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 매출 비중, 숫자만 보면 오해한다…삼성전자·현대글로비스·이노션 공시로 본 비교법
상장사의 계열사 매출 의존도를 따질 때는 숫자 크기보다 먼저 공시의 분모와 범위를 확인해야 한다. 같은 ‘특수관계자 거래’라도 별도재무제표인지 연결재무제표인지, 단순 매출인지 매출·매입 등을 묶은 거래총액인지에 따라 해석이 크게 달라진다. 2025 사업보고서와 회사 공시를 대조해보면, 계열사 거래가 많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지배구조 위험이나 수익성 취약성을 단정하기 어렵다는 점이 먼저 드러난다.
비교가 가능한 최신 공시는 2026년 3월 제출된 2025 사업보고서들이다. 금융감독원은 2025 사업보고서부터 XBRL 주석 재무공시 제출 상장사가 약 1800곳으로 늘어날 수 있다고 안내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예전보다 특수관계자 거래 주석과 사업보고서 항목을 대조하기 쉬워졌지만, 항목 정의가 제각각이라는 문제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삼성전자는 왜 90%를 넘고, 이 수치가 곧바로 위험 신호는 아닌가
삼성전자 2025 사업보고서의 별도 손익계산서 매출은 238조432억원이다. 같은 보고서의 특수관계자 거래 주석에서 2025년 ‘매출 등’ 합계는 종속기업 거래 218조3903억원, 관계기업·공동기업 9751억원, 그 밖의 특수관계자 2952억원, 대규모기업집단 소속회사 2095억원으로 합쳐 약 219조8702억원이다. 단순 계산하면 별도 매출의 90%를 넘는다.
다만 이 수치는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총수 일가가 지배하는 다른 계열사에 대한 외부성 내부거래’와는 성격이 다르다. 삼성전자처럼 전 세계 판매법인과 제조법인을 다수 거느린 기업은 별도재무제표에서 종속기업과의 거래가 대규모로 잡힌다. 즉 별도 기준 특수관계자 매출 비중이 높다는 사실만으로 당장 판로 편중이나 부당지원 가능성을 읽어내기는 어렵고, 연결 기준에서 제거되는 내부거래인지, 독립 상장 계열사와의 거래인지 다시 나눠 봐야 한다는 뜻이다.
현대글로비스는 연결 기준에서도 계열사 비중이 높지만, 거래 구조는 다르다
현대글로비스는 같은 방식으로 보더라도 성격이 또 다르다. 현대글로비스의 2025년 연결 매출은 29조5664억원이다. 연결감사보고서의 특수관계자 공시에서는 당기 매출거래 합계가 21조6152억원으로 나타난다. 연결 기준 매출의 약 73%에 해당하는 규모다.
세부 거래처를 보면 현대자동차 1조7501억원, 현대모비스 5094억원뿐 아니라 기아, 현대자동차 체코법인, 현대자동차 브라질법인, 기아 조지아법인, 현대차 미국법인 등 현대차그룹 국내외 완성차 계열사가 폭넓게 들어간다. 이는 물류·CKD·해운을 담당하는 현대글로비스의 사업 구조와 맞물린 수치다. 계열사 의존이 높다는 점은 분명하지만, 광고·IT서비스처럼 본사 몇 곳에 매출이 몰리는 구조와는 다르게 해외 생산법인과 판매법인까지 포함한 공급망 기반 거래라는 차이가 있다.
따라서 현대글로비스의 경우에는 계열사 비중 자체보다 비계열 고객 확대가 실제로 진행되는지, 계열 매출이 원가 상승 국면에서도 같은 수익성을 유지하는지, 완성차 업황 변화가 해운·물류 부문 손익에 어떻게 번지는지를 함께 봐야 한다. 단순히 ‘계열사 매출이 많다’는 사실만으로 수익성 취약을 단정하기에는 사업 구조가 더 복합적이다.
이노션은 별도 기준 특정 계열사 집중이 더 직접적으로 읽힌다
이노션은 오히려 숫자 해석이 더 직선적이다. 2025 사업보고서에서 별도 매출은 6257억원이다. 같은 보고서의 ‘최대주주등과의 거래내역’에는 현대자동차와의 매출·매입 등 거래가 1903억원, 기아와의 거래가 1420억원으로 적시됐다. 이 두 거래처만 합쳐도 3323억원으로, 2025년 별도 매출의 절반을 넘는 수준이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이 표의 비율이 2024년도 별도 매출액 대비 5% 이상 거래를 기준으로 작성된 항목이라는 점이다. 다시 말해 특수관계자 전체 매출 비중을 완결적으로 보여주는 표는 아니지만, 현대차와 기아 두 곳만으로도 별도 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다는 사실은 확인된다. 사업 성격상 광고대행사는 특정 대형 광고주와 장기 관계를 맺을수록 실적 안정성이 높아질 수 있지만, 반대로 그룹 마케팅 예산 조정이 곧바로 실적 변동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함께 커진다.
투자자가 봐야 할 것은 ‘계열사 비중’ 한 줄이 아니라 세 가지 분리다
이번 공시들을 나란히 놓고 보면, 첫째로 별도와 연결을 섞어 비교하면 안 된다. 삼성전자의 90%대 수치는 종속기업 거래가 큰 별도 기준이고, 현대글로비스의 70%대 수치는 연결 기준 공급망 거래다. 둘째로 ‘매출’과 ‘매출·매입 등’을 구분해야 한다. 이노션 공시는 거래총액 기준 항목이라 손익계산서 매출과 일대일로 대응하지 않는다. 셋째로 국내 본사 몇 곳에 몰린 집중인지, 해외 생산·판매법인까지 분산된 그룹 공급망 거래인지를 갈라 봐야 한다.
결국 계열사 매출 의존도가 높을수록 위험하다는 단순 공식은 공시 원문 단계에서 이미 흔들린다. 다만 그 반대도 아니다. 계열 거래 비중이 높은 회사일수록 계약 조건이 시장가격과 얼마나 유사한지, 비계열 매출 확장이 실제로 진행되는지, 계열사 투자 사이클이 둔화할 때 영업이익률이 얼마나 방어되는지까지 봐야 비로소 지배구조와 수익성의 연결고리를 읽을 수 있다. 숫자는 출발점일 뿐, 같은 퍼센트라도 의미는 기업마다 다르다.
자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2025년 사업보고서 XBRL 재무공시 연착륙 방안 마련(2025.04.01); 삼성전자, 2025 Business Report(2026.04.30), 2025 Consolidated Financial Statements(2026.02.12); 현대글로비스, 제25기 영업보고서(2026.03.18), 제25기 연결감사보고서(2026.03.17); 한국거래소 KIND, 주식회사 이노션 사업보고서(2026.02.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