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진화 항공기 노후화, 상장사 수혜는 어디로 가나…KAI는 조달·대한항공은 정비가 먼저 보인다
산불진화 항공기의 노후화와 부품 수급 문제는 안전 이슈이지만, 산업 측면에서는 곧바로 ‘대규모 새 기체 발주’로만 읽히지 않는다. 현재까지 확인되는 공식 자료를 종합하면 정부 대응은 노후 기체를 한꺼번에 교체하는 방식보다, 가용 헬기를 통합 운용하고 중형급 신규 도입과 야간 운용 능력 보강을 병행하는 쪽에 가깝다. 이 구조에서는 완제기 제작사와 정비·성능개량 사업자의 수혜 시점이 다르게 나타난다.
정부는 ‘즉시 대량 교체’보다 통합 운용과 단계적 보강을 택했다
산림청과 관계 부처가 공동 제정한 범정부 산불진화헬기 통합 운영규정은 2025년 12월 15일부터 시행됐다. 이는 기관별로 따로 운영하던 산불진화 헬기를 범정부 차원에서 더 빠르게 묶어 쓰는 제도적 기반이다. 같은 해 발간된 산림청 자료를 보면 2026년 봄철 산불조심기간 기준 가용 가능한 산불진화헬기는 총 325대로 제시됐고, 전국 어디서든 신속 대응이 가능하도록 산림헬기 48대를 전진 배치하는 체계도 함께 설명됐다.
이 숫자는 두 가지를 보여준다. 첫째, 현장의 불안이 곧바로 ‘헬기가 아예 없는 상태’를 뜻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둘째, 정책 우선순위가 당장 대규모 완제기 발주에만 있지 않고, 기존 전력의 가동률과 배치 효율을 끌어올리는 데도 놓여 있다는 뜻이다. 투자 관점에서는 이 구간의 예산이 기체 구매보다 정비, 성능개량, 운용장비 보강으로 먼저 흘러갈 가능성을 시사한다.
KAI는 직접 수혜 후보지만, 매출 반영은 계약 시점보다 느리다
완제기 조달의 직접 수혜 후보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다. KAI는 2025년 별도 기준 사업군별 매출에서 KUH·LAH 계열 매출 6371억원을 기록했고, 비중은 17.58%였다. 같은 해 연결 기준 매출은 3조6964억원이었다. 산림용 중형 헬기 도입이 KAI에 의미 있는 사업인 이유가 숫자로 확인되는 대목이다.
실제 계약도 이어졌다. KAI 공시에 따르면 회사는 2025년 9월 산림청 산림항공본부와 1193억원 규모의 중형급 신규헬기도입사업 계약을 체결했고, 계약 기간은 2028년 12월 15일까지다. 국회예산정책처 자료에서도 산림청이 국산 수리온 2대 도입을 2024년 12월 20일 완료했다고 적시했다. 다만 이 점이 곧바로 단기 실적 급증을 뜻하지는 않는다. 납품과 대금 수령이 수년에 걸쳐 이뤄지는 구조여서, 조달 예산 확대가 발표되더라도 회계상 매출과 이익 반영은 분산될 가능성이 크다.
즉, KAI는 산불진화 항공기 교체 논의의 대표 수혜주로 거론될 수 있지만, 주가 기대처럼 예산 발표와 실적이 일대일로 맞물리는 사업은 아니다. 신규 발주가 확인될 때마다 수주잔고와 생산 가시성은 좋아지겠지만, 연도별 손익은 개발·생산 일정과 원가 구조의 영향을 함께 받는다.
대한항공은 노후 전력 유지 구간에서 더 직접적이다
반면 대한항공은 교체보다 유지 쪽에서 더 직접적인 연결고리를 가진다. 대한항공 사업보고서는 항공우주사업본부가 군용기 MRO·개조·성능개량과 항공기체, 무인기 개발·제조 사업을 수행한다고 밝히고 있다. 같은 보고서에서 대한항공의 2025년 항공우주 부문 매출은 7796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체 회사에서 비중이 절대적으로 큰 사업은 아니지만, 이미 의미 있는 매출 덩어리를 가진 독립 사업축이라는 뜻이다.
이 사업의 핵심은 새 기체를 파는 것보다 오래된 전력을 계속 날릴 수 있게 만드는 데 있다. 대한항공은 별도 자료에서 UH-60을 포함한 다수 헬기의 창정비와 성능개량 수행 이력을 제시한다. 산불진화 체계가 노후 기종을 일정 기간 더 운영하면서 부품, 정비, 성능보강을 병행할 경우 완제기 조달보다 먼저 예산이 집행될 가능성이 큰 영역이다. 산불 대응 공백을 줄이기 위해서는 새 기체 인도 전까지 기존 전력의 가동 가능 시간을 최대한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반례도 있다…노후화가 곧바로 ‘국산 완제기 일변도’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다만 산불진화 항공기 노후화가 국내 완제기 업체의 일방적 호재라는 해석도 단순하다. 첫 번째 반례는 정부가 이미 통합 운용 체계를 먼저 강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총 가용 헬기 325대를 묶어 쓰는 방식은 부족분을 전량 신규 구매로 메우기보다, 기존 자산의 배치 효율을 먼저 높이겠다는 접근에 가깝다. 두 번째 반례는 예산의 성격이다. 수리온 추가 도입 사례가 있더라도 열화상 카메라, 야간 운용 장비, 정비 인력과 창정비 역량, 훈련 체계 같은 비기체 예산이 함께 커진다. 이 경우 수혜는 완제기 제조사 한 곳에 집중되지 않는다.
또 다른 변수는 공급 기간이다. KAI가 따낸 산림청 중형급 신규헬기도입사업만 보더라도 계약 종료 시점이 2028년 말이다. 실제 산불 대응 공백을 메우는 시간표와 기업 실적 반영 시간표가 다르다는 뜻이다. 현장에서는 부족 문제를 느끼더라도, 자본시장에서 기대하는 속도로 매출이 올라오지 않을 수 있다.
결론: 단기엔 정비와 성능개량, 중기엔 국산 중형기 조달이 핵심 축
산불진화 항공기 노후화와 부품 수급 문제를 산업으로 번역하면 결론은 비교적 분명하다. 단기에는 기존 전력의 가동률을 높이는 정비·성능개량·운용장비 보강이 먼저 움직일 가능성이 크고, 이 구간에서는 대한항공 같은 MRO 역량 보유 기업의 연결성이 높다. 중기에는 산림청의 중형급 신규헬기 도입처럼 국산 기체 조달이 이어질 수 있어 KAI의 직접 수혜 가능성이 커진다.
따라서 이 사안을 투자 관점에서 볼 때는 ‘산불이 늘면 헬기 제작사가 바로 돈을 번다’는 식의 단순 도식보다, 조달 계약의 확정 여부와 납품 일정, 기존 헬기의 정비주기, 야간진화 장비와 부품 수급 구조를 함께 봐야 한다. 지금 단계에서 더 빠르게 확인되는 산업 파급은 완제기 교체 자체보다, 교체 전까지 버텨야 하는 항공정비와 운용 체계 쪽에 있다.
자료: 산림청·국립산림과학원, 2026년 산불 제대로 알기(2026.3.13); 국가법령정보센터, 범정부 산불진화헬기 통합 운영규정(시행 2025.12.15); 국회예산정책처, 2023회계연도 결산 국회 시정요구사항에 대한 조치결과 분석(2025.7); 한국항공우주산업, 재무정보·요약재무제표(2025년 기준 확인), 사업보고서(2026.3.18); 대한항공, 사업보고서(2026.3.18), 대한항공 항공우주사업본부 브로슈어(20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