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다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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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고 쉽게 하면 채용 늘까…기업 공시가 보여준 것은 ‘수요’와 ‘비용구조’였다

경제

해고를 지금보다 쉽게 만들면 기업이 정규직 채용을 더 늘릴 것이라는 주장은 직관적으로는 단순하다. 하지만 2026년 10월 현재 한국의 법과 기업 공시, 공식 통계를 함께 놓고 보면 결론은 그렇게 곧바로 나오지 않는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정당한 이유 없는 해고를 금지하고, 경영상 해고에도 긴박한 경영상 필요, 해고 회피 노력, 공정한 기준, 50일 전 통보와 협의를 요구한다. 그 대신 기업은 수요가 불확실할 때 정규직 채용을 미루거나 기간제·파견·외주 같은 우회적 조정 수단을 먼저 늘려 왔고, 실제 채용 확대는 해고 규제보다 업황 회복과 비용을 감당할 매출 전망이 생겼을 때 나타난 사례가 더 선명했다.

즉 “해고가 쉬워지면 채용이 늘어난다”기보다, “수요가 좋아지면 기업은 지금 제도 아래서도 사람을 뽑고, 수요가 불안하면 해고를 풀지 않아도 다른 방식으로 유연성을 찾는다”는 쪽이 현재 자료에 더 가깝다. 해고 규제를 손보더라도 채용 확대 효과를 내려면 사회안전망, 비정규직 보호, 전직 지원을 함께 묶어 보지 않으면 정규직 채용 증가보다 노동시장 이중구조만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현행 제도는 ‘해고 자유화’와 거리가 멀고, 기업은 이미 다른 유연성 수단을 쓰고 있다


현행 근로기준법 체계에서 정규직 해고는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정당한 이유 없는 해고는 금지되고, 경영상 해고에도 별도 요건이 붙는다. 여기에 경영상 해고 뒤 같은 업무 인력을 다시 채용할 때는 해고된 근로자에게 3년 안 우선 재고용 기회도 줘야 한다. 반면 기간제법은 원칙적으로 기간제 사용을 2년 이내로 제한하고, 파견법은 제조업 직접생산공정을 제외한 대통령령상 업무를 중심으로만 파견을 허용한다. 법 문언만 보면 정규직을 자르고 필요할 때 다시 바로 뽑는 식의 고용 조정은 비용과 절차가 모두 크다.

문제는 이런 제도 아래서 기업이 채용을 포기하느냐인데, 공식 통계는 그보다 더 복합적인 그림을 보여준다. 통계청의 2025년 8월 근로형태별 부가조사에서 비정규직 근로자는 856만8000명, 임금근로자 중 비중은 38.2%였다. OECD는 한국의 2024년 임시고용 비중을 회원국 중 가장 높은 27%로 제시하면서, 기업들이 유연성을 확보하기 위해 비정규 고용에 더 의존해 왔다고 봤다. 해고 규제가 강하면 채용이 완전히 멈춘다기보다, 정규직 대신 다른 계약형태로 조정이 이동한다는 뜻에 가깝다.

고용노동부 조사도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2026년 상반기 사업체 인력부족률은 2.4%로 집계됐는데, 사업체가 인력부족을 해소하는 방법으로 가장 많이 꼽은 것은 채용비용 증액이나 구인방법 다양화였고, 그다음이 임금 인상 등 근로조건 개선이었다. 기업이 사람을 못 구할 때 먼저 보는 변수는 해고 요건보다 임금, 채용비용, 업황과 근무여건이라는 얘기다.


CJ CGV와 대한항공, 같은 법 아래서도 고용은 업황과 사업모델을 따라 움직였다


기업 사례를 보면 이 점이 더 분명해진다. CJ CGV의 2023 지속가능경영보고서상 연결 기준 임직원 수는 9635명, 매출은 1조5458억원이었다. 1년 뒤 2024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서는 임직원 수가 1만402명으로 늘고 매출도 1조9579억원으로 커졌다. 같은 회사의 2024년 연간 실적 발표를 보면 관객 감소에도 매점·광고 부문 매출 확대와 고정비 효율화로 영업이익이 개선됐고, 2025년에는 국내 구조개선과 해외사업 수익성 강화로 매출 2조2754억원, 영업이익 962억원을 기록했다. 이 흐름은 해고 규제가 느슨해져서가 아니라 수익모델이 버틸 수 있는 방향으로 사업구조를 손질한 뒤 채용과 인력 유지가 뒤따른 경우에 가깝다.

대한항공도 비슷하다. 대한항공은 2023년 매출 14조5751억원, 영업이익 1조5869억원을 기록했고, 2024년 연간 매출은 16조1166억원, 영업이익은 1조9446억원으로 더 늘었다. 회사가 공개한 2025년 기준 인원은 2만63명이다. 대한항공은 팬데믹 이후 수요 회복 국면에서 2023년 말 2024년 신입·경력 공개채용을 재개했고, 이후에도 객실승무원과 일반직 공개채용을 이어 갔다. 해고 규제가 갑자기 완화돼서 채용한 것이 아니라, 여객 수요 회복과 노선 운영 확대, 통합 항공사 준비라는 사업 수요가 생기자 기존 제도 아래서도 대규모 채용을 다시 시작한 것이다.

두 사례는 방향이 다르지만 공통점이 있다. 첫째, 고용은 법 한 조항보다 매출 전망과 사업 재편 속도에 더 민감했다. 둘째, 기업은 인력을 무조건 늘리기보다 수익성이 보이는 부문에만 선택적으로 배치했다. 셋째, 비용 압박이 큰 시기에는 신규 채용보다 고정비 효율화,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 외주와 비정규 활용이 먼저 등장했다. 해고를 조금 쉽게 만드는 것만으로 정규직 채용이 자동 확대된다고 보기 어려운 이유다.


반례도 있다…규제를 풀어도 채용이 안 늘 수 있고, 규제가 그대로여도 채용은 늘 수 있다


해고 규제 완화론이 완전히 근거 없다고 보기는 어렵다. OECD는 한국처럼 정규직 보호와 비정규직 활용의 간극이 큰 시장에서는 정규직 보호를 완화하고 사회보험 적용을 넓히는 방식이 이중구조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청년이나 장기고용에 대한 기업의 부담이 완화되면 일부 업종에서는 정규직 전환 문턱이 낮아질 가능성도 있다. 특히 경기 민감 업종이나 기술 전환 속도가 빠른 업종에서는 미래 인력 수요를 더 공격적으로 잡을 유인이 생길 수 있다.

다만 반례 역시 분명하다. 수요가 없는데 해고만 쉬워지면 기업은 신규 채용보다 기존 인력 감축과 외주 전환에 먼저 나설 가능성이 크다. 국내 노동시장에서 이미 비정규직 비중이 높고, 사업체가 인력난 해소 수단으로 임금과 채용 방식 개선을 먼저 택하고 있다는 점을 보면 더 그렇다. 노동비용도 변수다. 고용노동부 통계상 2025년 기업체 노동비용은 전년보다 5.0% 늘어난 668만1000원이었다. 기업이 보는 것은 해고 규정 하나가 아니라 인건비 총액, 수요 지속성, 숙련 확보 비용, 노사관계 리스크까지 합친 총비용이다.

결국 질문을 “해고를 쉽게 하면 좋은가, 나쁜가”로만 묶으면 기업의 실제 의사결정과 어긋난다. 기업 입장에서 핵심은 해고의 자유보다 예측 가능한 조정 비용이고, 노동자 입장에서 핵심은 일자리 상실 위험을 감당할 안전망이다. 제도 개편이 채용을 늘리려면 정규직 보호 완화만이 아니라 실업급여, 전직훈련, 재취업 지원, 비정규직 남용 억제, 동일가치노동 동일처우 같은 보완 장치가 함께 설계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정규직 신규 채용이 늘었다는 실증은 약한데 기존 고용의 불안정성만 커지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정리하면, 해고가 지금보다 쉬워지면 무조건 문제가 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그것만으로 채용이 늘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도 현재 자료와는 거리가 있다. 실제 기업 공시가 보여주는 것은 해고 규제 완화 여부보다 매출 전망, 업종별 수요, 인건비 부담, 사업구조 전환 능력이 채용을 더 크게 좌우한다는 점이다. 한국 노동시장에서 더 현실적인 질문은 ‘해고를 쉽게 할 것인가’보다 ‘기업이 정규직을 뽑아도 감당할 수 있게 만들고, 일자리를 잃은 사람도 다시 이동할 수 있게 할 것인가’에 가깝다.

자료: 국가법령정보센터, 근로기준법(2026.10.8. 시행); 국가법령정보센터,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국가법령정보센터,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통계청, 2025년 8월 근로형태별 부가조사 결과(2025.10.22.); 고용노동부, 2026년 상반기 직종별사업체노동력조사 결과 발표(2026.6.30.); 고용노동통계조사, 2025 회계연도 기업체노동비용조사 결과(2026.9.30.); OECD, Artificial Intelligence and the Labour Market in Korea(2025); OECD, OECD Employment Outlook 2026 및 OECD Economic Surveys: Korea 2026; CJ CGV, 2023 지속가능경영보고서; CJ CGV, 2024 지속가능경영보고서; CJ CGV, 2024년 및 2025년 연간 실적 발표; 대한항공, 2024 ESG 보고서; 대한항공, 기업소개(2025년 기준); 대한항공, 2024년 연간 잠정실적 발표; 대한항공, 2024년·2026년 공개채용 관련 뉴스룸 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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