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자도로 통행료 인상 논란, 실시협약 따라 갈리는 수익보장과 사업자 재무구조
민자도로 통행료를 둘러싼 논란을 하나의 공식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현행 유료도로법은 민자도로 통행료 조정 때 인상률 상한을 누적 소비자물가상승률 범위 안으로 묶고 있지만, 실제 사업자의 수익 구조는 노선마다 다르다. 과거 최소운영수입보장(MRG)이 붙은 사업, 통행료를 낮추는 대신 주무관청이 차액을 보전하는 사업, 아예 수입보장 장치가 없는 사업이 한 시장 안에 함께 존재하기 때문이다.
한국교통연구원 민자도로 관리지원센터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운영 중인 민자고속도로는 23개, 총 연장은 977㎞다. 일평균 통행량은 124만957대에 이른다. 규모만 보면 하나의 산업처럼 보이지만, 투자자와 이용자가 마주하는 계약 조건은 표준화돼 있지 않다. 통행료 인상 논란이 생겨도 어느 사업의 문제인지, 실시협약상 통행료와 실제 통행료가 같은지, 수익보장 기간이 남아 있는지부터 따져봐야 하는 이유다.
법은 물가 상한을 두지만, 협약은 노선별로 다르다
유료도로법은 민자도로 통행료를 조정할 때 기존 조정 연도부터 직전 연도까지의 누적 소비자물가상승률을 넘지 못하도록 정하고 있다. 통행료가 자동으로 오르는 구조가 아니라 법률상 상한과 주무관청 승인이라는 이중 조건이 걸려 있는 셈이다. 같은 법은 연속 3년간 실제 교통량이나 실제 통행료 수입이 실시협약 기준의 70%에 못 미치면 유료도로관리청이 사업자에게 소명이나 해소 대책을 요구하고, 필요하면 실시협약 변경까지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문제는 이 공통 규칙 위에 개별 실시협약이 덧씌워진다는 점이다. 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회사가 공개한 2026년 6월 말 기준 투자자산 자료를 보면 같은 민자도로 안에서도 보장 구조가 제각각이다.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는 연간 협약추정수입의 80%를 20년 동안 보장받는 구조이고, 천안-논산 고속도로는 82%를 20년 동안 보장받는 구조다. 수정산터널은 90% 보장과 110% 상한이 25년 동안 이어지며, 마창대교는 보장 기준이 75.78%로 더 낮고 100%를 넘는 수입은 주무관청과 나누는 방식이다. 광주제2순환도로 1구간은 아예 수입률이 아니라 투자비 회수 보전 방식으로 분류돼 있다.
반대로 같은 포트폴리오에 포함된 여러 민자도로는 현재 유효한 정부 지원 지급 조항 목록에 들어 있지 않다. 같은 운용사 안에서도 어떤 노선은 여전히 보장 장치가 있고, 어떤 노선은 그렇지 않다는 뜻이다. 민자도로 통행료 규칙을 말할 때 기업 단위 평균이나 업종 평균만으로 결론을 내리기 어려운 이유도 여기서 나온다.
통행료가 같아 보여도 수익은 다르다…실시협약상 요금과 실제 요금의 차이
실시협약상 통행료와 이용자가 실제 내는 통행료가 항상 같은 것도 아니다. 맥쿼리인프라 투자설명서는 일부 사업의 경우 협약상 통행료가 물가에 따라 오르도록 설계돼 있어도, 주무관청 결정으로 실제 통행료가 그보다 낮게 유지될 수 있다고 적시하고 있다. 이 경우 주무관청이 그 차액을 보전해야 하지만, 보전금 지급 시점과 방식에 따라 사업자의 단기 현금흐름이 흔들릴 수 있고 분쟁 가능성도 커진다.
천안-논산 고속도로는 이 차이를 보여주는 대표 사례다. 회사가 공개한 ESG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이 노선은 2019년 12월 변경실시협약 체결 뒤 1종 기준 통행료가 9400원에서 4900원으로 인하됐다. 같은 자료에는 이 사업의 MRG가 실시협약에 따라 20년간 보장된 뒤 2022년에 종료됐다고 적혀 있다. 통행료 인하와 수익보장 종료가 같은 노선 안에서 시간차를 두고 발생한 것이다.
이 사례는 통행료가 내려가면 사업자 수익도 즉시 같은 폭으로 줄어든다고 단정할 수 없고, 반대로 수익보장이 끝났다고 해서 곧바로 통행료를 큰 폭으로 올릴 수 있는 것도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통행료 수준, 차액 보전, 보장 종료 시점, 운영기간 연장 또는 다른 보전 장치가 결합되는 방식은 결국 실시협약 원문을 봐야 판단할 수 있다.
사업자 재무구조도 차이…상장 투자 경로는 있지만 직접투자와는 다르다
수익보장 종료 이후의 민자도로를 볼 때 통행료만큼 중요한 것이 자본 구조다. 맥쿼리인프라의 2026년 2분기 자산운용보고서를 보면 전체 약정 투자금 2조9800억원 가운데 후순위대출이 2조611억원으로 69.2%, 지분이 9039억원으로 30.3%를 차지했다. 분기 말 자산 구성으로 봐도 대출 43.59%, 비상장지분 39.12%로, 민자도로 투자가 단순한 주식 보유보다 대출과 지분이 결합된 형태임을 보여준다.
같은 보고서에서 천안-논산 고속도로는 맥쿼리인프라의 총 투자금이 약 1971억원으로, 지분 878억원과 후순위대출 1093억원으로 나뉜다.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는 총 753억원으로 지분 236억원, 후순위대출 517억원이다. 같은 민자도로라도 어떤 사업은 지분가치보다 대출 회수 가능성이 더 중요하고, 어떤 사업은 반대로 운영수익과 잔여 운영기간이 핵심이 된다. 통행료 인상 여부만으로 투자위험을 재단하면 실제 재무구조를 놓치게 된다.
녹서에 담긴 시민 질문처럼 국가 주도 인프라에 일반 시민이 참여할 수 있는 투자상품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현재 확인되는 경로는 개별 도로 사업법인의 직접 공모라기보다 상장 인프라 펀드를 통한 간접 투자에 가깝다. 이 경우 투자자는 특정 노선 하나의 통행료가 아니라 여러 도로와 항만, 도시가스 등 자산이 섞인 포트폴리오와 그 안의 후순위대출 구조까지 함께 떠안게 된다.
결국 민자도로 통행료 인상 논란의 핵심은 ‘요금이 오르느냐’보다 ‘어떤 실시협약 아래서, 어떤 보전 장치가 남아 있고, 누가 어떤 자본으로 들어가 있느냐’에 있다. 민자도로를 둘러싼 공공성 논쟁이나 투자 판단 모두 노선별 협약 구조를 확인하지 않으면 쉽게 오해할 수 있다. 같은 민자도로라도 통행료 규칙, 수입보장, 초과수입 환수, 차액 보전, 운영기간이 다르면 사업자의 손익과 위험도 전혀 다르게 움직인다.
자료: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유료도로법(2024.2.17. 시행); 한국교통연구원 민자도로 관리지원센터, 민자고속도로 현황자료(2024년 말 기준); 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회사, 투자자산 현황 기준일 2026년 6월 30일; 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회사, 2026년 2분기 자산운용보고서(2026.7.29.); 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회사, 투자설명서 영문본(2026년 5월 갱신); 천안논산고속도로, ESG 지속가능경영보고서(20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