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기식 정기구독 늘어도 공시엔 ‘진짜 재구매율’ 없다…판관비·채널구성·반품정책이 먼저 갈랐다
건강기능식품의 정기구독이 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브랜드의 체력이 확인되지는 않는다. 2026년 10월 23일 기준 공개 자료를 대조해보면, 국내 상장 건기식 기업 가운데 할인 고객을 제외한 ‘실질 재구매율’이나 고객획득비(CAC), 실제 반품률을 정기적으로 공시하는 곳은 찾기 어렵다. 대신 공시로 확인되는 것은 매출이 어떤 채널에서 늘었는지, 판매관리비가 얼마나 무거운지, 그리고 소비자 단계에서 정기결제와 반품 조건이 어떻게 설계돼 있는지다. 결국 정기구독 성장세를 평가하려면 구독자 수보다 할인 의존도와 비용 구조를 먼저 봐야 한다.
시장 자체는 여전히 크다. e-나라지표에 반영된 식품의약품안전처 통계 기준으로 건강기능식품 제조업체 수는 2024년 607개소, 2025년 613개소로 늘었고, 매출액은 2024년 4조131억원에서 2025년 4조909억원으로 소폭 증가했다. 다만 같은 자료에서 국내판매액은 2024년 3조6329억원, 2025년 3조6385억원으로 사실상 제자리였고, 증가분의 상당 부분은 수출 확대에서 나왔다. 국내 시장 안에서 브랜드별 충성고객이 얼마나 늘었는지는 이 통계만으로 판별되지 않는다.
공시가 보여주지 않는 핵심, 할인 제외 재구매율
독자가 가장 궁금해하는 지점은 단순하다. 한 번 싸게 사본 고객이 다음에도 제값을 내고 남는지, 첫 구매를 끌어오기 위해 쓴 비용이 이후 이익으로 회수되는지다. 그러나 상장사의 사업보고서와 감사보고서에는 이런 질문에 바로 답할 수 있는 통일 지표가 거의 없다. 회사별로 멤버십, 자사몰, 홈쇼핑, 플랫폼 입점, 번들 할인, 정기배송 할인 구조가 달라 같은 ‘재구매’라도 질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재 공개 자료에서 쓸 수 있는 대안 지표는 판매관리비 비중과 채널 변화다. 엄밀한 CAC는 아니지만, 광고선전비와 판매수수료, 물류비, 프로모션 비용이 포함되는 판관비가 매출을 얼마나 잠식하는지 보면 고객 확보 경쟁의 압박을 가늠할 수 있다. 여기에 홈쇼핑 의존도가 높았는지, 자사몰과 플랫폼에서 자연 유입이 커졌는지까지 함께 봐야 실제 재구매 기반을 추정할 수 있다.
에이치피오는 플랫폼 확장으로 성장, 뉴트리는 채널 전환의 공백 노출
에이치피오는 공개 IR 자료에서 2024년 매출 2428억원, 2025년 매출 2582억원을 제시했고, 2026년 1분기 매출은 633억1000만원으로 전년 동기 554억9000만원보다 늘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15억4000만원에서 32억8000만원으로 증가했다. 회사는 쿠팡, 네이버, 올리브영, 백화점 등 핵심 플랫폼과 오프라인 채널 확대를 성장 배경으로 설명했다. 감사보고서상 2024년 개별 기준 판관비는 매출의 약 59.7%였다. 절대적으로 낮다고 보긴 어렵지만, 적어도 비용을 감당하면서 이익을 남기는 구조는 확인된다.
반면 뉴트리는 채널 재편의 부담이 더 분명하게 드러난다. 2024년 사업보고서에서 뉴트리는 2017년 이후 홈쇼핑과 자사몰 중심의 B2C 역량을 키워왔지만, 2024년에는 홈쇼핑 방송 횟수를 줄여 효율을 높이고 온라인·오프라인 비중을 키우려 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결과였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매출이 늘었음에도 홈쇼핑 감소분을 메우지 못해 2024년 매출은 1075억9430만원으로 줄었고 영업손실 27억9458만원을 냈다. 판관비는 매출의 약 77.6%였다. 재구매 기반이 단단하다면 채널 전환 과정에서도 매출 방어가 상대적으로 쉬워야 하지만, 공개 수치만 놓고 보면 그 완충력이 충분하지 않았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 비교가 보여주는 것은 구독이나 반복 구매의 ‘존재’보다 채널 전환 이후에도 매출과 이익이 유지되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점이다. 같은 온라인 강화라도 어떤 회사는 플랫폼 확장으로 외형과 수익성을 함께 키웠고, 어떤 회사는 기존 판매 채널 감소를 상쇄하지 못했다. 할인 고객과 비할인 고객을 분리한 재구매율이 없다면, 투자자는 이런 결과 지표를 우회적으로 볼 수밖에 없다.
프롬바이오는 정기결제는 있지만, 비용 구조가 더 먼저 경고를 보냈다
프롬바이오는 정기결제 운영 흔적이 소비자 접점에서 비교적 뚜렷하게 확인된다. 공식 쇼핑몰에는 정기배송 상품이 노출돼 있고, 2024년 12월 공지에서는 결제대행사 변경으로 기존 정기결제가 일괄 해지됐지만 기존 할인과 회차 혜택은 이어서 적용된다고 안내했다. 정기결제 자체는 이미 주요 판매 방식 가운데 하나라는 뜻이다.
그러나 기업 실적은 다른 질문을 던진다. 프롬바이오의 2024년 별도 기준 매출은 507억6906만원, 영업손실은 220억1055만원이었다. 같은 해 판매관리비는 421억6953만원으로 매출의 약 83.1%에 달했다. 정기결제와 반복 구매 장치가 있어도 고객 확보와 유지에 들어가는 비용, 판촉 강도, 채널 수수료 부담이 크면 손익은 악화할 수 있다는 점이 수치로 드러난 셈이다. 정기구독 확대가 실질적 충성고객 증가인지, 할인 유지비용을 늘린 결과인지는 이런 경우 더 엄격하게 따져봐야 한다.
반품은 기업보다 소비자 피해 통계가 더 잘 보인다
반품과 해지 문제도 마찬가지다. 상장사 공시에서는 건기식 브랜드별 실제 반품률이 별도 지표로 잘 드러나지 않지만, 소비자 단계의 마찰은 한국소비자원 자료에서 더 선명하게 보인다. 소비자원이 분석한 2020년 1월부터 2023년 6월까지의 건강식품 관련 피해구제 신청은 939건이었고, 이 가운데 계약 관련 사유가 577건으로 61.5%를 차지했다. 무료체험 관련 121건만 따로 보면 계약 관련 피해가 95건, 78.5%였다. 정기결제나 체험 후 전환 구조에서 해지와 환급이 얼마나 중요한 변수인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실제 판매 페이지에서도 단서를 읽을 수 있다. 덴프스몰은 다수 상품에 정기배송 할인 선택지를 두고 있으며, 일부 특가상품은 하자나 오배송이 아닌 단순변심의 교환·반품이 제한될 수 있다고 안내한다. 프롬바이오 역시 쇼핑몰 하단에서 교환·반품 절차를 별도 안내하고 출고지와 반품지가 다를 수 있다고 고지한다. 이런 조건은 업계에서 흔한 운영 방식이지만, 소비자 체감에서는 재구매 경험과 브랜드 신뢰에 직접 연결된다. 반품률이 공시되지 않는 시장일수록 반품 조건의 강도와 해지 편의성이 실제 재구매율을 왜곡할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구독자 수’보다 ‘정상가 재구매’ 공개
현재 공개 자료만으로 내릴 수 있는 결론은 분명하다. 건기식 정기구독의 성장세는 산업의 유통 변화로 볼 수 있지만, 기업 경쟁력을 판정하는 단독 지표로 쓰기에는 부족하다. 공시에서 확인되는 것은 에이치피오처럼 플랫폼 확장과 이익 방어를 함께 보여준 사례, 뉴트리처럼 채널 전환 과정에서 매출 공백이 생긴 사례, 프롬바이오처럼 정기결제 운영과 별개로 비용 구조가 먼저 흔들린 사례다. 같은 건기식이어도 반복 구매의 질과 고객 확보 효율은 회사마다 전혀 다를 수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투자자와 유통 실무자가 먼저 확인해야 할 항목은 세 가지다. 첫째, 정기배송 고객 중 할인 종료 후에도 남는 비중이 있는지다. 둘째, 홈쇼핑·플랫폼 수수료와 광고비를 포함한 판관비가 매출 대비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는지다. 셋째, 반품·해지 조건이 매출 성장의 뒷면에서 소비자 마찰을 키우고 있지 않은지다. 지금의 공시 체계에서는 이 세 항목이 완전하게 공개되지 않기 때문에, 화려한 구독 성장 서사보다 손익과 채널 구조, 소비자 조건을 함께 보는 보수적 해석이 더 안전하다.
자료: e-나라지표, 건강기능식품 생산현황(2026년 10월 열람); 한국소비자원, 건강식품 관련 소비자피해 전년 동기대비 48.7% 증가했어요(2023); 한국거래소 KIND, [뉴트리] 사업보고서(2024.12)(2025.03.21); 한국거래소 KIND, [에이치피오] 감사보고서(2024.12)(2025.03.12); 한국거래소 KIND IR자료실, 에이치피오 IR Book_F_260527(2026.05.27); 한국거래소 KIND, [프롬바이오] 사업보고서(2024.12)(2025.03.21); 한국거래소 KIND, [프롬바이오] 감사보고서(2024.12)(2025.03.14); 프롬바이오 공식 쇼핑몰, PG사 변경에 따른 정기결제 서비스 자동결제 수단 재등록 안내(2024.12.26); 덴프스몰, 루테인지아잔틴 MAX 4박스/4개월분 상품페이지(2026년 10월 열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