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스톤, 운용자산 1.3조달러 돌파…AI 인프라·크레딧 앞세워 사상 최대

글로벌 대체투자 시장의 대표 운용사인 블랙스톤이 올해 1분기 운용자산 규모를 사상 최대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고 경기 전망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이어지는 가운데서도 기관투자가와 개인 고액자산가 자금을 꾸준히 흡수하며 외형 성장을 이어간 것이다.
블랙스톤은 2026년 1분기 말 기준 운용자산이 1조3040억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같은 기간보다 12% 늘어난 규모다. 시장 전반이 금리 경로와 지정학적 리스크, 자산가격 재평가 압력에 흔들리는 상황에서도 대체투자 수요가 견조하게 유지됐다는 점이 실적의 핵심 배경으로 꼽힌다.
부문별로는 크레딧·보험 부문이 4575억달러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사모펀드 부문은 4299억달러, 부동산 부문은 3153억달러, 멀티에셋 부문은 1014억달러로 집계됐다. 전통적인 사모펀드와 부동산뿐 아니라 사모대출, 보험자산 운용, 개인자산관리 영역까지 포트폴리오를 넓힌 점이 전체 운용자산 확대를 뒷받침했다.
가장 두드러진 성장 동력은 인프라 투자였다. 특히 인공지능 확산으로 데이터센터와 전력 인프라 수요가 급증하면서 블랙스톤의 관련 포트폴리오가 빠르게 커지고 있다. 블랙스톤은 현재 건설 중인 자산을 포함해 1500억달러가 넘는 글로벌 데이터센터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으며, 추가로 1600억달러 규모의 개발 파이프라인도 확보한 상태다.
AI 산업 확장은 단순히 서버 시설 확충에 그치지 않는다. 데이터센터 운영에는 막대한 전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전력망 증설과 현대화, 에너지 공급 안정성 확보가 함께 요구된다. 블랙스톤이 미국 전력망 개선과 확장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AI 인프라가 새로운 장기 투자 테마로 부상하면서 블랙스톤의 인프라 펀드는 최근 12개월 기준 24.8%의 수익률을 기록해 주요 부문 중 가장 높은 성과를 냈다.
크레딧·보험 부문도 성장세를 이어갔다. 해당 부문의 운용자산은 전년 대비 18% 증가했다. 1분기에는 기관투자가와 보험 고객을 대상으로 한 자금 모집이 강하게 이뤄지며 역대급 성과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투자 회수와 수익 실현 규모가 줄어들면서 분배가능이익은 3억7300만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26% 감소했다. 운용자산은 늘었지만 수익 인식 시점과 시장 환경의 영향으로 이익 흐름은 다소 엇갈린 모습이다.
사모펀드 부문은 외형과 수익성 모두 개선됐다. 운용자산은 전년보다 16% 늘었고, 분배가능이익은 75% 증가했다. 변동성이 큰 시장에서도 포트폴리오 기업의 가치 개선과 일부 투자 성과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부동산 부문 역시 상업용 부동산 시장을 둘러싼 우려가 계속되는 가운데 분배가능이익이 13% 증가하며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다.
프라이빗 웰스 부문도 블랙스톤의 핵심 성장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 부문의 운용자산은 전년 대비 14% 증가한 3100억달러를 기록했다. 최근 5년 사이 약 세 배로 커진 규모다. 기관투자가 중심이던 대체투자 시장이 고액자산가와 개인투자자 영역으로 확장되면서, 블랙스톤은 브랜드 인지도와 상품 라인업을 앞세워 프라이빗 웰스 시장에서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전사 기준 분배가능이익은 17억65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5% 증가했다. 블랙스톤은 이 같은 실적을 바탕으로 오는 5월 11일 주당 1.16달러의 분기 배당을 지급할 예정이다.
블랙스톤 경영진은 이번 실적을 두고 다양한 자산군에 분산 투자하는 사업 모델의 강점을 강조했다. 스티븐 슈워츠만 회장 겸 최고경영자는 시장 변동성이 컸던 시기에도 약 700억달러의 자금 유입을 기록했고, 여러 핵심 전략에서 성과가 개선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블랙스톤의 분산형 투자 구조가 혼란스러운 장세에서 자산 방어와 신규 투자 기회 포착을 동시에 가능하게 했다고 설명했다.
존 그레이 사장 겸 최고운영책임자도 기관투자, 크레딧, 프라이빗 웰스 부문이 모두 실적을 뒷받침했다고 밝혔다. 그는 시장 여건이 쉽지 않았지만 블랙스톤의 투자 플랫폼과 브랜드 경쟁력이 자금 유입을 견인했다며, 다양한 시장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운용 역량이 확인됐다고 평가했다.
이번 실적은 대체투자 시장의 무게중심이 어떻게 이동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고금리와 불확실성은 전통 자산시장에는 부담으로 작용하지만, 대형 운용사에는 오히려 기회가 되기도 한다. 은행 대출이 위축된 영역에서는 사모크레딧 수요가 늘고, 인공지능 산업 확산은 데이터센터와 전력 인프라 투자 수요를 키우고 있다. 개인 고액자산가들은 전통 주식·채권만으로는 포트폴리오를 방어하기 어렵다고 판단하며 대체투자 상품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