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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공장까지 ESS로 돌린다…K배터리, ‘캐즘 이후’ 생존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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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수요가 예상보다 오래 둔화하면서 국내 배터리 업계가 생산라인의 목적 자체를 바꾸기 시작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북미와 유럽에 대규모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짓는 것이 성장의 상징이었다면, 지금은 가동률이 떨어진 전기차 라인을 에너지저장장치(ESS)용으로 전환하고 AI 데이터센터와 전력망 프로젝트를 새로운 수요처로 끌어들이는 작업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전기차 중심으로 설계됐던 산업 구조가 ESS를 축으로 다시 짜이는 셈이지만, 시장이 커진다고 수익성까지 자동으로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국내 입찰에서는 이미 가격 경쟁이 심해지고 있고, 북미에서는 중국산 LFP를 대체할 공급망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어 배터리 3사의 다음 승부는 ‘얼마나 많이 수주하느냐’보다 ‘얼마를 남기며 수주하느냐’에 가까워지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상반기 ESS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4.6배 늘었고, 전사 매출에서 ESS가 차지하는 비중도 20% 후반까지 올라왔다. AI 데이터센터를 포함해 상반기에만 3조원 이상의 신규 수주를 확보했으며, 북미에서는 GM 합작공장 2기와 혼다 합작공장의 일부 라인을 ESS 생산에 투입하면서 연말까지 50GWh 이상의 생산능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회사가 직접 밝힌 실적 흐름만 놓고 보면 ESS는 더 이상 전기차 부진을 잠시 보완하는 사업이 아니라 실적 구조를 바꾸는 축으로 올라서고 있다.

삼성SDI와 SK온도 방향은 같다. 삼성SDI는 미국 인디애나주 스타플러스에너지 공장의 일부 전기차 라인을 ESS용 LFP 배터리 생산으로 전환해 하반기부터 본격 양산에 들어가고 있으며, 최근에는 GM과의 합작구조를 정리한 뒤 단독법인 체제로 전환해 ESS와 전기차용 배터리를 모두 대응할 수 있는 생산기지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SK온 역시 조지아 공장의 일부 전기차 생산라인을 ESS용 LFP로 바꾸고 하반기 양산을 준비하고 있다. 전기차용으로 지어 놓은 거대한 설비를 그대로 놀리는 대신, 같은 공장을 전력용 배터리 시장으로 돌려 가동률을 끌어올리는 전략이다.


전기차 캐즘이 길어지자 ‘공장의 용도’부터 바뀌었다


배터리 산업에서 생산라인 전환은 단기적인 제품 믹스 조정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셀 공장은 수조원의 투자비가 들어가는 고정비 산업이고, 가동률이 낮아질수록 감가상각비와 인건비 부담이 제품 한 단위에 더 크게 배분되기 때문에 수익성이 빠르게 악화된다. 특히 북미 전기차 시장 성장세가 둔화하면서 기존 투자계획과 실제 수요 사이의 간극이 커지자, 배터리 업체들은 신규 증설보다 이미 지어 놓은 공장을 다른 수요처에 활용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올해 상반기 배터리 3사의 공장 가동률도 업체별로 엇갈렸다. 전기차 수요가 상대적으로 회복된 유럽 비중이 높은 곳은 가동률을 끌어올린 반면, 북미 전기차 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생산기지는 여전히 부담이 컸다. 업계가 ESS를 주목하는 이유는 새로운 성장 스토리가 필요해서만이 아니라, 기존 공장을 놀리지 않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ESS의 경제적 가치는 매출 규모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전기차용 설비를 전환해 공장 가동률을 높이면 동일한 생산능력에서 발생하는 고정비 부담을 분산할 수 있고, 공장 단위의 손익분기점도 낮출 수 있다.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서 발생한 과잉설비 문제를 신규 시장으로 흡수한다는 점에서 ESS는 매출 확대와 원가 구조 개선을 동시에 노릴 수 있는 카드다.

다만 모든 생산라인을 바로 전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ESS는 전기차와 요구되는 셀 특성과 시스템 설계가 다르고, 특히 시장의 중심이 LFP로 이동하면서 기존 삼원계 설비를 어떻게 바꿀지에 따라 추가 투자비와 전환 속도가 달라진다. 이미 지어진 공장을 활용한다는 장점은 분명하지만, 전환 과정에 또 다른 자본지출이 필요한 만큼 실제 수익성은 생산량 증가보다 투자비 회수 속도까지 함께 봐야 한다.


AI 데이터센터가 ESS 시장의 성격까지 바꾸고 있다


이번 ESS 확대가 과거 재생에너지 연계 시장과 다른 가장 큰 이유는 AI 데이터센터라는 새로운 수요처가 등장했다는 점이다. 대규모 데이터센터는 전력 사용량이 막대하고 순간적인 부하 변동도 크기 때문에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필수적이다. 송전망 증설이 데이터센터 건설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지역에서는 자체 전력 인프라와 ESS를 결합하는 방식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이 상반기 3조원 이상의 ESS 신규 수주에 AI 데이터센터 프로젝트가 포함됐다고 밝힌 것도 이 흐름을 보여준다. 회사는 북미에서 전력망에 직접 연결되는 대형 ESS뿐 아니라 데이터센터 안쪽에서 전력 품질과 백업 기능을 제공하는 BTM, 무정전전원장치(UPS), 배터리백업유닛(BBU)까지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이 변화는 배터리 업체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는 동시에 경쟁의 기준도 바꾼다. 전기차 시장에서는 에너지밀도와 주행거리, 급속충전 성능이 핵심이었다면, 데이터센터에서는 장시간 운전과 수명, 화재 안전성, 시스템 단위의 운영 안정성이 더 중요해진다. 셀 제조 능력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PCS, EMS, 소프트웨어, 설치·운영까지 포함한 통합 솔루션 역량이 수주 경쟁에서 중요해질 수 있다.

실제로 LG에너지솔루션은 국내에서 AI 활용 배전망 ESS 운영사업자로 선정되며 배터리 공급을 넘어 구축과 운영까지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회사가 ESS를 하나의 셀 판매시장이라기보다 에너지 플랫폼 사업으로 보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국내에서는 벌써 ‘수주할수록 남는 게 있나’라는 질문이 나온다


문제는 수요 증가 속도만큼 공급 경쟁도 빠르게 치열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에서는 9월 1조원 규모의 제3차 ESS 중앙계약시장 입찰이 예정돼 있고,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온이 모두 참여를 준비하고 있다. 앞선 1·2차 입찰에서는 삼성SDI와 SK온이 상대적으로 높은 점유율을 확보했으며, 3차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까지 물량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크다.

이 과정에서 가격은 빠르게 낮아지고 있다. 구체적인 낙찰가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2024년 제주 시범사업 당시 kWh당 50원대로 추정되던 수준이 1차 입찰에서 30원대로 낮아졌고, 올해 2차 입찰에서는 20원대까지 내려간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이 커지는 속도보다 업체들이 물량을 확보하려는 속도가 더 빠르면서 가격이 압박받고 있는 것이다.

이 흐름이 이어지면 ESS가 전기차 캐즘을 메우는 구원투수라는 설명은 절반만 맞을 수 있다. 공장 가동률을 높이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수주 단가가 빠르게 하락하면 매출 증가가 이익 증가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전기차에서 발생한 과잉설비를 해소하기 위해 업체들이 낮은 가격이라도 물량부터 확보하려 할 경우, 시장 전체가 출혈 경쟁으로 흐를 가능성도 있다.

배터리 업체 입장에서 가장 위험한 시나리오는 전기차에서 가동률을 지키기 위해 가격을 낮추고, 다시 ESS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물량을 확보하는 것이다. 사업 포트폴리오는 넓어졌지만 수익성 문제는 그대로 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LFP 전환은 선택이 아니라 진입 조건이 됐다


ESS 시장 확대와 함께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공통적으로 LFP 생산을 늘리는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전기차에서는 높은 에너지밀도를 앞세운 니켈·코발트·망간 계열 배터리가 오랫동안 주력 제품이었지만, ESS는 부피나 무게보다 가격과 수명, 안전성이 더 중요해 LFP가 시장의 사실상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삼성SDI가 미국 공장의 일부 라인을 LFP ESS용으로 전환하고, SK온이 조지아 공장에서 LFP 양산을 준비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LG에너지솔루션 역시 북미 ESS 생산기지를 확대하면서 LFP 공급 능력을 강화하고 있다.

국내 업체 입장에서 LFP 전환은 기술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중국 업체들과 경쟁하기 위한 진입 조건에 가깝다. CATL과 BYD를 비롯한 중국 기업들은 이미 LFP에서 원가와 양산 경험을 축적했고, 글로벌 ESS 시장에서도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한국 기업이 삼원계 기술력만으로 ESS 시장을 공략하기 어려운 이유다.

다만 북미에서는 중국산 배터리에 대한 통상·공급망 규제가 국내 업체에 기회가 될 수 있다. 현지에서 생산한 배터리는 운송비와 관세 부담을 줄일 수 있고, 미국 내 공급망을 요구하는 프로젝트에서도 유리하다. 결국 K배터리가 중국 업체와 글로벌 가격 경쟁에서 완전히 우위를 확보하기는 어렵지만, 북미 현지 생산과 정책 환경을 활용해 일정한 프리미엄을 받을 수 있느냐가 사업성의 핵심이 된다.


매출 비중이 커질수록 ‘질 좋은 성장’인지 따져야 한다


ESS가 이미 실적의 의미 있는 부분을 차지하기 시작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올해 2분기 기준 LG에너지솔루션의 ESS 매출 비중은 약 28%, 삼성SDI는 약 20% 수준까지 올라온 것으로 알려졌다. LG에너지솔루션은 ESS 성장에 힘입어 2분기 영업이익 1133억원을 기록하며 전분기 적자에서 벗어났고, 삼성SDI도 배터리 부문이 흑자로 돌아섰다.

하지만 매출 비중 확대만으로 사업 전환의 성공을 판단하기는 이르다. ESS에서 발생하는 이익률이 전기차 배터리와 비교해 어느 수준인지, 미국의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인 AMPC를 제외하고도 수익을 낼 수 있는지, 신규 라인 전환에 들어간 투자비를 얼마나 빨리 회수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

LG에너지솔루션이 연말을 기점으로 북미 ESS 사업에서 AMPC를 제외하고도 자체 수익성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것도 이 때문이다. 보조금을 포함해야 흑자가 나는 사업과 제품 자체로 이익을 내는 사업은 기업가치에 미치는 효과가 전혀 다르다.

앞으로 실적 발표에서는 ESS 매출 증가율보다 ESS 사업의 마진과 가동률, 공장 전환 비용, 지역별 수익성을 따로 확인해야 할 필요가 커질 전망이다.


삼성SDI의 4조원대 현금 확보도 ESS 확장과 맞닿아 있다


최근 삼성SDI가 삼성디스플레이 지분을 매각해 약 4조4500억원의 자금을 확보하기로 한 것도 산업 재편과 맞물려 시장의 관심을 끌었다. 회사는 구체적인 사용처를 확정하지 않았지만, 증권가에서는 미국 인디애나 생산기지의 ESS 전환과 신규 설비투자가 주요 용처가 될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특히 삼성SDI는 GM과 추진했던 합작법인의 구조를 정리하고 미국 공장을 단독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합작구조에서는 완성차업체와 투자비와 이익을 나누지만 단독법인이 되면 투자 부담을 전적으로 떠안는 대신 향후 ESS 사업에서 발생하는 이익도 모두 가져갈 수 있다.

이는 배터리 기업들이 ESS를 임시적인 생산라인 활용책이 아니라 장기적인 전략사업으로 보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읽을 수 있다. 전기차 수요가 회복되면 다시 기존 사업으로 돌아가는 정도가 아니라, ESS와 데이터센터를 별도의 성장축으로 키우기 위해 자본배분까지 바꾸고 있기 때문이다.


SK온에는 ESS가 성장사업인 동시에 가동률 회복 카드다


SK온의 상황은 조금 다르다. 경쟁사보다 ESS 대응이 늦었고, 북미 전기차 생산능력의 가동률 회복도 상대적으로 더딘 편이었다. 그런 만큼 조지아 공장의 일부 라인을 ESS용 LFP로 전환하는 것은 신규 매출 확보와 함께 유휴설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의미가 더 크다.

이 전략이 성공하면 SK온은 대규모로 구축해 둔 북미 생산기지를 활용하면서 별도의 신공장 투자를 최소화할 수 있다. 반대로 ESS 수주가 기대만큼 빠르게 늘지 않거나 가격 경쟁이 심화되면 기존 전기차 과잉설비를 다른 사업으로 옮겨놓는 데 그칠 수 있다.

결국 SK온에게 ESS는 세 회사 가운데 가장 큰 기회인 동시에 가장 명확한 시험대다. 생산라인 전환으로 가동률과 수익성을 동시에 높일 수 있는지가 향후 재무구조 개선 속도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


ESS가 ‘제2의 전기차 배터리’가 되려면 반복해서는 안 될 것이 있다


국내 배터리 산업은 지난 전기차 투자 사이클에서 수요가 계속 증가할 것이라는 전제 아래 생산능력을 빠르게 늘렸다. 당시에는 공급능력을 먼저 확보하는 것이 시장점유율 경쟁에서 유리했지만, 전기차 성장률이 둔화되면서 대규모 고정비와 낮아진 가동률이 부담으로 돌아왔다.

ESS 시장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반복될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

AI 데이터센터와 재생에너지, 노후 전력망 투자가 맞물리면서 ESS 수요가 크게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에는 근거가 있지만, 성장시장이라는 이유만으로 설비투자가 과도하게 앞서가면 몇 년 뒤 다시 공급과잉을 맞을 수 있다. 특히 중국 업체들이 이미 막대한 생산능력을 보유한 상태에서 한국 3사가 동시에 증설과 라인 전환에 나서고 있다는 점은 공급 측 경쟁을 더욱 치열하게 만들 수 있다.

따라서 ESS 사업의 성패를 생산능력이나 수주잔고만으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 장기 계약 비중이 얼마나 되는지, 가격에 원재료 변동을 얼마나 반영할 수 있는지, 고객이 전력회사인지 데이터센터 운영사인지에 따라 수익성과 위험도 달라진다.

전기차 시대가 ‘누가 더 많은 GWh를 확보하느냐’의 경쟁이었다면 ESS에서는 같은 공식을 그대로 적용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


배터리를 파는 회사에서 전력을 관리하는 회사로


장기적으로 더 큰 변화는 사업의 경계가 넓어진다는 데 있다. ESS는 셀을 생산해 고객에게 넘기는 것으로 사업이 끝나지 않는다. 시스템을 설계하고 설치한 뒤 수년간 운영·유지보수해야 하며, 전력시장 가격과 전력망 상황에 따라 충전과 방전을 최적화하는 소프트웨어 역량도 필요하다.

LG에너지솔루션이 배전망 ESS 운영사업까지 직접 들어가고 있는 것은 이런 변화를 선제적으로 보여준다. 앞으로 배터리 제조사가 시스템 통합과 가상발전소, 에너지 관리까지 확대한다면 수익원도 하드웨어 판매에서 운영수익과 서비스 수익으로 넓어질 수 있다.

삼성SDI와 SK온 역시 결국 같은 선택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셀 가격 경쟁만으로 중국 업체와 맞붙으면 마진을 지키기 어렵기 때문에, 시스템 신뢰성과 화재 안전, 유지보수, 소프트웨어를 묶어 높은 부가가치를 만들어야 한다.

이 지점에서 ESS는 전기차 배터리의 대체시장과 다른 산업이 된다.


‘얼마나 수주했나’보다 ‘왜 그 가격에 수주했나’를 볼 때다


올해 하반기 배터리 업계의 관심은 9월 예정된 국내 제3차 ESS 중앙계약시장 입찰과 북미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에 집중될 전망이다. 수주 규모가 커질수록 공장 가동률은 올라가고 매출도 늘겠지만, 지금처럼 가격이 빠르게 낮아지는 시장에서는 외형 성장만으로 승자를 판단하기 어렵다.

오히려 앞으로 중요한 숫자는 수주잔고보다 마진일 가능성이 크다. 기존 전기차 라인을 얼마나 적은 비용으로 전환했는지, LFP 현지 생산이 중국 업체와의 가격 차이를 얼마나 줄였는지, 세액공제를 제외하고도 영업이익을 낼 수 있는지, 그리고 셀 공급을 넘어 시스템 운영에서 추가 수익을 만들 수 있는지가 업체 간 격차를 결정하게 된다.

ESS는 분명 K배터리가 전기차 캐즘을 통과하는 데 필요한 시장이다. AI 데이터센터의 폭발적인 전력 수요와 전력망 안정화 투자가 맞물리면서 이전보다 훨씬 큰 수요가 열리고 있다는 점도 분명하다.

그러나 수요가 있다는 것과 좋은 사업이라는 것은 같은 말이 아니다.

전기차 공장을 ESS로 돌리는 지금의 전환이 성공하려면 공장을 채우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그 공장에서 만든 배터리를 적정한 가격에 팔고, 보조금 없이도 이익을 남기며, 중국 업체가 쉽게 따라오기 어려운 시스템 경쟁력까지 확보해야 한다.

전기차 시장에서 성장의 기준이 GWh였다면, ESS에서는 그 숫자 뒤에 붙는 영업이익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

K배터리가 캐즘 이후의 새로운 성장축을 찾았는지는 앞으로 몇 년 뒤 시장 규모가 아니라, 지금 따낸 주문이 실제 얼마의 이익으로 남는지에서 확인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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