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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 보험보다 더 큰 변수는 계약 구조…배터리 관리비, 기업마다 손익 달랐다

경제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에서 보험 가입이 일괄적으로 막혔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2017년 이후 이어진 화재 이력과 안전규제 강화로 보험료, 추가 설비비, 운전 제약이 함께 커졌고, 그 부담을 누가 지는지에 따라 같은 ESS라도 손익 구조는 크게 달라졌다. 2026년 10월 23일 기준으로 확인된 공시와 제도 자료를 종합하면, ESS의 수익성은 배터리 자체 가격보다도 보험·안전비용, 배터리 성능 저하 관리, 그리고 정산 방식이 어떻게 묶여 있는지가 더 중요해진 모습이다.


보험이 안 되는가보다, 비용이 얼마나 붙는가가 문제


산업통상자원부는 2020년 추가 안전대책에서 신규 ESS의 충전율 제한과 소방설비 강화, 운영데이터 보관 의무 등을 내놨다. 이후 시장은 단순 설치 경쟁에서 안전기준을 만족시키는 설계와 운영 역량 경쟁으로 바뀌었다. 최근 기업 공시에서도 이런 변화가 그대로 드러난다. 한중엔시에스는 상장 관련 공시에서 ESS 화재 이력과 강화된 안전규제가 추가 설비 비용과 운영 효율 저하를 낳을 수 있다고 적시했다.

핵심은 보험의 유무보다 위험 가격이 높아졌다는 점이다. 화재 이력이 남아 있는 사업장은 보험료와 자기부담 조건이 불리해질 수 있고, 프로젝트 파이낸싱이나 장기 운영계약에서도 같은 문제가 반영된다. 실제로 ESS 사업을 하지 않는 기업조차 관련 시장 위축이 EPC 수주 여건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공시할 정도로, 안전 비용은 개별 사업장을 넘어 산업 전반의 투자 판단 변수로 번졌다.


배터리 관리비는 회계상 한 줄로 잘 드러나지 않는다


배터리 노후화 비용은 더 복잡하다. 공식 자료를 보면 정부와 한국전기안전공사는 ESS 통합관리 체계에서 충전율뿐 아니라 열화율과 충·방전 용량 같은 운영지표를 실시간으로 보는 방향으로 관리 체계를 짰다. 이는 배터리의 성능 저하가 안전 문제이면서 동시에 수익성 문제라는 뜻이지만, 정작 기업 공시에서는 이를 따로 떼어 ‘노후화 비용’이라고 표시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 유지보수비, 성능보증 충당부채, 교체비, 안전설비 투자비 안에 섞여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반례가 LG에너지솔루션 사례다. 이 회사는 2021년 국내외 ESS 제품에 대한 자발적 리콜과 배터리 전량 교체 조치를 결정했고, 관련 비용 4269억원을 판매보증 충당금으로 반영했다고 공시했다. 이 사례는 배터리 비용이 항상 발전사업자에게만 남는 것이 아니라, 셀 공급사나 보증 책임을 진 주체에게 크게 돌아갈 수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이것은 배터리 노후화 자체라기보다 품질·안전 리스크에 따른 교체 비용이라는 점에서, 노후화와 결함을 구분해 봐야 한다.

반대로 현장 운영사업자는 다른 부담을 진다. 충전율 제한, 계절별 충·방전 시간 변경, 소방·냉각·모니터링 설비 증설은 배터리 수명 관리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초기 투자비와 운영비를 늘리고 회수 시간을 길게 만들 수 있다. 결국 투자자가 봐야 할 것은 배터리 가격 그 자체보다 성능보증 기간, 잔존용량 기준, 교체 주체, 보험 조건, O&M 계약의 책임 배분이다.


정산 구조가 다르면 같은 ESS도 전혀 다른 사업이 된다


ESS의 수익성을 가르는 또 다른 축은 정산 구조다. 전력거래소 규칙상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의 기본 수익원은 SMP와 REC다. REC는 현물시장 거래와 장기계약시장으로 나뉘고, 장기계약은 통상 20년을 기본으로 계약할 수 있다. 같은 태양광 연계 ESS라도 현물가격 노출도가 큰 사업과 장기계약으로 가격을 고정한 사업의 현금흐름은 완전히 다르다.

에스케이이터닉스 공시는 이 차이를 비교적 선명하게 보여준다. 이 회사는 한쪽에서 태양광·풍력 발전자산을 보유·운영하며 전력판매와 REC 판매로 수익을 내고, 다른 한쪽에서는 산업용 고객에 ESS를 설치해 전기요금 절감분을 고객과 나누는 전력절감서비스를 운영한다. 2024년 1분기 공시에서는 ESS 사업부문이 설비 설치·운영·전력절감서비스 제공으로 구분됐고, 고객사에 절감액 일부를 수취하는 구조도 설명됐다. 발전소형 ESS와 수요관리형 ESS를 같은 잣대로 수익 비교하기 어려운 이유다.

도화엔지니어링 사례도 비슷하다. 이 회사는 경북 공장부지 내 30MW급 ESS를 설치·운영하면서 산업용 전기요금 절감으로 수익을 창출한다고 공시했다. 이는 SMP와 REC 가격 변동에 직접 노출되는 재생에너지 연계 사업과는 다른 계산식이다. 발전량, REC 가중치, 계약단가를 보는 사업과 피크 절감 효과, 고객 전기요금 체계, 충·방전 패턴을 보는 사업이 한데 묶여 ‘ESS 사업’으로 불리지만, 실제 손익 계정은 다르다.

여기에 사업 시작 시점까지 겹치면 차이는 더 커진다. 전력거래소는 2026년 봄철 태양광 연계 ESS 운영방안에서 일부 종전규정 적용 발전소를 별도로 구분했고, 나머지 사업장에는 충전·방전 시간 변경을 적용했다. 같은 설비라도 언제 인허가를 받고 어떤 규정의 적용을 받는지에 따라 REC 발급, 운전 패턴, 수익 계산이 달라질 수 있다는 뜻이다.

결국 ‘ESS는 보험 때문에 수익이 안 난다’거나 ‘배터리만 싸지면 다시 된다’는 식의 일반론은 공시 수준의 사실과 맞지 않는다. 보험 부담은 분명 커졌지만, 실제 손익은 보험료만이 아니라 안전규제 대응비, 배터리 관리와 교체 책임, 그리고 SMP·REC·전기요금 절감 중 어느 방식으로 정산받는지에 따라 갈린다. ESS의 사업성은 기술보다 계약서에, 설비 가격보다 책임 배분표에 더 많이 적혀 있다는 것이 현재 공시가 보여주는 결론에 가깝다.

자료: 산업통상자원부, 국민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ESS 추가 안전대책」 시행(2020); 한국전력거래소, 전력시장운영규칙(2023.12); 한국전력거래소, REC거래 안내(열람 2026.10.23); 한국전력거래소, 2026년 봄철 태양광 ESS 운영방안 시행 안내(2026.2.20); 에스케이이터닉스, 분기보고서(2024.5.16); 에스케이이터닉스, 사업보고서(2026.3.16); 도화엔지니어링, 사업보고서(2025.3.19); 한중엔시에스, 주주총회소집공고(2024.3.14); LG에너지솔루션, 한국거래소 공시(202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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