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가 낙찰이 곧바로 안전투자 축소로 이어지나…건설 공시·법령으로 본 하도급 구조의 실제 압박
공공 건설시장의 가격 경쟁은 여전히 강하지만, 현재 제도는 예전의 단순한 ‘최저가만 쓰면 이기는’ 구조와는 거리가 있다. 예정가격 100억원 미만 공사에서는 순공사원가의 98% 미만 입찰자를 배제하고, 공공 발주 공사에서는 하도급 금액이 일정 기준 아래로 내려가면 적정성 심사를 해야 한다. 산업안전보건관리비도 발주 단계에서 따로 계상하도록 돼 있어, 법 규정만 놓고 보면 안전비를 통째로 깎아 수익을 맞추는 방식은 허용 범위가 좁다.
다만 여기서 곧바로 “최저가 낙찰이 사라졌으니 하도급 압박도, 안전투자 축소도 없다”는 결론으로 가기는 어렵다. 상장 건설사 공시와 공식 보고서를 보면 수익성은 수주 가격 하나보다 사업 믹스, 원가 정산, 준공 지연, 부실 사업장 정리 같은 변수의 영향을 함께 받는다. 동시에 법정 안전비로 처리되지 않는 현장 운영 부담과 본사 차원의 안전 인력·시스템 투자는 결국 기업의 일반 수익 여력에 기대는 부분이 남는다. 최저가 낙찰의 압박은 직접비를 전부 깎는 방식보다, 하도급 마진과 본사 비용 여력을 좁히는 형태로 작동한다고 보는 편이 실제 자료에 더 가깝다.
낙찰가를 마음대로 낮출 수 없게 만든 현재 제도
국가계약과 조달청 기준을 보면, 공공 공사 입찰은 이미 순수 공사비를 일정 수준 이하로 깎지 못하도록 막는 장치를 두고 있다. 조달청 공사계약 종합심사낙찰제 심사세부기준은 2026년 6월 1일 시행 기준으로 예정가격 100억원 미만 공사에서 순공사원가의 98% 미만 입찰자를 낙찰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하고 있다. 적격심사 세부기준에도 같은 취지의 규정이 있다.
하도급 단계에도 하한선이 있다. 건설산업기본법 제31조는 국가·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 발주 공사에서 하도급 금액이 대통령령 기준에 미달하면 적정성 심사를 하도록 정하고 있다. 시행령 제34조 기준은 하도급하려는 공사 부분 금액의 82% 미만이다. 원도급사가 발주 단계에서 낮은 낙찰가를 받았더라도, 그 부담을 하도급 금액에 무한정 전가할 수 없도록 한 셈이다.
안전비는 더 직접적이다. 산업안전보건법 제72조는 발주자가 도급계약을 체결할 때 산업안전보건관리비를 도급금액 또는 사업비에 계상하도록 정한다. 2025년 2월 개정된 고용노동부 고시도 이 비용의 대상액과 사용기준을 별도로 두고 있다. 시행규칙 제89조는 원도급사가 계상된 안전보건관리비 범위에서 관계수급인에게 적정하게 지급해 사용하게 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하도급법은 원사업자가 부담해야 할 산업재해 관련 비용을 수급사업자에게 떠넘기는 약정을 부당특약으로 본다.
그렇다면 압박은 어디로 이동하나
문제는 법정 안전비를 따로 잡아도 모든 비용이 그 안에 들어가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법정 항목에 포함되지 않는 공기 지연 대응, 본사 안전 조직 운영, 스마트 안전 시스템 도입, 협력사 교육 확대, 사고 이후 재시공과 평판 비용은 결국 기업의 매출총이익과 영업이익에서 감당해야 한다. 입찰가가 낮을수록 원도급사의 일반관리비와 이윤 폭이 줄고, 이때 하도급 단가 협상과 공정 운영 압박이 커지는 구조가 남는다.
공개자료도 이런 간접 경로를 보여준다. GS건설 2026 지속가능경영보고서는 2025년 고객 유형별 비율에서 매출 기준 민간 65%, 해외 31%, 공공 4%, 수주 기준 민간 80%, 해외 15%, 공공 5%라고 밝혔다. 이 회사의 2025년 신규수주는 19조2070억원, 매출은 12조4503억원, 영업이익은 4378억원이었다. 공공 비중이 크지 않은 회사조차 안전을 별도 비용 항목이 아니라 공급망 관리와 현장 운영의 문제로 다루고 있다는 뜻이다.
같은 보고서에서 GS건설은 협력회사 관련 안전 리스크 대응 항목에 “협력회사 산업안전보건관리비 증액으로 안전투자금액 증가”를 명시했다. 저가 수주만으로 협력사 비용을 누르는 방향이 아니라, 법과 발주처 요구에 따라 협력사 쪽 안전비 집행이 오히려 늘어나는 현장이 있다는 뜻이다. 다만 그만큼 원도급사의 원가 관리 압박은 다른 항목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
현대건설도 비슷한 흐름을 보인다. 현대건설은 안전경영 페이지에서 협력사의 안전·보건 역량 강화를 위해 인력과 자원을 지원하고 자율 안전보건관리 체계를 갖춘 협력사와의 협업을 확대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는 대형사들이 안전을 단순 비용절감 항목으로 두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주지만, 동시에 협력사 지원과 시스템 투자까지 포함한 안전 비용이 원가 밖에서 계속 커질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상장사 실적을 보면 ‘저가 낙찰=실적 악화’로 단순화하기 어렵다
실적 비교에서는 더 분명하다. 현대건설의 연결 기준 매출은 2023년 29조6510억원, 2024년 32조6700억원, 2025년 31조630억원이었다. 매출총이익은 2024년 2170억원 적자에서 2025년 1조9800억원 흑자로 돌아섰고, 영업이익도 2024년 1조2630억원 적자에서 2025년 6530억원 흑자로 전환했다. 신규수주는 2025년 33조4430억원, 수주잔고는 95조390억원으로 집계됐다.
GS건설 역시 연결 기준으로 2023년 영업손실 3880억원에서 2024년 영업이익 2860억원, 2025년 영업이익 4380억원으로 회복했다. 매출총이익은 2023년 2620억원에서 2024년 1조1140억원, 2025년 1조3450억원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신규수주는 2023년 10조1840억원, 2024년 19조9100억원, 2025년 19조2070억원이었다.
이 숫자만 놓고 보면 상장 건설사의 손익은 공공 저가낙찰 한 변수로 설명되지 않는다. 주택과 해외, 플랜트, 신사업 비중 변화와 과거 현장의 원가 재평가가 실적에 훨씬 큰 영향을 준다. 다시 말해 원도급사의 기업가치를 판단할 때는 “최저가 입찰이 많으니 위험하다”보다 “어떤 사업 포트폴리오에서 어느 정도 마진을 남기고, 그 과정에서 안전과 하도급 관련 의무 비용을 흡수할 여력이 있느냐”를 봐야 한다.
반례도 있다…정부는 가격보다 안전 평가 비중을 더 키우는 중
정부의 최근 제도 방향도 가격 일변도와는 반대다. 조달청은 2025년 12월 1일부터 중대재해 감점을 확대하고 안전보건경영시스템 가점을 신설하는 등 건설안전 평가를 강화했다. 동시에 중소 건설업체의 안전투자 여건을 뒷받침한다며 적격심사 대상공사의 낙찰하한율을 2%포인트 올리고, 소액수의 공사도 같은 폭으로 상향했다. 발주 단계부터 적정공사비를 더 보장하겠다는 신호다.
따라서 “최저가 낙찰이 안전을 반드시 해친다”는 식의 일직선 결론은 현재 제도와 맞지 않는다. 법정 안전비는 따로 계상되고, 저가 하도급에는 심사 장치가 있으며, 조달 제도도 안전 평가를 강화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법정 항목 밖의 안전 시스템 투자와 협력사 지원, 지연 대응 비용이 일반 수익 여력에 의존하기 때문에, 얇은 마진 구조가 계속되면 현장과 공급망 전반의 압박이 사라졌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결국 기업 영향은 두 갈래로 갈린다. 공공 저가 수주 비중이 높고 원가 관리 여력이 약한 업체일수록 하도급 협상과 본사 비용에서 압박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민간·해외 비중이 높거나 수주잔고가 두터운 대형사는 법정 안전비와 추가 시스템 투자를 흡수하면서도 실적을 방어할 여지가 크다. 투자자와 발주처가 함께 봐야 할 지점은 낙찰률 자체보다, 낮은 낙찰가 이후에도 하도급 적정성·안전비 집행·협력사 지원이 실제로 유지되는지 여부다.
자료: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건설산업기본법 제31조 및 건설산업기본법 시행령 제34조(2025~2026 시행 기준);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산업안전보건법 제72조 및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 제89조(2026 시행 기준); 고용노동부, 건설업 산업안전보건관리비 계상 및 사용기준(고용노동부고시 제2025-11호, 2025.2.12.);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3조의4·제3조(2026 시행 기준); 조달청, 공사계약 종합심사낙찰제 심사세부기준(시행 2026.6.1.); 조달청, 조달청, 중대재해 근절 위해 건설안전 평가 강화, 적정공사비 확보 지원한다(2025.12.1.); 현대건설, 주요 경영실적 손익계산서·수주/수주잔고(2026.10.22. 확인); 현대건설, 안전경영(2026.10.22. 확인); GS건설, 이익추이·수주정보(2026.10.22. 확인); GS건설, 2026 지속가능경영보고서(2026.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