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다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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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대금보다 수탁과 상장 구조…거래소 경쟁의 수익 방정식이 바뀌고 있다

경제

가상자산 거래소의 경쟁력을 거래대금 한 줄로 읽는 방식은 점점 설명력을 잃고 있다. 한국에서는 2024년 7월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 이후 예치금·보관 의무와 이상거래 감시가 비용 구조를 바꿨고, 2025년에는 거래소의 자체 보유 가상자산 매각과 거래지원 심사기준까지 세분화됐다. 반면 미국과 일본의 상장사는 거래 수수료 외에 수탁, 스테이킹, 구독형 서비스, 법인 고객 채널을 어떻게 붙이느냐에 따라 실적 방어력이 달라지는 모습을 공시로 보여주고 있다.


거래량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상장사의 수익 구조


미국 나스닥 상장사 코인베이스의 2025년 사업보고서를 보면 이 변화가 가장 선명하다. 코인베이스의 2025년 순매출은 68억8344만달러였는데, 이 가운데 거래수익은 40억5539만달러로 59%, 구독·서비스 수익은 28억2804만달러로 41%를 차지했다. 거래소라는 외형과 달리 수익의 5분의 2가 거래 체결 수수료 바깥에서 나온 셈이다.

코인베이스가 공시에서 구독·서비스 수익의 구성으로 제시한 항목은 스테이블코인, 블록체인 보상, 이자·금융수수료, 그리고 프라임 커스터디를 통한 수탁 수수료다. 회사는 비트코인·이더리움 ETF 발행사의 수탁을 맡고 있다고 밝혔고, 기관용 플랫폼에서는 수탁 자산의 규모에 따라 별도 수수료를 받는다. 거래량이 시장 사이클을 크게 타더라도 수탁과 스테이블코인, 구독 상품이 결합되면 실적 변동성을 완화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일본 사례가 보여준 반례…계정 증가는 곧바로 수탁 수익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일본 상장사 마넥스그룹의 코인체크 사업은 다른 그림을 보여준다. 마넥스그룹은 코인체크의 주된 수익원이 중개 거래에서 발생하는 스프레드 수익이라고 설명하면서도, 스테이킹과 기업 대상 서비스, 수탁, IEO 지원으로 수익원을 다각화하겠다고 밝혀왔다. 실제로 코인체크의 본인확인 계정 수는 2025년 3월 말 229만1103개에서 2026년 3월 말 252만7772개로 늘었다.

하지만 같은 기간 고객 예치·수탁 자산은 8592억엔에서 7281억엔으로 줄었다. 분기 기준으로는 2025년 9월 말 1조1892억엔까지 불었다가 2026년 3월 말 다시 축소됐다. 고객 수와 앱 점유율이 늘어도 수탁 잔고와 반복 수익이 자동으로 따라오지 않는다는 뜻이다. 거래소가 확보해야 하는 것은 단순한 신규 계정이 아니라, 자산을 오래 머물게 하고 기관 고객을 붙일 수 있는 보관·운용 인프라라는 점을 이 사례가 보여준다.


한국에서는 규제가 먼저 비용 구조를 바꾸고 있다


국내 시장은 미국처럼 기관 수탁과 ETF 생태계가 본격적으로 열린 단계가 아니다. 금융위원회는 2024년 7월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으로 이용자 예치금 보호, 가상자산의 안전한 보관, 불공정거래 조사·처벌, 사업자에 대한 감독·검사 체계를 제도화했다. 2025년 5월에는 비영리법인과 거래소의 가상자산 매도를 허용하면서도 실명계좌 발급, 자금세탁방지, 일일 매각한도, 자기 거래소를 통한 매각 금지 원칙을 함께 걸었다. 같은 발표에는 이른바 상장빔과 좀비코인 정리를 겨냥한 거래지원 심사기준 강화도 담겼다.

이 변화는 거래소의 비용을 두 갈래로 늘린다. 하나는 보관과 감시에 드는 고정비다. 콜드월렛·핫월렛 운영, 예치금 분리, 이상거래 탐지, 내부통제, 법률·회계 대응이 모두 여기에 들어간다. 다른 하나는 상장 구조 변화에 따른 기회비용이다. 거래지원 심사가 까다로워질수록 신규 코인 상장 속도나 자체 마케팅 여지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거래량을 부풀리는 공격적 상장 전략보다, 심사와 사후관리 역량 자체가 경쟁력이 되는 구조다.


기업 가치에 더 중요한 질문은 ‘얼마나 거래됐나’가 아니다


자본시장이 봐야 할 질문도 달라진다. 첫째, 거래소 매출에서 거래 수수료와 스프레드 비중이 얼마나 높은지다. 이 비중이 높을수록 시장 급락기 실적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 둘째, 수탁 자산에서 반복 수익을 만들 수 있는지다. 코인베이스처럼 수탁, 스테이블코인, 구독형 상품을 결합하면 거래 부진을 일부 상쇄할 수 있지만, 코인체크처럼 계정 증가가 곧바로 수탁 잔고 확대로 이어지지 않는 반례도 있다.

셋째는 상장 구조다. 거래지원 심사가 엄격해질수록 거래소의 단기 거래대금은 둔화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법적 리스크와 상장 후 분쟁 비용을 낮출 가능성이 있다. 특히 한국처럼 법인 참여가 단계적으로만 열리고, 가상자산 2단계 입법의 핵심 내용도 아직 확정되지 않은 시장에서는 수익 확대보다 규제 적합성 확보가 먼저 기업가치에 반영될 수 있다.

결국 크립토 패권 경쟁의 본질은 누가 더 많은 거래를 한날 처리하느냐보다, 누가 더 많은 자산을 안전하게 붙잡아 두고 그 자산에서 반복 수익을 만들며, 상장과 감시의 문지기 역할을 감당하느냐에 가깝다. 국내 거래소 경쟁도 이 기준으로 다시 봐야 한다. 거래대금은 여전히 중요하지만, 상장 구조와 수탁 인프라가 약한 거래소의 거래대금은 실적의 내구성을 보장하지 못한다.

자료: 금융위원회, 내일(7.19일)부터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시행됩니다(2024.07.17); 금융위원회, 6월부터 비영리법인과 가상자산거래소의 가상자산 매도가 가능해집니다(2025.05.02); 금융위원회, 스테이블코인 발행주체 등 2단계법 주요내용은 확정된 바 없습니다(2026.01.06); 국가법령정보센터,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2026.10.02 시행본); Coinbase Global, Inc., Annual Report on Form 10-K for the fiscal year ended December 31, 2025(2026.02.12); Monex Group, Integrated Report 2024(2024); Monex Group, ESG Information Index(2026); Monex Group, Market and Transaction Data (4) Crypto Asset Business Segment(2025); Monex Group, Financial Announcement for 2Q of the FYE Mar 2026 – Analyst Meeting(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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