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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계약의 관세 부담, FOB는 대체로 매수인·DDP는 매도인…기업 이익은 계약단가와 통제 이전 시점이 가른다

경제

수출 계약에서 관세를 누가 부담하느냐는 인도조건에 따라 갈린다. 국제상업회의소의 인코텀즈 2020 기준으로 보면 DDP는 매도인이 수입국의 통관과 관세·세금을 부담하는 거의 유일한 조건이고, FOB는 물품이 선적항에서 본선에 적재된 뒤의 비용과 위험이 매수인 쪽으로 넘어가는 구조다. 다만 이 구분만으로 어느 기업의 이익이 더 유리한지 단정할 수는 없다. 관세와 운송비를 누가 먼저 내느냐와, 그 비용이 최종 판매단가에 얼마나 반영돼 있느냐는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FOB와 DDP의 차이는 통관·관세 부담의 귀속


인코텀즈는 물품 인도 과정에서 비용과 위험, 통관 의무를 누구에게 배분할지를 정하는 규칙이다. 이 기준에서 FOB는 수출항 본선 인도조건으로, 수입국의 관세와 수입통관 부담은 원칙적으로 매수인 쪽에 놓인다. 반면 DDP는 지정 목적지 관세지급 인도조건으로, 매도인이 목적지까지 운송할 뿐 아니라 수입통관과 관세·세금까지 처리해야 한다. 조달청도 외자 구매 설명자료에서 FOB와 DDP를 포함한 주요 인도조건을 구분해 안내하고 있다.

한국의 통관·통계 체계도 이런 차이를 반영한다. 관세청은 수출신고 가격을 FOB 기준, 수입신고 가격을 CIF 기준으로 맞추도록 안내하고 있다. 이는 국가 통계와 신고 기준을 통일하기 위한 규칙이지, 모든 민간 계약이 실제로 FOB로 체결된다는 뜻은 아니다. 실제 기업 계약은 FOB, CIF, EXW, DDP가 뒤섞여 있고, 같은 회사 안에서도 공급처나 품목에 따라 인도조건이 달라질 수 있다.


같은 회사 안에서도 조건이 갈린다…보라티알의 조달 구조


식자재 수입유통사 보라티알의 2019년 주주총회소집공고를 보면 이 회사는 유럽·남미 제조사로부터 상품을 조달하면서 수입 통관과 운송 절차를 직접 설명했다. 공시에 따르면 선적조건은 대부분 FOB로, 제조사가 수출국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부담한다. 그러나 락탈리스 거래는 EXW로 수입업체가 현지 픽업부터 국내 창고 입고까지 모든 비용을 부담하고, 이바라 거래는 CIF로 제조사가 지정 항구까지의 운송비와 보험료를 부담한다고 적시했다.

같은 공시는 신규 브랜드의 예상원가를 계산할 때 매입단가에 선적조건, 예상운임, 추가 포장비용, 관세, 부가세, 내륙운송비 등을 더한다고 밝혔다. 이는 관세 부담 주체가 단순한 법률 용어가 아니라 실제 원가 계산식에 들어가는 변수라는 뜻이다. 특히 보라티알 사례는 같은 수입기업이라도 공급처별로 FOB·EXW·CIF가 병존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특정 업종이나 특정 회사가 늘 한 조건만 쓴다고 가정하면 실제 손익 구조를 놓치게 된다.


DDP를 쓰는 수출기업도 있다…제룡전기의 미국 계약


반대편 사례는 수출 계약 공시에서 확인된다. 제룡전기는 미국 퍼블릭서비스일렉트릭앤드가스와 체결한 변압기 공급 계약 공시에서 인도조건을 DDP로 명시했다. 2025년 7월 21일 정정공시 기준 이 계약의 금액은 288억6902만7600원, 최근 매출액 대비 33.5%였다. 같은 회사는 앞선 미국향 변압기 공급 공시들에서도 DDP 조건을 반복적으로 사용했다.

이 경우 계약상으로는 한국 수출기업이 미국 내 목적지까지 물품을 보내고 수입통관과 관세 부담까지 떠안는 구조다. 겉으로만 보면 FOB보다 매도인에게 불리해 보이지만, 이것이 곧바로 이익 악화를 뜻하지는 않는다. 인코텀즈는 비용 부담의 분기점을 정할 뿐, 판매가격 자체를 정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매도인은 DDP 조건에서 예상 관세와 물류비를 단가에 미리 반영할 수 있고, 반대로 FOB 계약이라도 경쟁 압박으로 선적 전 가격을 낮게 잡으면 이익률은 낮아질 수 있다.


반례는 ‘조건이 아니라 가격’에 있다


실무에서 자주 놓치는 반례는 DDP가 항상 손해, FOB가 항상 이익이라는 단순화다. 국제상업회의소는 인코텀즈가 무엇이 판매가격에 포함되는지 알려주는 장치라고 설명한다. 다시 말해 DDP는 관세와 운송비를 매도인이 부담하되, 그 부담이 가격에 이미 포함돼 있을 수 있다. 반대로 FOB는 수입관세를 매수인이 내더라도, 매수인이 그만큼 낮은 물품 가격을 요구하면 매도인의 채산성은 높아지지 않을 수 있다.

업종 특성도 다르다. 수입유통업체는 관세와 물류비를 재고원가에 반영해 판매가격을 짜는 경우가 많고, 설비·기자재 수출업체는 대형 프로젝트 수주 과정에서 설치 편의와 납기 책임을 묶어 DDP를 제시하기도 한다. 결국 투자자가 봐야 할 것은 FOB냐 DDP냐의 명칭 자체보다, 계약단가에 어떤 비용이 포함됐는지, 환율과 운임 변동이 누가 부담하는지, 그리고 해당 조건이 반복 거래인지 일회성 수주인지다.


회계상 쟁점은 더 좁다…선적일이 곧 매출 인식일은 아니다


관세 부담 주체와 별개로, 인도조건은 매출 인식 시점에도 영향을 준다. 금융감독원은 2026년 재무제표 중점심사 이슈로 국외 매출·매출채권 회계처리를 예고하면서, 한 의료기기 회사가 대리점 계약상 실제 병원 공급 시점에 매출을 인식해야 하는데도 FOB 조건만 보고 선적 시점에 매출을 잡아 과대계상한 사례를 제시했다. 이는 FOB가 붙었다고 해서 언제나 선적일에 통제가 이전되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따라서 기업 분석에서는 두 질문을 분리해야 한다. 첫째, 관세와 운임을 계약상 누가 부담하는가. 둘째, 그 부담이 가격과 매출 인식, 재고원가, 채권 회수위험에 어떻게 반영되는가. FOB와 DDP는 출발점일 뿐 결론이 아니다. 실제 이익 차이는 공시된 계약조건, 사업보고서의 원가 설명, 회계정책의 수익 인식 기준을 함께 대조해야 드러난다.

자료: 국제상업회의소, Guidance Note: Using the Incoterms 2020 Rules to Manage Tariff Risk in International Trade(2025.04); 국제상업회의소, Incoterms rules 및 Incoterms Q&A 안내자료(확인일 2026.10.23); 관세청, 수출신고시 운임·보험료 등 계산 유의사항 안내(2007); 조달청, 개요 및 정의-인코텀즈 2020(확인일 2026.10.23); 금융감독원, 2026년 재무제표에 대한 중점심사 회계이슈 사전예고(2026.06.22); 제룡전기, 단일판매·공급계약체결 정정공시(2025.07.21); 제룡전기, 단일판매·공급계약체결 공시(2022.11.22, 2023.09.27); 보라티알, 주주총회소집공고(2019.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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