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지배력은 왜 가격표보다 수수료에 먼저 찍히나…배민·쿠팡·네이버의 다른 경로
배달앱과 이커머스의 지배력이 곧바로 소비자 가격 인상으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한국의 배달·온라인유통 시장에서 먼저 관찰되는 것은 판매자 쪽 비용 구조의 변화다. 중개수수료, 광고비, 물류·풀필먼트 이용료, 멤버십 연계 비용이 늘어나면 음식점과 입점업체는 이를 가격에 전가하거나, 마진을 줄이거나, 광고와 판촉 집행을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한다. 플랫폼 지배력이 가격에 반영되는 경로가 한 단계가 아니라 여러 단계라는 뜻이다.
이 경로는 배달앱 기업결합 심사에서도 이미 확인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배달의민족과 요기요 결합 심사 당시 두 사업자의 합산 점유율이 99%에 이르는 상황에서 소비자 할인 축소와 음식점 수수료 인상을 주요 경쟁제한 우려로 적시했다. 당시 규제당국이 주목한 것은 단순한 시장 점유율 숫자만이 아니라, 플랫폼이 음식점과 소비자 양쪽을 동시에 붙잡고 있는 구조에서 수수료와 할인정책이 함께 움직일 수 있다는 점이었다.
배달앱: 가격보다 먼저 흔들리는 것은 가맹점 손익
배달 플랫폼에서 지배력의 1차 반영 지점은 음식값 자체보다 가맹점 손익계산서인 경우가 많다. 음식점은 주문을 얻기 위해 중개서비스를 쓰고, 노출을 높이기 위해 광고를 사고, 자체 배달이 어려우면 배달대행이나 플랫폼 자체 배송망을 이용한다. 이때 비용이 오르면 음식점은 메뉴값 인상으로 바로 대응할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배달앱 전용 할인 축소, 최소주문금액 상향, 배달비 조정, 광고집행 감축처럼 더 우회적인 방식이 먼저 나타나기 쉽다.
다만 지배력이 곧바로 일률적인 수수료 인상으로 이어진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현재 배달플랫폼 규율은 별도 특별법 하나로 정리돼 있다기보다 공정거래법과 온라인 플랫폼 시장지배력 남용 심사지침, 그리고 상생협의체를 통한 이행 논의가 함께 작동하는 구조다. 공정위는 2024년 12월 배달수수료 상생안이 무산됐다는 보도에 대해 후속조치가 진행 중이며 플랫폼 업체들이 구체적 시행계획을 제출해 이행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제도는 강행 규제와 자율 이행 사이의 중간지대에 머물러 있는 셈이다.
배민을 보유한 딜리버리히어로의 최근 실적 설명은 또 다른 반례를 보여준다. 이 회사는 2025년 한국에서 구독 강화, 상품군 확대, 제휴 확대, 배달경험 개선을 통해 성장세가 다시 빨라졌다고 밝혔고, 2026년 1분기에도 한국에서 자체배송 비중 확대와 구독 서비스가 주문 성장과 매출 증가를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지배적 사업자가 항상 가격을 올려 수익을 내는 것이 아니라, 구독과 물류 효율로 이용자 락인을 키우면서 판매자와 소비자 양쪽에서 장기 수익을 회수하는 전략도 쓴다는 의미다.
이커머스: 광고·물류가 수익화의 핵심 통로가 되고 있다
이커머스에서는 지배력이 더 자주 광고와 물류 수수료를 통해 수익으로 바뀐다. 쿠팡은 2025년 연차보고서에서 매출원가율이 전년 69.6%에서 68.0%로 내려간 배경으로, 판매자 채택이 늘어난 풀필먼트·물류 서비스와 광고 등 더 높은 마진의 매출 비중 확대를 들었다. 자체 재고 판매만으로 수익성을 높이기보다 입점 판매자 생태계에서 수수료와 서비스 이용료를 더 많이 회수하는 구조가 강해졌다는 뜻이다.
네이버도 경로는 다르지만 방향은 비슷하다. 네이버는 2025년 연간 커머스 매출이 3조6884억원으로 전년보다 26.2% 늘었고, 같은 해 4분기 전체 플랫폼 광고도 전년 동기보다 6.7% 증가했다고 밝혔다. 검색과 쇼핑 트래픽을 가진 플랫폼이 광고 효율 개선, 멤버십, 배송 인프라를 결합해 커머스 생태계 전체에서 수익을 확대하고 있다는 신호다. 판매자 입장에서는 명목 수수료만 볼 것이 아니라 광고 집행 없이는 노출이 어려워지는지, 물류를 함께 쓰지 않으면 전환율이 떨어지는지를 함께 따져야 실제 비용을 읽을 수 있다.
광고와 노출의 문제는 과거 규제 사례에서도 드러났다. 공정위는 네이버가 쇼핑 검색 알고리즘을 조정해 자사 상품과 서비스를 상단에 배치하고 경쟁사를 하단으로 내린 행위를 제재한 바 있다. 이는 플랫폼 지배력이 단순히 높은 수수료 부과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어느 판매자가 더 많이 보이고 더 잘 팔리게 할지를 정하는 노출 권한 자체에서도 발생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광고비가 사실상의 통행료로 바뀌는 순간, 가격 경쟁의 출발선도 달라진다.
기업이 봐야 할 것은 명목 수수료가 아니라 총획득비용
기업·유통·제조업체가 판단해야 할 핵심은 표면 수수료율이 아니다. 같은 5%나 10%의 수수료라도 광고를 추가로 사야 주문이 나오는 구조인지, 멤버십 프로모션 분담금이 붙는지, 자체 물류를 쓰지 않으면 노출과 배송경쟁력이 함께 약해지는지에 따라 총획득비용은 전혀 달라진다. 플랫폼 지배력은 가격표 한 줄보다 비용 항목 여러 줄에 나눠 찍히는 경우가 많다.
독과점이 곧바로 해결되기 어렵다는 비관론도 있지만, 실제 쟁점은 더 구체적이다. 첫째, 시장집중이 판매자 비용을 얼마나 높였는지, 둘째, 그 비용이 소비자 가격으로 얼마나 전가됐는지, 셋째, 물류·구독·광고 효율이 그 부담을 일부 상쇄했는지를 따로 봐야 한다. 배민과 쿠팡, 네이버 사례를 함께 놓고 보면 한국 플랫폼 시장의 경쟁 문제는 ‘가격을 올렸느냐’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누가 노출을 통제하고, 누가 주문 흐름을 쥐고, 누가 물류와 광고를 묶어 판매하느냐가 실질적인 가격 형성의 더 앞단에 있다.
자료: 공정거래위원회,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시장지배적지위 남용행위에 대한 심사지침(2023); 공정거래위원회, 배달수수료 상생안 관련 설명자료(2024.12.25);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결합 심사 사례자료 배달의민족·요기요(2025); 네이버, 2025년 4분기 및 연간 실적 발표(2026.02.06); Coupang, Inc., Annual Report 2025 Form 10-K(2026.03); Delivery Hero SE, FY 2025 Results(2026.03.26); Delivery Hero SE, Q1 2026 Trading Update(2026.04.30); 공정거래위원회, 네이버 쇼핑·동영상 부문 시장지배적지위 남용행위 제재 보도자료(2020.10.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