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다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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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료용기 보증금제의 채산성, 회수율보다 역물류가 갈랐다

경제

국내에서 일회용 음료용기 보증금제를 바로 전국 확대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가장 먼저 확인되는 사실은 현재 제도의 중심이 아직 재사용 유리병이라는 점이다. 지금 한국의 보증금제는 소주·맥주 등 빈용기보증금 포함제품을 돌려주는 체계와, 제주·세종에서 시행 중인 일회용컵 보증금제로 나뉜다. 페트병이나 캔을 전국 단위로 환급하는 별도 제도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제도 도입의 경제성을 따질 때도 단순히 “회수율이 오르느냐”보다 누가 수거·보관·선별·운반 비용을 부담하느냐를 먼저 봐야 한다.

현행 빈용기보증금제는 회수 자체보다 재사용에 방점이 찍혀 있다. 소비자는 병을 반납하면 보증금을 돌려받고, 제조사는 도소매업자에게 취급수수료를 지급한다. 병당 보증금은 2017년 출고분부터 규격별로 상향됐고, 취급수수료도 별도 협상과 제도 개편을 거치며 올라왔다. 기업 입장에서 이 구조는 판매를 늘릴수록 회수망 유지비와 취급수수료 부담이 함께 커지는 체계다. 보증금이 매출로 남는 사업이 아니라, 회수 체계가 무너지지 않도록 비용을 계속 투입해야 하는 사업에 가깝다.


기업 손익은 ‘회수율’과 ‘역물류 비용’이 따로 움직인다


보증금제의 손익을 단순화하면 두 갈래다. 첫째는 회수율 상승에 따른 원재료·재활용 품질 개선 효과다. 재사용 병이면 신규 병 조달을 줄일 수 있고, 일회용 페트라면 보다 깨끗한 원료를 확보해 재생원료 비중을 높이기 쉬워진다. 둘째는 역물류 비용이다. 빈 용기를 다시 모으기 위해 매장 보관공간, 회수 박스, 운반차량, 자동회수기, 전산시스템, 오염물 선별비가 붙는다. 제도가 흑자가 되려면 첫째 효과가 둘째 비용을 넘어야 하는데, 한국처럼 편의점·슈퍼 비중이 높고 배송망이 촘촘한 시장에서는 이 역물류 비용이 쉽게 작아지지 않는다.

최근 정부 설명자료가 제주·세종의 일회용컵 보증금제에 대해 소상공인 이행부담과 과다한 운영비용 대비 낮은 정책효과를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일회용 용기 보증금제는 이론상 회수율을 높일 수 있어도, 현장에서는 회수 거점 확보와 물류 재배치가 먼저 비용으로 나타난다. 보증금제 도입만으로 곧바로 기업 수익성이 개선된다고 보기 어려운 이유다.


롯데칠성음료, 페트 규제 대응과 주류 공병 부담이 함께 걸린다


롯데칠성음료는 보증금제의 비용과 기회를 동시에 안고 있는 대표 사례다. 이 회사는 2025년 연결 기준 매출 3조9711억원, 영업이익 1672억원을 기록했다. 사업 구조를 보면 별도 기준 음료 매출 1조8143억원, 주류 매출 7527억원으로 음료와 주류가 함께 크다. 공시상 주요 원자재에도 음료 부문은 캔과 페트, 주류 부문은 주류 공병이 함께 적혀 있다. 다시 말해 페트병 규제와 유리 공병 회수체계가 동시에 손익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다.

롯데칠성음료에 보증금제가 갖는 의미는 두 갈래다. 주류 쪽에서는 공병 회수망이 유지될수록 병 재사용의 편익이 커질 수 있다. 반면 음료 쪽에서는 전국 단위 페트 보증금제가 새로 생길 경우 회수함 설치, 점포 수거, 선별·운반, 정보시스템 연동 비용이 먼저 불어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이 회사는 이미 100% 재생 MR-PET 제품을 내놓고 투명 페트병 자원순환 협약에도 참여하고 있어, 고품질 회수 원료를 안정적으로 확보해야 할 유인은 커지고 있다. 2026년 1월부터 연간 5000톤 이상 페트병을 쓰는 먹는샘물·비알코올 음료 제조사에 재생원료 사용의무가 적용되기 시작한 점까지 감안하면, 롯데칠성음료에는 보증금제보다 ‘양질의 회수원료 확보 체계’가 더 직접적인 과제가 됐다.


하이트진로, 핵심은 일회용 회수가 아니라 재사용 병 체계 유지


하이트진로의 계산서는 다소 다르다. 이 회사는 2025년 연결 기준 매출 2조4986억원, 영업이익 1723억원을 기록했다. 제품 구조가 소주·맥주 중심인 만큼, 일회용 페트보다 재사용 유리병 체계가 기업 경제성에 더 직접적이다. 하이트진로는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서 유리병 출고 후 공병 회수를 운영 원칙으로 두고 있으며, 모든 유리용기의 재사용 회전율이 환경부 고시 의무율을 상회한다고 밝혔다.

이 구조에서는 전국 단위 일회용 음료용기 보증금제가 새로 생겨도 곧바로 큰 수혜로 연결된다고 보기 어렵다. 하이트진로에 더 중요한 것은 공동반환 병 체계를 유지해 병 부족과 신규 병 조달비를 줄이는 일이다. 반대로 표준용기 기반이 약해지거나 비공동반환 병이 늘면, 회수율이 높아도 병 선별과 운반 비용이 커질 수 있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최근 빈용기보증금제의 한계로 비공동반환주병 비용 전가와 소매점 부담 증가를 지목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같은 ‘보증금제’라도 유리병과 페트병의 채산성은 다르다


유리병 재사용과 일회용 페트 회수는 겉으로는 비슷해 보여도 경제성의 원리가 다르다. 유리병은 세척 후 다시 쓰는 만큼 병 자체를 여러 번 돌리는 회전율이 중요하다. 반면 일회용 페트는 다시 병이 되려면 선별·재생원료화 과정을 거쳐야 하므로 회수 이후 공정 비용과 재생원료 가격이 채산성을 좌우한다. 독일처럼 재사용 포장재 목표와 일회용·재사용 차등 보증금을 함께 운용하는 나라와 달리, 한국은 아직 재사용 유리병 관리와 일회용 용기 회수 체계가 분리돼 발전해 왔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보상형 재활용 시스템을 도입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대한 산업 측 답은 가능하되, 품목별로 따로 계산해야 한다는 것이다. 소주·맥주 공병처럼 이미 표준화된 재사용 용기는 제도 보완 효과가 비교적 분명하다. 하지만 생수·탄산음료 페트병과 캔은 전국 단위 보증금제를 붙이더라도 물류와 매장 운영비를 누가 부담할지 먼저 정리하지 않으면 기업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결론은 ‘보증금 확대’보다 ‘고품질 회수망 설계’다


현재 한국 음료업계에 더 현실적인 변화는 보증금제의 전면 확대보다 고품질 회수망의 설계다. 롯데칠성음료처럼 페트 사용 비중이 큰 회사는 재생원료 의무 확대에 대비해 회수 품질과 재생원료 조달 체계를 먼저 갖춰야 한다. 하이트진로처럼 재사용 병 비중이 큰 회사는 표준용기 회전율과 공동반환망 유지가 더 중요하다. 같은 제도라도 어느 기업에는 원가 절감 장치가 될 수 있고, 다른 기업에는 점포·물류 부담을 늘리는 비용 항목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결국 음료용기 보증금제의 채산성은 ‘몇 퍼센트 더 회수했는가’보다 ‘그 회수를 가장 싼 비용으로 어떻게 유지하느냐’에서 갈린다. 한국에서 당장 기업 영향이 큰 것은 전국 단위의 새 환급제 도입 자체보다, 재사용 유리병 체계 보완과 페트 재생원료 의무에 대응하는 수거·선별 인프라 투자라고 보는 편이 실제에 가깝다.

자료: 국가법령정보센터,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령·시행규칙 및 플라스틱 재생원료 사용의무에 관한 고시(2025~2026); 자원순환보증금관리센터, 1회용 컵 보증금제도 안내(2026); 기후에너지환경부, 일회용컵 보증금제 관련 보도자료 및 설명자료(2022~2025); 한국거래소 KIND, 롯데칠성음료 기업지배구조보고서 공시 및 회사 현황(2026); 한국거래소 KIND, 하이트진로 기업지배구조보고서 공시(2026); 롯데칠성음료, 2024 지속가능성보고서 및 언론보도(2024~2025); 하이트진로, 2024·2025 지속가능경영보고서 관련 공시(2025~2026); 국회입법조사처, 재사용 유리병은 왜 1회용 용기로 대체되고 있는가(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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