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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컵 규제는 빠졌지만 재생원료 의무는 시작됐다…포장재 투자 위험, 기업마다 갈린 이유

경제

일회용품 정책이 오락가락한다는 인식은 현장에서 과장이 아니다. 환경부는 2023년 11월 7일 종이컵을 일회용품 사용규제 대상에서 제외하고 플라스틱 빨대와 비닐봉투 규제는 계도기간을 사실상 연장하는 관리방안을 내놨다. 이후 시행규칙이 2024년 4월 개정되면서 식품접객업의 사용억제 대상 1회용 컵은 합성수지컵과 금속박컵 등으로 정리됐고, 종이컵은 빠졌다. 반면 같은 자원재활용법 체계 안에서 포장재 재질·구조 기준과 재생원료 사용 의무는 오히려 강화되는 흐름으로 이어졌다.

이 변화는 포장재 업종 전체를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았다. 규제 철회나 유예에 기대를 걸고 단일 대체재에 설비와 재고를 집중한 업체는 회수기간이 길어졌고, 반대로 장기적으로 강화되는 재생원료 의무나 대형 수요처 계약에 맞춘 기업은 투자 논리를 유지했다. 같은 친환경 투자라도 어떤 제도에 기대고 있었는지에 따라 위험이 달라졌다는 뜻이다.


규제 후퇴가 바로 타격이 된 쪽


규제 후퇴의 충격은 종이빨대와 대체재 업계에서 먼저 확인됐다. 연합뉴스가 2024년 2월 충남도 조사 내용을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플라스틱 빨대 규제 무기한 연장 이후 도내 종이빨대 업체들이 쌓아둔 재고는 4920만여개였다. 정책 발표와 실제 집행 사이의 간격이 길어질수록 설비보다 먼저 재고와 운전자금이 흔들린다는 점이 드러난 셈이다.

상장사 가운데서는 세림B&G의 친환경 사업부문이 이 변동성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세림B&G의 2025년 사업보고서를 보면 친환경 부문 가운데 생분해종이봉투 매출은 2023년 106억여원에서 2024년 64억여원, 2025년 37억여원으로 줄었다. 회사 전체 실적과 별도로 특정 친환경 품목 매출이 빠르게 축소됐다는 점은, 규제나 인증 변화에 기대 형성됐던 수요가 생각보다 오래 유지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경고로 읽힌다.

이런 유형의 투자는 회수기간을 계산하기도 어렵다. 강제 규제가 시행되면 고객이 따라올 것이라는 전제가 흔들리면, 설비 자체보다 고객 전환 속도와 판가 유지가 더 큰 변수가 되기 때문이다. 자영업자와 납품업체 모두에게 남는 질문은 같은 대체재라도 법령상 의무인지, 계도기간인지, 단순 권고인지를 먼저 구분해야 한다는 점이다.


같은 친환경 투자라도 버틴 기업의 조건


반대편 사례는 삼양패키징이다. 삼양패키징은 2024년 6월 IR 자료에서 재활용 사업 고도화 투자 금액을 430억원으로 제시했고, 건물 150억원과 제조설비 280억원으로 나눠 설명했다. 삼양그룹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는 자회사 삼양에코테크를 통해 시화공장에 연 2만2000톤 규모의 리사이클 PET 칩 생산설비를 도입했다.

중요한 점은 이 투자가 카페 일회용품 규제에만 기대지 않았다는 데 있다. 삼양패키징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삼양에코테크는 2022년 12월 재활용 사업부문 물적분할로 설립됐고, 2023년 3월 시운전을 거쳐 생산 제품을 삼양패키징과 SK지오센트릭에 판매하고 있다. 수요처가 단일 소상공인 시장이 아니라 음료·소재 밸류체인에 걸쳐 있고, 재생원료 의무사용 확대라는 후속 제도와도 맞물린 구조다.

실적은 투자 부담이 전혀 없다는 뜻은 아니었다. 삼양패키징은 2024년 연결 기준 매출 4481억원, 영업이익 338억원을 기록했지만, 한국기업평가가 올해 공시와 제시자료를 재구성한 수치에서는 2025년 삼양패키징 영업이익이 246억원으로 낮아졌다. 친환경 설비가 있어도 회수기간은 원재료 가격, 판가 전가, 고객사 수요에 따라 흔들릴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이 경우의 변수는 규제 철회 그 자체보다 원가와 대형 거래선 수요에 더 가깝다.


정책을 봐야 할 기준이 바뀌었다


현재 기준에서 포장재 기업이 더 민감하게 봐야 할 축은 카페 매장의 종이컵 규제 부활 여부보다 재생원료 의무와 포장재 재질·구조 기준이다. 환경부는 2025년 9월 무색 페트병에 대한 재생원료 의무사용 제도가 2026년 1월 1일부터 시행된다고 밝혔고, 2030년까지 의무율을 10%에서 30%로 높이고 대상을 확대하겠다고 예고했다. 법률 개정으로는 포장재 재질·구조 기준을 지키지 않는 경우 개선명령과 제조·판매 중단 명령까지 가능해졌다.

결국 투자 위험은 ‘친환경인가 아닌가’보다 ‘어느 규제에 매달려 있는가’에서 갈린다. 규제가 실제로 후퇴한 종이컵·빨대 대체재는 회수기간이 길어질 가능성이 커졌고, 재생원료나 재활용 용이성처럼 법령과 공급망이 함께 움직이는 영역은 여전히 투자가 이어질 근거가 남아 있다. 자영업자에게도 같은 기준이 적용된다. 당장 필요한 것은 일괄적인 설비 전환이 아니라, 자기 업종에 적용되는 품목과 시행일, 거래처가 비용을 함께 부담하는지 여부를 확인한 뒤 교체 범위를 좁혀 가는 일에 더 가깝다.

자료: 환경부, 일회용품 관리방안 발표(2023.11.7); 국가법령정보센터,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별표 2(2025.10.1 개정); 기후에너지환경부, 2026년 1월부터 무색페트병에 재생원료 의무적으로 사용(2025.9.16); 삼양패키징, 2024년 6월 IR 자료(2024.6.13); 삼양패키징, 사업보고서(2025.3.18); 삼양그룹, 2024 지속가능경영보고서(2025); 세림B&G, 사업보고서(2026.3.18); 연합뉴스, 재고 4천900만개…충남도, 폐업 위기 종이빨대 생산업체 지원(2024.2.20); 한국기업평가, KIS Credit Opinion 삼양패키징(2026.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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