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연연 기술이전, 특허료보다 중요한 것은 반복매출…상장사 3곳이 보여준 사업화의 조건
국책·공공 연구소의 기술이 기업 매출로 이어지느냐는 질문에 대한 짧은 답은 이렇다. 기술이전 계약과 특허료 수입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기술이 실제 제품이나 서비스로 바뀌고, 규제와 인증을 통과하고, 생산과 영업 체계에 올라탄 뒤 반복매출로 이어져야 비로소 기업 실적에 의미 있는 영향이 나타난다.
공공기술 이전의 양적 성과는 적지 않다. 통계청의 「공공기술이전사업화현황조사」를 보면 2024년 조사에서 공공연구기관 전체 기술이전 건수는 1만2076건이었다. 이 가운데 정부출연연구기관은 2894건으로 집계됐다. 다만 정부출연연구기관의 기술이전 건수는 2022년 조사 5384건, 2021년 조사 4171건과 비교하면 변동성이 컸다. 계약 건수만으로 시장 성과를 단정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제도도 이미 기술의 ‘이전’보다 ‘사업화’까지를 겨냥하고 있다. 「기술의 이전 및 사업화 촉진에 관한 법률」은 정부가 기술이전·사업화 촉진계획을 수립·시행하도록 하고, 공공연구기관에는 전담조직을 둘 수 있도록 했다. 시행령은 공공연구기관에 귀속된 연구개발 성과의 이전·사업화 정보를 등록·공개해 이용을 촉진하는 구조를 두고 있다. 기술이 연구실 밖으로 나오도록 통로를 만든 셈이지만, 그 다음 단계인 상용화는 여전히 기업의 몫이 크다.
기술료는 연구소 성과, 매출은 기업 역량이 좌우
현행 조사 기준에서도 기술이전 수입은 계약금액이 아니라 해당 연도에 실제로 받은 금액으로 잡힌다. 정액기술료뿐 아니라 매출액이나 판매이익에 연동되는 경상기술료, 지분 처분 수입까지 함께 포함된다. 다시 말해 공공 연구기관의 기술료 수입 증가는 연구성과 확산의 지표일 수는 있지만, 이를 그대로 도입 기업의 매출 증가로 읽으면 오차가 생긴다.
기업 입장에서는 기술도입 뒤에 추가 비용이 잇따른다. 의료·바이오 분야는 인허가와 임상, 제조 검증이 필요하고, AI·소프트웨어 분야는 고성능 서버와 인력 투입이 뒤따른다. 제조업은 파일럿 생산과 고객사 테스트, 품질 인증을 거쳐야 한다. 결국 기술이전이 실적에 미치는 경로는 특허료 지급보다 훨씬 길다.
이 때문에 같은 출연연 기술을 바탕으로 출발한 기업도 실적 결과는 크게 달라진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은 최근 자료에서 연구소기업 가운데 수젠텍, 신테카바이오, 진시스템, 마음AI 등 4곳이 코스닥 상장에 성공했고 이를 통해 약 220억원의 출자수익도 확보했다고 밝혔다. 상장까지는 이어졌지만, 상장 이후의 매출과 수익성은 각사 사업모델에 따라 갈렸다.
수젠텍·신테카바이오·마음AI, 같은 공공기술 기반인데 다른 실적
수젠텍은 ETRI의 유비쿼터스 바이오칩 리더기 기술을 이전받아 설립된 연구소기업이다. 공공기술이 진단기기 제품군으로 연결된 비교적 전형적인 사례다. 다만 2025년 사업보고서 기준 매출은 94억원 수준에 그쳤다. 코로나19 특수 이후에는 단발성 수요보다 제품 포트폴리오 전환과 해외 인증, 병원·진단시장 재진입이 더 중요해졌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신테카바이오는 ETRI의 유전자 검사 전용 슈퍼컴퓨팅 기술을 바탕으로 출발했다. 이 회사는 2025년 사업보고서 기준 매출이 34억원으로 전년보다 크게 늘었다. 회사가 상장 유지의 핵심 기준이던 연 매출 30억원을 넘긴 점은 의미가 있지만, 매출 규모만으로 안정적인 사업화가 끝났다고 보기는 어렵다. AI 신약개발 플랫폼, 데이터센터 서비스, 기술이전 가능 파이프라인이 실제 반복매출 구조로 정착하는지가 다음 관문이다.
마음AI도 ETRI의 음성인식 기술 등을 바탕으로 성장한 연구소기업이지만, 2025년 사업보고서 기준 매출 98억원, 영업손실 64억원을 기록했다. 기술 기반 서비스가 산업 현장 계약으로 이어지더라도, 인력 확충과 인프라 투자 속도가 매출 증가보다 빠르면 적자가 지속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공공기술이 시장에 들어가는 것과 기업이 그 시장에서 돈을 버는 것은 다른 문제라는 의미다.
세 기업을 나란히 놓고 보면 공통점이 드러난다. 공공기술은 상장과 초기 시장 진입의 발판이 될 수 있지만, 기업 실적을 좌우하는 마지막 단계는 고객 확보, 인증, 생산능력, 후속투자, 반복 과금 구조다. 기술이전 계약 한 번으로 끝나는 사업은 매출 변동성이 크고, 플랫폼이나 장비가 반복 구매·유지보수·서비스 계약으로 이어질수록 실적 안정성이 높아진다.
정책이 손봐야 할 지점은 ‘이전 건수’보다 후속 상용화
정책적으로는 세 가지가 눈에 띈다. 첫째, 기술이전 건수나 착수기술료보다 이전 후 현장 검증과 양산 직전 단계 지원이 더 중요하다. ETRI가 운영하는 연구인력 현장지원처럼 연구자가 기업 현장에 들어가 기술 완성도를 높이는 프로그램은 이 간극을 줄이는 수단이 될 수 있다.
둘째, 공공기술의 수요기업 발굴과 매칭을 더 세밀하게 해야 한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과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자료를 보면 기술거래기관, 사업화전문회사, 출연연 지원사업이 이미 존재하지만, 실제 매출이 나는 기업은 대체로 자기 제품 라인과 판매 채널이 있는 곳이다. 기술 자체의 우수성보다 어떤 기업에 이전되느냐가 더 큰 변수가 될 수 있다.
셋째, 성과평가도 바뀔 필요가 있다. 기술이전 수입은 연구기관 입장에선 중요한 성과지만, 산업정책 관점에서는 도입 기업의 매출 전환율, 후속 투자 유치, 수출, 재계약 여부를 함께 봐야 한다. 통계청 조사 지침도 기술이전율과 기술이전 효율성을 별도로 구분하고 있는데, 실제 정책 집행에서는 여전히 계약 건수 중심 평가가 강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공공 연구소를 더 늘리거나 예산을 확대하는 것만으로는 민간 지원의 효율성이 자동으로 높아지지 않는다. 기업 매출로 이어지는 조건은 기술 그 자체보다도, 그 기술을 받아 시장에 맞게 다시 설계하고 인증받고 팔 수 있는 기업과의 결합에 있다. 공공기술 이전의 성패를 가르는 기준은 특허료 규모보다 기술이 반복매출 구조에 안착했는지 여부에 더 가까워지고 있다.
자료: 통계청, 『공공기술이전사업화현황조사』(2025); 국가법령정보센터, 「기술의 이전 및 사업화 촉진에 관한 법률」 및 같은 법 시행령(2025~2026);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연구소기업·R&D 파급효과·TechBiz Insight 관련 자료(2024~2026); 국가과학기술연구회, 「2025년 출연(연) 중소중견기업 지원사업 종합 가이드북」(2025);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기반 기업 재무 집계자료(수젠텍·신테카바이오·마음AI 2025 사업보고서 기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