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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금 만기 자금 어디로…개인투자용 국채 2300억원, 퇴직연금 문도 열렸다

머니 마켓

9월 발행액 전월보다 800억원 확대…5년물·10년물·20년물에 가산금리 적용

20년 보유 때 세전 누적수익률 161.3%…중도환매 시 복리·세제 혜택 사라져

은행 예금 만기를 앞둔 투자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주식시장에 자금을 넣기에는 변동성이 부담스럽고, 예금에 다시 가입하자니 장기간 자금을 묶어둘 만큼 금리 매력이 충분한지 따져봐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9월 개인투자용 국채 발행 규모를 2,300억원으로 확대하고 퇴직연금계좌를 통한 매입도 허용하면서 장기 자금시장의 새로운 선택지로 관심이 모이고 있다.

재정경제부는 9월 개인투자용 국채를 전월보다 800억원 늘어난 2,300억원 규모로 발행한다고 밝혔다. 종목별 발행 한도는 3년물 이표채 20억원, 3년물 복리채 30억원, 5년물 500억원, 10년물 1,100억원, 20년물 650억원으로 구성됐다. 청약은 9월 9일부터 15일까지 영업일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 사이에 진행된다. 재정경제부 9월 발행계획

개인투자용 국채는 개인의 장기 자산 형성을 지원하고 국채 수요 기반을 넓히기 위해 도입된 저축성 국채다. 일반 국고채처럼 시장에서 자유롭게 사고파는 상품이 아니라 개인이 전용계좌를 통해 청약하고 만기까지 보유하는 구조로 설계됐으며, 만기 보유자에게는 표면금리와 가산금리를 합산한 이자를 복리로 적용한다.

9월 발행분의 표면금리는 같은 달 발행된 동일 연물 국고채 낙찰금리를 기준으로 3년물 연 3.780%, 5년물 연 4.085%, 10년물 연 4.415%, 20년물 연 4.570%가 적용된다. 정부는 여기에 5년물 0.10%포인트, 10년물과 20년물에는 각각 0.35%포인트의 가산금리를 더하며, 3년물에는 금융시장 상품 수익률 등을 고려해 별도의 가산금리를 적용하지 않는다.

만기까지 보유할 경우 세전 누적수익률은 3년물 이표채 약 11.3%, 3년물 복리채 약 11.8%, 5년물 약 22.8%, 10년물 약 59.3%, 20년물 약 161.3%로 제시됐다. 원금 1,000만원을 투자했다고 가정하면 세전 기준으로 5년 뒤 약 1,228만원, 10년 뒤 약 1,593만원, 20년 뒤에는 약 2,613만원을 받는 구조다. 9월 개인투자용 국채 종목별 조건

20년물의 누적수익률 161.3%는 숫자만 놓고 보면 상당히 높지만, 이를 매년 8%대 수익이 복리로 쌓이는 상품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정부 자료에서 제시한 연평균 수익률 8.1%는 누적수익률을 보유기간으로 나눈 수치에 가깝고, 최종 수령액을 기준으로 계산한 연복리수익률은 약 4.9% 수준이다.

같은 방식으로 계산하면 10년물의 실질적인 연복리수익률은 약 4.8%, 5년물은 약 4.2%에 해당한다. 장기 보유에 따른 복리 효과는 분명하지만, 누적수익률이나 연평균 수익률만 보고 은행 예금이나 다른 채권상품의 연이율과 직접 비교하면 기대수익을 과대평가할 수 있다.

개인투자용 국채의 가장 큰 장점은 국가가 원리금 지급을 책임진다는 점이다. 은행 예금처럼 예금보험제도를 통해 일정 한도까지 보호받는 구조는 아니지만, 대한민국 정부가 발행한 국채이므로 국내 원화 자산 가운데 신용위험이 가장 낮은 축에 속한다.

가입 시점에 적용된 금리를 장기간 유지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향후 시장금리가 하락하더라도 만기까지 보유하면 매입 당시 확정된 표면금리와 가산금리를 기준으로 복리 이자를 받을 수 있어, 금리 하락을 예상하는 투자자에게는 장기 수익률을 미리 확보하는 효과가 있다.

9월부터 퇴직연금계좌를 통해 개인투자용 국채를 매입할 수 있게 된 점도 시장 확대를 이끌 변수다. 확정기여형인 DC형과 개인형퇴직연금인 IRP를 통해 10년물과 20년물을 살 수 있으며, 적립금을 가입자가 직접 운용하지 않는 확정급여형 DB는 투자 대상에서 제외된다.

판매는 신한은행과 하나은행, NH농협은행을 비롯해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KB증권, NH투자증권 등 8개 금융기관에서 시작된다. 전용계좌를 통한 개인투자용 국채 매입이 미래에셋증권 중심으로 이뤄졌던 것과 비교하면, 퇴직연금 가입자가 이용할 수 있는 판매망이 크게 넓어진 셈이다.

퇴직연금계좌로 매입하면 기존 퇴직연금에 적용되는 세제 혜택도 받을 수 있다. 연금저축을 포함해 연간 900만원 한도에서 납입액의 13.2~16.5%를 세액공제받을 수 있고, 만 55세 이후 연금으로 수령할 때에는 3.3~5.5%의 연금소득세가 적용된다.

다만 퇴직연금계좌의 세제 혜택은 국채 자체의 특별한 수익이라기보다 연금계좌에 적용되는 기존 제도에서 발생한다. 이미 세액공제 한도를 채운 가입자라면 개인투자용 국채를 추가로 매입하더라도 세액공제 금액이 더 늘어나지 않으므로 자신의 납입 현황을 먼저 확인해야 한다.

개인투자용 국채가 모든 장기 투자자에게 유리한 것은 아니다. 일반 국고채는 시장금리가 하락하면 채권가격이 올라 중간에 매도차익을 얻을 수 있지만, 개인투자용 국채는 유통시장에서 매매할 수 없어 금리 변동에 따른 자본차익을 실현하기 어렵다. 담보로 제공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자유롭게 이전하는 데에도 제약이 있어 유동성이 낮다.

매입 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 정부가 정한 한도 안에서 중도환매를 신청할 수 있지만, 투자자가 원하는 시점에 언제든 현금화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정부가 월별 중도환매 한도를 설정하기 때문에 신청이 몰리면 원하는 금액을 모두 환매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중도환매 때 사라지는 혜택도 크다. 만기를 채우지 못하면 매입 당시의 표면금리에 따른 단리 이자만 지급되고, 가산금리와 복리 적용 및 이자소득 분리과세 혜택은 받을 수 없다. 장기 복리수익을 기대하고 가입했더라도 중간에 자금이 필요해지면 실제 수익률이 크게 낮아질 수 있다는 의미다.

정부는 9월 중 2024년 6월부터 2025년 8월까지 발행된 개인투자용 국채에 대한 중도환매를 실시한다. 신청 기간은 9월 10일부터 16일까지이며, 매입금액을 기준으로 한 환매 한도는 1조3,013억원이다. 중도환매를 신청한 투자자에게는 9월 21일 원리금이 지급될 예정이다.

물가상승도 장기투자자가 고려해야 할 위험이다. 개인투자용 국채는 명목금리가 고정돼 있어 물가가 예상보다 빠르게 오르더라도 지급되는 이자가 늘어나지 않는다. 20년 동안 연복리 4.9% 안팎의 수익을 확보해도 장기 물가상승률이 높아지면 실제 구매력을 기준으로 한 실질수익률은 낮아진다.

20년물은 금리 조건만으로 선택하기보다 자금 사용 시점과 생애주기를 함께 살펴야 한다. 현재 40대 투자자가 은퇴 이후 사용할 자금을 마련하거나, 퇴직연금계좌에서 장기간 유지할 안전자산을 찾는 경우에는 활용도가 높지만 주택 구입이나 교육비처럼 중간에 사용할 가능성이 있는 자금에는 부담이 될 수 있다.

5년물과 10년물은 20년물보다 복리 효과가 작지만 자금이 묶이는 기간도 짧다. 5년물은 예금보다 긴 기간 동안 금리를 고정하려는 투자자에게, 10년물은 은퇴 준비와 중장기 목돈 마련을 함께 고려하는 투자자에게 상대적으로 현실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청약 총액이 종목별 발행 한도보다 적으면 신청한 금액이 모두 배정된다. 청약이 발행 한도를 넘으면 모든 청약자에게 기준금액인 300만원까지 우선 배정하고, 남은 물량을 청약액에 비례해 나누는 방식이 적용된다. 전용계좌의 연간 매입 한도는 1인당 2억원이며, 퇴직연금계좌에는 별도의 연간 매입 한도가 없다.

개인투자용 국채는 주가 변동을 피하면서 장기 확정금리를 확보하려는 투자자에게 의미 있는 선택지다. 특히 퇴직연금계좌 매입이 허용되면서 예금과 원리금보장형 퇴직연금 상품에 집중됐던 장기자금이 국채로 이동할 가능성도 커졌다.

그러나 만기 수익률이 높다는 이유만으로 투자기간을 길게 선택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20년물의 누적수익률 161.3%보다 중요한 것은 20년 동안 해당 자금을 사용하지 않을 수 있는지, 중도환매 때 포기해야 하는 복리와 세제 혜택을 감당할 수 있는지다.

개인투자용 국채는 높은 수익을 좇는 투자상품이라기보다 미래의 특정 시점에 사용할 자금을 국가 신용으로 축적하는 저축 수단에 가깝다. 예금 만기 자금의 새로운 목적지를 찾는 투자자라면 제시된 누적수익률보다 보유기간과 유동성, 연복리수익률을 먼저 확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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