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다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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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없으면 공장도 가게도 못 돌린다…일본 기업의 채용 공식이 바뀌었다

글로벌

일본에서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하는 이유가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해외사업 확대나 조직의 다양성을 높이기 위한 채용이라는 설명이 많았다면, 지금은 훨씬 현실적인 이유가 앞선다. 일할 사람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일본 후생노동성이 2026년 8월 31일 발표한 ‘2025년 외국인 고용실태조사’에 따르면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한 사업장의 68.2%가 채용 이유로 ‘노동력 부족의 해소·완화’를 꼽았다. ‘일본인과 동등하거나 그 이상의 활약을 기대한다’는 응답도 56.2%로 높았지만, 사업장의 국제화와 다양성 향상을 이유로 든 비율은 18.1%, 일본인에게 없는 지식과 기술 활용을 기대한다는 응답은 14.1%에 그쳤다. 일본 기업에서 외국인 고용이 특별한 글로벌 전략이라기보다 부족한 노동력을 메우는 일상적인 채용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의미다.

같은 조사에서 외국인 노동자의 월평균 정액급여는 일반근로자 기준 29만2400엔으로 전년보다 6.4% 증가했다. 전문·기술 분야 종사자는 30만6500엔, 특정기능 노동자는 25만4100엔, 기능실습생은 21만3500엔이었다. 외국인을 단순히 값싼 노동력으로 활용하는 구조라고만 보기 어려워지고 있으며, 인력 확보 경쟁이 커질수록 기업들이 임금과 근무조건까지 함께 조정해야 하는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 257만명…일본 고용시장의 한 축이 됐다


일본에서 일하는 외국인의 숫자도 빠르게 늘고 있다.

후생노동성이 집계한 2025년 10월 말 기준 외국인 노동자는 257만1037명으로 전년보다 26만8450명, 11.7% 증가하며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외국인을 고용하는 사업장 역시 37만1215곳으로 사상 최대였다.

국적별로는 베트남 출신이 약 60만6000명으로 가장 많았고 중국과 필리핀이 뒤를 이었다. 특히 전문적·기술적 분야의 체류자격을 가진 외국인은 약 86만6000명으로 전년보다 20.4% 증가하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외국인 고용이 제조업이나 단순노동에만 국한되지 않고 전문직과 서비스업을 포함한 다양한 영역으로 넓어지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일본의 기업 현장에서는 외국인 노동자가 더 이상 일부 업종에서만 볼 수 있는 인력이 아니다. 편의점과 음식점, 숙박업을 넘어 제조업과 건설업, 물류, 자동차 정비, 돌봄 등 다양한 산업에서 노동력을 구성하는 하나의 축이 되고 있다.

그 배경에는 일본의 구조적인 인력부족이 있다.


일본 기업 절반이 “정규직이 부족하다”


일본 기업들이 느끼는 인력부족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다.

일본 신용조사업체 데이코쿠데이터뱅크가 2026년 7월 전국 1만518개 기업을 조사한 결과, 정규직이 부족하다고 답한 기업은 51.3%에 달했다. 7월 기준으로 4년 연속 절반을 넘어선 수준이다. 비정규직이 부족하다는 기업도 28.8%였다.

업종별로 보면 정규직 부족은 금융과 건설을 비롯한 6개 업종에서 60%를 넘었고, 비정규직에서는 음식점의 인력부족 비율이 가장 높았다. 일부 업종에서는 상황이 조금씩 개선되고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여전히 기업 두 곳 중 한 곳이 필요한 정규직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는 셈이다.

도쿄에서도 상황은 비슷하다. 2026년 7월 기준 정규직 부족을 호소한 기업은 51.5%였고, 건설업에서는 그 비율이 73.8%, 정보서비스업에서는 68.9%에 달했다. 일본의 인력부족이 음식점이나 편의점 같은 서비스 현장만의 문제가 아니라 건설과 IT, 금융 등 전문인력이 필요한 분야로 확산돼 있다는 의미다.

이런 상황에서는 기업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이 많지 않다. 임금을 높여 일본인 인력을 더 확보하거나, 자동화와 로봇을 도입해 필요한 인원 자체를 줄이거나, 외국인 노동자를 채용하는 방식이다. 실제 현장에서는 세 방법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외국인 고용이 ‘선택’에서 ‘운영 조건’으로


기업 입장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는 사람이 부족하면 단순히 채용이 어려워지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공장에서 생산라인에 필요한 인원을 채우지 못하면 주문이 있어도 제품을 충분히 만들기 어렵고, 건설현장에서 기술인력이 부족하면 공사기간이 늘어날 수 있다. 음식점과 숙박업에서는 영업시간을 줄이거나 객실 운영 규모를 축소해야 하고, 물류에서는 배송 횟수와 서비스 범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데이코쿠데이터뱅크도 고령화와 기존 근로자의 은퇴가 이어지면서 인력부족 때문에 기업이 주문을 충분히 받지 못하는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외국인 채용은 일본 기업에 단순한 인사정책을 넘어 생산능력을 유지하기 위한 경영문제가 되고 있다.

매출을 늘리기 위한 전략을 세워도 일할 사람이 없다면 사업을 확대할 수 없고, 좋은 주문을 확보하더라도 이를 처리할 인력이 부족하면 기업의 성장에 한계가 생긴다. 인구감소가 거시경제의 문제가 아니라 개별 기업의 매출과 생산량을 제한하는 변수로 바뀐 것이다.


일본 정부도 외국인력 제도를 다시 짜고 있다


일본 정부 역시 이런 현실에 맞춰 외국인 노동력 제도를 크게 손보고 있다.

현재 일본은 일정 수준의 기술과 일본어 능력을 가진 외국인이 인력이 부족한 산업에서 일할 수 있도록 ‘특정기능’ 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며, 기존 기능실습 제도를 대체할 새로운 ‘육성취업’ 제도도 준비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2026년 1월 특정기능과 육성취업 제도에 대한 분야별 운영방침을 새로 결정하면서, 업종별 인력부족 정도와 필요한 외국인 수를 바탕으로 외국인력의 수용 규모를 관리하기로 했다. 자동차 운송과 항공을 비롯한 일부 분야에는 별도의 특정기능 운영방침을 두고 있으며, 자원순환 등 새로운 분야 역시 제도적 준비가 완료되는 대로 외국인 인력을 받을 수 있도록 범위를 넓히고 있다.

중요한 점은 일본이 외국인 노동자를 아무 제한 없이 늘리는 방식보다는, 산업별 노동력 부족을 계산해 필요한 규모를 정하고 체류와 취업 조건을 제도적으로 관리하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 자료에서도 특정기능과 육성취업 인력을 받아들이는 분야는 생산성 향상과 국내 인력 확보 노력을 먼저 진행한 뒤에도 심각한 인력부족이 남아 있는 산업을 대상으로 한다는 원칙이 제시돼 있다.

외국인력이 일본의 인력부족을 보완하는 중요한 수단이 된 것은 분명하지만, 동시에 어느 업종에서 얼마나 받아들일 것인지에 대한 관리도 함께 강화되는 구조다.


기업은 이제 ‘채용한 뒤’까지 고민해야 한다


외국인을 채용한다고 인력문제가 모두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외국인 직원이 안정적으로 일하려면 일본어 교육과 주거지원, 행정절차, 업무교육 등 추가적인 관리가 필요하고, 산업에 따라서는 숙련을 쌓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단순히 사람 숫자만 채우는 방식으로는 장기적인 인력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임금 문제도 중요하다.

일본 기업들이 외국인 근로자를 놓고 경쟁하기 시작하면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기업으로 인력이 이동할 가능성이 커지고, 특히 숙련된 외국인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임금과 복지, 경력개발 측면에서 일본인 근로자와 비슷한 수준의 조건을 갖출 필요가 있다.

실제로 후생노동성 조사에서 외국인 고용 이유 가운데 ‘일본인과 동등하거나 그 이상의 활약을 기대한다’는 응답이 56.2%에 달했다는 점은 기업들이 외국인을 단순한 일손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활용할 인재로 보는 인식도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외국인 노동자 입장에서도 일자리 선택지가 많아지면 기업을 고르는 기준이 달라질 수 있다. 같은 일을 하더라도 임금이 높고 근무환경이 좋으며 장기간 체류와 경력개발이 가능한 회사를 선택하려는 움직임이 커질 수밖에 없다.

기업이 외국인을 ‘뽑을 수 있느냐’보다 ‘계속 일하게 만들 수 있느냐’를 고민해야 하는 단계로 넘어가는 것이다.


자동화한다고 사람 부족이 모두 해결되지는 않는다


일본 기업들이 인력부족에 대응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또 다른 방법은 자동화다.

음식점의 주문용 태블릿과 서빙로봇, 무인계산대, 물류센터 자동화, 제조공장의 산업용 로봇처럼 사람의 업무를 기계로 대체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모든 업무를 자동화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건설현장에서 작업환경에 따라 판단해야 하는 일이나 숙박·외식업에서 고객을 직접 응대하는 업무, 돌봄처럼 사람과 사람의 상호작용이 중요한 분야에서는 여전히 상당한 노동력이 필요하다. 자동화가 사람을 완전히 대체하기보다 적은 인원으로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도록 생산성을 높이는 수단으로 활용되는 이유다.

결국 일본 기업의 현실적인 선택은 ‘외국인 또는 자동화’ 가운데 하나를 고르는 것이 아니라, 자동화할 수 있는 업무는 최대한 줄이고 남은 업무에는 국내외 인력을 확보하는 방식에 가까워지고 있다.


인구감소가 기업의 사업모델을 바꾸기 시작했다


일본의 외국인 고용 확대를 단순히 노동시장 변화로만 보면 중요한 부분을 놓칠 수 있다.

사람을 충분히 구할 수 없다는 사실은 기업이 어디에 점포를 열고, 어떤 사업을 확대하며, 어느 정도의 주문을 받을 수 있는지를 결정하기 시작했다. 인력이 부족하면 매출 기회가 있어도 사업을 키울 수 없기 때문에 노동력 자체가 자본이나 기술만큼 중요한 성장조건으로 바뀌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가 257만명을 넘어 사상 최대를 기록하고, 외국인을 고용한 사업장의 68.2%가 그 이유로 인력부족을 꼽은 것은 이런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일본의 경험은 한국에도 낯설지 않다. 저출생과 고령화가 이어지는 국가에서는 앞으로 기업들이 고객을 확보하는 문제 못지않게 일할 사람을 확보하는 문제와 맞닥뜨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외국인 노동자는 이미 특별한 노동력이 아니다. 공장과 건설현장, 음식점과 숙박업, 다양한 서비스업에서 기업이 기존 사업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인력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인구가 줄어드는 경제에서 기업의 경쟁력을 가르는 조건도 바뀌고 있다. 좋은 제품을 만들고 주문을 많이 받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그 제품을 만들고 서비스를 제공할 사람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지가 새로운 경쟁력이 되고 있다.

일본 기업들이 외국인 채용을 빠르게 늘리는 이유도 결국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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