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100 비용, REC는 변동비·PPA는 장기계약·자가발전은 선투자…삼성전자·현대차 사례로 본 기업 부담
국내 기업이 RE100 이행을 위해 내는 비용은 한 가지 숫자로 정리되지 않는다. 같은 재생에너지라도 REC 구매는 시장가격에 따라 흔들리는 변동비에 가깝고, PPA는 계약기간과 물량을 길게 묶는 대신 단가와 조달 안정성을 함께 사는 구조이며, 자가발전은 전기요금 대신 설비투자와 부지 제약을 먼저 떠안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2026년 10월 20일 전력거래소 REC 현물시장 평균가는 1REC당 7만1423원이었다. 1REC가 통상 1MWh 기준인 점을 감안하면, 대규모 제조기업이 수백GWh 단위의 재생전력을 인증서만으로 맞추려 할 때 비용이 곧바로 수백억원대로 불어날 수 있다는 뜻이다.
문제는 이 비용이 재무제표에서 별도 한 줄로 잘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기업들은 전력조달비, 장기계약, 설비투자, 온실가스 감축실적, 고객사 납품요건 대응을 서로 다른 문서에 나눠 적는다. 미래다뷰가 2026년 10월 22일 기준으로 제도 원문과 기업 공시·지속가능성 자료를 대조한 결과, RE100 비용의 실질적 차이는 단순한 친환경 이미지보다 조달 방식별 현금흐름 구조와 탄소회계 효과에서 갈렸다.
같은 재생전력이라도 비용이 갈리는 이유
현재 국내 제도상 기업은 녹색프리미엄, REC 구매, PPA, 자가발전 등을 통해 재생에너지 사용확인서를 받을 수 있다. 이 확인서는 글로벌 RE100 이행 입증뿐 아니라 국내 배출권거래제 이행을 위한 온실가스 감축실적으로도 활용된다. 다시 말해 기업이 재생전력을 사는 행위는 단순한 전력조달이 아니라, 전기요금과 탄소회계를 동시에 관리하는 문제다.
다만 각 수단의 비용 구조는 전혀 다르다. REC 구매는 기존 계통전력을 쓰면서 인증서를 별도로 사는 방식이어서 도입이 가장 빠르지만, 인증서 가격 변동에 그대로 노출된다. PPA는 재생전력 공급자와 장기 물량을 묶어 가격과 조달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지만, 계약기간 동안 수요예측이 빗나가면 경직성이 비용이 될 수 있다. 자가발전은 사용 전력을 직접 일부 대체할 수 있지만, 설비투자와 부지 확보, 발전량 변동 관리가 선행돼야 한다.
삼성전자, 국내 PPA 620GWh 확보…실제 자가발전은 4.5GWh
삼성전자의 2025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보면 DS부문은 2024년 국내에서 한마음에너지와 20년간 115MW 규모의 태양광 PPA, 한국수자원공사와 10년간 254MW 규모의 시화호 조력발전소 PPA를 각각 체결했다. 회사는 이 두 계약으로 국내 사업장이 연간 약 620GWh의 재생에너지 전력을 공급받을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같은 보고서에서 삼성전자는 2024년 국내 사업장 태양광 자가발전 설비 총규모를 4.0MW, 실제 생산·사용 전력을 4.5GWh로 제시했다.
이 수치만 놓고 보면 자가발전은 상징적 보조수단에 가깝고, 대규모 반도체 전력수요를 맞추는 주력 수단은 결국 장기 PPA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단순 비교를 위해 620GWh를 2026년 10월 20일 REC 현물시장 평균가로 환산하면 인증서 비용만 약 443억원 수준이다. 반면 4.5GWh는 같은 방식으로 환산하면 약 3억2000만원 수준에 그친다. 실제 PPA 단가와 REC 조달단가, 전기요금, 수수료가 모두 다르기 때문에 이를 삼성전자의 실비용으로 볼 수는 없지만, 대형 제조업에서 옥상형 태양광만으로는 RE100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점은 분명해진다.
재무 규모와 비교하면 부담의 성격도 보인다. 삼성전자는 2024사업연도 연결 기준 매출 300조8710억원, 영업이익 32조7260억원을 기록했다. 이 정도 외형에서는 RE100 조달비가 절대액으로는 크더라도 손익계산서 전체를 뒤흔드는 단일 변수라기보다, 고객사 요구와 간접배출 관리에 대응하기 위한 운영비·계약전략의 문제에 더 가깝다. 다만 전력다소비 사업부일수록 장기계약 단가와 추가 조달 물량이 누적되면 원가구조에 미치는 영향은 점점 커질 수밖에 없다.
현대차, 국내 PPA는 확대됐지만 자가발전은 여전히 보완재
현대자동차의 2025 지속가능성 보고서에 따르면 회사는 2024년 국내 최대 규모의 재생에너지 구매계약을 체결했고, 앞으로 20년간 생산공장과 연구소 등 국내 사업장에 매년 610GWh의 재생에너지를 공급받을 계획이다. 보고서에는 2024년 전체 전기에너지 사용량 가운데 재생에너지 비중이 16.7%였다는 내용도 담겼다. 이는 국내 완성차 제조업에서도 RE100 이행의 축이 단기 인증서 구매보다 대량 장기계약 쪽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같은 방식으로 610GWh를 REC 현물가격에 단순 환산하면 인증서 비용만 약 436억원 수준이다. 역시 실제 계약단가를 뜻하는 숫자는 아니지만, 기업이 REC만으로 물량을 맞출 경우 얼마나 큰 변동비에 노출될 수 있는지 가늠하게 한다. 현대차는 별도로 튀르키예 생산법인에서 2024년 REC 구매로 사용 전력의 90% 이상을 재생에너지로 전환했고, 2025년 하반기 약 5MW 규모의 태양광 자가발전 시설을 완공·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여기서도 REC는 빠른 전환 수단, 자가발전은 보완 수단, 대규모 수요 대응은 PPA라는 구도가 반복된다.
현대자동차의 2024년 연간 실적은 매출 175조2000억원, 영업이익 14조2400억원이었다. 완성차 업체는 반도체 업체와 달리 생산거점이 넓게 분산돼 있어, 동일한 RE100 비용이라도 공장별 부지 여건과 국가별 제도 차이가 더 크게 작용한다. 같은 1MWh라도 어느 나라에서 어떤 방식으로 조달하느냐에 따라 전력비와 탄소회계 효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뜻이다.
탄소회계 효과는 분명하지만, 손익 방어 수단은 기업별로 다르다
RE100 비용을 단순히 늘어나는 부담으로만 보면 실제 경영판단을 놓치게 된다. 재생에너지 사용확인서는 국내 배출권거래제 감축실적으로도 활용될 수 있어, 간접배출 관리가 중요한 기업에는 일종의 회계적 방어장치가 된다. 특히 수출 비중이 높거나 글로벌 고객사의 공급망 요구가 강한 기업일수록, 재생전력 조달은 추가 비용이면서 동시에 거래 유지 비용이기도 하다.
반례도 있다. 전력소비가 상대적으로 작거나, 해외 생산거점에서 이미 REC와 PPA 조달이 쉬운 기업은 국내 대규모 설비투자 없이도 비교적 빠르게 전환율을 높일 수 있다. 반대로 국내 대규모 제조라인처럼 전력밀도가 높은 사업은 자가발전만으로는 실적을 만들기 어렵고, 결국 장기 PPA와 추가 인증서 구매를 섞는 혼합 전략을 쓸 가능성이 높다. 같은 RE100이라도 기업마다 부담이 다른 이유다.
정책 설계의 핵심은 단가 인하보다 조달 선택지 확대
정책 측면에서 보면 국내 직접 PPA 제도는 전기사업법과 관련 고시에 따라 운영되고 있고, 최근 고시는 2025년 7월 29일 일부 개정돼 시행 중이다. 한국에너지공단 재생e 사용관리시스템에는 2026년 8월 20일부터 PPA 중개플랫폼이 열렸다는 안내도 올라와 있다. 제도는 계속 보완되고 있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여전히 장기계약 상대방 확보, 물량 예측, 가격 변동 관리, 사업장별 적용 가능성 검토가 핵심 변수다.
결국 기업이 지불하는 RE100 비용의 본질은 전기요금에 얼마를 더 내느냐만이 아니다. REC는 가장 빠르지만 가격 변동을 안고 가야 하고, PPA는 당장 계약이 무겁지만 대규모 수요를 안정적으로 묶을 수 있으며, 자가발전은 장기적으로 유리할 수 있어도 초기 투자와 부지 제약이 크다. 삼성전자와 현대차 사례를 합치면, 대형 제조업의 현실적 경로는 자가발전만으로 버티는 방식이 아니라 PPA를 축으로 두고 REC와 일부 자가발전을 혼합하는 구조에 가깝다. RE100 비용은 피할 수 없는 고정 부담이라기보다, 어떤 조달 조합을 택하느냐에 따라 원가와 탄소회계가 함께 달라지는 전략 변수로 보는 편이 실제에 더 가깝다.
자료: 국가법령정보센터, 재생에너지전기의 직접전력거래 등에 관한 고시(2025.7.29. 시행); 국가법령정보센터, 전기사업법; 국가법령정보센터, 온실가스 배출권의 할당 및 취소에 관한 지침; 한국에너지공단 기업 재생에너지 지원센터, 재생에너지 사용 확인제도 개요·이행수단 안내; 한국에너지공단 재생e 사용 관리 시스템 공지, PPA 중개플랫폼 오픈 안내(2026.8.20); 전력거래소, 오늘의 REC(거래일 2026.10.20); 삼성전자, 지속가능경영보고서 2025; 삼성전자, 제56기 정기주주총회 승인 재무정보 공시(2025.3.19); 현대자동차, 2025 지속가능성 보고서; 현대자동차, 2024 연간 및 4분기 경영실적 발표(2025.1.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