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주, 이제 수주보다 ‘마진’이다…HD한국조선해양·한화오션·삼성중공업의 다음 승부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조선주를 볼 때 가장 먼저 확인하는 숫자는 수주액이었다. 대형 LNG운반선 몇 척을 따냈는지, 연간 목표의 몇 퍼센트를 채웠는지가 주가를 움직이는 대표적인 재료였고, 오랜 불황을 통과한 조선업에 충분한 일감이 들어오는지 자체가 가장 중요한 문제였다.
2026년 8월 말의 상황은 조금 다르다. 국내 주요 조선사들은 이미 수년치 일감을 확보했고, 올해도 LNG운반선과 컨테이너선, LPG·암모니아 운반선, 해양플랜트 등 고부가 선종을 중심으로 신규 수주를 이어가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은 8월 24일 기준 162척, 180억8000만달러를 수주해 연간 목표 233억1000만달러의 77.6%를 채웠고, 삼성중공업은 상선 부문의 연간 목표를 이미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한화오션 역시 2028년 인도 물량까지 상당한 건조 슬롯을 확보한 상태다.
이제 투자자의 질문도 달라질 필요가 있다. 앞으로 조선주를 가르는 것은 단순히 누가 더 많은 배를 따왔느냐가 아니라, 이미 확보한 일감을 얼마나 높은 가격에 받아 얼마나 효율적으로 건조해 얼마를 남기느냐에 가까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조선 3사 모두 두 자릿수 이익률…호황의 숫자가 달라졌다
올해 2분기 실적은 조선업의 변화가 어디까지 왔는지를 보여준다. HD한국조선해양·한화오션·삼성중공업의 합산 매출은 17조6009억원, 합산 영업이익은 2조7062억원으로 집계됐으며, 세 회사 모두 영업이익률 10%를 넘어섰다. 과거 수주가 늘어도 원가 부담 때문에 이익으로 연결되지 못했던 조선업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회사별 차이는 더 흥미롭다. HD한국조선해양은 2분기 매출 8조9270억원에 영업이익 1조6451억원을 기록해 영업이익률이 18.4%에 달했고, 한화오션은 매출 5조4432억원과 영업이익 7361억원으로 13.5%, 삼성중공업은 매출 3조2307억원과 영업이익 3250억원으로 10.1%를 기록했다. 모두 호실적이지만 같은 조선 호황 속에서도 영업이익률 격차가 8%포인트 이상 벌어진 셈이다.
바로 이 차이가 앞으로 조선주를 볼 때 중요한 단서가 된다. 업황이 좋아지는 첫 단계에서는 수주 증가 자체가 중요하지만, 수년치 일감이 쌓인 뒤에는 어떤 가격에 받은 배가 매출로 잡히고 있는지, 생산성이 얼마나 개선됐는지, 사업 포트폴리오에 어떤 프로젝트가 포함돼 있는지가 이익의 차이를 만든다.
왜 지금 ‘고선가 수주’가 이익으로 돌아오나
조선업은 계약을 따낸 날 곧바로 매출과 이익이 발생하는 산업이 아니다. 선박 한 척을 설계하고 건조해 인도하기까지 통상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현재의 실적에는 2~3년 전 수주했던 선박의 가격과 원가 구조가 뒤늦게 반영된다.
최근 이익률이 빠르게 좋아진 배경에도 이 시차가 있다. 조선업황이 회복되면서 높은 가격에 수주했던 LNG운반선과 대형 컨테이너선 등 고선가 물량의 매출 인식이 본격화됐고, 과거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낮았던 일감은 점차 빠져나가고 있다. 올해 2분기에는 2024년 이후 수주한 선박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을 넘어선 것으로 파악됐으며, 생산성 향상과 원가 절감, 환율 여건도 수익성 개선을 뒷받침했다.
따라서 신규 수주액이 지난해보다 조금 줄어든다고 해서 곧바로 실적 악화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지금 조선사들의 손익을 결정하는 것은 오늘 따낸 배보다 이미 도크에서 만들고 있는 배의 선가와 원가일 가능성이 더 크다.
HD한국조선해양, 가장 높은 마진이 강점…다만 숫자 비교에는 주의해야
세 회사 가운데 현재 수익성만 놓고 보면 HD한국조선해양이 가장 앞서 있다. 2분기 영업이익률 18.4%는 한화오션보다 4.9%포인트, 삼성중공업보다 8.3%포인트 높았으며, 회사는 고선가 선박의 매출 비중 확대와 생산성 향상, 수익성 중심의 선별 수주를 실적 개선의 주요 배경으로 들고 있다.
8월에도 신규 수주는 이어졌다. HD한국조선해양은 24일 오세아니아 선사와 LPG운반선 4척, 총 5154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고, 올해 들어 LNG운반선 17척, 컨테이너선 30척, LPG·암모니아·액화이산화탄소 운반선 50척 등 다양한 선종을 확보했다.
다만 투자자가 한 가지 주의할 점은 HD한국조선해양과 한화오션·삼성중공업의 숫자를 완전히 같은 기준으로 비교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HD한국조선해양은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삼호 등을 연결하는 조선 중간지주사이기 때문에 단일 조선사인 한화오션이나 삼성중공업과 사업구조가 다르다. 6월 말 기준 수주잔고 역시 HD한국조선해양 761억달러, 삼성중공업 355억달러, 한화오션 337억달러로 집계되지만 HD한국조선해양 수치는 여러 조선 계열사를 포괄한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따라서 단순히 ‘수주잔고가 가장 크다’보다 연결 자회사별 수익성과 고선가 선박의 매출 전환 속도를 함께 보는 것이 중요하다.
한화오션은 상선 마진에 ‘방산 프리미엄’이 붙을 수 있을까
한화오션의 관심 포인트는 상선 실적 회복과 특수선 사업의 확장 가능성이 동시에 존재한다는 데 있다. 2분기 영업이익은 7361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98% 증가했고, 매출은 65.2% 늘어난 5조4432억원을 기록했다. LNG운반선 등 고수익 프로젝트의 매출 인식이 늘어난 데다 자재비 절감과 생산성 개선이 동시에 반영되면서 13.5%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투자자들이 한화오션을 다른 조선사와 구분해 보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방산과 미국 조선시장이다. 상선만 잘 만드는 회사가 아니라 잠수함과 수상함 등 특수선 역량을 갖추고 있고, 미국 필리조선소를 통한 현지 사업 확대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다만 여기에는 기대와 실적을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미국 함정 건조와 MRO 사업 확대가 장기 성장동력이 될 가능성은 있지만, 기대되는 사업 전체가 곧바로 대규모 매출과 이익으로 확정되는 것은 아니다. 주가에 방산 프리미엄이 먼저 반영될수록 실제 계약 규모와 수익성, 현지 투자에 필요한 비용을 더 엄격하게 확인해야 한다.
한화오션의 다음 단계는 ‘방산 이야기가 많다’가 아니라, 그 방산 사업이 기존 상선과 다른 수준의 수익성을 실제 숫자로 보여주는지가 될 가능성이 크다.
삼성중공업은 LNG선보다 FLNG에서 차별화될까
삼성중공업의 2분기 영업이익률은 10.1%로 세 회사 가운데 가장 낮았지만, 처음으로 세 조선사가 동시에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에 올라섰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영업이익이 58.7% 증가했고 고선가 LNG운반선의 건조 비중이 높아지면서 수익성 역시 개선되고 있다.
삼성중공업에서 더 눈여겨볼 부분은 FLNG다. 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설비는 일반 상선보다 프로젝트 규모가 크고 기술 난도가 높은 해양설비로, 삼성중공업은 올해 상반기 이탈리아 에너지기업 에니의 모잠비크 코랄 노르트 FLNG와 미국 델핀 미드스트림 관련 대규모 FLNG 계약을 확보했다.
이런 해양 프로젝트가 예정대로 진행되고 원가가 안정적으로 관리된다면 삼성중공업에는 LNG운반선과는 다른 수익원으로 작용할 수 있다. 반대로 해양플랜트는 설계 변경이나 공정 지연이 발생할 경우 원가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과거의 경험도 있는 만큼, 계약 규모만큼 실제 프로젝트의 채산성이 중요하다.
결국 삼성중공업의 투자 포인트 역시 “몇 조원짜리 계약을 따냈다”보다 FLNG와 LNG선이 향후 영업이익률을 10%대 이상에서 얼마나 안정적으로 유지시켜줄지를 보는 쪽으로 이동한다.
수주가 많다고 주가가 계속 오르는 것은 아니다
조선업의 펀더멘털이 좋아졌다고 해서 조선주 주가가 같은 속도로 계속 상승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주식시장은 현재 실적보다 미래의 실적을 먼저 가격에 반영하기 때문에 호황이 널리 알려질수록 투자자가 지불하는 가격도 높아진다.
특히 조선주는 이미 수주잔고 확대와 LNG선 호황, 미국 함정시장 진출 기대, 친환경선 교체 수요 등을 오랫동안 주가 재료로 사용해왔다. 앞으로는 좋은 수주 공시 하나가 나왔다는 사실보다 그 계약이 기존 시장 기대보다 얼마나 높은 수익성을 제공하는지가 더 중요해질 가능성이 있다.
신규 선박 발주 사이클 역시 무한정 확대될 수는 없다. 중국 조선사들이 전체 물량 기준으로 높은 시장점유율을 유지하는 상황에서 한국 업체들은 LNG운반선과 FLNG, 친환경선, 특수선 등 기술 난도가 높은 분야에서 프리미엄을 유지해야 한다. 여기에 후판과 인건비 상승, 환율 변화, 공정 지연이 겹치면 높은 선가를 받아도 실제 마진은 낮아질 수 있다.
수주잔고가 많다는 것은 앞으로 만들 배가 충분하다는 의미이지, 모든 계약이 높은 이익을 보장한다는 뜻은 아니다.
다음 조선주 승부는 ‘몇 척’이 아니라 ‘몇 % 남겼나’
2026년 조선업은 수주 회복을 확인하는 단계를 지나 수익성의 질을 비교하는 단계로 이동하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은 18%를 넘어선 연결 영업이익률, 한화오션은 빠른 상선 수익성 회복과 방산 확장성, 삼성중공업은 LNG선과 FLNG를 축으로 한 해양플랜트 경쟁력이 서로 다른 투자 포인트를 만든다.
따라서 앞으로 조선주를 볼 때는 수주액과 수주잔고만 확인해서는 부족하다. 영업이익률이 전분기보다 높아지는지, 과거 고선가 수주분이 얼마나 남아 있는지, 신규 계약의 선종 구성이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 생산성 개선이 일회성이 아닌지, 방산과 FLNG 같은 신사업이 실제 이익으로 연결되고 있는지를 함께 봐야 한다.
8월 말 현재 조선 3사가 보여주는 공통점은 분명하다. 충분한 일감이 있고 고선가 선박이 매출에 반영되면서 이익이 빠르게 늘고 있다. 그러나 2분기 영업이익률이 HD한국조선해양 18.4%, 한화오션 13.5%, 삼성중공업 10.1%로 벌어졌다는 사실은 같은 호황 안에서도 회사마다 돈을 버는 힘이 이미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조선주가 다시 한번 평가받으려면 이제 “배를 많이 따냈다”는 이야기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