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다뷰

시장의 변화와 미래를 읽는 경제지, 미래다뷰

농산물 산지·소비자가격 차이, 도매 경매수수료만으로는 설명 안 된다

경제

농산물의 산지 가격과 소비자가격 차이를 두고 도매시장 경매 수수료가 가격 상승의 핵심 원인처럼 거론되지만, 확인된 제도와 공시를 보면 구조는 그보다 복합적이다. 현행 규정상 청과부류의 위탁수수료 법정 최고한도는 거래금액의 7%이고, 서울 중앙도매시장의 도매시장 사용료 상한은 거래금액의 0.55%다. 산지와 소비지 사이의 가격 차이를 곧바로 ‘경매 수수료 몫’으로 읽기 어려운 이유다.

가격 차이에는 선별·포장·운송·저장·하역·재고관리·점포 운영비와 폐기 손실, 소매 단계의 인건비와 임차료까지 함께 들어간다. 특히 같은 농산물이라도 어느 경로로 출하됐는지, 도매시장을 거쳤는지, 대형유통업체 직납인지, 온라인 직배송인지에 따라 비용 구조가 달라진다. ‘유통이 비효율적이다’라는 총론만으로는 실제 비용이 어디서 붙는지 설명하기 어렵다.


법이 정한 수수료 상한과 실제 부담의 구분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은 도매시장 개설자가 정할 수 있는 사용료와 도매시장법인이 출하자로부터 받을 수 있는 위탁수수료의 상한을 정해 둔다. 청과부류 위탁수수료 최고한도는 7%, 서울 소재 중앙도매시장의 도매시장 사용료 총액 상한은 0.55%다. 중도매인이 받을 수 있는 중개수수료 최고한도는 4%, 정산수수료 최고한도는 정률 기준 0.4%다.

다만 이 상한이 곧 실제 징수율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법은 최고한도만 정하고, 실제 요율은 개설자의 업무규정이나 각 도매시장법인의 공지에 따라 그 이하에서 운영될 수 있다. 중앙청과가 2024년 8월 공지한 위탁수수료 안내를 보면 일정비율 위탁수수료는 거래금액의 4%로 제시됐고, 표준규격출하품에는 품목·중량별 정액수수료를 병행한다고 밝혔다. 법정 상한 7%와 실제 공지 요율 사이에 차이가 있다는 뜻이다.

또 하나 놓치기 쉬운 대목은 하역비 부담 구조다. 법은 도매시장의 규격출하품에 드는 표준하역비를 도매시장법인 또는 시장도매인이 부담하도록 규정한다. 출하자가 내는 위탁수수료와 별개로, 도매시장 내부의 필수 하역비 일부는 법인 부담으로 설계돼 있다는 얘기다. 출하자 입장에서 체감하는 비용과 도매시장법인의 원가가 완전히 같은 항목으로 움직이지 않는 이유다.


도매시장 통과가 곧 전국 평균은 아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KAMIS의 유통실태 조사는 이 점을 분명히 적어 둔다. 2024년 유통실태 종합과 2022년 유통실태 종합 모두 주산지 3~5개 지역을 표본 조사해 일반적인 유통경로를 따라 비용을 파악한 자료이며, 전자상거래 등 신유통의 비용 절감 효과는 반영되지 않았다고 설명한다. 다시 말해 이 자료는 전통적인 대표 경로를 이해하는 데는 유용하지만, 모든 기업과 채널의 최신 비용 구조를 보여 주는 전수통계는 아니다.

이 한계는 해석에서 중요하다. 소비자가격과 산지가격 차이를 비교할 때 KAMIS 표본조사 결과를 근거로 전체 유통업계의 마진을 단정하면 과잉 해석이 된다. 반대로 특정 온라인 직배송 사례를 들어 전체 도매시장이 비효율적이라고 일반화하는 것도 같은 오류다. 어떤 경로를 비교했는지, 서울·부산 소비지 기준 조사인지, 표본 품목이 무엇인지부터 따져야 한다.

실제 KAMIS는 과거 자료에서 직거래와 도매시장 경유 경로를 별도로 비교하는 항목을 두고, 대형유통업체 출하 시 생산자 수취가와 소비자가격 변화를 따로 제시해 왔다. 그만큼 농산물 유통은 하나의 단일 경로가 아니라 복수의 사업 모델이 공존하는 구조로 봐야 한다.


반례도 이미 있다…전자거래와 직배송은 비용 구조가 다르다


같은 공영도매시장 안에서도 거래 방식에 따라 비용 상한은 달라진다. 시행규칙은 전자거래소 거래나 전자방식의 정가·수의매매 등에 대해서는 도매시장 사용료 상한을 더 낮게 적용하도록 하고 있다. 서울 중앙도매시장의 경우 일반 상한 0.55%와 달리 해당 거래 물량은 0.3% 상한이 적용된다. 경매를 거치느냐, 정가·수의매매나 전자거래를 쓰느냐에 따라 같은 시장 안에서도 비용 구조가 달라지는 셈이다.

정부가 대안 경로로 밀고 있는 온라인도매시장도 같은 흐름에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26년 5월 발표 자료에서 청과의 산지-소비지 직거래·직배송 비율이 2025년 1~4월 31.7%에서 2026년 1~4월 52.3%로 높아졌고, 그 결과 소비자가격 중 유통비용 비중이 11.1%포인트 낮아졌다고 밝혔다. 오프라인 도매시장 대비 온라인도매시장에서 농가수취가가 5.1% 높아졌다는 설명도 함께 제시했다. 전통 경매가 모든 품목에서 유일한 경로도, 항상 최저비용 경로도 아니라는 점을 보여 주는 대목이다.

다만 이 역시 모든 농산물에 바로 일반화할 수는 없다. 온라인도매시장은 표준화·규격화가 쉬운 품목, 대량거래가 가능한 산지조직, 직배송 인프라가 갖춰진 거래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할 수 있다. 반대로 소량 다품목, 가격 발견 기능이 중요한 품목, 당일 경락이 필요한 물량은 여전히 공영도매시장 경매가 강점을 가질 수 있다.


과거의 담합 문제와 현재의 비용 구조는 따로 봐야


도매시장 수수료를 둘러싼 경쟁 문제는 실제로 있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18년 서울 가락시장 5개 도매시장법인이 출하자로부터 받는 위탁수수료와 중도매인에게 지급하는 판매장려금을 공동으로 정한 사실을 적발했다고 발표했다. 당시 공정위는 일부 법인들이 위탁수수료 경쟁을 회피했다고 판단했다.

이 사례는 수수료 체계가 불투명해질 수 있다는 경고로는 의미가 크다. 그러나 곧바로 현재의 산지·소비자가격 차이 전체가 불법적 초과수수료 때문이라고 결론 내릴 근거는 아니다. 담합은 경쟁 제한 문제이고, 오늘의 가격 차이는 제도상 수수료, 물류비, 소매비, 폐기 손실, 채널별 운영비가 함께 얽힌 결과이기 때문이다. 과거 제재 사례는 구조적 감시 필요성을 보여 주지만, 현재 비용의 크기와 귀속을 확인하는 별도 검증을 대신하지는 못한다.


결국 봐야 할 것은 ‘몇 단계냐’보다 ‘어느 비용이 누구에게 붙느냐’


농산물 유통이 최적화되지 못했다는 문제의식은 유효하다. 다만 검증 가능한 제도와 공시를 기준으로 보면, 산지 가격과 소비자가격의 차이를 도매 경매 수수료 하나로 환원하는 설명은 사실과 거리가 있다. 청과부류 위탁수수료 상한은 7%이고, 실제 공지 요율은 그보다 낮을 수 있으며, 표준하역비는 법인 부담 항목도 있다. 반대로 도매시장 밖에서는 직거래·온라인도매·직배송처럼 수수료와 물류비 구성이 다른 경로가 이미 확대되고 있다.

따라서 기업 공시나 정책 평가에서 따져야 할 질문은 단순하지 않다. 수수료율이 얼마인지, 그 안에 어떤 비용이 포함되는지, 물류비가 운송·선별·보관 중 어디서 커지는지, 소매 단계의 폐기율과 판촉비가 얼마나 반영되는지, 그리고 같은 품목이라도 채널을 바꾸면 농가수취가와 소비자가격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나눠 봐야 한다. 유통구조 개혁의 성패도 ‘중간단계 축소’라는 구호보다 이런 세부 비용의 투명한 공개와 비교에서 가려질 가능성이 크다.

자료: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시행 2025.10.1),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시행 2026.9.22);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KAMIS, 2024년 유통실태 종합(2026.1.27), 2022년 유통실태 종합(2024.1.30); 주식회사 중앙청과, 농산물 위탁수수료 안내(2024.8.23); 농림축산식품부, 보도자료(2026.5.29); 공정거래위원회, 서울 가락농산물시장의 위탁수수료·판매장려금 공동결정 적발 관련 자료(2018.6.10)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