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저신용대출 늘린 인터넷은행, 고객 증가가 곧 충당금 급증은 아니었다
인터넷전문은행의 중저신용대출 확대가 곧바로 충당금 부담 급증으로 이어진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금융당국은 2024년부터 2026년까지 인터넷전문은행의 중저신용자 신용대출 목표를 평잔 30% 이상으로 잡았지만, 실제 손익에 미치는 영향은 대출을 얼마나 늘렸는지보다 어떤 자산을 늘렸는지에 더 크게 좌우됐다. 보증·담보 비중, 신용평가모형의 정교함, 개인신용대출과 개인사업자대출의 구성 차이가 충당금과 대손비용의 방향을 갈랐다는 뜻이다.
적어도 공시로 확인되는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의 최근 흐름은 같은 결론을 보여준다. 중저신용 고객을 더 받아도 충당금이 일률적으로 불어나는 것은 아니었고, 반대로 고객 수가 늘었다는 사실만으로 건전성이 개선됐다고 보기도 어려웠다. 핵심은 고객 증가 자체보다 어떤 차주를 어떤 구조의 대출로 편입했는지에 있다.
카카오뱅크, 중저신용 비중 유지했지만 연간 충당금전입액은 감소
카카오뱅크의 2025년 사업보고서를 보면 상각후원가측정 대출채권은 2024년 말 44조5038억원에서 2025년 말 51조7456억원으로 늘었고, 총자산도 같은 기간 62조8053억원에서 76조4098억원으로 증가했다. 그럼에도 2025년 금융자산신용손실충당금전입액은 2438억원으로 2024년 2706억원보다 268억원 줄었다. 순이익은 4803억원으로 전년 4401억원보다 늘었다.
카카오뱅크의 분기 실적 자료를 보면 2025년 3분기 말 중저신용대출 평균잔액은 4조9000억원, 무담보대출 내 비중은 32.9%였다. 같은 시점 연체율은 0.51%, 고정이하여신비율은 0.55%였고, 누적 신용원가율은 0.53%로 2분기보다 0.02%포인트 낮아졌다. 누적 충당금 적립액은 1753억원이었다. 중저신용대출 비중을 30%대에서 유지하면서도 충당금 부담이 완만해진 셈인데, 회사는 보증·담보대출 비중 확대와 자산구성 변화가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목은 반례로 읽을 만하다. 중저신용 고객을 더 받으면 충당금이 기계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통념과 달리, 보증서나 담보가 붙은 상품 비중이 커지면 기대신용손실 계산은 달라진다. 카카오뱅크 사업보고서 주석도 손실충당금을 12개월 기대신용손실, 전체기간 기대신용손실, 신용손상 자산으로 나눠 산정하고 있었는데, 같은 대출 증가라도 어느 구간에 자산이 쌓이느냐에 따라 비용이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케이뱅크는 고객·여신 확대 속 대손비용 개선을 경영성과로 제시
케이뱅크도 최근 공시에서 비슷한 메시지를 냈다. 2025년 재무제표 기준 순이익은 1126억원으로, 2024년 1281억원보다는 줄었지만 2년 연속 1000억원대 이익을 유지했다. 케이뱅크 이사회는 2026년 3월 공시한 최고경영자 후보 추천 사유에서 취임 이후 고객과 여·수신을 크게 확대하면서도 대손비용을 개선했다고 적었다.
같은 공시에서 케이뱅크는 여신 포트폴리오 재편과 신용평가모형 고도화를 통해 연체율과 고정이하여신비율을 안정적으로 관리했다고 설명했다. 가계대출 규제 환경에서 개인사업자 대출을 전략적으로 확대해 자산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했고, 요구불 수신 비중 확대로 조달구조도 손봤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고객 증가와 중저신용대출 확대가 곧장 대손비용 폭증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상품 구성과 심사모형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점을 케이뱅크도 경영성과의 일부로 제시한 셈이다.
다만 카카오뱅크와 달리 케이뱅크는 이번에 확인한 공개 자료만으로는 단계별 충당금 총액을 동일한 형식으로 바로 대조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두 은행의 절대 수준을 단순 서열화하기보다, 공시에서 직접 확인되는 대손비용의 방향성과 관리 방식의 차이를 중심으로 읽는 편이 더 정확하다.
서민 대출이 왜 어려운가, 답은 ‘비중 확대’보다 ‘손실을 버틸 구조’에 있다
금융위원회는 2023년 말 카카오뱅크·케이뱅크·토스뱅크와 함께 2024년부터 2026년까지 중저신용자 신용대출 목표를 평잔 30% 이상으로 설정했다. 취지는 분명하다. 기존 은행권에서 밀려난 차주를 1금융권 안으로 더 끌어들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은행 입장에서는 같은 30%라도 보증부 정책상품인지, 무보증 신용대출인지, 차주군이 근로소득자인지 개인사업자인지에 따라 손실흡수 부담이 달라진다.
결국 서민들이 대출받기 어렵다고 느끼는 이유도 여기서 나온다. 은행이 중저신용대출 비중을 맞추더라도 모든 차주에게 같은 조건으로 문을 여는 것은 아니다. 신용평가모형을 더 촘촘하게 만들고, 보증과 담보가 붙는 상품을 늘리고, 연체 가능성이 높은 구간에서는 금리와 한도를 더 엄격하게 조정하게 된다. 접근성을 넓히는 정책과 손실을 통제해야 하는 은행의 회계 논리가 동시에 작동하는 구조다.
따라서 투자자나 예금자가 봐야 할 지점은 단순한 고객 수 증가나 중저신용대출 비중 자체가 아니다. 충당금전입액이 실제로 어떻게 변했는지, 신용원가율과 연체율이 함께 움직였는지, 그리고 그 변화가 보증·담보 확대에 따른 것인지 아니면 심사 역량 개선에 따른 것인지를 따져봐야 한다. 최근 공시만 놓고 보면 인터넷은행의 중저신용대출 확대는 분명 건전성 부담을 키울 수 있는 변수이지만, 그 부담이 고객 증가와 일대일로 연결된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자료: 금융위원회, ‘24~’26년 인터넷전문은행 중·저신용자 대출 공급계획 발표(2023.12.27); 카카오뱅크, 3Q FY2025 Earnings Results(2025.11); 카카오뱅크, 사업보고서(2026.03.18 공시, 2025사업연도); 케이뱅크, 제10기 정기주주총회소집공고 및 의결권대리행사권유참고서류(2026.03.11 공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