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다뷰

시장의 변화와 미래를 읽는 경제지, 미래다뷰

[커버스토리]원화 자산의 해외 유통이 바뀐다…토큰화 금융의 첫 관문 열렸

머니 마켓이슈트렌드커버스토리

국내 자산운용사가 만든 원화 초단기채권 펀드를 해외 기관투자가가 사고, 그 보유분을 블록체인 위의 토큰 형태로 다시 발행해 유통한다. 지금까지라면 여러 단계의 펀드 설정과 청약, 결제, 수탁 절차를 거쳐야 했던 거래가 앞으로는 온체인 환경에서 더 짧고 연속적인 방식으로 이뤄질 수 있는 길이 열리고 있다.

8월 25일 금융위원회는 국내 금융사가 발행한 머니마켓펀드(MMF)를 독립된 역외 기관투자자가 매입한 뒤, 해외에서 해당 펀드 증권을 토큰 형태로 발행·판매하는 구조가 일정 조건 아래 현행 전자증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유권해석을 내놨다. 발행 주체가 국내 금융사와 독립돼 있고, 토큰이 해외 투자자에게 사모 방식으로 판매되며, 국내 거주자에게 다시 유통되지 않도록 기술적·계약적 차단장치를 두는 것이 전제다.

같은 주간에는 금융회사들의 움직임도 빨라졌다. 신한자산운용은 8월 21일 솔라나재단, 토큰화 발행 플랫폼 이더퓨즈, 온체인 유동성 인프라를 제공하는 오르카와 업무협약을 맺고 원화 표시 토큰화 펀드의 발행과 유통 전 과정을 검증하기로 했다. 구상은 해외 기관투자가가 신한자산운용의 원화 초단기채권 펀드를 매입한 뒤 이를 토큰화해 블록체인 네트워크에서 유통하는 방식이다.

두 사건을 따로 보면 하나는 법령해석이고 다른 하나는 기술 실증이다. 함께 놓고 보면 의미가 달라진다. 국내 금융회사가 만든 원화 단기자산이 처음으로 해외 블록체인 유통망과 직접 연결될 수 있는 제도적·기술적 통로가 동시에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금융시장에 익숙한 질문은 그동안 ‘원화 자산에 해외 자금이 얼마나 들어오느냐’였다. 이제 질문이 한 단계 바뀌고 있다. 원화 자산이 어떤 형태로 해외 투자자의 지갑과 포트폴리오에 들어갈 것인가다.


펀드는 그대로인데 ‘포장 방식’이 바뀐다


토큰화라는 말 때문에 완전히 새로운 금융상품이 탄생하는 것으로 오해하기 쉽지만, 이번 구조에서 경제적 실질은 비교적 익숙하다. 기초자산은 원화 단기채권이나 MMF이고, 투자자는 해당 자산에서 발생하는 이자와 운용수익을 받는다. 달라지는 것은 소유권을 표시하고 이전하는 방식이다.

기존 펀드에서는 투자자의 보유 지분이 금융회사와 예탁·결제 시스템의 장부에 기록되고, 거래와 결제 역시 영업시간과 기존 금융 인프라의 절차를 따른다. 토큰화된 펀드는 투자자의 권리를 블록체인상의 디지털 토큰으로 표현해 이전할 수 있도록 설계한다.

이 변화가 중요한 이유는 거래시간과 결제구조 때문이다.

블록체인은 원칙적으로 24시간 작동할 수 있고, 토큰의 이전과 결제를 같은 네트워크 안에서 처리하도록 설계할 수도 있다. 해외 기관이 서로 다른 시간대에서 원화 기반 단기자산을 거래할 때 한국 금융시장의 영업시간에 맞출 필요가 줄어들 수 있다는 의미다.

글로벌 자산운용업계가 토큰화 펀드에 관심을 갖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2024년 선보인 토큰화 펀드 BUIDL은 미국 국채와 현금성 자산을 기초로 하면서 블록체인상에서 투자자의 지분을 표현하는 구조를 택했다. 신한자산운용도 이번 실증을 ‘원화 자산에 BUIDL과 유사한 구조를 적용하는 작업’으로 설명하고 있다.

원화 금융상품이 글로벌 토큰화 시장에서 같은 형식으로 거래될 수 있다면 국내 자산운용업계에는 새로운 유통채널이 생길 수 있다.


왜 하필 초단기채권과 MMF인가


토큰화의 첫 실험 대상이 주식이나 부동산보다 단기채권·MMF라는 점은 우연이 아니다.

단기금융상품은 가격 변동이 상대적으로 작고 현금에 가까운 성격을 갖는다. 투자자는 큰 자본차익보다 안정적인 이자수익과 높은 유동성을 기대한다. 블록체인 기반 금융에서도 이런 자산은 활용도가 높다.

예를 들어 해외 기관이 디지털자산을 거래하거나 온체인 금융서비스를 이용하면서 보유 현금을 쉬게 하고 싶을 때,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그대로 들고 있기보다 미국 국채나 단기펀드에 연계된 토큰을 보유하면 이자를 얻을 수 있다.

바로 이 시장을 선점한 것이 미국 국채 기반 토큰화 상품이다.

현재 글로벌 토큰화 시장은 달러 자산이 압도적으로 중심이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잔액은 이미 수천억달러 규모로 성장했고, 국채와 MMF를 토큰화한 상품 역시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신한자산운용이 최근 플룸네트워크와 추진한 별도 실증에서도 ‘달러 중심의 온체인 시장에 원화 기반 우량자산을 공급하겠다’는 목표를 명시했다.

원화 초단기채권이 토큰화 시장에 들어간다는 것은 한국 펀드 하나를 해외에서 판매한다는 의미보다 더 크다.

글로벌 디지털 금융시장에 원화 표시 이자상품을 하나 더 만드는 시도에 가깝다.


원화 수요를 실제로 만들 수 있을까


가장 큰 질문은 결국 수요다.

원화 표시 토큰화 펀드가 기술적으로 만들어질 수 있다는 사실과 해외 투자자가 실제로 이를 살 이유가 있다는 것은 다른 문제다.

미국 국채 기반 토큰화 상품은 달러라는 기축통화의 힘과 세계 최대 채권시장을 배경으로 한다.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보유한 기관이 현금성 자산에 투자하려 할 때 자연스럽게 미국 국채와 단기펀드로 연결될 수 있다.

원화는 상황이 다르다.

해외 투자자가 원화 단기자산을 보유하면 이자수익뿐 아니라 환율 변동도 함께 감수해야 한다. 원화 가치가 하락하면 연 3% 수준의 단기수익이 환차손으로 쉽게 사라질 수 있고, 반대로 원화 강세를 기대하는 투자자에게는 추가 수익원이 될 수 있다.

결국 원화 토큰화 펀드의 경쟁력은 금리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환헤지 비용과 거래 유동성, 토큰을 담보로 사용할 수 있는지, 다른 디지털자산과 얼마나 쉽게 교환할 수 있는지가 함께 중요하다.

특히 온체인 시장에서는 ‘보유할 만한 자산’보다 ‘쓸 수 있는 자산’이 더 빠르게 성장하는 경향이 있다. 토큰화된 원화 펀드가 다른 금융거래의 담보로 사용되거나 결제·환매 시스템과 연결될 수 있다면 해외 기관이 보유할 유인이 커질 수 있지만, 단지 기존 펀드를 블록체인 형태로 포장하는 데 그친다면 시장 규모는 제한적일 가능성이 크다.


24시간 거래보다 더 중요한 것은 ‘24시간 유동성’이다


토큰화 금융을 설명할 때 가장 자주 등장하는 장점이 24시간 거래다. 기술적으로는 맞지만 실제 금융시장에서 더 중요한 것은 언제든 거래할 수 있느냐보다 언제든 원하는 가격에 거래할 수 있느냐다.

유동성이 충분하지 않은 토큰은 블록체인 위에서 24시간 존재하더라도 실질적으로 거래하기 어렵다.

신한자산운용이 이번 실증에 오르카를 참여시킨 이유도 이 때문이다. 오르카는 솔라나 기반의 온체인 유동성 인프라를 운영하고 있으며, 프로젝트에서는 토큰화된 원화 금융상품이 실제로 거래될 수 있는 유동성 구조까지 검증할 계획이다. 고객확인(KYC)과 자금세탁방지(AML), 보안감사, 외환 관련 규제, 온체인 유동성 설계가 모두 검토 대상에 포함된다.

여기에서 전통 금융과 탈중앙화 금융의 차이가 드러난다.

기존 펀드는 운용사와 판매사, 수탁기관, 예탁결제원 등이 역할을 나눠 시장을 운영하지만 블록체인 기반 상품에서는 일부 기능을 스마트계약과 온체인 인프라가 대신할 수 있다.

그러나 그만큼 새로운 위험도 생긴다. 스마트계약 오류나 블록체인 네트워크 장애가 발생했을 때 누가 책임질 것인지, 토큰의 키를 잃어버린 투자자의 권리는 어떻게 회복할 것인지, 해외 탈중앙화 거래소에서 거래가 이뤄질 경우 규제기관이 어디까지 감독할 수 있는지 같은 문제다.

기술이 거래속도를 높이는 만큼 책임구조도 다시 설계해야 한다.


금융위 유권해석은 ‘전면 허용’이 아니다


최근 시장에서 가장 주의해서 볼 부분은 금융위원회의 유권해석을 국내 원화 토큰증권의 전면 허용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다.

금융위가 판단한 것은 특정한 역외 구조다. 국내 금융사가 MMF를 발행하고, 국내 금융사와 법률적·경제적으로 독립된 해외 기관이 이를 매입한 뒤, 그 역외 펀드의 증권을 해외에서 토큰화해 해외 투자자에게 판매하는 경우다.

발행과 판매가 해외에서 이뤄지고 국내 투자자에게 재판매되지 않는다는 조건 때문에 현행 전자증권법 적용대상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 핵심이다. 국내 금융사와 해외 발행주체가 사실상 동일하거나 토큰이 국내 투자자에게 다시 판매되는 경우에는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

또 이번 판단을 국내 ETF나 채권, 부동산 등 모든 자산의 해외 토큰화에 그대로 적용할 수도 없다. 금융위의 판단은 MMF를 편입한 특정 구조에 대한 법령해석이기 때문에 자산과 발행구조가 달라지면 별도 검토가 필요하다.

그럼에도 업계가 이번 유권해석을 중요하게 보는 이유는 방향 때문이다.

국내 자산을 해외 블록체인 유통망과 연결하는 행위 자체가 곧바로 금지되는 것은 아니라는 규제 기준이 처음 확인됐기 때문이다.


국내 제도보다 해외 사업이 먼저 움직이는 역설


한국의 토큰증권 제도화 일정도 이번 움직임을 이해하는 데 중요하다.

토큰증권 발행과 유통의 법적 기반을 마련한 전자증권법·자본시장법 개정은 이미 이뤄졌지만 실제 시행은 2027년 2월로 예정돼 있다. 금융위원회는 올해 토큰증권 협의체를 운영하면서 주식·채권·MMF 등 기존 증권의 토큰화와 온체인 결제를 위한 단계별 로드맵을 준비하고 있다.

국내 제도는 아직 시행되지 않았는데 해외에서는 이미 원화 자산을 토큰화하는 실증이 시작되는 셈이다.

이 역설은 국내 금융회사가 글로벌 시장에서 겪는 현실을 보여준다.

제도가 완성될 때까지 기다리면 해외 경쟁자는 이미 시장을 선점할 수 있고, 너무 빨리 움직이면 규제와 투자자 보호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결국 국내 금융사는 해외 시장에서 먼저 기술과 사업구조를 검증한 뒤 국내 제도가 시행되는 시점에 맞춰 사업을 확장하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신한자산운용이 솔라나뿐 아니라 플룸네트워크 등 서로 다른 블록체인 인프라와 동시에 실증을 진행하는 것도 특정 네트워크 하나에 베팅하기보다 다양한 기술 구조를 비교하려는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


토큰화가 펀드의 비용을 정말 낮출지는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블록체인 금융의 가장 강한 주장은 중개비용 절감이다.

펀드 설정과 판매, 명부관리, 결제, 수탁 등 기존 금융 인프라의 여러 단계를 디지털화하면 비용을 낮추고 거래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논리다.

하지만 실제 금융상품에서는 비용이 사라지기보다 위치가 바뀔 가능성도 있다.

블록체인 네트워크 운영비용과 스마트계약 감사, 디지털 지갑 관리, KYC·AML 시스템 구축, 사이버보안 비용이 새롭게 발생한다. 서로 다른 국가의 규제를 동시에 충족해야 한다면 법률·컴플라이언스 비용도 커진다.

특히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하는 금융상품은 익명 거래가 어렵다. 투자자의 신원을 확인하고 자금세탁 위험을 관리해야 하기 때문에 누구나 자유롭게 거래하는 일반적인 암호화폐와는 구조가 다를 수밖에 없다.

토큰화의 경제성을 판단하려면 ‘블록체인이라 싸다’는 전제보다 기존 금융 인프라와 비교해 실제 발행·거래·결제 비용이 얼마나 줄어드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결국 기술의 가치는 처리속도가 아니라 비용과 유동성, 투자자 편의 가운데 무엇을 실제로 개선하는지로 평가받게 된다.


스테이블코인과 닮았지만 본질은 다른 자산


원화 단기펀드 토큰은 향후 원화 스테이블코인과의 관계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둘 다 블록체인 위에서 원화와 연계된 가치를 나타낼 수 있지만 경제적 성격은 다르다.

스테이블코인은 일반적으로 원화나 달러 등 기준 통화와 1대1 가치 유지를 목표로 하는 결제·이전 수단에 가깝다. 반면 토큰화 펀드는 기초자산이 존재하는 투자상품으로, 투자자는 자산에서 발생하는 이자수익을 기대한다.

따라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디지털 현금’이라면 원화 단기펀드 토큰은 ‘이자를 주는 디지털 현금성 자산’에 가까운 기능을 할 수 있다.

이 둘이 연결되면 흥미로운 시장이 만들어질 수 있다.

투자자는 평상시에는 토큰화 단기펀드에 자금을 두고 이자를 받다가 결제가 필요할 때 스테이블코인으로 바꿀 수 있다. 반대로 사용하지 않는 스테이블코인을 이자수익 자산으로 이동시키는 구조도 가능하다.

달러 기반 디지털 금융시장에서 이미 국채 토큰과 스테이블코인이 함께 성장하는 이유다.

원화 시장에서도 비슷한 생태계가 형성된다면 단기금융상품의 역할은 지금보다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은행과 운용사에는 ‘예금 밖의 원화’가 생긴다


이 변화가 장기적으로 커지면 은행과 자산운용사의 역할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현재 대부분의 원화 유동성은 은행 예금과 증권사 계좌, 펀드 등 전통적인 금융시스템 안에서 관리된다. 그러나 해외 투자자가 원화 자산을 토큰 형태로 보유하고 거래하기 시작하면 원화 유동성 일부가 블록체인 인프라 위에서 움직일 수 있다.

자산운용사에게는 새로운 해외 판매채널이 생긴다. 국내에서 만든 펀드를 기존 해외 판매망에 올리는 것뿐 아니라 글로벌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통해 새로운 기관투자자에게 접근할 가능성이 열린다.

은행에는 조금 다른 문제다.

토큰화 펀드와 스테이블코인이 결합해 현금관리 기능을 제공하면 지금까지 예금이 담당했던 일부 역할이 자본시장 상품으로 이동할 수 있다. 물론 규모가 커지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글로벌 금융시장에서는 이미 은행 예금과 토큰화 국채·MMF가 같은 현금을 놓고 경쟁하는 구조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결국 토큰화는 증권을 디지털 형태로 바꾸는 기술 문제가 아니라 누가 고객의 현금을 보유하고 운용할 것인가를 둘러싼 금융업권 경쟁의 문제로 확장될 수 있다.


원화의 해외 진출인가, 규제 공백을 이용한 우회인가


정책적으로 가장 민감한 질문도 여기에서 나온다.

국내 토큰증권 제도가 시행되기 전에 해외에서 먼저 원화 자산을 토큰화하는 것이 금융혁신인지, 국내 규제를 피해 사업을 시작하는 우회경로인지에 대한 논쟁이다.

현재 금융위가 제시한 선은 비교적 명확하다. 해외 발행주체가 국내 금융사와 독립돼 있고, 해외 투자자에게만 판매하며, 국내 재판매를 차단한다면 현행 전자증권법의 적용대상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 원칙이 지켜진다면 국내 규제를 회피해 한국 투자자에게 상품을 판매하는 구조와는 차이가 있다.

다만 시장이 커질수록 경계는 복잡해질 수 있다.

해외에서 발행된 원화 토큰을 국내 거주자가 탈중앙화 거래소를 통해 매입할 수 있는 경우 어떻게 차단할 것인지, 해외 지갑의 실질 소유자를 어디까지 확인할 수 있는지, 환매 과정에서 원화 자금이 국내외로 이동할 때 외환규제를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가 문제가 된다.

이번 유권해석이 길을 열었다면 다음 단계는 그 길의 교통규칙을 만드는 일이다.


진짜 경쟁은 ‘누가 먼저 발행하나’가 아니라 ‘누가 먼저 쓰이게 하나’다


원화 단기펀드가 토큰으로 발행된다는 소식은 기술적으로 흥미롭지만, 금융상품의 성공을 결정하는 것은 기술의 새로움이 아니다.

해외 기관이 왜 그 자산을 보유해야 하는지, 언제든 사고팔 수 있는 유동성이 있는지, 담보와 결제에 활용할 수 있는지, 환율 위험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

토큰을 만드는 것 자체는 이제 세계 금융회사들에게 특별한 기술이 아니다.

경쟁력은 토큰화된 자산을 실제 금융거래에서 사용하게 만드는 데서 생긴다.

블랙록의 BUIDL이 주목받은 것도 단지 미국 국채를 블록체인에 올렸기 때문이 아니라, 디지털자산 시장의 기관들이 현금성 자산으로 활용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원화 상품도 마찬가지다.

토큰화된 원화 펀드가 해외 투자자의 계좌 안에서 또 하나의 투자상품으로 머문다면 시장은 제한적일 수 있다. 반대로 담보와 결제, 환매, 다른 디지털자산 거래까지 연결된다면 원화의 새로운 금융 유통망이 만들어질 수 있다.

8월 금융위의 유권해석과 금융회사들의 실증은 바로 그 가능성을 시험하는 첫 단계다.

한국 금융시장에서는 오랫동안 해외 자본을 국내로 끌어들이는 것이 국제화의 핵심 과제였다.

이번에는 방향이 반대다.

국내에서 만들어진 원화 금융상품을 디지털 형태로 바꿔 해외 시장으로 내보내려 한다.

그 시도가 성공한다면 원화 자산의 해외 유통방식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실제 수요와 유동성, 환율 위험, 투자자 보호라는 문제를 넘지 못한다면 토큰화는 기존 금융상품에 새로운 포장지만 씌운 실험에 그칠 가능성도 있다.

결국 이 시장의 성패를 가를 질문은 ‘원화 펀드를 토큰으로 만들 수 있는가’가 아니다.

해외 투자자가 그 토큰을 왜 사고, 왜 계속 보유하며, 어디에 사용할 것인가다.

그 답이 만들어지는 순간 토큰화는 기술 실험을 넘어 금융시장으로 들어오게 된다.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