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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 데이터는 누구 것인가…클라우드 이전 뒤 반출권·보안비용, 계약서마다 달랐다

경제

제조업의 클라우드 이용은 이제 예외가 아니다. 국가데이터처의 2024년 기업정보화통계조사에 따르면 종사자 10인 이상 제조업체의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 이용률은 73.9%였고, 250인 이상 제조업체는 84.3%까지 올라갔다. 생산관리와 설비운영, 품질추적 데이터가 클라우드로 이동하는 흐름은 이미 상당 부분 진행됐다는 뜻이다. 다만 이용률이 높아진 것과 데이터 통제권이 확보됐다는 것은 다른 문제였다.

실제 계약을 확인하면 상당수 산업용 SaaS 사업자는 “고객 데이터는 고객의 것”이라는 큰 원칙을 두면서도, 반출 시점과 형식, 보존 기간, 추가 지원 비용은 제각각 정하고 있었다. 제조기업이 시스템을 옮기거나 계약을 종료할 때 부담하는 비용과 실무 위험은 법률보다 계약서 세부 조항에서 갈리는 구조에 가깝다.


국내 법은 산업데이터 권리를 선언했지만, 일반적 이동권은 계약 영역에 남아 있다


현행 산업 디지털 전환 및 인공지능 활용 촉진법은 산업데이터를 산업활동 과정에서 생성·활용되는 전자적 자료로 정의하고, 과거 산업 디지털 전환 촉진법 체계에서는 산업데이터를 생성한 자가 해당 데이터를 활용해 사용·수익할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해 왔다. 또 정부가 산업데이터 활용 계약에 관한 지침을 마련할 수 있는 근거도 두고 있다. 산업데이터의 귀속과 활용 원칙은 법에 들어와 있지만, 특정 SaaS 사업자에게 제조 데이터 전체를 표준 형식으로 즉시 이전하라고 요구할 수 있는 일반적 강행 규정까지 확인되지는 않는다.

반면 명시적 전송요구권은 개인정보와 개인신용정보 영역에서 먼저 제도화됐다. 개인정보 보호법은 정보주체의 개인정보 전송 요구를, 신용정보법은 개인신용정보 전송요구를 각각 규정하고 있다. 제조 현장에서 생성되는 설비 로그, 생산 이력, 공정 파라미터처럼 기업 운영 데이터의 경우에는 같은 수준의 범용 이동권보다 계약 조건과 기술적 구현이 우선하는 셈이다.


같은 “반출 가능”이라도 기간·형식·비용은 공급자별로 달랐다


공급자별 약관과 운영 문서를 보면 차이는 더 분명해진다. PTC는 윈드칠 SaaS 종료 시 두 차례 전체 데이터 반출을 제공한다고 밝히고 있지만, 계약상 제공 범위를 넘는 추가 반출은 별도 요금 대상이다. 데이터베이스만 내보내는 추가 요청은 건당 약 1만달러, 파일 볼트를 포함한 전체 시스템 반출은 약 2만달러라고 안내한다. 반출 자체보다 이관 프로젝트의 반복 테스트와 최종 컷오버 과정에서 비용이 커질 수 있다는 뜻이다.

SAP의 일반 클라우드 약관은 고객이 구독 기간 중 언제든 고객 데이터를 접근할 수 있고 표준 형식으로 반출·회수할 수 있다고 적고 있다. 그러나 같은 조항에서 반출과 회수는 기술적 제한을 받을 수 있다고 단서를 달았다. SAP 디지털 매뉴팩처링 운영 가이드는 종료 통지 기간 안에 서비스 티켓으로 데이터 반환을 요청해야 하며, 최종 종료일까지 직접 수집하지 않으면 종료 절차 말미에 데이터가 삭제된다고 설명한다. “데이터는 고객 것”이라는 문구만으로는 실제 철수 일정이 보장되지 않는 이유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클라우드 구독 종료 뒤 고객 데이터 추출을 위해 90일간 제한 기능 계정을 유지한다고 안내한다. 반면 지멘스의 디지털 서비스 계약서는 종료 후 30일 이내 요청이 있을 경우 일부 고객 콘텐츠를 다른 기술 환경으로 이전하도록 지원할 수 있지만, 이는 추가 요금과 별도 조건에 따른다고 적고 있다. 같은 클라우드라도 어느 사업자는 90일 보존을, 어느 사업자는 30일 내 유상 전환 지원을 두는 식으로 종료 후 선택지가 다르다.


보안 책임도 공급자와 고객 사이에 나뉘어 있었다


보안비용 역시 사용료 안에 모두 포함되는 구조가 아니었다. 지멘스 계약서는 자사 플랫폼의 보안 통제와 별도로, 고객이 자체 시스템과 온프레미스 하드웨어·소프트웨어의 보안 책임을 계속 부담한다고 명시한다. 고객 콘텐츠에 대한 백업과 보관, 법적 보존의무 대응도 고객 책임으로 적고 있다. 클라우드 이전이 곧 보안 외주를 뜻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PTC도 이관 과정에서 적격 파트너 선정 책임이 고객에게 있다고 밝혔고, SAP는 고객 데이터 관련 제3자 법적 절차에 협조하되 그 비용은 고객 부담이라고 적고 있다. 산업용 SaaS에서는 애플리케이션 사용료와 별도로 백업, 장기보관, 포렌식 대응, 이관 컨설팅, 테스트 반출이 추가 비용으로 붙는 구조가 적지 않다는 점이 확인된다.


유럽은 전환 규칙을 강제하기 시작했지만, 국내 기업은 아직 계약서가 방어선


해외에선 규제 방향도 달라지고 있다. 유럽연합 데이터법은 2025년 9월 12일부터 적용돼 클라우드·엣지 등 데이터 처리 서비스 계약에 전환과 반출 조항을 두도록 요구하고 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2027년 1월 12일부터 데이터 이그레스 같은 전환 수수료를 없애겠다는 일정을 공개했다. 공급자 변경 비용을 시장경쟁의 문제로 보기 시작한 것이다.

국내 제조기업 입장에서는 아직 법보다 계약 검토가 더 직접적인 방어수단이다. 첫째, 종료 전 반출 가능 기간이 며칠인지, 둘째, 표준 형식이 실제로 어느 수준까지 제공되는지, 셋째, 추가 반출과 이관 지원의 단가가 얼마인지, 넷째, 백업·보관·사고 대응 책임이 어디까지 고객 몫인지 계약 체결 전에 따져야 한다. 제조 데이터의 소유를 선언하는 조항보다, 해지 통지 이후 데이터를 어떻게 꺼낼 수 있는지가 실제 통제권에 더 가깝다는 점이 이번 비교에서 드러났다.

자료: 국가데이터처, 기업정보화통계조사(2025);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산업 디지털 전환 및 인공지능 활용 촉진법(2026.7.1 시행), 산업 디지털 전환 촉진법(2022.7.5 시행), 개인정보 보호법 제35조의2,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제33조의2; PTC, Termination and Data Portability(확인일 2026.10.23); SAP, General Terms and Conditions for SAP Cloud Services(2020), Operations Guide for SAP Digital Manufacturing(최신본 확인일 2026.10.23); Microsoft, Data Management(확인일 2026.10.23); Siemens, Digital Services Agreement 및 Building X terms(확인일 2026.10.23); EUR-Lex, Regulation (EU) 2023/2854 Data Act; European Commission, Data Act explained(확인일 2026.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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