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다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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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금금리 안 내리는데 대출금리 왜 버티나…은행 공시에서 드러난 건 ‘조달비용’보다 큰 금리민감도 차이

경제

예금금리가 내려가거나 묶여 있는데도 대출금리가 기대만큼 빨리 떨어지지 않는 이유는 단순하지 않다. 2026년 10월 23일 현재 한국은행의 가장 최근 월간 공표치는 8월 자료인데, 예금은행의 신규취급액 기준 저축성수신금리는 연 3.21%로 전월과 같았지만 대출금리는 연 4.40%로 0.13%포인트 올랐다. 예금금리와 대출금리가 같은 속도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뜻이다.

특히 은행들이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 비중을 늘릴수록 대출금리에는 현재 예금조달 비용만이 아니라 장기 금리변동을 버티기 위한 비용이 함께 붙는다. 고정금리 대출은 한 번 약정을 맺으면 시장금리가 바뀌어도 자산 수익률이 바로 조정되지 않기 때문에, 은행은 예금 만기 구조와 대출 만기 구조의 차이, 비만기성 예금의 실제 이탈 속도, 선제적 자금조달 여부까지 함께 관리해야 한다. 공시 주석의 금리민감도 표가 대출금리 결정의 배경으로 읽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같은 금리 환경인데도 은행별 NIM이 다르게 움직인 이유


실적 발표를 보면 같은 시기에도 은행별 반응은 엇갈린다. KB금융은 2026년 상반기 실적 발표에서 2분기 은행 순이자마진이 1.74%로 전분기보다 3bp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시장성 예금이 늘었고, 하반기 시장금리 상승에 대비한 선제적 자금 확보로 조달비용이 올라갔다는 것이 회사 설명이다.

반면 신한금융은 2026년 2분기 실적 발표에서 은행 NIM이 전분기보다 1bp 상승했다고 밝혔다. 시장금리 상승에 따라 대출자산 수익률이 더 빠르게 개선됐다는 설명이었다. 똑같이 예금과 대출을 다루는 은행이라도 자산 재가격 조정 속도와 조달 구조, 예금 유입의 성격에 따라 수익성 방향이 갈린다는 점을 보여준다.

KB금융의 2025년 상반기 실적 발표는 또 다른 반례다. 당시 회사는 핵심예금 확대 등으로 조달비용 절감 노력을 했지만, 시장금리 하락으로 대출수익률이 축소되면서 2분기 은행 NIM이 1.73%로 전분기보다 3bp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예금금리가 내려간다고 해서 대출금리도 자동으로 같은 폭으로 내릴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는 점이 여기서도 드러난다.


위험관리 주석이 보여준 차이, 핵심은 비만기성 예금 가정과 충격 방향


은행의 위험관리 주석에서 가장 먼저 확인할 대목은 금리민감도 수치 그 자체보다 어떤 가정으로 계산했는지다. KB금융의 2023년 1분기 경영공시에서 KB국민은행은 비만기성 예금의 평균 금리만기를 핵심예금 2.5년, 비핵심예금 1일로 두고 금리리스크를 측정했다. 같은 공시에서 최대 자기자본의 경제적 가치 변동은 3496억원, 최대 순이자이익 변동은 1904억원으로 제시됐다.

우리금융의 2023년 상반기 경영공시에서도 구조는 비슷하지만 민감도 방향은 달랐다. 우리은행은 평행 증가 시 자기자본의 경제적 가치 변동이 5302억원, 평행 감소 시 순이자이익 변동이 3851억원으로 제시됐다. 같은 금리 200bp 충격을 가정하더라도 어떤 시나리오에서 자본가치가 더 흔들리는지, 어떤 시나리오에서 이자이익이 더 흔들리는지가 은행마다 다르다는 뜻이다.

이 수치만 놓고 어느 은행이 더 위험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공시 범위가 지주 기준인지 은행 단독 기준인지, 단순합산인지, 분기와 반기 중 어느 시점인지가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고정금리 주택대출을 늘린 은행일수록 금리 하락기에는 대출 자산의 재가격 조정이 늦어지고, 금리 상승기에는 반대로 조달 구조에 따라 마진이 방어되거나 개선될 수 있다. 결국 소비자가 체감하는 대출금리는 예금금리 한 항목이 아니라 금리민감도와 조달 전략의 결과물에 가깝다.


비교 공시는 늘었지만, 단순 순위화는 여전히 어렵다


비교 여건은 이전보다 나아졌다. 금융감독원은 금융업 상장사의 주석 재무공시를 국제표준 XBRL 데이터 기반으로 단계적으로 확대했고, 자산 10조원 이상 금융업 상장법인부터 2025년도 반기보고서에 적용하기 시작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과거보다 금리위험, 파생계약, 가정값을 기계적으로 찾기 쉬워진 셈이다.

다만 현재 공시만으로는 ‘예금금리는 안 떨어지는데 왜 내 대출금리는 안 내려가느냐’는 질문에 단일한 정답을 줄 수는 없다. 은행마다 고정금리 대출 비중, 예금의 점착성, 시장성 조달 비중, 선제적 자금확보 시점, 기업대출과 가계대출의 비중이 다르기 때문이다. 같은 기준금리 변화가 와도 한 은행은 조달비용이 먼저 움직이고, 다른 은행은 대출자산 수익률이 먼저 움직일 수 있다.

따라서 투자자나 소비자가 봐야 할 것은 단순한 예대금리차 한 줄이 아니다. 실적 발표의 NIM 설명, 경영공시의 금리민감도 표, 비만기성 예금 가정, 그리고 사업보고서 주석의 금리위험 관리 방식을 함께 읽어야 한다. 고정금리 주택대출 확대는 곧바로 ‘은행이 비싸게 받는다’는 뜻도 아니고, 반대로 ‘곧 금리가 내려간다’는 신호도 아니다. 실제로는 은행마다 다른 위험관리 비용이 대출금리의 하방을 붙잡고 있었다.

자료: 한국은행, 2026년 8월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2026.09.25); 한국은행, 월간통계 공표일정(2026.10.29 공표 예정 포함); 금융감독원, 금융업 상장사의 주석 재무공시를 국제표준(XBRL) 데이터 기반으로 확대하고 상장사 지원 강화(2024.07.01); KB금융지주, 2026년 상반기 경영실적 발표(2026.07.23); KB금융지주, 2025년 상반기 경영실적 발표(2025.07.24); KB금융지주, 2023년 1분기 KB금융지주 현황(2023.05.15); 신한금융지주회사, 2026년 2분기 경영실적발표(2026.07.23); 우리금융지주, 2023년 상반기 우리금융지주 현황(2023.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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