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험 자원개발 손실은 누가 떠안나…민간은 손상차손, 공기업은 재무부담, 세금은 보증·정책에 따라 갈린다
고위험 자원 탐사에서 손실은 원칙적으로 먼저 투자자가 부담한다. 탐사비는 발견 이전 단계에서 현금으로 먼저 나가고, 시추가 실패하거나 상업성이 낮으면 해당 비용은 회계상 비용이나 손상차손으로 돌아온다. 다만 사업 주체가 공기업이거나 정부 보증, 특별회계 지원, 정책금융이 붙는 순간 손실의 일부는 공공부문 재무부담으로 옮겨갈 수 있다. 시민이 묻는 “수익이 크다면 왜 세금 대신 민간이 전부 투자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도 여기에 있다. 수익 가능성만 큰 것이 아니라 실패 확률과 회수기간도 함께 크기 때문에, 실제 현장에서는 단독 베팅보다 지분 분산과 공공·민간 혼합 구조가 더 흔하다.
2026년 10월 22일 현재 확인되는 공식 자료를 보면, 동해 심해 ‘대왕고래’처럼 아직 상업성이 확정되지 않은 사업은 기대수익보다 먼저 손실 부담 구조를 따져야 한다. 한국석유공사는 2025년 2월 1차 시추 결과와 관련해 가스 징후가 일부 확인됐지만 규모가 유의미하지 않았고 경제성을 확보할 수준은 아니었다고 밝혔다. 즉 발견 가능성이 있다는 것과 바로 수익사업이 된다는 것은 전혀 다른 단계다.
대왕고래에서 바로 ‘국민 투자수익’이 성립하지 않는 이유
국내 대륙붕 자원은 일반 스타트업 투자처럼 아무 민간기업이나 먼저 사들여 수익을 나누는 구조가 아니다. 해저광물자원 개발법은 국가 소유 해저광구에서 탐사·채취 권리가 설정되는 구조를 두고 있고, 산업통상부 장관이 기본계획과 권리 설정을 관리한다. 다시 말해 첫 단계는 민간의 자유 경쟁형 투자상품이 아니라 국가가 권리를 배분하고 사업자를 정하는 공적 자원관리 체계다.
이 때문에 탐사 초기에는 ‘누가 수익을 가져가나’보다 ‘누가 실패 비용을 먼저 대느냐’가 더 현실적인 질문이 된다. 첫 시추에서 경제성이 확인되지 않으면 사업은 중단되거나 추가 평가로 넘어가고, 이때 지출된 물리탐사비·시추비·용역비는 그대로 남는다. 정부나 공기업이 단독으로 밀어붙이면 그 부담은 공기업 재무제표와 공공부문 재원으로 남고, 민간 컨소시엄으로 나누면 각 참여사가 지분만큼 부담한다.
결국 “하이리턴이면 세금 빼고 민간이 다 하면 되지 않느냐”는 말은 일부만 맞다. 상업성이 입증된 개발 단계라면 민간 자금 유치가 쉬워지지만, 탐사 단계는 성공 확률이 낮고 실패 시 담보가 남지 않는 경우가 많아 순수 민간자본만으로는 조달이 쉽지 않다. 그래서 국가가 광권을 관리하고, 공기업이나 정책금융이 마중물 역할을 하거나, 복수 기업이 지분을 쪼개 리스크를 분산하는 구조가 반복된다.
민간 상장사는 어떻게 손실을 떠안나
민간기업 사례를 보면 손실 부담은 주주와 채권자, 그리고 기업의 미래 투자여력으로 귀결된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의 미얀마 가스전은 국내 기업이 자원개발에서 성공한 대표 사례로 꼽히지만, 이 역시 한 회사의 단독 승부가 아니었다. 회사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이 사업은 생산물분배계약에 기반한 컨소시엄 구조이며, 포스코인터내셔널이 운영권자 51%, 인도 OVL 17%, 미얀마 국영기업 MOGE 15%, 한국가스공사와 인도 GAIL이 각각 8.5%를 보유한다. 2000년 계약 후 2004~2006년 발견을 거쳐 2013년 첫 생산까지 약 13년이 걸렸다.
성공 사례인 이 사업도 초기에는 장기간 자금이 묶였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의 IR 자료를 보면 1단계 총투자비는 24억달러, 이 가운데 포스코인터내셔널 몫은 12억달러였고 별도로 탐사비 3억달러가 들었다. 이 구조는 자원개발의 본질을 잘 보여준다. 수익이 크게 날 수 있어도, 발견 전까지는 장기간 선투자가 필요하고, 실패하면 탐사비가 먼저 손실로 확정된다.
반대로 아직 성과가 확정되지 않은 자원자산은 상장사 재무제표에 손상 위험으로 남는다. LX인터내셔널의 2025년 연결감사보고서에서 감사인은 해외자원개발자산 4646억4200만원을 포함한 무형자산 손상 검토를 핵심감사사항으로 제시했다. 미래현금흐름, 할인율, 성장률 같은 가정이 바뀌면 장부가치가 흔들릴 수 있다는 뜻이다. 같은 보고서에는 당기 무형자산 손상차손 421억5800만원이 반영돼 있다. 자원개발이 기업가치에 미치는 충격이 매출보다 먼저 손상차손과 투자 축소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경우 손실은 국민 세금이 아니라 해당 기업 주주가 먼저 맞는다. 다만 손상이 커지면 배당 여력과 신규 투자 여력이 줄고, 차입 부담이 커지며, 결국 주가와 자본조달 비용으로 이어진다. 민간이 전적으로 감당하는 구조일수록 수익은 사유화되지만 실패 비용도 사적으로 귀속된다는 점이 분명하다.
공기업이 들어오면 손실은 어디까지 공공부문으로 번지나
공기업이 참여하는 순간 구조는 달라진다. 한국가스공사는 법률에 따라 설립된 시장형 공기업으로, 해외 자원개발 손상평가를 매 회계연도 실시한다고 공시와 공식 실적자료에서 밝히고 있다. 가스공사는 2025년 연간 실적 설명에서 국제유가, 금리, 투자 대상국 신용도처럼 통제할 수 없는 변수에 따라 손상 규모가 결정된다고 설명했다.
실제 사례도 있다. 가스공사는 2023회계연도 실적 설명에서 모잠비크 Area4 사업과 이라크 주바이르 사업의 손상평가 할인율 상승 영향 등으로 해외사업에서 4344억원의 손상을 인식했다고 밝혔다. 이는 탐사·개발 리스크가 현금유출만이 아니라 회계상 손상으로도 공기업 실적에 반영된다는 뜻이다. 반대로 2024년과 2025년에는 일부 해외사업 개선과 회수액 증가가 재무부담을 줄이는 데 기여했다는 설명도 내놨다. 자원개발이 ‘무조건 적자 사업’도 아니고 ‘무조건 대박 사업’도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렇다고 공기업 손실이 곧바로 세금 직접 투입으로 등치되는 것은 아니다. 우선 손실은 공기업의 손익과 부채비율, 차입 여건에 반영된다. 그러나 공기업이 국가 정책사업을 수행하면서 특별회계 지원, 출자, 보증, 요금정책 조정까지 연결되면 그 부담은 간접적으로 재정과 국민경제로 번질 수 있다. 에너지 및 자원사업 특별회계법 시행령이 석유개발사업과 한국석유공사가 수행하는 사업을 특별회계 대상 범주에 포함한 것도 이런 연결고리를 제도적으로 보여준다.
성공확률이 낮을수록 지분구조가 중요해진다
탐사 리스크를 줄이는 가장 현실적인 장치는 지분구조다. 여러 기업이 컨소시엄으로 들어오면 한 번의 실패가 특정 회사 재무제표를 무너뜨리는 충격을 줄일 수 있다. 포스코인터내셔널 미얀마 가스전처럼 운영권자는 더 큰 몫의 투자와 통제권을 가지지만, 다른 참여사들과 비용과 성과를 나눈다. 이 방식은 민간 투자 유치를 가능하게 하는 대신 수익도 지분만큼만 배분한다.
대왕고래 같은 국내 탐사에서도 핵심은 결국 이 구조다. 정부나 공기업이 광권과 초기 탐사를 맡더라도, 상업성 확인 이전에 민간 메이저나 재무적 투자자를 끌어들일 수 있는지에 따라 세금 노출도는 달라진다. 반대로 공적 주체가 높은 지분을 오래 쥔 채 추가 시추를 반복하면 실패 비용은 공공부문에 더 오래 남는다.
해외 성숙 지역조차 탐사 성공률이 절대적으로 높지 않다는 점도 냉정하게 봐야 한다. 노르웨이 당국 자료는 2010년부터 2024년까지 완료된 와일드캣 468공 중 229건 발견으로 약 50%의 기술적 성공률을 제시하면서도, 이 수치가 국제 기준으로는 높은 편이라고 설명한다. 다시 말해 성숙 분지에서도 절반은 실패할 수 있다는 뜻이다. 동해 심해처럼 자료 축적이 더 제한적인 지역에서 민간 자본이 단독으로 과감히 들어오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가깝다.
결론은 ‘세금이냐 민간이냐’가 아니라 ‘어느 단계에서 누가 얼마나 지느냐’
자원 탐사 프로젝트의 손실은 원칙적으로 탐사비를 댄 주체가 먼저 부담한다. 민간 상장사라면 손상차손과 투자회수 지연이 주주가치 훼손으로 돌아오고, 공기업이라면 부채와 재무부담을 통해 공공부문으로 이어질 수 있다. 세금이 직접 손실을 메우는지는 정부 보증, 특별회계 지원, 출자, 요금정책 같은 제도 장치가 붙었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따라서 대왕고래 같은 사업을 놓고 따져야 할 것은 단순히 “좋은 사업이면 민간이 다 하지 왜 세금이 들어가느냐”가 아니다. 실제 질문은 첫째 탐사 단계의 실패 비용을 누가 대는지, 둘째 상업성 확인 뒤 민간 지분을 얼마나 유치할 수 있는지, 셋째 공기업이 안는 리스크가 어디서 재정 리스크로 전환되는지다. 고위험 자원개발의 본질은 하이리턴 자체가 아니라, 성공 전까지의 긴 시간과 반복 실패를 버틸 수 있는 손실 분담 구조에 있다.
자료: 국가법령정보센터, 해저광물자원 개발법(2026); 국가법령정보센터, 에너지 및 자원사업 특별회계법 시행령(2026); 한국석유공사, 동해 심해 가스전 관련 보도자료 및 국내대륙붕 탐사 현황(2025~2026); 포스코인터내셔널, 미얀마 가스전 사업 소개 및 IR 자료(2021, 2026); 주식회사 LX인터내셔널, 2025년 연결감사보고서(2026-03-18); 한국가스공사, 2023·2025 회계연도 영업실적 보도자료와 2025년 감사보고서 공고(2024~2026); Norwegian Offshore Directorate, Exploration wells statistics·Resource Report 2026(20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