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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배터리 재활용 수익성, 회수율보다 더 큰 변수는 판매단가와 재고 시점

경제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의 수익성을 가르는 핵심은 단순한 처리량 확대만이 아니었다. 2026년 10월 23일까지 확인한 기업 공시와 회사 공개자료를 종합하면, 같은 폐배터리 재활용이라도 어떤 금속을 어느 단계까지 회수해 무엇으로 팔느냐에 따라 손익 구조가 크게 갈렸다. 회수율이 높아도 금속 시세가 급락하거나 고가 원료가 먼저 투입되면 적자가 커질 수 있었고, 반대로 판매 제품이 블랙매스인지 전구체 복합액·리튬염 같은 중간원료인지에 따라 가격 민감도도 달랐다.

이번 비교에서 확인된 공통점은 두 가지다. 첫째, 기업들이 말하는 회수율은 같은 숫자라도 뜻이 다를 수 있다. 어떤 회사는 전처리 단계의 블랙매스 회수 효율을, 다른 회사는 후처리 단계에서 리튬·니켈·코발트·망간을 얼마나 추출하는지를 말한다. 둘째, 손익계산서에는 회수율 자체보다 판매단가와 재고평가, 원료 조달 조건이 더 직접적으로 반영됐다. 결국 투자자가 봐야 할 것은 “몇 퍼센트 회수”라는 홍보 문구보다 어떤 공정에서 어떤 제품을 팔고, 그 가격이 어느 금속 시세와 연동되는지다.


회수율 95% 넘어도 적자 날 수 있었다


아이에스동서는 2024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서 폐배터리 회수-전처리-후처리로 이어지는 수직계열화를 강조했고, 블랙매스 품질과 회수율이 95% 이상이라고 설명했다. 원재료 확보부터 전처리, 후처리까지 밸류체인을 갖췄다는 점만 보면 수익성 방어력이 높아 보이지만, 실제 실적은 달랐다.

아이에스동서의 Q4 2024 실적 설명자료에 따르면 2차전지 부문은 2024년 4분기 매출 238억원, 영업손실 93억원을 기록했다. 회사는 적자 확대 배경으로 금속 가격 급락, 전기차 시장 둔화에 따른 배터리 제조사 감산, 원재료 조달 어려움, 재고자산 평가손실 반영을 들었다. 회수율이 높더라도 회수한 금속이나 블랙매스의 판매가격이 빠지면 손익이 즉시 악화할 수 있다는 점이 공시로 확인된 셈이다.

이 사례는 폐배터리 재활용의 반례로 볼 수 있다. 통상 시장에서는 기술력과 회수율이 높으면 곧바로 수익성이 좋아질 것처럼 받아들이지만, 실제로는 금속 시세 하락과 재고 평가손실이 이를 상쇄할 수 있다. 특히 회수 이후 판매까지 시간이 필요한 사업 구조에서는 높은 회수율이 곧 높은 이익률을 뜻하지 않는다.


매출이 늘어도 원료 투입 시점이 어긋나면 손실이 커졌다


새빗켐도 비슷한 장면을 보여줬다. 새빗켐은 회사 연혁과 제품 소개에서 전구체 복합액과 탄산리튬을 생산하고, 2022년에는 LG화학 전구체 복합액 납품 승인과 한국전구체와의 10년 납품 MOU를 공개했다. 폐배터리에서 회수한 금속을 보다 가공된 중간원료로 판매하려는 구조다.

하지만 2025사업연도 실적에서는 제품 다각화가 곧장 이익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회사의 2026년 3월 사업보고서 공고와 당시 공시를 바탕으로 집계된 수치를 보면, 새빗켐의 2025년 매출은 383억9064만원으로 전년보다 26.5% 늘었지만 영업적자는 오히려 확대됐다. 공시상 손익구조 변동 사유로는 신규 제품 출시에도 불구하고 고가 원료의 단계적 투입에 따른 원재료비 상승, 신규 제품 초기 운영비용 부담이 제시됐다.

이 대목은 폐배터리 재활용 업종에서 자주 간과되는 변수다. 같은 양의 원료를 처리해도 어떤 시점에 매입한 스크랩을 언제 제품화해 팔았는지에 따라 원가와 매출이 엇갈린다. 장기 공급 계약이나 납품선 확보는 물량 안정성에는 도움이 되지만, 판매가격 산식이 금속 시세와 연동돼 있거나 초기 가동 비용이 크면 단기 손익을 보장하지는 못한다.


블랙매스 판매와 금속염 판매는 같은 재활용이 아니었다


기업별 차이는 판매 제품 단계에서도 뚜렷했다. 에코프로씨엔지는 2026년 3월 기준 회사 소개 자료에서 폐스크랩이나 폐배터리를 물리적 처리해 블랙파우더를 만들고, 이어 화학적 처리로 황산리튬 용액과 금속 제련품을 생산한다고 밝혔다. 에코프로 그룹 브로슈어에서는 리튬·니켈·코발트·망간 회수율을 95% 이상으로 제시했다. 즉 일부 기업은 블랙매스 자체를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후처리를 거쳐 보다 높은 가공 단계의 중간원료를 내놓는다.

이 구조 차이는 수익성 판단의 기준도 바꾼다. 블랙매스 판매 비중이 높은 사업은 원료 내 금속 함량과 거래 시점의 시세에 민감하고, 후처리 비중이 높은 사업은 여기에 더해 화학 처리 비용, 수율, 품위, 고객사의 품질 승인 여부가 추가 변수로 붙는다. 겉으로는 모두 폐배터리 재활용 회사지만, 어떤 회사는 사실상 원료 선별·전처리업에 가깝고 어떤 회사는 배터리 소재용 중간원료 제조업에 더 가깝다.

따라서 기업 간 회수율 숫자를 단순 비교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아이에스동서 자료의 95% 이상은 전처리 단계의 블랙매스 품질과 회수율 맥락에서 제시됐고, 에코프로 자료의 95% 이상은 리튬·니켈·코발트·망간 추출 회수율 맥락에 가깝다. 숫자가 같아 보여도 분모와 공정 단계가 다르면 실질 수익성 비교 지표로 쓰기 어렵다.


투자자가 봐야 할 것은 공정별 수율보다 가격 공식


이번에 확인한 자료만 놓고 보면, 폐배터리 재활용 수익성은 크게 네 항목에서 갈렸다. 첫째는 원료 조달 단가와 시점, 둘째는 전처리와 후처리 어디까지 내재화했는지, 셋째는 블랙매스·전구체 복합액·리튬염 가운데 어떤 제품을 팔아 매출을 인식하는지, 넷째는 그 판매가격이 어느 금속 지표와 얼마나 빠르게 연동되는지다. 회수율은 이 가운데 중요한 한 축이지만 단독 설명변수는 아니었다.

특히 공시를 읽을 때는 매출 증가와 이익 증가를 같은 뜻으로 보면 안 된다. 새빗켐처럼 매출이 늘어도 고가 원료 투입과 초기 가동비 탓에 영업적자가 커질 수 있고, 아이에스동서처럼 밸류체인과 높은 회수율을 갖춰도 금속 가격 하락 국면에서는 재고평가손실이 손익을 흔들 수 있다. 반대로 후처리 제품 비중이 높고 판매선이 안정적이라도 품질 승인 지연이나 가동률 저하가 발생하면 같은 설비가 곧바로 현금창출력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결국 폐배터리 재활용 업종의 기업별 차이는 기술 보유 여부만이 아니라 가격 전가 구조에 있다. 기업이 무엇을 얼마나 회수하는지 못지않게, 그 결과물을 어떤 계약 조건으로 누구에게 팔고 있는지까지 확인해야 수익성을 판단할 수 있다. 2026년 10월 23일 기준 공개자료로는 이 업종의 손익을 가장 직접적으로 흔드는 요인이 금속 회수율 하나가 아니라, 회수된 중간원료의 판매단가와 그 단가가 반영되는 시점이라는 점이 더 분명하게 드러난다.

자료: 아이에스동서, 2024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아이에스동서, IS Dongseo Q4 2024 Earnings Presentation Script; 새빗켐, 제25기 사업보고서 공고(2026-03-18); 새빗켐, 연혁·제품소개 자료; 에코프로, 에코프로씨엔지 회사 소개(2026-03 기준); 에코프로, 그룹 브로슈어(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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