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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택·출근 병행해도 사무실 비용은 일률적으로 줄지 않았다…공시가 보여주는 것과 숨기는 것

경제

재택과 출근을 병행하는 근무제가 퍼졌다고 해서 기업의 사무실 비용이 자동으로 줄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최근 연차보고서와 통합보고서에서 바로 대조되는 수치를 보면 방향부터 엇갈린다. 네이버는 원격과 사무실 중심 근무를 선택하는 체계를 유지하면서도 연결 기준 리스부채가 2023년 말 7118억원에서 2024년 말 5961억원으로 줄었다. 반면 SK텔레콤은 재택근무와 분산 업무공간을 운영하고도 같은 기간 연결 기준 리스부채가 1조6114억원에서 1조6380억원으로 늘었고, 삼성전자도 유연근무 거점을 두고 있지만 리스부채는 4조7233억원에서 5조298억원으로 증가했다.

이 수치만으로 어느 회사가 하이브리드 근무를 더 잘 정착시켰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공시에서 잡히는 리스부채에는 사무실만이 아니라 연구시설, 해외 사업장, 각종 설비나 차량 등 다른 자산이 함께 섞일 수 있어서다. 결국 공개된 숫자는 ‘사무실 임차료가 얼마나 줄었는가’에 대한 직접 답이 아니라, 사업장 비용 구조를 읽기 위한 단서에 가깝다.


네이버는 줄었고, SK텔레콤과 삼성전자는 늘었다


네이버의 2024 통합보고서는 임직원이 월평균 주 3일 이상 사무실에 출근하는 ‘Type_O’와 주 5일 재택이 가능한 ‘Type_R’ 가운데 하나를 자율 선택하는 Connected Work 체계를 설명한다. 같은 보고서의 연결 재무상태표를 보면 리스부채는 유동 2085억원, 비유동 3876억원으로 합계 5961억원이다. 1년 전에는 유동 1929억원, 비유동 5189억원으로 합계 7118억원이었다. 하이브리드 체계를 유지하는 가운데 공시상 리스 관련 부담은 줄어든 셈이다.

하지만 같은 논리를 다른 회사에 그대로 대입하면 곧바로 어긋난다. SK텔레콤은 2024 연차보고서에서 직원이 재택근무와 기존 사옥에 분산된 집중업무 공간 ‘스피어’를 활용해 최적의 근무 장소를 선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런데 같은 보고서의 연결 재무상태표상 리스부채는 2023년 말 1조6114억원에서 2024년 말 1조6380억원으로 소폭 증가했다. 재택과 분산 근무 공간이 있다고 해서 공시상 임차 관련 부담이 바로 줄어드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삼성전자도 비슷하다. 2025 지속가능성 보고서는 국내에 8개의 유연근무 거점을 운영한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2025 연결재무제표에서 2024년 말 리스부채는 유동 1조1005억원, 비유동 3조9329억원으로 합계 5조298억원이다. 2023년 말 합계 4조7233억원보다 커졌다. 더구나 같은 주석에는 리스부채에 포함되지 않는 단기·소액 자산 리스료가 2024년 1593억원으로, 2023년 1584억원과 큰 차이가 없다고 적혀 있다. 유연근무 확대가 곧바로 ‘사무실 비용 절감’으로 이어졌다고 읽기 어려운 대목이다.


왜 공시만으로 사무실 임차료를 바로 읽기 어려운가


핵심은 공시 체계가 이미 단순한 ‘임차료’ 한 줄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최근 연차보고서들은 리스부채, 사용권자산, 감가상각비, 이자비용, 단기 리스료와 소액 자산 리스료를 나눠 보여준다. 같은 회사라도 장기 계약이 많은지, 단기 임차 비중이 큰지, 해외 사업장 조정이 있었는지에 따라 숫자의 움직임이 달라진다. 사무실 출근일이 줄었더라도 기존 장기 계약이 남아 있으면 비용은 즉시 줄지 않을 수 있고, 반대로 사업 재편이나 계약 만기 조정이 겹치면 하이브리드 근무와 무관하게 리스부채가 감소할 수도 있다.

여기에 연결 기준이라는 조건도 변수다. 대기업 공시는 본사 한 곳이 아니라 국내외 종속회사를 합쳐 잡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본사 사무실 좌석을 줄였더라도 다른 사업장에서 새 계약이 늘면 전체 리스부채는 오를 수 있다. 반대로 서울 사무실을 유지해도 일부 해외 거점이나 비핵심 공간을 정리하면 연결 기준 총액은 내려갈 수 있다. 공개 자료만으로 ‘재택근무를 했더니 사무실 임차료가 얼마 줄었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이유다.


복리후생비도 하이브리드 비용의 정답은 아니다


복리후생 공시 역시 마찬가지다. 네이버 통합보고서는 상해보험, 종합건강검진, 사내 병원, 사내 피트니스, 24시간 의료상담 같은 복리후생 프로그램을 함께 제시한다. 이런 항목은 재택근무 지원비와 별개로 유지되거나 늘어날 수 있다. 일부 사업보고서에는 복리후생비와 임차료가 판매비와관리비 항목으로 따로 잡히지만, 그 안에서 어떤 금액이 재택 장비 지원인지, 통근·식대인지, 건강·가족 지원인지까지는 분리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결국 투자자나 노동시장 독자가 공시에서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안전한 결론은 두 가지다. 첫째, 하이브리드 근무 도입 여부와 사업장 비용 감소는 일대일로 연결되지 않는다. 둘째, 기업별 비교를 하려면 ‘임차료’만 보지 말고 리스부채와 사용권자산, 단기 리스료, 사업 재편 여부, 연결 범위를 함께 봐야 한다. 지방에 좋은 일자리가 왜 적은지, 왜 서울 집중이 이어지는지 같은 질문도 여기서 갈라진다. 재택근무 제도만으로는 기업의 거점 배치와 장기 임차 계약, 핵심 인력의 본사 집중 구조까지 자동으로 바꾸지 못하기 때문이다.

자료: NAVER, 2024 통합보고서(2025); NAVER, 새로운 근무제 ‘Connected Work’ 도입 보도자료(2021-06-16); SK텔레콤, Annual Report 2024(2025); 삼성전자, Sustainability Report 2025(2025); 삼성전자, 2025 Consolidated Financial Statements(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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