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다뷰

시장의 변화와 미래를 읽는 경제지, 미래다뷰

산단 토지 재고는 같은 숫자가 아니다…수자원공사·LH·GH 공시로 본 분양 지연의 온도차

경제

산업단지 분양이 늦어질수록 개발 공기업의 부담이 커진다는 말은 맞지만, 그 부담의 크기와 형태를 모든 기관에 같은 잣대로 적용하기는 어렵다. 실제 공시와 공급 공고를 대조해보면 어떤 기관은 장기 재고가 특정 사업지에 집중돼 있고, 어떤 기관은 분양 촉진을 위해 납부조건을 크게 완화한다. 반면 다른 기관은 산업용지라도 비교적 짧은 납부기한과 유이자 분할납부를 유지한다.

가장 눈에 띄는 사례는 한국수자원공사다. 2026년 4월 공개된 2025 회계연도 연결 재무제표에는 분양목적으로 조성 중인 토지 가운데 1년 안에 매출될 예정인 토지는 재고자산, 1년 이후 매출 예정 토지는 투자자산의 장기미성공사로 분류한다고 적시돼 있다. 같은 기준으로 집계한 분양사업 관련 자산은 재고자산 501억여 원, 투자자산 1조4889억여 원으로 나타났다. 전기의 투자자산 1조1688억여 원보다 늘어난 수치다.

이 수치가 시사하는 바는 단순하다. 수자원공사의 경우 분양 관련 토지 재고가 단기 판매분보다 장기 보유분에 훨씬 많이 묶여 있다는 뜻이다. 사업지별로 보면 시화MTV 4925억여 원, 송산그린시티 4231억여 원, 구미 3655억여 원, 여수 1676억여 원 순으로 장기미성공사가 컸다. 같은 자료에는 이들 분양사업 관련 토지의 매출채권도 당기말 1725억여 원으로 잡혀 있다. 팔리지 않은 토지뿐 아니라 이미 팔린 토지의 대금 회수 일정까지 함께 봐야 자금 부담을 읽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이자비용은 바로 비용으로 끝나지 않고 원가로 들어가기도 한다


분양 지연과 이자부담의 관계를 볼 때는 손익계산서의 이자비용만 봐서는 부족하다. 수자원공사 재무제표는 단지 조성에 장기간이 소요되는 경우 용지 취득 또는 단지조성 완료 시점까지 발생한 이자비용과 유사 금융비용을 해당 용지의 취득원가에 가산한다고 밝히고 있다. 토지가 오래 묶일수록 금융부담이 일부는 곧바로 비용으로 드러나기보다 토지 원가에 누적될 수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공기업의 산단 재고를 점검할 때는 두 갈래를 함께 봐야 한다. 하나는 재무제표상 재고자산과 장기미성공사 같은 자산 계정이고, 다른 하나는 분양 공고에 붙는 납부 유예·무이자·할부이자 조건이다. 재고가 오래 쌓일수록 매각을 서두르기 위한 계약 조건 완화가 뒤따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같은 공기업이라도 분양 조건은 달랐다


실제 공급 공고를 보면 기관별 온도차가 확인된다. LH가 2026년 9월 공고한 빛그린 국가산업단지 보유토지 재입찰 공급 공고는 근린생활·지원시설 등 23필지에 대해 대금납부조건을 ’18개월 거치 5년 무이자’로 제시했다. 분양이 지연된 보유토지를 처분하기 위해 금융조건을 대폭 완화한 셈이다.

반면 경기주택도시공사가 2025년 공고한 연천BIX 산업시설용지 수의계약 공급공고는 기본적으로 2년 분할납부에 할부이자 연 3.5%를 적용했다. 일시납부를 택하더라도 계약 후 1개월 이내 중도금 40%, 4개월 이내 잔금 납부가 조건이다. 지연손해금은 연 7.5%였다. 같은 공공 시행사라도 어떤 사업지는 장기 무이자 혜택을 내걸고, 다른 사업지는 유이자 분할납부를 유지하는 것이다.

이 차이는 곧바로 ‘누가 더 방만하다’는 결론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사업 위치, 업종 제한, 조성 단계, 잔여 필지 성격, 주변 수요, 기존 계약 해지 여부에 따라 판매 전략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분양 지연의 압력이 커질수록 납부조건이 느슨해지고, 그만큼 자금 회수 시점은 뒤로 밀릴 가능성이 커진다.


숫자 비교가 어려운 이유도 공시에서 드러난다


독자가 흔히 기대하는 ‘공기업별 산단 미분양 재고 순위’를 단번에 만들기 어려운 이유도 있다. 재무제표마다 분류 체계가 다르기 때문이다. 어떤 기관은 산업단지 토지를 별도 사업지 기준으로 쪼개 보여주지만, 어떤 기관은 택지·도시개발·기타 분양사업이 합쳐진 계정으로 공시한다. 같은 ‘재고자산’이라도 단기 판매분만 들어가고, 1년 초과 물량은 장기미성공사나 다른 투자자산으로 넘어가는 경우가 있어 숫자를 기계적으로 비교하면 왜곡될 수 있다.

이번에 확인된 자료만 놓고 보면, 수자원공사는 사업지별 장기 보유 토지 규모를 비교적 구체적으로 드러냈고, LH와 GH는 공급 공고에서 분양 촉진을 위한 납부조건 차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반대로 말하면 공기업의 재고 부담을 따질 때는 한 장의 재무상태표보다 주석과 사업별 공급 공고를 함께 읽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결국 핵심은 재고의 절대액만이 아니다. 그 재고가 언제 팔릴 예정인지, 이자비용이 비용으로 바로 빠지는지 아니면 원가로 누적되는지, 매수자에게 어떤 금융조건을 제시하고 있는지를 같이 봐야 실제 부담이 보인다. ‘공기업이 토지를 쌓아두고 있다’는 비판은 출발점이 될 수 있지만, 실제 점검은 사업별 원가와 계약 조건을 분해해 보는 데서 시작된다.

자료: 한국수자원공사, 2025 회계연도 재무제표(연결)(2026-04-24); LH청약플러스, 빛그린 국가산업단지 보유토지(근생, 지원 등) 재입찰 공급 공고(18개월 거치 5년 무이자)(2026-09-14); 경기주택도시공사, 연천BIX 산업시설용지 수의계약 공급공고(공고 제2025-0085호)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