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가 줄면 은행 수익도 줄까…KB·신한 실적이 보여준 세 갈래 경로
가계부채를 줄이면 은행 수익이 곧바로 악화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2026년 6월 말 기준 한국의 가계신용 잔액은 2019조8000억원으로 오히려 늘어 아직 본격적인 디레버리징이 현실화했다고 보긴 어렵다. 다만 규제 강화나 차주 상환이 실제로 가계대출 축소로 이어질 경우 은행 실적에는 적어도 세 갈래 경로가 생긴다. 첫째는 대출잔액 감소에 따른 이자이익 둔화, 둘째는 연체율과 대손비용 변화, 셋째는 증권·자산관리·카드·보험 같은 비이자이익이 그 충격을 얼마나 흡수하느냐다.
핵심은 가계부채 감소 자체보다 왜 줄었는지다. 정부 규제로 고위험 가계대출이 억제되는 경우와 경기둔화로 차주의 상환능력이 약해지는 경우는 은행 손익에 전혀 다른 결과를 남긴다. 같은 디레버리징이라도 전자는 대출 성장률 둔화가 먼저 나타나고, 후자는 대손비용 증가가 더 먼저 실적을 흔들 수 있다.
실제 숫자부터 보면, 한국은 아직 ‘가계부채 감소 국면’이 아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26년 2분기 가계신용은 전분기보다 25조9000억원 늘었다. 이 가운데 가계대출은 24조9000억원 증가한 1891조3000억원이었다. 정책 목표는 가계부채의 하향 안정화이지만, 적어도 2026년 상반기까지의 실제 통계는 감소보다 증가에 가깝다.
정책 기조는 분명히 조이는 방향이다. 정부는 2026년 가계부채 관리방안에서 높은 가계부채 비율과 부동산 쏠림을 문제로 짚었고, 금융위원회는 2025년 7월 1일 시행된 3단계 스트레스 DSR의 적용 여부와 규제 준수 현황을 계속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즉 지금의 질문은 이미 벌어진 결과를 설명하는 문제라기보다, 강화된 규제가 앞으로 은행 수익구조를 어떻게 바꿀지를 따지는 문제에 가깝다.
첫 번째 경로는 이자이익이다…가계대출이 줄면 은행은 가장 먼저 성장률 둔화를 맞는다
가계대출은 국내 은행 이자이익의 가장 큰 기반 가운데 하나다. 따라서 디레버리징이 나타나면 가장 먼저 보이는 변화는 대출잔액 증가세 둔화 또는 감소다. 다만 이것이 곧바로 순이익 급감으로 이어진다고 보기는 어렵다. 은행은 가계대출이 줄어도 기업대출이나 정책금융 연계대출로 자산 포트폴리오를 옮길 수 있고, 예금 조달구조와 금리 재산정 효과에 따라 순이자마진 변동 폭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KB금융 실적은 그 점을 잘 보여준다. KB금융은 2026년 6월 말 은행 원화대출금이 385조원, 이 가운데 가계대출이 184조원이라고 밝혔다. 2분기 은행 NIM은 1.74%로 전분기보다 3bp 하락했다. 단순 계산으로 보면 KB국민은행의 가계대출이 1%만 줄어도 1조8400억원의 잔액 감소가 발생하고, 이를 2분기 은행 NIM에 그대로 대입할 경우 연간 환산 순이자마진 수익은 약 320억원 줄어드는 셈이다.
이 수치는 가계대출 축소가 은행 이익에 부담이 된다는 점을 보여주지만, 동시에 충격의 크기가 생각보다 기계적이지 않다는 점도 말해준다. 184조원 전체가 한 번에 사라지는 구조가 아니고, 만기 도래와 차환, 신규대출 심사, 기업대출 대체, 조달비용 조정이 함께 움직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KB금융은 하반기 전략을 ‘생산적금융을 통한 포트폴리오 전환’과 ‘질적 성장’으로 설명했다.
신한금융도 방향은 비슷했다. 신한금융은 2026년 2분기 은행 NIM이 전분기보다 1bp 상승했고, 원화대출은 가계와 기업에 균형 있게 자금을 공급하면서 전분기보다 0.4% 늘었다고 밝혔다. 가계대출을 무조건 확대해 이자이익을 키우는 전략보다, 금리와 자산구성을 조정하며 대출자산 수익률을 관리하는 쪽으로 무게가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두 번째 경로는 연체율이다…규제형 디레버리징과 불황형 디레버리징의 차이
가계부채가 줄 때 은행 수익에 더 큰 변수는 대출잔액보다 연체율일 수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6년 6월 말 국내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은 0.56%였다. 가계대출 연체율은 0.40%로 전월보다 0.05%포인트 하락했고,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도 모두 낮아졌다. 하지만 금감원은 이 하락이 분기말 연체채권 상·매각 확대의 영향이 크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6월 중 연체채권 정리 규모는 5조3000억원으로 전월보다 크게 늘었다.
이 대목이 중요하다. 가계부채가 줄어도 연체율이 함께 안정되면 은행은 대손충당금 부담을 덜 수 있다. 반대로 경기둔화와 소득악화 때문에 차주가 빚을 줄이는 과정이라면 신규대출이 감소하는 동시에 연체와 상각이 늘어 수익성은 더 나빠질 수 있다. 같은 디레버리징이라도 은행 주가와 실적에 미치는 방향이 갈리는 이유다.
신한금융은 2026년 2분기 발표에서 은행 연체율이 1분기보다 소폭 증가했지만 업권에서 가장 낮은 연체순증액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또 그룹 대손비용률은 42bp로 전년동기보다 8bp 개선됐다고 밝혔다. 이는 가계대출 축소보다 건전성 관리가 실적 방어에 더 직접적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KB금융 역시 하반기 성장 전략의 전제로 ‘자산 건전성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를 앞세웠다. 은행들이 지금 가계부채 문제를 단순한 성장률 이슈가 아니라 비용 통제 문제로 함께 보고 있다는 뜻이다.
세 번째 경로는 비이자이익이다…은행주가 예전처럼 ‘대출잔액’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이유
가계대출이 줄어들 때 대형 금융지주가 예전보다 버티기 쉬워진 배경은 비이자이익 비중 확대다. KB금융은 2026년 상반기 그룹 비이자이익이 3조6292억원으로 전년동기보다 33.3% 늘었다고 밝혔다. 회사는 자본시장으로의 머니무브를 위기로만 보지 않고 증권 부문 재투자로 흡수하겠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은행에서 벌어들인 자본을 증권과 자산관리로 재배분하는 전략이 실적 설명의 한가운데 놓였다.
신한금융도 같은 방향을 보였다. 신한금융은 2분기 비이자이익이 수수료이익을 중심으로 전분기보다 22.0% 증가했다고 밝혔다. 증권수탁수수료와 WM 상품판매 수수료, IB 관련 수수료가 고르게 늘었고, 신한투자증권과 신한자산운용의 실적 개선도 두드러졌다. 가계대출이 둔화하더라도 자본시장 호황과 자산관리 수수료가 받쳐주면 그룹 전체 이익은 오히려 늘 수 있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가계부채를 줄이면 은행이 무조건 손해를 본다’는 도식은 2026년의 대형 금융지주에는 절반만 맞는 말이 됐다. 은행 단독으로 보면 이자이익 압박이 생기지만, 지주 단위로 보면 증권·자산운용·보험·카드의 회복력이 손익을 상당 부분 상쇄할 수 있다. 다만 지방은행이나 비은행 포트폴리오가 약한 사업자는 같은 환경에서도 방어력이 더 낮을 수 있다.
기업 영향은 ‘누가 더 잘 버티는가’로 갈린다
기업가치 관점에서 보면 디레버리징은 대출 성장률보다 수익구조 다변화의 격차를 드러내는 시험대가 된다. KB금융처럼 가계대출 비중이 큰 은행은 대출잔액 축소 시 이자이익 둔화를 먼저 맞지만, 동시에 대형 증권사와 자산관리 채널을 통해 비이자이익을 보완할 수 있다. 신한금융도 비슷하게 은행 NIM 관리와 수수료이익 확대를 동시에 가져가고 있다. 두 회사 모두 가계대출 총량만 놓고 판단하기보다, 대손비용과 비은행 이익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함께 봐야 한다.
반례도 있다. 디레버리징이 규제 강화에 따른 질적 개선이 아니라 경기침체의 부산물이라면, 가계대출 감소 폭이 작더라도 은행 수익은 더 크게 흔들릴 수 있다. 연체율 상승, 상·매각 비용 확대, 충당금 추가 적립이 겹치면 대출잔액 감소에서 오는 이자이익 감소보다 비용 증가가 더 빠르게 순이익을 잠식한다. 금감원이 6월 말 연체율 하락을 분기말 관리 효과로 설명한 것도 이런 해석과 맞닿아 있다.
결국 질문의 답은 하나가 아니다. 정책 주도의 점진적 디레버리징이라면 은행 이익은 둔화되더라도 급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제한적이고, 대형 금융지주는 비이자이익과 기업대출 확대로 방어할 여지가 있다. 반면 경기둔화형 디레버리징이라면 가계부채가 줄어도 은행 수익은 더 나빠질 수 있다. 현재 공시와 통계를 종합하면, 2026년 한국 은행업의 핵심 변수는 가계부채 총량 그 자체보다 가계대출 감소의 원인과 그 과정에서 연체율이 어디까지 올라가느냐에 더 가깝다.
자료: 한국은행, 2026년 2분기 가계신용(잠정)(2026.08.19); 금융위원회 관계부처 합동, 2026년도 가계부채 관리방안 발표(2026.04.01); 금융위원회, 2026년 4월 가계대출 동향(잠정) 및 가계부채 점검회의 개최(2026.05.15); 금융감독원 은행리스크감독국 건전경영팀, 2026년 6월말 국내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 현황(잠정)(2026.08.21); KB금융그룹, 2026년 상반기 경영실적 발표(2026.07.23); 신한금융지주회사, 2026년 2분기 경영실적발표(2026.07.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