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테오젠, 이제 ‘기술수출 기대주’가 아니다…키트루다 SC가 바꾸는 기업가치

알테오젠을 바라보는 시장의 기준이 달라지고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 회사의 기업가치는 새로운 기술수출 계약이 언제 체결되는지, 계약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에 따라 크게 움직였다.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핵심 플랫폼인 ALT-B4가 적용된 피하주사형 키트루다가 실제로 판매되기 시작했고, 그 매출이 빠르게 커지면서 알테오젠의 실적에도 반복적인 기술료와 마일스톤 수익이 반영되기 시작했다. 플랫폼 바이오기업이 ‘계약을 따내는 회사’에서 ‘상업화된 제품의 매출을 나눠 갖는 회사’로 넘어가는 변곡점에 들어선 것이다.
알테오젠은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매출 1405억원, 영업이익 735억원, 당기순이익 1013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37%, 영업이익은 21%, 순이익은 108% 증가했다. 2분기만 놓고 보면 매출 689억원, 영업이익 342억원으로 흑자전환했고, 기술료 수익은 633억원에 달했다. 그동안 선급금이나 개발 단계별 마일스톤처럼 일회성이 강한 수익이 실적을 흔들었다면, 이제는 파트너사의 실제 판매 확대가 회사 실적을 끌어올리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이 변화의 중심에는 MSD의 키트루다 피하주사 제형인 ‘키트루다 큐렉스’가 있다. MSD가 발표한 2분기 큐렉스 매출은 4억6300만달러로, 직전 분기 1억2800만달러보다 약 262% 증가했다. 7월 기준 미국 전체 키트루다 처방에서 큐렉스가 차지하는 비중도 10%를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출시 초기라는 점을 감안하면 전환 속도가 상당히 빠르다. 알테오젠의 플랫폼 가치를 평가할 때 가장 중요한 숫자가 더 이상 신규 계약 건수가 아니라 큐렉스 매출 성장률이 된 이유다.
키트루다의 ‘제형 변화’가 왜 알테오젠 기업가치를 바꾸나
키트루다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항암제 가운데 하나다. 기존에는 정맥주사 방식으로 투여해야 했지만, 알테오젠의 ALT-B4 기술을 적용하면 피하주사 방식으로 바꿀 수 있다. 정맥주사는 병원에서 일정 시간 동안 투여해야 하는 반면 피하주사 제형은 투여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어 환자와 의료기관 모두에게 편의성이 높다.
여기서 알테오젠의 사업모델이 작동한다. 회사가 직접 키트루다를 판매하는 것은 아니지만, ALT-B4를 제공한 대가로 계약금과 개발 마일스톤, 상업화 이후 판매에 연동된 수익을 받을 수 있다. 기존 바이오텍의 기술수출이 임상 성공 여부에 따라 가치가 크게 달라지는 구조라면, 큐렉스는 이미 상업화 단계에 들어왔기 때문에 가치 평가의 불확실성이 상대적으로 낮아진다.
특히 판매량이 늘어날수록 알테오젠이 받을 수 있는 경제적 가치도 함께 커질 가능성이 있다. 알테오젠의 2분기 기술료 수익이 633억원까지 늘어난 것은 키트루다 큐렉스 판매 마일스톤과 사노피·아스트라제네카 등 기존 파트너사의 개발 진척이 동시에 반영된 결과다.
플랫폼 바이오기업에서 가장 어려운 단계는 기술이 ‘쓸 만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 아니라, 그 기술이 실제 상업제품에 적용돼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알테오젠은 지금 그 문턱을 넘고 있다.
‘계약금 중심 실적’에서 ‘반복 수익 구조’로 넘어간다
알테오젠의 과거 실적은 기술수출 시점에 따라 변동성이 컸다. 대형 계약이 체결된 분기에는 선급금과 마일스톤이 반영되면서 실적이 급증하고, 그렇지 않은 분기에는 이익이 크게 줄어드는 구조였다. 바이오 플랫폼 기업 상당수가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다. 계약은 크지만 매년 반복되는 수익이 적기 때문에 밸류에이션을 안정적으로 산정하기 어렵다.
큐렉스의 상업화는 이 구조를 바꿀 수 있다.
상업화된 제품의 판매가 계속 늘어난다면 알테오젠은 더 이상 신규 계약이 있을 때만 실적이 좋아지는 회사가 아니다. 파트너 제품이 많이 팔릴수록 반복적으로 수익이 발생하는 구조로 이동할 수 있다. 증권가가 올해 알테오젠의 매출을 4970억원, 영업이익을 3010억원 수준으로 전망하는 것도 이 변화 때문이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각각 130%, 181% 이상 증가하는 수준이다.
이 차이는 기업가치 산정 방식에도 영향을 준다. 일회성 계약금은 성공확률과 시점에 따라 할인율을 크게 적용해야 하지만, 상업화 매출에 연동된 수익은 예상 매출 성장률을 기반으로 보다 안정적으로 추정할 수 있다. 시장이 알테오젠을 신약 개발사보다 플랫폼 로열티 기업에 가깝게 보기 시작할수록 밸류에이션 프레임도 달라질 수 있다.
큐렉스 전환 속도가 가장 중요한 숫자가 됐다
알테오젠의 향후 주가를 결정할 핵심 지표는 큐렉스의 시장 침투율이다. 전체 키트루다 환자 가운데 얼마나 빠르게 피하주사 제형으로 전환되는지가 곧 알테오젠의 상업화 가치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2분기 큐렉스 매출은 4억6300만달러로 전분기 대비 262% 늘었고, 회사는 미국에서 J-code 적용 이후 병원 도입과 제형 전환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7월에는 미국 전체 키트루다 처방 가운데 큐렉스 비중이 10.6%까지 올라갔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 속도가 유지된다면 시장의 관심은 ‘큐렉스가 성공할까’가 아니라 ‘어디까지 전환될까’로 바뀐다. 기존 키트루다 정맥주사 환자의 상당 부분이 피하주사로 이동할 경우 ALT-B4는 단일 기술 계약을 넘어 세계 최대 항암제의 투여방식 자체를 바꾸는 기술이 된다.
다만 전환율이 무한정 상승한다고 가정하는 것은 위험하다. 일부 환자는 정맥주사 방식을 계속 선호할 수 있고, 병원 시스템이나 보험 보상 체계에 따라 전환 속도도 달라질 수 있다. 특히 피하주사 제형이 병원 입장에서 경제적으로 얼마나 매력적인지, 의료진이 실제 진료 현장에서 얼마나 적극적으로 선택하는지가 장기 침투율을 결정하게 된다.
결국 큐렉스 매출 증가율이 둔화하는 시점부터는 단순한 초기 성장률보다 전체 키트루다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봐야 한다.
알테오젠의 진짜 프리미엄은 키트루다 하나에서 끝나지 않을 때 생긴다
키트루다 큐렉스의 성공이 중요한 이유는 단일 제품에서 발생하는 수익 때문만은 아니다. ALT-B4가 대형 블록버스터 의약품에서 상업적 성공을 입증하면 다른 글로벌 제약사가 같은 기술을 채택할 유인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알테오젠은 이미 GSK 자회사 테사로와 바이오젠, 사노피 등과 ALT-B4 기반 계약을 맺고 있으며, 올해 상반기에도 여러 건의 라이선스 계약을 추가했다. 회사는 상반기 실적 발표 당시 이미 진행한 세 건의 기술수출 외에 추가 협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하반기에도 성과를 내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이 지점이 플랫폼 기업의 가장 중요한 투자 포인트다. 하나의 신약 후보물질은 성공하면 큰 가치를 만들지만, 실패하면 기업가치가 크게 훼손될 수 있다. 반면 플랫폼 기술은 여러 약물에 반복적으로 적용될 수 있다면 한 제품의 성공 여부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
알테오젠이 높은 밸류에이션을 인정받는 이유도 결국 이 반복 가능성에 있다. 키트루다는 가장 중요한 첫 상업화 사례지만, 장기적으로는 두 번째와 세 번째 상업화 제품이 얼마나 빨리 등장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항체를 넘어 ADC·RNA까지 확장되면 시장 크기도 달라진다
알테오젠은 ALT-B4의 적용 범위를 기존 항체의약품에서 다른 모달리티로 넓히는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회사는 올해 국제학회에서 ALT-B4와 약물전달 디바이스를 결합해 투약시간을 줄이는 연구결과를 발표했고, ADC와 병용했을 때 피부독성과 안전성 측면에서 개선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도 제시했다.
최근 증권가에서는 RNA나 인비보 CAR-T 등 새로운 바이오의약품까지 적용 범위가 확대될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실제 적용이 현실화된다면 ALT-B4의 시장은 항체의약품의 피하주사 전환에 국한되지 않고 더 넓어질 수 있다.
다만 이 부분은 아직 기대와 검증을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항체의약품에서의 성공 경험이 새로운 모달리티에서도 그대로 재현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고, 각각의 약물 특성과 투여량, 안정성에 따라 기술 적용 난도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기업가치에는 플랫폼 확장에 대한 기대가 상당 부분 포함돼 있는 만큼, 향후 새로운 모달리티에서 실제 계약이나 임상 진척이 나타나는지가 중요한 확인 과정이 될 전망이다.
주가 30만원대, 이미 싼 바이오주는 아니다
알테오젠 주가는 8월 26일 31만1500원으로 거래를 마쳤고, 27일 장중에도 31만원 안팎에서 움직이고 있다. 시가총액은 약 21조7000억원 수준이다. 올해 최고가가 56만9000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고점 대비 상당한 조정을 받았지만, 절대적인 기업가치는 이미 국내 바이오 업종 최상위권에 해당한다.
이 때문에 현재 주가를 단순히 고점 대비 많이 빠졌다는 이유로 저평가라고 보기 어렵다.
시장에는 이미 키트루다 큐렉스의 성장과 추가 기술수출, 플랫폼 확장 기대가 상당 부분 반영돼 있다. 한국경제가 집계한 증권사 컨센서스 기준 8월 21일 목표주가는 45만5000원 수준이었고, 대신증권은 41만원, 신한투자증권은 최근 48만원을 제시했다. 현재 주가 대비 추가 상승 여력이 남아 있다는 분석이 많지만, 목표주가 역시 큐렉스의 빠른 침투와 후속 계약이 이어진다는 가정을 전제로 한다.
결국 투자자가 지금 사는 것은 이미 상업화된 키트루다 큐렉스만이 아니다. 앞으로 다른 파트너 제품에서도 ALT-B4가 상업화되고, 추가 계약이 반복되며, 플랫폼 적용 범위가 넓어진다는 미래까지 함께 사고 있는 셈이다.
올해 실적이 좋아졌다고 PER만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이유
알테오젠의 밸류에이션을 전통적인 제약사처럼 PER 하나로 평가하기는 어렵다. 올해 실적이 크게 개선되고 있지만 기술료와 마일스톤이 여전히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계약별 수익 인식 시점에 따라 분기 실적 변동성이 클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시장가격 기준 PER은 150배 안팎으로 표시되고 있지만, 이 숫자만 보고 고평가 여부를 판단하면 플랫폼 기업의 경제적 구조를 놓칠 수 있다. 반대로 높은 성장성을 이유로 현재 이익배수를 무시하는 것도 위험하다.
보다 중요한 것은 반복 가능한 현금흐름이 얼마나 빠르게 늘어나는지를 보는 것이다.
큐렉스 판매에서 발생하는 수익이 안정적으로 증가하고, 다른 제품에서도 상업화 로열티가 들어오기 시작하면 알테오젠의 이익 질은 크게 개선된다. 반대로 신규 계약과 일회성 마일스톤이 실적의 대부분을 차지한다면 현재의 높은 밸류에이션을 장기간 유지하기 어렵다.
따라서 앞으로 분기 실적에서는 매출과 영업이익 총액뿐 아니라 상업화 제품에서 발생하는 반복 수익과 일회성 기술료를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키트루다 이후의 특허 전략도 중요한 변수다
피하주사 제형의 경제적 가치는 약효 개선뿐 아니라 제품의 생애주기를 연장할 수 있다는 데도 있다. 대형 블록버스터 의약품은 핵심 물질특허 만료가 다가올수록 바이오시밀러와의 경쟁 압력이 커지는데, 새로운 제형을 통해 환자 편의성을 높이고 별도의 특허 장벽을 구축하면 기존 환자를 새로운 제품으로 전환시키는 전략을 사용할 수 있다.
MSD가 키트루다 SC 전환에 적극적인 이유도 이런 전략과 맞닿아 있다. 키트루다의 글로벌 매출 규모가 워낙 크기 때문에 환자의 일부만 큐렉스로 이동해도 상업적 가치는 상당하다.
알테오젠 입장에서는 이 구조가 더욱 중요하다. 글로벌 제약사들이 특허 만료를 앞둔 블록버스터 제품의 수명을 연장하기 위해 피하주사 전환을 주요 전략으로 활용한다면 ALT-B4의 잠재 고객군은 계속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알테오젠의 장기 성장성은 새로운 신약을 직접 발굴하는 것보다 이미 성공한 글로벌 의약품의 투여 방식을 얼마나 많이 바꿀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가장 큰 위험은 성공한 플랫폼에 너무 많은 성공을 미리 가격에 넣는 것이다
알테오젠의 투자 논리가 과거보다 강해진 것은 분명하다. 기술수출만으로 가치를 설명하던 시기와 달리 실제 상업화 제품이 등장했고, 큐렉스 매출도 예상보다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상반기 실적 역시 플랫폼이 실제 수익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그러나 좋은 회사와 좋은 주식은 언제나 같은 의미는 아니다.
시가총액이 이미 20조원을 크게 넘어선 상황에서는 추가적인 주가 상승을 위해 기대 이상의 실적이나 새로운 계약이 필요하다. 큐렉스 전환 속도가 예상보다 늦어지거나 파트너사의 개발 일정이 지연되고, 추가 기술수출이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기업의 사업 경쟁력이 훼손되지 않더라도 주가는 조정을 받을 수 있다.
또 하나의 위험은 핵심 플랫폼 가치가 특정 블록버스터 제품에 과도하게 연결되는 것이다. 현재 시장의 관심이 키트루다 큐렉스에 집중돼 있는 만큼, MSD의 판매 전략이나 처방 전환 속도가 달라지면 알테오젠 주가도 민감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다음 단계에서는 키트루다 외 제품이 중요하다. 플랫폼 기업의 진정한 분산효과는 계약 상대가 여러 곳이라는 사실이 아니라, 실제 판매되는 제품이 여러 개가 되는 순간부터 나타난다.
이제 봐야 할 것은 ‘다음 계약’보다 ‘다음 상업화’다
과거 알테오젠 주가를 움직이는 가장 강한 재료는 기술수출 발표였다. 글로벌 제약사와 계약을 맺었다는 뉴스가 나오면 계약 규모를 바탕으로 플랫폼 가치를 재평가했고, 다음 계약에 대한 기대가 다시 주가를 끌어올렸다.
키트루다 큐렉스 상업화 이후에는 투자자가 확인해야 할 순서가 달라진다.
첫 번째는 큐렉스가 전체 키트루다 시장에서 얼마나 빠르게 점유율을 높이는지다. 두 번째는 그 판매 증가가 알테오젠의 반복 수익으로 얼마나 연결되는지이며, 세 번째는 다른 파트너사의 제품 가운데 두 번째 상업화 사례가 언제 등장하는지다. 여기에 추가 기술수출과 새로운 모달리티 확장이 더해지면 플랫폼 가치의 상승 근거가 생긴다.
알테오젠은 여전히 기술수출이 중요한 바이오기업이지만, 이제 계약 발표만 기다리는 회사로 평가하기에는 사업 단계가 달라졌다. 상업화 제품이 매출을 만들고 있고, 그 매출이 회사 실적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 변화는 알테오젠의 가장 큰 강점이면서 동시에 현재 주가가 요구하는 조건이기도 하다.
시장은 이미 ALT-B4가 기술적으로 유효하다는 사실에는 상당한 값을 매겼다. 이제 필요한 것은 그 기술이 여러 제품에서 반복적으로 현금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증거다.
키트루다 큐렉스는 그 첫 번째 답이다.
알테오젠의 다음 기업가치 재평가는 두 번째 답이 언제 나오느냐에 달려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