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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어구 회수 강화돼도 제조사 부담은 일률적이지 않다…어구보증금제와 EPR 비용 구조 갈라져

경제

폐어구 회수 의무가 강화된다고 해서 곧바로 모든 어구 제조사에 같은 방식의 재활용 부담금이 붙는 것은 아니다. 2026년 1월 1일부터 자망, 부표, 장어통발까지 확대된 해양수산부의 어구·부표 보증금제는 법 구조상 제조사나 수입업자가 보증금을 제품가격에 포함해 판매하는 방식이다. 반면 환경 분야의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는 생산자에게 재활용의무와 분담금, 미이행 시 부과금을 직접 지우는 체계다.

같은 ‘생산자책임’이라는 표현을 쓰더라도 실제 비용이 누구에게, 어떤 시점에, 어떤 형태로 남는지는 제도마다 다르다. 어구 회수 강화의 현재 축은 환경부 소관 EPR이 아니라 해양수산부 소관 보증금제에 더 가깝다. 제조사 부담을 따질 때도 법령상 납부 주체, 환급 구조, 품목별 보증금 단가, 판매량 관리 의무를 나눠 봐야 한다.


어구 회수 강화의 현재 제도는 ‘부과금’보다 ‘보증금 포함 판매’에 가깝다


수산업법 제81조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어구·부표를 생산하거나 수입하는 자가 출고 또는 수입 가격과는 별도의 금액인 어구보증금을 제품가격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제도 설계상 첫 단계의 법적 의무는 제조사·수입업자에게 걸리지만, 현금은 판매 단계에서 어업인이 함께 부담하고 사용 후 반납하면 환급받는 구조다. 제조사가 환경부 EPR처럼 출고량에 비례한 재활용 분담금을 별도로 납부하는 제도와는 출발점이 다르다.

해양수산부는 2024년 1월 통발어구를 대상으로 제도를 먼저 시행했고, 2026년 1월 1일부터 자망, 부표, 장어통발까지 적용 범위를 넓혔다. 2024년 제도 시행 당시 보증금은 스프링 통발 1000원, 원형·반구형 통발 2000원, 사각형·붉은대게 통발 3000원으로 제시됐다. 2026년 확대 이후에는 자망과 부표, 장어통발에도 품목별 보증금 기준이 추가됐다.

이 때문에 ‘회수 의무 강화=제조사 비용 급증’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보증금은 원칙적으로 제품가격에 포함돼 어업인에게 전가되는 성격이 강하고, 제조사에는 판매량 관리, 표식 부착, 보증금 이관, 환급 관련 행정처리 같은 운영비 성격의 부담이 붙는다. 실제 손익 영향은 보증금 자체보다 표식 관리와 회수 체계 대응, 유통 구조, 반품·환급 처리 방식에서 갈릴 가능성이 크다.


기업별 차이는 품목과 유통구조에서 난다…통발과 부표의 부담 방식도 다르다


품목별 단가 차이는 곧바로 기업별 차이로 이어진다. 2026년부터 적용되는 서식과 별표 기준을 보면 자망은 폭당 2000원, 장어통발은 개당 300원, 장어통발 깔때기는 100개당 3000원이다. 부표는 용량 구간에 따라 개당 300원부터 3만원까지 차등이 붙는다. 같은 어구 업종이라도 어떤 제품을 주력으로 파느냐에 따라 보증금 총액의 규모와 관리 복잡성이 달라지는 구조다.

여기에 판매 방식도 변수다. 행정고시는 사업자가 판매 어구의 종류와 수량 정보를 관리시스템에 입력하거나 제출하도록 하고, 그 수량에 취급수수료 단가를 곱해 취급수수료를 산정하도록 정하고 있다. 다시 말해 제조사·수입업자의 부담은 단순한 납부액 하나로 끝나지 않고, 품목별 판매관리와 표식 공급, 정산 절차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처리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반대로 반례도 있다. 통발처럼 이미 2024년부터 제도에 편입된 품목을 취급해 온 사업자는 제도 적응 비용을 일정 부분 먼저 치렀을 수 있지만, 2026년부터 새로 편입된 자망·부표 업체는 초기 시스템 정비 부담이 상대적으로 더 클 수 있다. 그러나 이 역시 재활용 부과금처럼 기업 재무제표에서 동일 항목으로 일괄 비교하기는 어렵다. 어구 업계는 상장 대기업 중심 산업이 아니어서 공시 자료만으로 기업별 부담을 횡단 비교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


EPR과는 무엇이 다른가…법령이 아예 보증금 대상 사업자를 분리한다


환경부의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는 제품·포장재 생산자에게 일정 재활용의무를 부과하고, 공동 이행을 위한 분담금을 내도록 하는 제도다. 한국환경공단 설명대로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재활용에 드는 비용 이상의 재활용 부과금이 부과될 수 있다. 포장재처럼 재질·구조와 출고량, 재활용 용이성에 따라 비용 구조가 달라지는 체계다.

중요한 대목은 자원재활용법 제16조가 재활용의무생산자를 규정하면서 ‘보증금대상사업자는 제외한다’고 적고 있다는 점이다. 즉 법 체계상 보증금제로 관리되는 품목과 EPR 분담금 체계는 겹쳐지는 것이 아니라 분리돼 있다. 폐어구 회수 강화 논의를 하면서 곧바로 포장재 EPR식 기업 부담금 모델을 대입하면 오해가 생길 수 있는 이유다.

실제로 환경부는 2026년 제품·포장재별 재활용의무율을 별도 고시하고 있고, 재활용이 어려운 포장재에는 분담금 차등도 연계해 운영하고 있다. 이런 체계에서는 생산량이 같아도 재질과 등급에 따라 회사별 비용 차이가 난다. 반면 어구·부표 보증금제에서는 현재까지 품목별 보증금과 판매·환급 관리가 중심이어서, 비용의 성격 자체가 다르다.


투자자가 봐야 할 것은 ‘보증금 총액’보다 회수·정산 리스크


투자나 산업 분석 관점에서 더 중요한 질문은 제조사가 보증금 액수를 얼마나 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지, 반납 인프라와 정산 체계가 얼마나 안정적인지, 판매량 입력과 표식 관리 과정에서 추가 비용이 얼마나 생기는지다. 해양수산부는 2024년 제도 본격 시행 당시 반납장소 180개소를 지정했고, 2025년 업무계획과 2025년 말 보도자료에서 회수시설 확대와 무인반납처리기 보급을 예고했다. 제도가 확대될수록 민간 제조사의 직접 부담보다 회수 인프라의 작동 여부가 실제 비용과 환급률을 좌우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현 단계에서 확인되는 결론은 분명하다. 폐어구 회수 의무 강화는 제조사에 아무 부담이 없다는 뜻도 아니고, 모든 제조사에 동일한 재활용 부담금이 새로 부과된다는 뜻도 아니다. 현재 제도는 어구 종류별 보증금과 판매·환급 관리 의무가 핵심이며, 기업별 차이는 제품군과 유통 구조, 행정처리 역량에서 벌어진다. 향후 별도의 환경부식 EPR 확대나 해양수산부 제도 개편이 뒤따르지 않는 한, 어구 제조사의 비용 구조는 ‘생산자책임 부과금’보다 ‘보증금 정산 사업’에 더 가깝게 읽는 편이 정확하다.

자료: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수산업법(2025. 4. 22. 일부개정);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수산업법 시행규칙 별표 16 및 관련 개정문(2025. 1. 3., 2026. 7. 13. 기준 확인); 해양수산부, 「어구보증금제」, 본격 시행(2024. 1. 25.); 해양수산부, 어구·부표 보증금제 대상 어구 확대 시행(2025. 12. 31.); 해양수산부, 2025년 주요업무 추진계획(2025. 1. 14.);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어구보증금의 이관방법, 취급수수료, 어구등의 반환장소와 방법, 환급문구 표시 등에 관한 고시(2024. 1. 24.);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 제16조(2026년 시행 기준 확인); 한국환경공단,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 안내; 기후에너지환경부, 2026년 제품·포장재별 재활용의무율 고시 예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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