은 모든 사업주에게 동일한 보호막이 되지 않는다.
숙련기능인력은 장기체류 통로지만, 추천 기업 의존도가 높다
숙련기능인력(E-7-4)은 중소 제조업이 가장 주목하는 체류자격 가운데 하나다. 법무부는 2023년 9월 ‘K-point E74’ 확대 방안을 시행하면서 연간 선발 규모를 크게 늘리고, 일정 점수요건을 충족한 외국인이 현재 근무 중인 기업의 추천을 받아 비자를 전환할 수 있게 했다. 대신 비자 전환 뒤에는 최소 2년 이상 해당 기업에서 계속 근무하도록 설계했다.
이 제도는 기업 입장에서는 숙련 인력의 장기 확보 수단이지만, 근로자 입장에서는 추천 기업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는 장치이기도 하다. 실제로 법무부는 2026년 6월 제도 개선에서 휴·폐업이나 임금체불, 폭행 같은 불가피한 사유로 직장을 옮긴 경우 이전 사업장의 근무기간까지 인정하는 특례를 새로 뒀다. 그만큼 종전 제도에서는 불가피한 이직이 발생해도 근속이 끊겨 비자 전환이나 연장에 불이익이 생길 수 있었다는 뜻이다.
따라서 ‘숙련 외국인력 개방을 넓히면 인구소멸과 지방 제조업 인력난이 풀린다’는 기대는 절반만 맞다. 장기 정주 통로는 넓어졌지만, 실제 이동의 자유는 여전히 기업 추천과 근속 요건에 묶여 있다. 안정적으로 오래 일할 수 있는 통로가 열린 것과, 더 나은 조건을 찾아 자유롭게 이동하는 시장이 형성된 것은 다른 문제다.
중소 제조업의 비용은 임금만이 아니다
외국인 채용이 내국인보다 무조건 싸다고 보기도 어렵다. 제조업 사업장이 고용허가제를 활용하려면 원칙적으로 상시근로자 300인 미만 또는 자본금 80억원 이하 요건을 충족해야 하고, 일부 예외 업종과 기업은 별도 증빙이 필요하다. 여기에 내국인 구인노력, 최근 고용조정 여부, 임금체불 여부, 고용보험·산재보험 가입 여부 같은 조건을 통과해야 한다.
채용 이후에도 사업주 부담은 이어진다. 사용자는 외국인 근로자에 대해 출국만기보험과 보증보험에 가입해야 하고, 출국만기보험은 월 통상임금의 8.3%를 매월 적립해야 한다. 임금채권보장법이 적용되지 않거나 상시 300인 미만 사업장에서는 임금체불에 대비한 보증보험도 별도로 가입해야 한다. 채용비용을 계산할 때 월급만이 아니라 보험료, 숙소 운영비, 통역·행정 대응 비용까지 같이 봐야 하는 이유다.
이 때문에 외국인력 확대가 중소 제조업의 인건비를 일률적으로 낮춘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고정비 성격의 의무비용은 남고, 숙련도가 올라 장기체류 비자로 전환될수록 임금도 함께 오를 가능성이 있다. 특히 비수도권 뿌리업종처럼 내국인 채용이 어려운 사업장에서는 외국인력 도입이 비용 절감 수단이라기보다 생산 차질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공급망 관리에 가깝다.
채용난은 완화돼도, 임금 격차 자체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공식 통계도 중소 사업장의 구인난이 더 크다는 점을 보여준다. 고용노동부의 2024년 하반기 직종별사업체노동력조사에서 종사자 1인 이상 전체 사업체의 부족인원은 52만2000명이었고, 사업체들은 인력부족 해소 방안으로 ‘채용비용 증액 또는 구인방법 다양화’를 가장 많이 꼽았다. ‘임금 인상 등 근로조건 개선’ 응답은 그보다 낮았다. 인력난 대응이 곧바로 임금 인상으로 연결되지 않는 구조가 확인된 셈이다.
같은 조사 체계에서 300인 미만 사업체의 인력부족률은 2024년 하반기 3.0%로 300인 이상 1.6%보다 높았다. 반면 고용노동통계조사 누리집에 제시된 2024년 시간당 임금 수준을 보면 300인 미만 정규직은 300인 이상 정규직의 57.7% 수준에 그쳤다. 외국인력 확대는 사람을 구하기 어려운 공백을 메우는 데는 도움을 줄 수 있지만, 기업 규모에 따른 임금 격차 자체를 해소한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결국 중소 제조업에서 외국인 숙련인력 개방의 효과는 두 갈래로 나뉜다. 생산직 채용난을 완화하고 가동률 하락을 막는 데는 분명한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직 제한과 기업 추천 요건이 강한 제도 아래서는, 그것이 곧바로 경쟁적인 노동시장 형성이나 구조적 임금 개선으로 이어진다고 보기 어렵다.
정리하면, 지금의 제도 변화는 ‘외국인력을 더 자유롭게 쓰게 하는 개방’이라기보다 ‘사업장에 묶인 상태의 공급을 넓히는 완화’에 가깝다. 중소 제조업이 체감하는 이익은 채용 공백 축소와 인력 유지 안정성 쪽에 더 크고, 인건비 절감 효과는 업종·지역·근로조건에 따라 크게 갈린다. 외국인 개방 수준을 더 넓힐지의 논의도 총량보다 체류자격별 이동권, 사업주 비용 구조, 지방 제조업의 실제 근로조건을 함께 봐야 결론이 선다.
자료: 국가법령정보센터,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 제25조 및 관련 시행령·고시(현행); 고용노동부, 2026년 외국인력(E-9) 도입·운용 계획안 보도자료(2025.12.22); 고용노동부, 2024년 하반기 직종별사업체노동력조사 결과 발표(2024.12.30); 법무부, 숙련기능인력 3만5천 명 혁신적 확대 방안 보도자료(2023.09.25); 법무부, 숙련기능인력(E-7-4) 제도 개선 보도자료(2026.06.01); 고용노동부 고객상담센터, 고용허가서 발급 허용업종 안내(열람기준 2026.10.23); 한국산업인력공단 EPS, 고용허가제 4대 보험 안내(열람기준 2026.10.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