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의료 확대에도 의료기기 수익모델은 제각각…판매·소모품·렌탈로 갈린다
재택의료가 커지면 의료기기업체 매출도 함께 구독형으로 바뀔 것이라는 기대가 적지 않다. 그러나 2026년 10월 23일 기준 공개된 시범사업 지침과 기업 공시·공개자료를 함께 보면, 정책 확대가 곧바로 제조사의 월 구독 수익으로 이어진다고 보기는 어렵다. 현재 재택의료 관련 공적 수가는 우선 의료기관과 재택의료팀에 붙어 있고, 제조사는 제품 구조에 따라 일회성 판매, 반복 소모품 판매, 렌탈·멤버십형 수익으로 서로 다른 길을 간다.
핵심은 누가 돈을 받는지, 무엇이 반복 매출의 단위가 되는지다. 재택의료 제도 안에서 반복되는 단위가 방문진료와 교육상담이면 의료기관 수익이 커지고, 검사지·센서처럼 교체형 소모품이 붙어 있으면 제조사에는 반복 구매 매출이 생긴다. 반대로 기기 한 대를 납품하고 끝나는 구조라면 재택의료 확대가 있어도 회계상 매출은 여전히 제품 판매 중심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
시범사업은 늘고 있지만, 수가의 직접 수혜자는 먼저 의료기관이다
보건복지부는 2026년 6월 4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7개 질환별 재택의료 시범사업을 하나의 ‘질환별 재택관리 시범사업’으로 통합하고 교육상담을 확대하기로 했다. 당시 복지부는 1형 당뇨, 가정용 인공호흡기, 심장질환, 결핵, 암 장루·요루, 재활환자 등으로 나뉘어 있던 사업의 종료 시점을 2027년 12월로 맞추고, 향후 방문진료 등 다른 재택의료 서비스와의 연계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장기요양 재택의료센터 시범사업도 별도로 움직이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2025년 참여 지방자치단체와 의료기관을 추가 모집하면서 제시한 기준을 보면, 참여기관은 의사·간호사·사회복지사로 팀을 꾸려 의사는 월 1회 이상 방문진료, 간호사는 월 2회 이상 방문간호, 사회복지사는 돌봄 연계를 맡아야 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안내하는 특수운영기관 정보 역시 참여 주체를 의원급 의료기관, 병원급 의료기관 등으로 적고 있다.
이 구조는 재택의료 확대의 첫 수익 귀속처가 제조사가 아니라 서비스 제공기관이라는 뜻이다. 제조사가 혜택을 보더라도 그것은 수가를 직접 받는 방식이 아니라, 의료기관이 현장에서 어떤 기기와 소모품을 채택하느냐에 따라 간접적으로 나타난다. 재택의료 확대가 의료기기 산업 전체에 동일한 호재로 읽히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제품 판매형과 반복 구매형은 다르다…세운메디칼과 아이센스의 차이
같은 재택 활용 기기라도 매출이 잡히는 방식은 다르다. 세운메디칼은 자사 IR 자료실에 2025년 사업보고서를 공고하고 있고, 회사 공개 자료와 기존 제품 설명에서 카테터, 튜브, 흡인 관련 제품 등 의료용 소모품 중심 사업구조를 보여준다. 이런 회사는 사용량이 늘면 반복 수요가 생길 수 있지만, 회계상으로는 기본적으로 상품·제품 판매가 누적되는 구조다. 재택의료가 확대돼도 매출의 핵심 단위는 여전히 판매 수량과 납품 단가다.
아이센스는 결이 다르다. 회사 공식 자료에는 혈당측정기와 함께 혈당측정검사지, 연속혈당측정기, 센서 제품군이 함께 제시돼 있고, 공식 홈페이지는 혈당측정검사지 연간 생산능력을 21억 개로 소개한다. 또 회사는 국산 연속혈당측정기 ‘케어센스 에어’ 개선형을 2025년 3월부터 국내에 공급한다고 밝혔는데, 이 제품은 센서를 2주마다 교체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기기 본체 판매 뒤에도 검사지와 센서가 반복 구매되기 때문에, 단순 본체 판매 기업보다 훨씬 강한 후속 매출 고리를 갖는 셈이다.
다만 이것도 엄밀히 말하면 구독과는 다르다. 아이센스형 모델은 정기결제 서비스보다 소모품 재구매에 가깝고, 환자 수와 사용 빈도, 보험 적용 범위에 따라 매출 변동성이 남는다. 재택의료 확대가 반복 매출을 만들 수는 있어도, 그 반복 매출의 성격이 모두 월 구독료인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렌탈·멤버십형은 가장 구독에 가깝지만, 관리비용과 해지율을 함께 본다
구독형에 가장 가까운 쪽은 렌탈·멤버십 모델이다. 코웨이는 공식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서 국내 사업의 판매 유형을 렌탈·멤버십·일시불로 나눠 제시하고, 렌탈 비즈니스 모델이 제품 회수와 재활용 체계와 연결돼 있다고 설명한다. 이는 초기 기기 설치 뒤 월 단위로 매출이 인식되고, 유지관리와 고객 계정 관리가 함께 따라붙는 구조라는 점에서 일회성 판매나 소모품 판매와 확연히 다르다.
하지만 렌탈형이 자동으로 더 유리한 것도 아니다. 렌탈은 설치, 유지보수, 회수, 재상품화 같은 운영비가 크고, 계정 해지율 관리가 수익성에 직접 연결된다. 반대로 판매형은 회수 부담이 적지만 신규 설치가 둔화하면 매출이 바로 꺾일 수 있다. 재택의료 관련 기업을 비교할 때 단순히 ‘구독이냐 아니냐’보다, 선투자 비용을 얼마나 오래 회수하는 구조인지까지 봐야 하는 이유다.
결국 재택의료 확대의 수혜를 따질 때는 세 가지를 갈라서 봐야 한다. 첫째, 공적 수가를 직접 받는 주체가 의료기관인지 제조사인지, 둘째 반복 매출의 단위가 방문진료·교육상담인지 소모품인지 렌탈 계정인지, 셋째 그 반복 매출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인력·유통·회수 비용이 어느 정도인지다. 같은 재택의료 테마 안에서도 어떤 기업은 여전히 납품형이고, 어떤 기업은 소모품 반복구매형이며, 어떤 기업만이 비로소 구독형에 가까운 구조를 갖는다.
독자가 자주 묻는 ‘간병인 급여화’ 문제도 이 지점과는 구분해서 봐야 한다. 현재 확인되는 재택의료 시범사업은 방문진료, 교육상담, 환자관리, 돌봄 연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민간 간병 인력의 임금을 건강보험이나 장기요양보험이 포괄적으로 급여화하는 문제와는 제도 설계가 다르기 때문에, 재택의료 확대만으로 곧바로 간병 급여화가 이뤄진다고 연결해 해석하기는 어렵다.
자료: 보건복지부, 2026년 제10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관련 발표(2026.06.04); 보건복지부, 장기요양 재택의료센터 시범사업 참여 지방자치단체·의료기관 추가모집(2025.05.20); 보건복지부, 지역사회 통합돌봄 누리집 관련 법령 안내(2026.03.27 시행 기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특수운영기관 정보 재택의료 시범기관 안내(열람일 2026.10.23);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질환별 재택관리 시범사업 개정 지침 안내(2026.07); 세운메디칼, IR 자료실 제44기 사업보고서 공고(2026.03.20); 아이센스, 공식 홈페이지 회사·제품 소개 및 케어센스 에어 안내(열람일 2026.10.23); 코웨이, 2025 지속가능경영보고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